All Chapters of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Chapter 191 - Chapter 200

640 Chapters

제191화

“다음에.”육강민의 무심한 태도에 육민찬이 두 손을 허리에 척 올리며 버럭했다.“다음에, 또 다음에! 남자는 입만 열면 다 거짓말이군요!”“민찬이도 남자잖아.”서은주가 웃으며 말했다.“아니거든요. 난 남자애잖아요! 완전히 다르죠.”씩씩대는 표정이 너무 귀여워서, 주위에서 웃음이 터졌다.**서은주는 육강민과 함께 팅주 호텔에 도착했다.육강민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고, 주위 시선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왜 다들 저를 보는 것 같죠?”엘리베이터에 들어서고 나서야 서은주가 한숨을 돌렸다.“내가 처음 데려온 여자라서 그래.”육강민은 살짝 긴장한 그녀의 손을 천천히 주물렀다.그의 말에 서은주의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엘리베이터가 최고층에 도착하고 문이 열리자, 창 너머로 네온사인과 도시의 불빛이 한눈에 들어왔다.샴페인과 장미꽃으로 가득한 방안에는 반짝이는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은은하게 흔들리며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다만 한쪽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썩어 있었다.그중 둘은 서은주도 알고 있는 육남혁과 방주헌이다.그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이 방을 예약한 사람이, 바로 육강민이었고 방주헌은 룸에 들어서며 자신이 방을 잘못 찾았나 싶었다. 아니, 거의 그 자리에서 폭발할 뻔했다.같이 밥 먹자더니 완전 결혼식장처럼 꾸며놨다.그들은 그저 들러리로 세우고 프러포즈라도 하려는 기세였으니, 당장 결혼식을 올리더라도 이상할 게 없었다.사실 육강민도 잠깐 놀라긴 했다.오늘은 서은주를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자리여서 중요하다고 생각해 미리 육지성에게 방 좀 꾸며 놔달라고 했을 뿐이었다.육지성이 물었었다.“어떻게 꾸밀까요?”육강민은 별생각 없이 답했다.“알아서 적당히.”그리고 그 ‘적당히’의 결과가, 이거였다.서은주 입장에선 아늑하고 로맨틱해서 좋긴 했지만, 이 분위기에서 남자들 여럿이서 밥을 먹는 건, 솔직히 좀 묘했다.“형이랑 주헌이는 이미 알고 있지? 한 친구는 지금 경성에 없고.”육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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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검은색 벨벳 상자 안에는 다이아몬드 반지 하나가 놓여 있었다.군더더기 없이 단정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 가로등 불빛을 받아 별빛처럼 반짝였다.서은주는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다이아몬드 반지는, 여자에게 있어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육강민은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물었다. “마음에 들어?”서은주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서은주가 멍하니 있는 사이, 육강민은 이미 반지를 집어 그녀의 오른손을 잡았다.거칠면서도 따뜻한 손끝이 그녀의 손을 천천히 어루만졌다.“사이즈는 감으로 샀는데 한번 껴볼래?”살짝 차가운 반지가 그녀의 약지에 부드럽게 들어왔다.심장까지 함께 묶어 버린 듯 딱 맞았다.“왜 말이 없어? 마음에 안 들어?”육강민의 시선이 깊게 내려앉았다.어찌 마음에 안 들 리가 있겠는가!다이아몬드 반지를 싫어하는 여자는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하물며, 육강민이 준 반지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서은주는 육강민이 좋았고 최근 함께 지낸 시간 동안 그 마음은 더욱 깊어졌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속삭였다.“너무 좋아요.”육강민은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서은주는 자연스럽게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 그 키스에 응했다.가로등 아래, 두 사람의 그림자가 포개졌다.마치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말이다.집으로 돌아오자, 한주미가 제일 먼저 서은주의 손에 있는 반지를 알아챘다. 그녀는 곧바로 아들을 한쪽으로 끌고 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너 은주한테 프러포즈했어? 무릎 꿇고 하는 그거 말이야.”육강민은 미간을 찌푸렸다.“아니요.”“그럼, 반지는 어떻게 준 거야?”“그냥 줬어요.”육강민의 너무나 무심한 대답에 한주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프러포즈도 제대로 못 하고, 대체 뭘 할 줄 안다는 거니!”“돈은 잘 벌어요.”“어휴, 잘났다 정말.”“어머니, 요즘 자주 화내시던데 유 교수님 만나 보실래요?”“나가!”진짜 답답한 아들의 행동에 한주미는 속이 터질 것 같았다.**한주미는 따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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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서은주는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국 다 마셨으면 양치하고 와. 난 방에 가서 잠깐 뭐 좀 가져올게. 오늘은 내가 옆에 있어 줄 거야.”한주미는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역시 여자아이는 향긋한 피부 향에 머리칼마저 부드러웠다. 머리카락은 꼭 고슴도치처럼 빳빳하고, 어쩌다 품에 안으려 하면 피하기 바빴으며 머리 만지는 것도 싫어, 쇼핑은 꿈도 꾸지 못하는 그녀의 두 아들과는 전혀 달랐다.그건 마치 두 조상님을 모시고 사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그 시각,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보고 있던 육진국은 아내가 베개를 끌어안고 나가는 걸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어디 가?”“당신 얼굴 보니까 짜증 나서 오늘은 따로 잘 거예요.”“…”육진국은 그대로 굳어버렸다.그는 요즘 아내가 왜 이러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설마 정말 갱년기인가?한편, 육강민이 서은주 방으로 가려다 복도에서 어머니와 마주쳤다.그는 베개를 안고 있는 한주미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아버지랑 또 싸우셨어요?”두 분이 사이가 나쁜 건 아니지만, 가끔 말다툼은 했다.“오늘은 내가 은주랑 잘 거다.”그날 밤, 방주헌 일행과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육남혁은 마당에 서 있는 아버지와 동생을 발견했다.“아버지, 어머니 좀 말려주세요.”육강민은 그냥 서은주를 안고 자고 싶었을 뿐인데, 그마저도 금지당한 기분이었다.“내가 네 엄마를 말릴 수 있을 것 같아? 날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었구나.”육진국은 한숨을 쉬었다.아니, 이 시간에 이 두 사람은 뭐 하는 거지?각자 방에 들어가 아내 옆에 누워 있어야 할 사람들이 난데없이 별을 세고 있는 모습에 육남혁은 눈살을 찌푸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서은주의 두 번째 검진 시간이 다가왔다. 이 시점에서는 주로 프로게스테론 수치와 초음파를 통해 태아가 건강하게 생존하고 있는지 확인한다.육강민은 모든 일정을 미뤄 두고, 직접 운전해 그녀와 함께 병원으로 갔다.가는 길에 유주만에게서 전화가 왔다.“유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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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진백현은 순간 멍해졌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그의 옆을 지나가는 서은주를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너… 그 사람하고 결혼할 거야?”서은주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그의 말투에는 약간의 간절함이 섞여 있었다.두 사람은 병원 복도 끝 창가 쪽으로 걸었다.가을 햇살이 유리창을 통해 서은주의 몸을 부드럽게 감쌌다.화장을 하지 않았음에도 하얗게 빛나는 피부는 햇빛을 담아 은은한 분홍빛을 머금었다.서은주의 상태만 봐도, 육강민이 얼마나 그녀를 잘 챙기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가희 씨는 며칠 전 강도 피해를 보아 병원에 입원했어.”진백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사실 진백현은 병원에 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육가희가 목숨으로 위협하며 그를 불러냈고, 그렇게 발목이 묶여 버리고 말았다.게다가 육기현은 어디로 간 건지 알 수도 없었다.서은주는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우리 이미 끝난 사인데 왜 이런 얘기를 하는 거지?”진백현은 창백해진 얼굴로 그녀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감정을 읽으려 했다.화난 표정, 분노… 뭐든 좋았다.하지만 서은주는 마치 낯선 사람을 보는 듯, 아무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진백현의 목소리가 거칠어졌다.“나를 좋아한 적은 있어?”서은주가 진백현을 처음 알게 된 건 학교에서였다.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학교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엘리트’였던 진백현은 서은주보다 두 학년 위였다.그들이 다닌 학교는 강성에서도 명문 귀족 학교로 유명했다.서은주는 원래 예쁘기도 했지만, 화장을 하지 않아도 남학생들의 관심을 끄는 분위기를 가졌다.집안도 좋고, 자존심 강한 아이들이 대부분인지라 서은주가 주목받는 걸 그 누구도 탐탁지 않아 했다.그러다 서미진이 앞장서서 그녀를 따돌리기 시작했고, 몇몇 여자애들이 서은주를 붙잡고 괴롭히려 할 때, 진백현이 지나가며 한 마디 했다.“너희 지금 뭐 하는 거야?”그는 학교에서도 ‘잘 나가는 남신’이였고, 많은 여학생은 그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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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서은주는 한동안 헛구역질을 하다가 숨을 고르며 배를 살며시 어루만졌다.이 아이만 아니었다면, 자신과 육강민의 관계는 아마 경성에 도착했던 그날에서 이미 끝났을지도 모른다.아이 때문에 함께하게 되었고, 어느 정도 떠밀린 요소도 적지 않았다.그래서 밖에서는 그녀가 아이를 앞세워 관계를 밀어붙였다는 식으로 말했다.서은주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물로 입을 헹구고 얼굴도 한 번 씻었다.그때 휴대전화가 진동했다.육강민에게서 온 메시지였다.음식 사진 몇 장과 함께 짧은 문장이 떠 있었다.[뭐 먹고 싶어?]서은주가 작게 웃으며 답장을 보내려던 순간, 어디선가 신음이 들려왔다.남자의 목소리였다.VIP 병동은 지나치게 조용한 탓에 그 낮은 신음은 오히려 더 또렷하게 귀에 꽂혔다.걸음을 멈춘 그녀가 잠시 귀를 기울이자, 소리는 비상계단 쪽에서 흘러나오는 듯했다.고통스러운 숨소리에 가쁜 호흡이 섞여 있었다.서은주는 미간을 찌푸린 채 다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저기요, 괜찮으세요? 도움이 필요하신가요?”신음이 갑자기 끊겼고, 서은주는 불안한 마음에 목소리를 조금 높였다.“괜찮으세요?”몇 초간 정적이 흐른 뒤, 비상계단 안쪽에서 다시 거친 숨소리가 터져 나왔다.서은주는 의사였다.직업적인 본능이 먼저 반응한 그녀는 망설임 없이 비상계단 문을 열었다.그리고 눈앞의 장면에 그대로 얼어붙었다.육기현이 바닥에 기대앉아 있었고 흰 가루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으며, 손에는 주사기가 들려 있었다.소매를 걷어 올린 채, 막 무언가를 주사하려던 모습이었다.서은주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방주헌에게서 육기현은 난폭하고 방탕해서 사생활이 엉망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육기현도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그 역시 이런 곳에서 서은주를 마주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시선이 맞닿는 순간, 두 사람 모두 본능적으로 경직됐다.과거, 육기현은 한 여자를 임신시킨 뒤 아버지에 의해 해외로 보내졌다.그곳에서 육기현은 유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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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화

서은주는 통증에 숨을 들이켰다. 짧은 비명과 함께 몸을 돌린 그녀는 그의 손을 거칠게 쳐냈고 주사기는 바닥에 떨어졌다.가장 먼저 그녀의 비명을 듣고 달려온 사람은 진백현이었고 그 역시 눈앞의 장면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누군가 나타난 걸 본 육기현은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미친 듯이 밖으로 도망쳤다.“은주야, 괜찮아?”진백현은 급히 그녀 곁으로 다가갔다.서은주의 등을 그은 선명한 핏자국이 옷을 적시고 있었다.진백현은 손을 뻗어 상처를 보려 했지만, 서은주는 한발 물러서며 차갑게 말했다.“만지지 마.”“은주야, 난 그냥 확인하려는 거야. 등에...”“만지지 말라니까!”공포에 질린 서은주는 제정신이 아니라고 느껴질 만큼 날이 서 있었다.진백현은 그대로 멈춰 서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서은주의 외침 소리를 듣고 의사와 간호사들, 그리고 같은 층에 있던 환자들까지 몰려왔고, 유주만도 그중에 있었다.“무슨 일이에요?”유주만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는 바닥에 떨어진 주사기를 보는 순간 표정이 굳어졌고,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유주만은 곧바로 다른 사람에게 장갑을 끼라고 지시한 뒤 주사기를 밀봉 봉투에 담게 했고, 비상계단도 확인하게 했다.바닥에 흩어진 것들을 본 순간, 유주만은 두피가 서늘해졌다.대체 어떤 놈이 이런 짓을…!한편, 먹거리를 손에 든 육강민은 검사 결과지까지 함께 챙겨 유주만의 진료실로 향했다.그런데 문 앞에 사람들이 몰려 작게 웅성거리고 있었다.“서은주가 찔렸대.”“피도 꽤 났대. 어떤 미친 놈이 비상계단에 숨어서 주사하려다 들켜서 찔렀다던데?”“혹시라도 감염되면 아이도 위험할 수 있다잖아.”“하필 임신 중인데… 어쩜 좋아.”육강민의 호흡이 순간 멎는 듯했다.급히 사람들을 밀치고 진료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유주만이 서은주의 상처를 처리하고 있었다.미세한 출혈이 있었지만, 상처는 깊지는 않았다.“무슨 일입니까?”육강민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대표님 조카가 벌인 짓입니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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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은주야…”육강민이 잠긴 목소리로 다시 부르자, 서은주는 그의 말을 끊고 애써 웃으며 말했다.“뭐 사 왔어요?”“죽이랑 옥수수, 그리고 네가 좋아하는 찐만두.”“옥수수 먹고 싶어요.”“그래.”육강민은 옥수수 하나를 건넸다.서은주는 고개를 숙이고 한입 베어 물었지만, 목이 자꾸만 메었다.그녀는 가볍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우리 아기, 지키지 못할 수도 있어요.”서은주의 목소리는 떨렸고, 눈에는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그럴 리 없어.”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육강민은 안아주고 싶어 더 다가가려 했다. 하지만 서은주는 마치 스위치라도 눌린 것처럼 몸을 피하며 소리쳤다.“만지지 마요!”병실 안 공기는 순식간에 희박해져 숨쉬기조차 버거웠다. 그녀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고 있었던 육강민은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서은주는 자신이 너무 더럽게 느껴졌고, 온몸이 세균투성이인 것만 같았다.“나… 만지지 마요…”서은주는 울음을 삼키며 말했다.“미안해요. 혼자 좀 있고 싶어요.”육강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녀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주기로 했다.서은주는 혼자 침대에 누워 이불을 꼭 끌어안고 몸을 한껏 웅크렸다.그녀의 손에는 막 받은 초음파 사진이 쥐어져 있었다.작디작은 검은 형체는 지난번보다 조금 더 커져 있었다.눈물이 줄줄 흘러 베개를 적셨다.아이를 지키지 못한다면, 육강민과는 어떻게 되는 걸까?육강민은 이 일에 대해 아직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고, 손리정만 불러 서은주 곁을 지키도록 했다.병실에 들어선 손리정은 서은주의 얼굴을 보고 울음을 터뜨렸다.하지만 서은주가 누구의 손길도 허락하지 않아 손리정은 침대 옆에 앉아 조용히 함께 있어 줄 뿐이었다.손리정을 병원까지 태워 준 사람은 엄명한이었다.그는 병실 문 앞에 서서 들어가지 않았고, 그저 얼음처럼 굳은 육강민을 바라보며 물을 뿐이었다.“왜 곁을 지키지 않은 겁니까?”육강민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때, 경찰들이 급히 다가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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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병원.출동한 경찰들은 이 사건이 육씨 가문과 얽혀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에 혹시라도 육강민이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육기현을 때려죽이기라도 할까 봐, 급히 동료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있던 참이었다.그런데 남자와 여자를 한 명씩 앞세운 육강민이 병실로 들어섰다.두 사람 손에는 공구 상자가 들려 있었고 가슴에는 작업증을 달고 있었는데, 전문 마약 검사 기관 소속이었다. “대표님?”경찰은 뜻밖이라는 듯 육강민을 바라봤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얼굴에 살기가 가득한 채로 병원을 나서던 사람 아닌가!경찰은 육강민이 당연히 육기현을 잡으러 간 줄 알았다.“전문 기관에 의뢰했습니다. 길이 막혀서 늦는다길래, 직접 데리러 갔습니다.”서은주의 생체 샘플은 병원 측에서도 검사 중이었고, 경찰 역시 따로 채취를 해 가긴 했지만, 전문 마약 검사 기관의 속도는 따라갈 수 없었다. 여러 경로로 검사를 진행하면 결과에도 훨씬 안심할 수 있었다.정말 떠난 줄 알았던 육강민이 다시 나타나자, 서은주는 목이 바짝 말랐고, 눈가에는 어느새 눈물이 차올랐다.샘플 채취가 끝나고, 모두가 떠난 뒤,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다. 손리정과 엄명한은 점심을 사 오겠다며 나갔고, 그렇게 병실에는 서은주와 육강민, 두 사람만 남았다.창가에 선 서은주는 서너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부모에게 응석을 부리고 있는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그녀의 입꼬리는 살짝 올라갔지만,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다.그러다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오자, 서은주는 돌아섰고 육강민을 보자, 이내 담담하게 웃어 보였다.“햇빛이 너무 눈부셔서, 눈이 아프네요.”그러곤 시큰해진 눈을 문질렀다.육강민은 미간을 깊게 찌푸린 채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봤다.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만지려는 순간, 서은주는 본능처럼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하지만 등 뒤는 창문이라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었다.그 사이 육강민이 크게 한 걸음 다가와 그녀의 팔을 붙잡았고, 서은주가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그녀를 품에 안았다.“만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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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서은주가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육지성은 목소리를 한껏 낮춰 육강민에게 바짝 다가갔다.“육광진이 육기현을 숨겨 놨습니다.”“어디에?”“외곽에 있는 별장입니다.”육강민은 짧게 응답했다.“잡으러 갈까요?”“아니, 조금 더 날뛰게 둬.”육지성은 수년간 육강민을 보좌해 왔지만, 여전히 그의 속내만큼은 읽어내지 못했다.육기현이 저지른 짓은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짓이 아니었다.보통이라면 바로 잡아 세게 갈겼을 텐데, 왜 도망칠 시간을 주는 거지?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그때 마침 서은주가 화장실에서 나왔다.육지성은 곧바로 화제를 돌려 서류를 가리켰다.“대표님, 이건 크리스마스와 새해 기획안입니다. 한번 검토해 보시죠.”“크리스마스요?”서은주는 의아하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아직 몇 달은 더 남았잖아요?”“미리 준비해야 합니다.”육지성은 능청스럽게 둘러댔다.서은주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대에 앉아 다시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어느새 어둠이 짙게 깔렸다.서은주는 너무 지쳐 있었지만 머릿속이 복잡해 잠이 오질 않았다.이리저리 뒤척이다가, 육강민이 침대에 올라와 그녀를 품에 안아서야 서은주는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그녀가 깊이 잠든 뒤에야 육강민은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문을 여는 움직임조차 조심스러웠다.밖에서 지키고 있던 육지성이 벌떡 일어나 눈을 비볐다.“대표님?”“잠깐 나갔다 올게.”“그럼, 저도...”“아니.”육강민이 단호하게 말했다.“넌 여기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 은주가 깨면, 내가 급한 일로 잠깐 나갔다고 하고 금방 돌아온다고 해.”육지성은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육강민의 얼굴에는 평소보다 훨씬 거칠고 음울한 기색이 어려 있었고, 곧 피비린내 나는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육지성은 침을 꿀꺽 삼켰다.설마, 정말 죽여 버리는 건 아니겠지?불안한 마음에 육지성은 결국 조용히 전화를 한 통 걸었다.오늘은 별도, 달도 없는 밤이었다.외곽의 바람은 도심보다 훨씬 거셌고, 숲을 헤집으며 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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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육강민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옷차림이었다.밤을 밟고 온 그는 눈동자에 서늘한 살기가 서려 있었고, 그 차가움은 뼛속까지 파고들 만큼 냉혹했다.그는 고개를 숙여 소매를 천천히 걷어 올렸다.느릿한 움직임에는 형언할 수 없는 냉철한 기운이 흘러나왔고, 육기현을 내려다보는 그 시선은 마치 벌레를 보듯 서늘하게 무심했다. 순간, 압도적인 기운이 배로 짙어졌다.육기현은 혼이 빠져나간 듯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자, 작은 아빠… 어,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어요?”“잘 생각해 봐.”차갑게 가라앉은 음성. 그 자체로 등골이 오싹했다.“저, 전… 모르겠는데요.”육기현은 침을 꿀꺽 삼키며 본능적으로 거짓말을 뱉었다.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도망칠 생각으로 발을 옮기다 드디어 손이 문고리에 닿는 순간, 갑자기 어깨가 거칠게 눌렸다. 육강민의 손이 그의 머리채를 세게 움켜쥐었다.“쿵—!”머리가 그대로 문에 처박혔다.얼굴 전체가 문에 부딪혔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졌다.육강민의 움직임은 거칠고 또 너무나 잔인해, 조금의 자비도 느껴지지 않았다. 거대한 충격음에 육남혁은 눈썹을 살짝 들어 올렸고 이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하나를 물고, 한 손으로 바람을 막으며 라이터를 켰다.한치의 동요도 없는 얼굴이었다.집안에서는 육기현이 비명에 가까운 소리로 애원했지만 육남혁은 그저 연기를 내뿜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너무 시끄럽군. 도살장 돼지도 저 정도는 아니겠다.’육강민은 힘이 너무 세서, 두개골을 부숴 버릴 기세였다.“작은 아빠, 아... 아파요…!”그제야 육강민은 손을 놓았다.“내가 왜 왔는지도 모르겠다면서, 왜 도망치려고 했지?”“그, 그게…”육기현은 입술이 덜덜 떨려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내가 묻고 있잖아.”육강민의 음성이 낮게 울렸다.육기현은 불현듯 군에 있을 때의 육강민이 떠올랐다.그는 지금처럼 거칠었고, 세상을 발아래 짓밟은 듯 압도적인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제대하고 사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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