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171 - Chapitre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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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화

서로의 시선이 마주친 순간, 공기 속에 묘한 기류가 번져 나갔다.육강민이 고개를 숙여 서은주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부드럽고도 집요한, 유난히도 사람을 애태우는 키스였다.이미 서은주의 가장 초라한 모습까지 모두 본 사람이었기에 그 앞에서는 체면 따위 아무 의미가 없는 것 같았다. 게다가 오랜만의 키스라 더욱 깊이 빠져들었다.마른 장작에 불씨가 옮겨붙듯, 그의 움직임은 섬세하고도 조심스러웠고 급기야 뼛속까지 파고들었다.복도는 너무 조용해서 두 사람 입술 사이에서 새어 나오는 묘한 소리뿐이었다.그러다 희미한 발소리가 들려서야 서은주는 손을 뻗어 그를 살짝 밀어냈다.문은 애초에 반쯤 열려 있어 육강민은 그녀의 허리를 감싼 채 그대로 안으로 들어왔다.다시 이어가려던 그때, 방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은주야?”방에서 나온 손리정은 서로 껴안은 두 사람을 보고 잠시 멍해졌다.육강민이 먼저 입을 열었다.“왜 여기 있는 거죠?”손리정은 어이없는 얼굴이었다.“여기는 제 집인데요?”“아, 그렇지.”육강민이 태연하게 말했다.“…”잠시 정적이 흐른 뒤, 손리정이 머리를 긁적였다.“그럼… 자리 좀 비켜드릴까요?”그러자 육강민은 태연하게 대답했다.“그럼 고맙죠.”서은주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이게 무슨 망언인가!육강민도 서은주와 단둘이 있고 싶긴 했지만, 진짜로 손리정을 내쫓을 만큼 염치없는 사람은 아니었으니, 물 한 잔을 마신 뒤 곧 자리를 떴다.육강민이 떠난 뒤, 손리정은 일침 놓기에 바빴다.“너 임신 중인 거 잊었어? 아무리 참기 힘들어도, 장소는 가려야지.”서은주는 무심하게 대꾸했다.“그런 거 아니야.”“근데 있잖아…”손리정는 갑자기 그녀의 귀에 바짝 다가와 낮게 속삭였다.“손만 써도… 꿈은 이룰 수 있어.”몇 초간 멍하니 있다가, 그제야 무슨 말인지 깨달은 서은주는 얼굴이 새빨개져 급히 방으로 들어갔고, 책을 펼쳤지만, 하나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육강민은 나가면서 회사에 잠깐 들렀다가 저녁에 데리러 오겠다고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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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서은주는 차 안에 앉아 손에 든 장미를 바라보고 있었다.장미꽃 덕분에 그녀의 작은 얼굴까지 붉게 물들었다.두 사람은 특별히 대화를 나누지 않았지만, 그녀의 반짝이는 눈빛과 눈부신 미소가 육강민의 눈에 고스란히 새겨졌다.그 어떤 달콤한 말보다도 더 사람을 흔들어놓는 모습이다.그는 막 매둔 안전벨트를 다시 풀고, 몸을 기울여 그녀에게 다가갔다.슬금슬금 다가오는 그를 느낀 서은주는 고개를 돌려 급히 피해 버렸다.차 안이라 누군가가 보게 될까 봐 조심한 것이다.그러자 귓볼에 육강민의 따뜻한 체온이 실리고 여지없이 점령당했다.전류가 흐르는 듯한 느낌에 서은주는 숨이 멎는 것 같았고, 장미를 안고 있던 손에 자꾸만 힘이 들어갔다.“왜 피하는 거야?”“사람들이 볼 수도 있잖아요.”“아무도 안 봐.”그의 입술은 귓불에서 천천히 입술로 이어졌다.차 안은 순식간에 뜨거운 공기로 가득 차올랐다.같은 시각, 멀지 않은 곳에서 진백현은 뜨거운 두 사람의 모습을 눈앞에서 보고 말았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 진백현은 거칠게 경적을 울렸지만, 그 날카로운 소리마저 서은주의 마음을 흔든 육강민의 손길을 막지는 못했다.서은주는 그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어 육강민을 살짝 밀었다.“밥 먹으러 가요. 배고파요.”육강민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차를 몰아 진백현의 옆을 스쳐 지나가던 육강민은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도대체 뭐 하러 온 거지?’엄명한에, 진백현까지… 정말 끈질긴 놈들이었다.진백현 자신도 정상은 아닌 것 같았다.‘도대체 왜 여기까지 따라온 걸까?’정신 차려 보니 그는 두 사람의 차를 뒤따르고 있었다.두 사람은 함께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통유리 너머로 육강민은 서은주를 위해 스테이크를 잘라주고 있었고, 서로를 바라보며 이야기꽃을 피웠지만 진백현을 그 광경을 바라보며 담배만 태우고 있었다. 문득, 예전의 서은주가 떠올랐다.그를 위해 직접 요리를 하고 그의 취향을 속속들이 기억해 주던 서은주는 스테이크를 먹을 때면, 말없이 잘라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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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영화가 본격적으로 흘러가자, 서은주는 점점 화면에 빠져들었다.어쩌다 한 번씩 터져버리는 웃음에도 옆 사람의 뜨거운 시선이 자꾸만 신경 쓰였다.육강민은 너무나 노골적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서은주는 아무렇지 않은 척 팝콘 하나 집어 그에게 내밀었다.“먹을래요? 꽤 달아요.”육강민이 이런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곧바로 손을 거두려던 순간, 그가 갑자기 몸을 숙였다.입술이 그녀의 손끝을 살짝 머금었다.그 미묘한 온기가 순식간에 온몸으로 번져, 서은주의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멍하니 있는 사이, 육강민은 더 가까이 다가와 그녀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췄다.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확실히 다네.”순간, 온몸에 피가 확 쏠리는 느낌에 서은주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한 채 허둥지둥 팝콘을 입에 욱여넣었다.숨이 막힐 정도로 너무 달았다.마지막에 쿠키 영상이 남아 있었지만, 인파를 피하기 위해, 그리고 혹시라도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봐, 미리 영화관을 나섰다.영화관에서 뮨헨 빌라까지 그리 멀지 않아 두 사람은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가을 초입의 바람이 서늘하게 스친다.“영화 어땠어?”“재밌었어요.”서은주는 그를 슬쩍 바라봤다.오늘 그의 행동은 어딘가 평소와 많이 달랐다.서은주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왜 갑자기 영화를 보자고 한 거예요?”“똑똑하다면서, 이 정도면 알 만하지 않나?”“뭘요?”“너한테 진지하게 다가가는 중이야.”순간, 주변이 조용해졌다.귀를 찌르는 건 가을 매미 소리뿐, 그 사이로 들리는 건, 서은주의 어지러운 숨소리와 빠르게 뛰는 심장뿐이었다.“거짓말 같아?”육강민이 자리에 멈춰 선 그녀를 바라봤다.서은주는 이런 말을, 이렇게 직접적으로 들을 줄은 정말로 예상하지 못했다.육강민은 오히려 더 가까이 다가왔고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입술에 내려앉았다.“내 마음… 느껴볼래?”느… 느껴보라고?서은주가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육강민이 고개를 기울여 그녀에게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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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밤바람이 거세게 불었다.육강민은 키 차이에서 오는 여유를 그대로 살려, 진백현을 한 번 흘겨봤다.“밤새 따라다니느라 수고했는데 볼만했나?”진백현의 얼굴에는 핏기가 전혀 없었다.“약혼 5년 동안 상처만 줘놓고, 파혼하고 나서야 갑자기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인 걸 깨달은 건가? 아니면 그게 사랑이라 믿고 싶은 거야?”육강민이 비웃듯 말을 이었다.“그럼, 고철주가 은주를 괴롭히던 날, 그 자리를 지나쳤으면서 왜 모른 척했지?”진백현의 몸이 크게 움찔했다.‘그걸 어떻게 알았지?’육강민은 그날의 호텔 CCTV를 지우게 한 뒤에야, 서은주가 위기에 처했을 당시 진백현이 바로 그 방 앞을 지나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그래서 더더욱, 서은주가 안쓰러웠다.“진짜 사랑했다면, 짓밟히는 걸 보고도 모른 척하지는 않아.”육강민이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목소리는 서늘하게 가라앉았다.“그러니까 너는, 애초에 그녀를 사랑한 적도 없어.”그 눈빛은, 마치 광대를 내려다보는 듯했다.“은주는 저를 5년이나 사랑했습니다.”진백현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그것이 육강민에게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육강민은 그저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며 웃었다.“그래서 아팠을 때도 네 이름을 불렀던 거군. 내 침대에 누워 있으면서도, 마음은 딴 데로 가 있었으니까.”“제 이름을요?”진백현의 눈빛에 순간 희망이 스쳤다.육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름을 부르긴 했어. 그런데 한마디 더 했지. 병신이라고.”진백현의 입술이 심하게 떨렸다.이건, 심장을 찌르는 말이었다.육강민은 너무나 잔인했다.“내 사람, 넘보지 말라고 예전에 경고했지? 그리고 하나 더 분명히 해두지.”육강민이 그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덧붙였다.“내 여자 바라보는 네 눈깔도 너무 불쾌하니까. 썩 꺼져.”육강민이 몸을 돌려 떠났고, 진백현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그러다 꽉 쥔 주먹으로 애꿎은 핸들에 화풀이를 했다.진백현은 서은주가 누구의 아이를 가졌는지 따위는 전혀 상관없었다.그저 서은주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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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단체 채팅방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솔로인데, 그런 질문을 하는 건, 상담이 아니라 노골적인 자랑이었다.결국,그 꼴을 보다 못한 방장 육남혁이 육강민을 단체 채팅방에서 강퇴시켜 버렸다.방주헌이 육강민의 ‘만행’을 늘어놓으며 성토했지만, 서은주는 오히려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러다 어느새 추석이 성큼 다가왔다.손리정은 부모님과 함께 명절을 보내기 위해 강성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서은주에게도 함께 가자고 했지만, 그녀는 정중히 사양했다.손리정을 배웅하고 돌아오자마자 초인종이 울렸다.문을 열자, 뜻밖의 얼굴이 서 있었다.“어머니?”“강민이는 회사에 일이 남아 있어서, 내가 대신 들렀어.”한주미는 절할 틈도 주지 않았다.“명절에 혼자 있으면 얼마나 썰렁해. 같이 우리 집으로 가자.”육씨 가문의 저택에 도착하니, 마침 선물을 들고 찾아온 손님들이 있었다.서은주를 보고 잠시 놀란 기색이었지만, 모두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한 무리를 보내고 나자, 또 다른 방문객이 도착했다.박명숙은 관자놀이를 살짝 누르며 한숨을 내쉬었다.“명절마다 이런 사람들 상대하는 게 제일 피곤하구나.”서은주는 그저 미소만 지었다.그때, 복도를 울리는 발소리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증조 할머니.”고개를 돌리자, 육가희가 서 있었다.그녀 옆에는 두 남자가 함께였다.한 명은 마른 체형의 중년 남자로, 정장을 입고 있었고, 짙은 눈썹 아래로 음울한 기운이 배어 있었다.다른 한 명은 스무 살 남짓으로, 가볍고 건들건들한 인상이었다.육가희의 아버지 육광진, 그리고 남동생 육기현이었다.“명절이라 인사드리러 왔습니다.”육광진이 웃으며 박명숙을 향해 다가갔다.“마음 써줘서 고맙구나.”박명숙은 그저 형식적으로 답했다.잠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눈 뒤, 육광진의 시선이 서은주에게로 옮겨졌다.“가희가 전에 큰 실수를 해 제가 아주 단단히 혼냈습니다. 앞으로 식구가 될 테니, 은주 씨도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말과 함께, 육가희에게 눈짓을 보냈고 육가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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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육강민을 보자,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린 육가희는 급히 변명했다.“은주 씨가 몸이 안 좋아 보여서… 잠깐 보러 온 거예요.”육강민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네가 앞에서 알짱거리지 않으면, 아플 일도 없어.”육가희는 얼굴이 확 굳었지만, 감히 육강민에게 대꾸할 용기는 없었는지, 씁쓸한 얼굴로 자리를 떠났다.“괜찮아?”육강민이 서은주 곁으로 다가와 낮게 물었다.“많이 불편해 보이는데, 가서 좀 쉬는 게 어때?”방금 심하게 헛구역질을 한 탓에, 서은주의 얼굴은 창백했고, 핏기조차 없었다.“괜찮아요.”서은주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입덧이 남들보다 일찍 시작됐고, 증상도 훨씬 심한 편이었다.두 사람이 거실로 돌아왔을 때는, 육가희 일가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그때, 어부 모자를 쓰고, 작은 낚싯대를 어깨에 멘 육민찬이 빨간 물통을 들고 돌았다.“이모! 나 할아버지랑 물고기 엄청 많이 잡았어요!”낚시를 좋아하는 육진국이 녀석과 함께 잡아 온 것이다.말수가 적고 항상 무뚝뚝한 표정의 육진국이어서 서은주는 괜히 긴장하며 정중히 인사를 건넸다.“그간 안녕하셨어요?”육진국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을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와, 정말 많이 잡았네.”서은주는 육민찬에게 이끌려 물통 앞으로 다가갔다.“민찬이 정말 대단한데.”“사실 다 할아버지가 잡은 거예요.”육민찬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할아버지는 이모가 아기를 품고 있어서 힘드니까, 생선국 끓여 먹으면 기운 난다고 했어요.”서은주는 놀란 눈으로 육진국을 바라봤다.그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었다.한주미는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저 양반 또 저러네. 계속 아닌 척은.’서은주가 온다는 말을 듣고 일부러 낚시를 다녀온 사람이 바로 육진국이었다.부자지간이 어쩜 저리 판박인지, 폼만 잔뜩 잡고 있다.식구들 모두 서은주를 진심으로 아껴 주었고, 그 덕분에 그녀는 오랜만에 ‘가족’이라는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저녁을 먹은 뒤, 서은주는 돌아가려 했지만, 한주미가 단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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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서은주는 육강민의 목에 팔을 감았다.창밖에서 스며든 달빛이 방 안을 비추고, 두 사람의 입술이 부딪히는 소리만 또렷이 들렸다.정신이 아찔할 정도로 숨 막히는 뜨거움에 방 안의 온도는 순간순간마다 치솟았고,에어컨에서 뿜어져 나오는 찬 공기조차 그 열기를 식히지 못했다.너무나 뜨거운 나머지 모든 속박을 벗어던지고 싶을 정도였다. 급기야 옷이 하나둘 벗겨지던 순간, 서은주가 낮게 신음을 흘렸다.“나, 임신했어요.”“알아.”육강민은 그녀의 귓가를 지분거리며 속삭였다.“불을 지폈으니, 책임져야지.”“어떻게요?”“나한테 묻는 거야?”육강민의 호흡은 점점 거칠어졌다.서은주의 머릿속에 문득 손리정의 말이 스쳤다.‘손으로도 꿈은 이룰 수 있어.’너무 오래 참아 온 육강민은 며칠을 굶주린 맹수처럼, 당장이라도 삼킬 듯이 그녀를 원했고 조심스러운 움직임만으로는 그를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했다.비록 마지막 선을 넘을 수는 없었지만, 서로를 안고 맞닿아 있기만 해도 두 사람에겐 수없이 많은 방식으로 얽히고, 끝없는 다정을 나눌 수 있었다.서은주는 그와 함께하면서 자신이 몰랐던 새로운 세계를 느끼고 있었다. 모든 게 끝난 뒤, 육강민은 먼저 샤워하러 갔고, 서은주는 침대에 앉아 그가 걸어 준 목걸이를 가만히 들여다봤다.“아직도 보고 있는 거야? 그렇게 마음에 들어?”욕실에서 나온 육강민은 목에 수건을 걸치고, 허리에는 욕실 가운만 두른 채로 매끈하고 선명한 근육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 목걸이… 어디서 산 거예요?”“경매에서 봤어. 회성 강씨 가문에서 내놓은 거더라.”그는 수건으로 머리를 대충 털며 말했다.“회성?”서은주는 그 지명을 조용히 되뇌었다.남부 도시였다.서은주는 가 본 적이 없었다.“강씨 집안은 맞춤 보석으로 유명하지. 그 집에서 나오는 건 전부 단 하나뿐이고, 대량 생산은 절대 안 해. 그래서 그쪽 커스텀 제품을 착용하는 걸 명예로 여기는 사람도 많아.”“강씨 집안 사람들 알아요?”서은주가 조심스레 묻자, 육강민은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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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살짝 잠긴 듯한 그 음성이 유독 사람을 홀리는 바람에, 서은주는 듣기만 해도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부끄러움이 많은 그녀라 이런 말을 해도 쉽게 입에 올리지 못하리라는 것도, 육강민은 잘 알고 있었다.“그럼… 강민이라고 부르든가, 아니면 오빠라고 해도 되고.”늘 이름 뒤에 “씨”를 붙이기엔, 확실히 거리감이 느껴졌다.“은주야?”육강민은 가까이에서 다가가 일부러 말끝을 늘였다.그 낮은 음성이 귓가를 스치자, 서은주의 심장은 쿵쾅거렸고 급기야 귀 끝까지 붉게 물들었다.오늘 밤 뜻대로 해주지 않으면 절대 잠을 재우지 않을 기세였다.끝내 버티지 못한 서은주는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불렀다.“오빠.”부드럽고 조심스러운 음성에 부끄러움이 잔뜩 묻어 있어 심장이 곤두박칠쳤다.육강민의 눈빛이 흔들렸다.육강민은 참지 못하고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계속 내 곁에 두고 나만 보고 싶네.”육강민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추석 지나면 출장 가야 하는데… 같이 갈래?”“일하러 가는데, 따라가서 뭐 해요.”서은주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럼, 나 돌아올 때까지 얌전히 기다려.”육강민은 그녀가 임신으로 힘들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장거리 이동을 감당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서은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착하네.”육강민은 다시 입술을 내렸다.서은주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감추듯 그의 품으로 파고들어 붉어진 얼굴을 묻었다.그 모습은 마치 부끄러움을 잔뜩 타는 작은 고양이 같았다.한편, 박명숙의 관심을 완전히 잃어버린 육가희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버지 육광진에게 혼이 났다.“쓸모없는 것.”육광진은 분을 참지 못한 얼굴로 말했다.“그 늙은이는 원래 냉정한 사람이야. 이번 일로 완전히 찍혔어. 고작 서은주 때문에 그럴 가치가 있었냐?”“그리고 진백현 말이다.”그는 냉소했다.“너에게 미쳐 있다고 하더니, 추석인데도 아무 소식 없구나!”“남자 하나 못 후려서 이렇게 손해만 보다니! 창피한 줄 알아라!”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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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육가희는 동생마저도 질투의 대상으로 여겼다.곁에 앉아 있는 육기현을 힐끗 바라보던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문득 사악한 생각 하나가 스쳤다.“네가 마음에 들면… 그냥 가지고 놀아도 돼.”육기현은 잠시 웃음을 흘리다 고개를 저었다.“작은 아빠가 알면 나 바로 죽이지 않을까?”“우린 가족이잖아.”육가희는 냉소를 머금고 말을 이었다.“작은 아빠가 정말 외부인 하나 때문에 우리랑 등을 질 것 같아?”육기현은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서은주의 가는 허리가 떠오르자, 몸이 즉각 반응했다. 작은 아빠의 여자라니… 생각만 해도 묘하게 자극적이었다.**다음 날 아침.한주미는 아들이 서은주의 방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고 그대로 굳어버렸다.혈기 왕성한 아들이 자제 못 할까 봐 일부러 서은주에게 객실을 따로 마련해 주었는데...“육강민, 너 사람이긴 하니? 애까지 가진 사람을 건드려?”한주미는 목소리를 높였다.“그냥 같이 잤을 뿐이에요.”육강민은 황당했다.어머니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은 마치 짐승이라도 보는 듯했기 때문이다.“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한주미는 콧방귀를 뀌었다.어릴 적부터 부모의 말다툼을 보며 자란 육강민은 잘 알고 있었다.여자랑은 말싸움은 하지 말 것!어차피 절대 이길 수가 없으니까.육강민은 결국 해명을 포기했고 그 모습이 한주미 눈에는 곧 인정처럼 보였다.“겉으론 멀쩡한 척하면서, 속엔 온갖 능구렁이가 가득한 것이 그 아비의 그 아들이구만!”육진국은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왜 본인까지 끌어들이는지 알 수 없었다.서은주가 깬 뒤, 한주미는 그녀를 따로 불러 신신당부했다.“은주야, 너무 맞춰 주면 안 된다.”얼굴이 붉어질 대로 붉어진 서은주는 점심을 먹고는 곧장 뮨헨으로 돌아갔다.추석 다음 날, 손리정도 집으로 돌아왔고, 그날 밤 잠자리에 들다 서은주의 쇄골에 남은 흔적을 보고 손리정은 혀를 찼다.“육강민… 개야?”“사람 몸을 이렇게 물어뜯어 놨다고?”“그 정도는 아니야.”서은주는 헛기침으로 얼버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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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너 서은주한테 관심있지?”육가희는 노골적으로 동생을 부추겼다.“작은 아빠가 마침 출장 갔거든?”“작은 아빠 여자잖아.”육기현은 노는 걸 좋아했지만, 감히 호랑이 수염을 건드릴 만큼 무모하진 않았다.“게다가 임신까지 했고.”“그걸 네가 신경 쓴다고?”육가희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육기현은 멍청했지만, 아버지는 유독 그를 보물처럼 아꼈다.“그 여자는 임신한 걸 무기로 작은 아빠를 꽉 쥐고 있는 거야.”육가희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졌다.“그렇지 않고서야, 왜 아직까지 결혼 발표가 없겠어? 작은 아빠가 원하는 건 여자가 아니라, 배 속 아이뿐이라는 뜻이야.”그녀는 서늘하게 웃었다.“네가 그 아이를 없애버리면, 작은 아빠는 오히려 너한테 고마워할지도 몰라.”“들키면 난 끝장이야.”육기현도 아주 멍청이는 아니었다.그러자 육가희는 더 조용히 말을 이었다.“사고 나도, 서은주가 감히 떠들 수 있을 것 같아? 작은 아빠 귀에 들어가는 게 제일 무서울걸. 자기 입으로라도 덮어버리려고 할 거야. 설령 작은아버지가 알게 된다 해도, 집안 체면 때문에 너한테 뭐라 하진 못해. 이게 그리 떳떳한 일도 아니잖아.”그래서 일부 여성들이 피해를 보고도 경찰에 신고하거나 가족들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것이다.육기현은 서은주의 몸이 탐났을 뿐, 막상 실행할 용기는 없었다.하지만 육가희의 부추김에 점점 흥미가 생겼고, 결국 몰래 서은주를 따라다니기 시작했다.지금까지 만났던 여자들과는 달리 서은주는 차분하고 온화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연한 톤의 넉넉한 원피스를 즐겨 입고, 걸을 때마다 드러나는 가느다란 발목.바람이 불면 허리선을 따라 달라붙는 옷자락, 손에 잡힐 듯한 그 부드러운 허리선에 영혼이 탈탈 털릴 지경이었다.작은 아빠는 자리를 비웠지만, 육지성이 수시로 곁을 맴돌아 육기현은 쉽사리 손을 댈 수 없었다.**손리정은 서은주를 위해 경성대 도서관 임시 출입증을 구해줬다.서은주는 낮에는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며 자료를 정리했고 저녁을 먹고 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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