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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61 - チャプター 170

636 チャプター

제161화

진백현은 육씨 가문에 방문한다는 말을 듣고 꽤 공을 들여 준비했다.하지만 그곳에서 서은주를 마주치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는 박명숙에게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지만, 표정은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다.“이리 와 앉거라.”박명숙은 담담히 말했다.“요즘 몸은 좀 어떠세요?”육가희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제가 어깨 좀 주물러 드릴게요.”그 말투나 행동은 마치 이 집의 주인인 양 자연스러웠고, 시선은 노골적으로 서은주를 향해 ‘넌 그냥 외부인일 뿐이라며’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서은주는 더 이상, 이 공간에 머물고 싶지 않아, 이를 핑계로 자리를 뜨려 했고 한주미가 애써 붙잡았지만, 서은주는 끝내 정중히 사양했다. 육강민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연스럽게 육가희 이야기가 나왔다.“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 할머니는 상심이 크셔서 병석에 누우셨고 마침 가희 아버지가 아이를 데리고 조문을 오셨는데 밝고 씩씩한 가희 때문에 할머니는 점차 웃음을 되찾으셨고 외출할 때도 자주 옆에 끼고 다니셨어. 그러다 보니 밖에서는 가희를 육씨 가문의 아가씨라고 부르게 된 거야.” “아, 그랬군요.”서은주가 고개를 끄덕였다.“예전엔 참 순하고 사랑스러웠는데 아가씨란 호칭을 듣다 보니 마음가짐이 달라졌고, 성격도 많이 변했어.”육강민은 숨김없이 말했다.“할머니 앞에서는 착한 척하지만, 밖에서는 제멋대로지.”서은주는 잠시 생각하다 물었다.“할머니께서는 모르세요?”육강민이 작게 웃었다.“어느 정도는 알고 계실 거야. 다만 할머니 속마음을 알 수가 없어.”**한편, 육가희는 박명숙에게 슬쩍 말을 얹어, 서은주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려 했다.하지만 서은주가 떠난 후, 박명숙은 피곤하다며 좀 쉬어야겠다고 했고, 식구들도 하나둘 자리를 떠나 거실에는 육가희와 진백현만 덩그러니 남았다.진백현은 몹시 난처해졌다.그때, 땀에 흠뻑 젖은 육민찬이 집 안으로 뛰어 들어왔고, 도우미가 급히 물을 따라주고 있었다.“내가 닦아줄게.”육가희가 다가가 허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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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육민찬이 집을 나갔다는 소식을 듣자, 서은주도 바로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서려 했다.하지만 육강민이 단호하게 그녀를 말렸다.“이제 막 경성에 와서 길도 낯설고 홑몸도 아닌데, 가만히 있어. 내 걱정하게 만들지 말고.”“무슨 소식 있으면 바로 연락 줘요.”“응.”“민찬이는 똘똘해서 분명 무사할 거예요.”전화를 끊은 뒤, 서은주는 더 이상 잠을 이룰 수 없었고 할 수 있는 건 그저 가만히 초조해하는 것뿐이었다.그 시각, 육강민은 아들이 남기고 간 쪽지를 움켜쥐고 있었다. 너무 힘이 들어간 탓에 손가락 마디가 희게 질릴 정도였다.쪽지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육O민, 나갈게. 찾지 마.]‘아빠’라는 두 글자는 아직 쓸 줄 몰랐고, 육강민의 이름은 제대로 쓰지도 못했다.육민찬은 원래도 일찍 일어나는 아이였고 늘 그렇듯 뒷마당에서 놀다가 도우미가 한눈파는 틈을 타 담장 구석 작은 구멍으로 빠져나갔다.육씨 가문의 저택은 교외에 있어 주변 CCTV도 많지 않았기에 아이는 금세 화면에서 자취를 감췄다.“경찰에 신고할까요?”육지성이 물었다.“신고해.”육강민은 그렇게 말하곤, 즉시 아이를 찾으러 나섰다.거동이 불편했던 박명숙을 제외하고, 육가 사람들 전부 흩어져 아이를 찾기 시작했다.**한편, 집을 나서며 위치 추적이 되는 스마트워치를 벗어 둔 육민찬은 세뱃돈을 주머니에 챙겼다.그리고 운 좋게도 택시 한 대를 붙잡았다.“얘야, 어디 가니?”택시 운전사가 웃으며 물었다.아이를 무작정 차에 태울 생각은 없었다. 혼자 길을 걷는 아이가 눈에 보여, 도움이 필요한지 묻고 싶었을 뿐인데, 차를 세우자마자 아이가 냉큼 올라탄 것이다.“아저씨, 저 좀 아주 멀리까지 데려다주세요.”“아주 멀리?”운전 기사는 웃으며 장난처럼 되물었다.“그게 어딘데?”“아무도 저를 못 찾는 곳이요.”“뭐?”운전 기사는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미간을 찌푸렸다.“부모님은 어디 계시니? 집에 데려다줄까?”“집엔 안 가요! 돈 있으니까 걱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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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바로 갈게.”육강민은 곧장 차를 돌려 서부 경찰서로 향했다.경찰서에 도착하자, 눈가가 붉게 충혈된 육민찬이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두 손을 꼭 쥔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그녀와 눈이 마주친 육민찬은 차마 그녀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또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이 아이 보호자 맞으시죠?”경찰이 물었다.“네, 맞아요.”그제야 서은주는 가슴에 걸려 있던 돌덩이를 내려놓은 듯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리고 곧바로 육강민에게 연락을 넣었다.“아이가 없어진 줄도 몰랐다는 게 말이 됩니까?”경찰은 미간을 찌푸렸다.“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서은주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저희보다도 아이를 여기까지 데려다준 기사님께 감사하셔야죠. 저 상태로 혼자 돌아다녔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경찰에게 한바탕 훈계를 받은 뒤에야, 서은주는 서류에 서명하고 육민찬을 데리고 나올 수 있었다.불과 십여 분 전, 경찰서는 육강민의 아들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있었다.처음엔 눈앞의 아이를 떠올렸지만, 이미 보호자가 도착했고 곧이어 육씨 가문에서 아이를 찾았다고 연락이 와 더는 생각하지 않았다.경찰서를 나서며 서은주는 육민찬의 손을 꼭 잡았지만, 녀석은 끝까지 고개를 들지 않았다. “민찬아, 배고프지?”서은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아니요.”하지만 몇 초 뒤, 녀석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고, 서은주는 웃음을 참으며 아이를 근처 식당으로 데려갔다.두유와 만두를 시켜 주었지만, 녀석은 젓가락을 들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왜 안 먹어?”서은주가 목소리를 낮췄다.“강성에 있을 때는 만두 좋아했잖아.”육민찬은 말없이 만두와 두유를 그녀 앞으로 밀어놓았다.서은주는 순간 멍해졌다.평소라면 살갑게 굴던 아이가 오늘은 너무도 달랐다.이쯤 되니 이번 가출이 자기 때문인 것 같았다. 서은주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이모가 싫어졌어? 그래서 내가 사준 것도 안 먹는 거야?”“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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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서은주 역시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육민찬은 겁먹은 얼굴로 그녀의 뒤에 바짝 숨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모습이었다.“일단 앉아서 밥부터 먹어.”육강민은 아직 분이 풀리지 않은 얼굴이었지만 억지로 감정을 눌러 담았다.아이는 자기 몫의 식사를 들고 서은주 옆으로 바짝 붙어 앉았다.육강민을 바라보는 그 눈빛은 마치 맹수를 보듯 경계심 가득했다.식사를 마친 뒤, 서은주는 돌아가려 했지만, 육민찬이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결국 서은주는 아이와 함께 육씨 가문의 저택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육씨 가문 식구들은 서은주에게 거듭 고마움을 전했고, 박명숙은 육민찬을 품에 안으며 눈시울을 붉혔다.“이 녀석아, 숨넘어갈 뻔했잖니.”박명숙은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었다.“죄송해요…”육민찬은 고개를 푹 숙였다.“가출까지 할 만큼 누가 너를 괴롭힌 거냐?”아이는 고개를 저었다.“동생이 생기면 다들 저를 안 좋아할 거잖아요.”순간, 거실이 조용해졌다.“유치원에 통통이도 부모님이 동생 낳고 나서 안 놀아줬대요…”육민찬은 고개를 떨궜다.“그래서 집을 나간 거니?”박명숙이 다시 물었다.“그냥… 혼자 좀 생각하고 싶었어요.”육민찬은 생각보다 훨씬 어른스러웠다.정말로 동생을 거부했다면 서은주에게 아침을 양보하지도 않았을 것이다.그저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었고 다만 ‘혼자 마음 정리하러 나간다’는 계획은 중간에 완전히 어긋나 버렸지만 말이다.“민찬아, 이리 와.”육강민이 손짓하자, 아이는 조심스럽게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빠… 걱정하게 해서 죄송해요.”“동생이 생기면 아빠가 널 사랑하지 않을까 봐 무서웠어?”육강민은 무릎을 굽혀 아이와 눈높이를 맞췄고, 육민찬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동생이 어릴 땐 말도 못 하고 걷지도 못하니까 사람들이 좀 더 신경을 쓸 수는 있어. 그렇다고 해서 널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야. 증조 할머니께서 큰아빠를 아끼는 것처럼, 아빠도 아끼는 거지”육민찬은 미간을 찌푸렸다.“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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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제 아내랑 제 아들이 억울해지는 건 상관없단 말입니까?”육강민의 반문에 거실 공기가 순간 가라앉았다.아내라는 말에 서은주의 심장이 미세하게 흔들렸다.“회사 창립 기념식 날 찍힌 영상이 있습니다.”육강민은 휴대폰을 열어 박명숙 앞으로 내밀었다.박명숙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영상을 받아 보더니 담담히 말했다.“집사, 가희 불러와.”육가희가 도착하기 전, 육강민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마당 담장 아래 있던 작은 구멍을 막게 하고, 그동안 사각지대였던 곳들에 전부 CCTV를 설치하라고 지시했다.육민찬이 무사한 걸 확인한 육진국은 낚시를 나갔고, 육남혁은 오전 수업이 있어 학교로 향했다.**육가희는 본가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놀라움과 기쁨이 동시에 밀려왔다. 박명숙이 마침내 그녀를 집에 불러들인 것이다. 최근 진백현 앞에서 체면을 구겼고, 그의 태도도 눈에 띄게 차가워진 터라 육가희는 자신의 위치를 똑똑히 보여 주기 위해서 일부러 진백현을 불렀다.하지만 차에서 내리자마자, 마당에서 서은주와 함께 놀고 있는 육민찬을 보는 순간, 육가희의 얼굴이 그대로 굳어 버렸다.‘설마, 계획이 틀어진 건가?’그녀는 애써 웃으며 아이를 불렀다.“민찬아.”그러나 육가희에게 자신이 속았다는 걸 알아차린 육민찬은 얼굴에 모든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육가희가 다가오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육가희의 표정이 다시 한번 굳었다.그때 서은주도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육가희가 불쑥 그녀를 불러 세웠다.“서은주, 내가 당신을 너무 얕봤어.”“나도 마찬가지예요.”서은주는 담담히 그녀를 바라봤다.“못된 건 알고 있었지만, 아이한테까지 손댈 줄은 몰랐거든요.”그 말에 육가희는 단번에 상황을 파악했다.박명숙이 자신을 부른 이유는 추궁하기 위해서일 것이다.등골이 서늘해진 그녀는 급히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한편, 진백현은 트렁크를 열고 선물을 꺼내고 있었고 거리상 그 두 사람의 대화는 들리지 않았다.여긴 육씨 가문이었으니 설령 후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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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무슨 일이냐?”지팡이를 짚고 밖으로 나온 박명숙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흑흑… 증조 할머니...”오늘 흰 원피스를 입은 육가희는 왼쪽 뺨을 감싼 채, 눈가는 새빨갛게 물들었다.억울하고 처연한 표정은 마치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가녀린 꽃 한 송이 같았다.육가희는 서은주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은, 은주 씨… 어떻게 저한테 손찌검을 할 수 있어요?”서은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육가희를 내려다봤을 뿐이다. 그 눈빛은 마치 정신 나간 사람의 연극을 지켜보는 관객 같았다.“은주야?”집 안에서 나온 육강민이 곧장 서은주 앞으로 다가왔다.그의 시선은 살짝 붉어진 서은주의 손목에 멈췄다.“괜찮아? 어디 다친 데 없어?”그러자 육가희가 울먹이며 매달렸다.“작은 아빠! 맞은 건 전데 왜 제 상태는 안 물어보세요?”“이모가 그럴 리 없어.”육민찬도 뛰어나와 서은주를 감쌌다.“전부 저 여자 편을 드는 거예요?”끝내 눈물을 흘리고 마는 육가희는 진백현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일어났다.“됐어요… 그냥 제가 재수가 없었던 거겠죠.”한주미의 얼굴을 찌푸렸다.“그만 울고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해!”이 육가희라는 아이는 올 때마다 집안을 뒤집어 놓으니 여간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아니었다. 육강민은 서은주의 손을 잡고 사람들 사이에 섞여 집 안으로 들어갔다.“강민 씨…”서은주가 조용히 그를 불렀다.“알아.”육강민의 말투는 단호했다.“네가 손댔을 리 없어.”그 한마디에 서은주의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렇게까지… 저를 믿어요?”“곧 내 아내가 될 사람인데. 너를 못 믿으면 누굴 믿겠어? 걱정하지 마.”그의 망설임 없는 태도에 서은주의 가슴이 포근해졌다.서은주는 조심스럽게 그의 손을 다시 꼭 잡았다.그녀가 먼저 손을 잡는 일은 거의 없었기에, 육강민도 그 손을 잡아주었다.한편, 뒤따르던 육민찬은 입을 삐죽였다.‘나, 되게 남는 사람 같은데? 아까까지만 해도 아빠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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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두 분도 보셨죠?”육가희가 갑자기 흥분하며 소리쳤다.“이렇게 두 분 앞에서도 저를 욕하잖아요!”“정말… 저 아이가 너를 때렸다는 거야?”박명숙은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네, 맞아요. 저 사람이 때렸어요!”육가희는 단호하게 말했다.“일부러 작은 아빠에게 꼬리 친 것도 다 저랑 백현 씨에게 복수하려고 그런 거예요. 그러니 절대 저 여자 말 믿으시면 안 돼요.”그 말은 듣고 보니, 그럴듯하게 들리기도 했다.서은주가 진백현을 좋아했다는 건 강성에선 모르는 이가 없었고, 파혼하자마자 육강민과 함께한 것도 확실히 의문을 살 만했다.육가희는 점점 더 흥분하며 서은주 앞으로 성큼 다가가 급기야 삿대질까지 서슴지 않았다.“아직 모르시죠? 예전에 저 여자가 계단에서 밀치는 바람에 한동안 병원에 입원했었어요. 제 아무리 보살이더라도 용서 못해요.”“육가희.”육강민의 목소리가 음산하게 내려앉았다.“다시 묻겠다. 정말로, 은주가 너를 때렸어?”“네, 때렸어요!”“지성.”육강민이 갑자기 육지성을 불렀다.“그 자리 CCTV 영상 틀어.”“C… CCTV요?”육가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그 자리에 카메라가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얼마 전에 새로 설치했지.”육강민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이렇게 빨리 쓰게 될 줄은 몰랐네.”그의 눈빛에 차가운 살기가 스쳤다.잠시 후 재생된 영상에는 육가희가 먼저 서은주의 손목을 붙잡고, 서은주가 거의 힘을 주지도 않았는데도 스스로 넘어지는 장면이 선명하게 담겨 있었다.“사람은 거짓말을 해도 CCTV는 거짓말 안 하지.”육강민이 냉정하게 말했다.“육가희, 할 말이 더 남았어?”“그게…”말을 더듬고 있는 육가희는 얼굴에 핏기 없었다.자신이 혼신을 다한 연기가 이렇게 빨리 들통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녀는 급히 고개를 돌려 박명숙을 바라봤다.“증조 할머니…”말을 잇는 사이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그때 한주미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또 울어? 누명 쓴 사람은 울지도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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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방 안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육가희는 완전히 얼어붙은 채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불에 덴 듯 화끈거리는 왼쪽 뺨을 감싸 쥔 육가희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서은주를 올려다봤다.“무슨 짓이에요?”“미안해요.”서은주는 즉각 사과했지만, 육가희를 내려다보는 그 태도에는 조금의 미안함도 느껴지지 않았다.그 오만한 모습에 육가희의 분노는 오히려 더 치밀어 올랐다.“때려놓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다예요?”바닥에서 겨우 일어난 육가희는 이를 악물고 그녀를 노려봤다.서은주는 억울한 기색으로 말했다.“사과했으면 된 거 아니에요?”육가희는 말문이 막혔다.조금 전, 자신이 서은주에게 던졌던 말이었고 그대로 자신에게 돌아온 것이다.육가희는 뺨을 감싸 쥔 채 고개를 돌려 박명숙에게 달려가 울먹이며 무릎을 꿇었다. “보셨죠! 완전 안하무인이라니까요.”“그래?”박명숙은 발치에서 울고 있는 육가희를 무심하게 내려다봤다.“제가 잘못한 건 맞지만 그래도 사과했잖아요. 제 얼굴 좀 보세요, 이렇게나 부었는걸요.”육가희는 고개를 들어 눈물로 범벅된 얼굴을 내보였다.박명숙은 잠시 서은주를 바라봤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지만, 서은주의 눈엔 조금의 두려움도 없었다.손을 댄 순간부터 모든 걸 감당할 각오는 이미 끝난 얼굴이었다.박명숙은 고개를 숙여 여전히 다정한 손길로 육가희의 뺨을 살짝 어루만졌다.“부은 건 아니고 조금 붉어졌을 뿐이다.”“너무 아파요.”육가희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어린애처럼 매달렸다.“가희가 많이 억울했겠구나.”“그쵸? 역시 저를 제일 아껴주시는 건 증조 할머니뿐이세요. 그러니 꼭 제 편 들어주실 거죠?”육가희는 박명숙의 팔을 붙잡고 앙탈을 부렸다.박명숙은 여전히 그녀의 뺨을 쓰다듬고 있었다.서은주가 이제 곧 자신을 향한 질책이 떨어지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짝—!”소리가 다시 울렸다.박명숙은 돌연 손을 들어 육가희의 뺨을 후려친 것이다.서은주가 때렸던 바로 그 자리였다.박명숙의 손놀림은 빠르고 정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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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이걸 인정하는 순간, 증조 할머니는 물론이고 작은 아빠도 자신을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게 분명했다.“좋다, 일부러 그런 일을 한 게 아니라고 치자. 그럼, 회사 창립 기념식 파티에 관련해서 할 말은 없느냐?”육가희의 심장이 다시 한번 철렁 내려앉았다.저질러온 짓들이 너무 많아, 어떤 걸 말하는 건지조차 감이 오지 않았다.괜히 잘못 말했다가 죄 하나 더 얹힐까 봐 가슴이 쿵쾅거리고 손발마저 덜덜 떨렸다.“아까 모함할 때는 그리도 말 잘하더니, 지금은 왜 벙어리가 됐어?”한주미는 가볍게 웃으며 묻자, 육가희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땐… 서은주 씨가 가진 아이가 작은 아빠 아이란 걸 몰라서 순간적으로 말이 좀 지나쳤을 뿐이에요.”“그게 다냐?”박명숙은 육가희를 뚫어지게 바라봤다.세월을 견뎌낸 그 눈빛은 세상의 더러움까지 모두 꿰뚫어 보는 듯했다.“정말… 그것뿐이에요.”육가희는 끝까지 버텼다.그리고 서은주를 흘끗 보며 덧붙였다.“혹시 저 사람이 무슨 말을 한 건가요? 약혼자를 빼앗겼다고 생각해서 저를 무척 싫어하거든요. 그 사람 말 믿으시면 안 돼요.”“가희야.”박명숙은 낮게 웃었다.“너는 내가 어릴 때부터 지켜본 아이다. 그래서 네가 잘못을 해도 기회를 주고 싶었지.”잠시 숨을 고른 뒤, 목소리가 차갑게 내려앉았다.“그런데 말이다. 내가 기회를 줘도 너는 바뀌지 않는 모양이구나.”“창립 기념식 날 파티에서 네가 저 아이를 밀지 않았느냐?”육가희는 온몸이 크게 떨리며 동공이 확장됐다.박명숙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 공포로 가득했고, 본능적으로 연신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전 그러지 않았어요. 밀지 않았어요.”“아직도 인정 안 할 셈이냐?”급기야 박명숙이 큰 소리로 호통쳤다.“증거를 눈앞에 들이밀어야 정신 차릴래?”육가희의 눈물은 걷잡을 수 없이 쏟아졌다.“지금까지 네 일을 굳이 들춰내지 않은 이유는 너 스스로 인정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끝까지 고집을 부리면서 오히려 남을 모함하는구나!”박명숙은 차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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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육가희가 육지성에게 끌려간 뒤, 진백현도 밖으로 나왔다.차 안에서 육가희는 눈물을 훔치면서도 계속 서은주를 저주했다.“분명 그년이 증조 할머니한테 내 욕을 잔뜩 했을 거예요. 뱃속에 든 애를 믿고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아는 거지. 증조 할머니가 나를 얼마나 아끼시는데, 지금은 잠깐 화나신 것뿐이에요. 조만간 내가 반드시 그년을 육가에서 쫓아낼 거라고요.”“저딴 천박한 년이 누구 씨를 품고 있는지도 모르잖아요.”“...”진백현은 육가희를 발판 삼아 단번에 신분 상승을 꾀하려 했지만, 육씨 가족들 앞에서 연달아 체면이 구겨져 이미 분노와 짜증이 가득한 상태였다. 그런데 육가희는 아예 쫓겨나기까지 했고, 자신은 그녀 때문에 서은주와 약혼까지 파기했다. 잔챙이 잡으려다 큰 고기 놓친 격이라 스스로가 참으로 어리석고 한심했다. 게다가 쉼 없이 감정을 쏟아내는 육가희의 모습에 그간 참아야만 했던 분노가 끝내 폭발하고 말았다.“그만 좀 해요.”육가희는 순간 멈칫했다.진백현은 늘 그녀의 비위를 맞추는 존재였다.박명숙이나 서은주가 그녀에게 소리 지르는 건 그렇다 쳐도, 언제부터 자신을 따라다니던 주제에 감히 언성을 높이게 된 건가 싶었다.“후회되면 서은주한테 가요. 그년 지금 아마 당신 같은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걸요?”진백현은 정말로 후회하고 있었다.그런데 육가희는 꼭 이렇게 상처 위에 소금부터 뿌렸다.그도 더는 참을 수 없었다.“정말 답이 없는 사람이네!”“당장 내려! 꺼지라고!”육가희는 소리 지르며 그의 손에서 핸들을 낚아챘다.도로 위에서 달리고 있는 차는 좌우로 크게 흔들렸고, 진백현이 제때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면 가로등을 들이받았을지도 모른다.“나보고 꺼지라고?”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던 진백현이 육가희를 향해 소리쳤다.“이건 내 찬데, 꺼질 사람은 너지!”“그래, 내가 꺼져줄게!”육가희는 씩씩거리며 차 문을 세게 닫았다.“진백현, 두고 봐. 울면서 나한테 매달릴 날이 올 거니까.”말이 끝나자마자, 진백현의 차는 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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