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Kabanata 451 - Kabanata 460

640 Kabanata

제451화

“자기 생각은 안 하더라도, 양이나는 좀 생각해 줘야 하지 않겠어요?”서은주가 낮게 웃었다.“지난번에 보니까 옷이랑 가방까지 내다 팔던데 한때 재벌가 따님에 톱스타였던 사람이 그 지경까지 됐으니, 참 딱하더라고요.”“이 년이, 내가 널 못 죽일 것 같아?”노설연은 칼을 움켜쥔 채 손끝을 부들부들 떨었다.정신 상태는 이미 한계였고 머릿속은 뒤죽박죽이라 망설이고 있었다.서은주를 죽일 생각으로 온 그녀가, 결정적인 순간에 흔들리고 있었다.그때였다.서은주가 발치에 놓여 있던 핸드백을 번쩍 들어 올려 노설연의 머리를 향해 힘껏 내리쳤다.“윽!”예상치 못한 공격에 노설연은 신음을 토했다.머리가 멍해지며 균형을 잃었고 나이프가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서은주는 재빨리 칼을 집어 들었다.노설연이 다시 빼앗으려 하자, 서은주가 나이프를 휘둘렀고 날 선 칼끝이 그대로 노설연의 손바닥을 그었다.날카로운 비명이 공묘 상공을 찢듯 울려 퍼졌다.주변에 잠복해 있던 경찰들조차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 발걸음을 재촉했다.용의자가 눈치챌까 봐 일부러 거리를 두었던 터였다.노설연은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졌다.하지만 서은주는 다시 한번 힘을 주어 칼날을 더 깊이 밀어 넣었다.눈이 뒤집힐 듯한 통증이 노설연을 덮쳤다.“내가 독하면 어린아이를 납치한 건 당신은 뭔데? 화풀이할 거면 나한테 하라고!”이틀째 제대로 눈을 붙이지 못한 서은주의 눈은 핏발이 서 있어 마치 사람을 베어버릴 칼날처럼 날카로웠다.서은주는 틈을 노려, 칼을 빼앗기 위해 일부러 노설연을 자극했던 것이다.노설연은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손바닥이 칼날에서 빠져나오며, 피가 줄줄 쏟아졌다.이를 악물고 숨을 들이켠 노설연은 원한에 사무친 악귀처럼 서은주를 노려보았다.하지만 이제 칼은 서은주의 손에 쥐어져 있었고 형세는 완전히 뒤집혔다.“말해. 육민찬 어디 있어?”서은주가 칼자루를 꽉 쥐었다.“그렇게 걱정돼?”노설연이 집요하게 그녀를 노려봤다.이런 상황에서라면 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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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2화

“서은주, 널 죽여버릴 거야! 죽여버리겠어!”노설연은 여전히 미친 듯이 소리쳤다.그러나 서은주는 아랑곳하지 않았다.오직 나이프로 그녀의 등을 천천히 그으며 어디가 좋을 지 재고 있었다.“다음은… 어디가 좋을까?”아무리 광기에 휩싸여 있다 해도,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오자, 공포는 본능처럼 밀려왔고, 전신이 덜덜 떨렸다.땅속에서 피어오른 냉기가 몸을 휘감았다.서은주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손끝 하나 떨지 않고 칼을 내리꽂았다.“떨지 마. 내가 실수로 위치를 잘못 잡으면… 그 자리에서 끝날 수도 있거든.”입가엔 희미한 미소, 말투는 가볍기까지 했다.그러나 칼을 들어 올리는 동작엔 단 한 점의 망설임도 없었다.육민찬의 생사가 불분명한 이 순간, 노설연을 산 채로 찢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때, 멀리서 잠복 중이던 경찰들이 다급히 달려왔다.묘지 쪽에서 끊임없이 비명이 터져 나오자, 혹시라도 서은주가 다쳤을까 봐 그들의 신경은 극도로 곤두서 있었다.그런데 현장에 도착해보니, 서은주는 무릎으로 노설연을 단단히 눌러 제압하고 피가 잔뜩 묻은 나이프를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노설연의 등은 피로 흠뻑 젖어 있었고, 마치 물 밖에 내던져진 죽어가는 물고기처럼 땅바닥에 엎드린 채 숨만 겨우 내쉬고 있었다.서은주의 눈은 새빨갛게 충혈돼 있었다.그녀가 다시 칼을 들어 올리려는 순간, 따뜻한 손 하나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은주야…”고개를 들자, 육강민이 보였다.몸이 굳어버렸다.육강민이 칼을 빼앗으려 했지만, 서은주는 꽉 움켜쥔 채 놓지 않았다.“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 민찬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어요.”“은주야. 칼 줘.”눈이 이미 광기로 가득했던 노설연은 서은주가 조급해질수록 더더욱 입을 열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어쩌면 마지막 순간까지도 입을 열지 않을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서은주에게 살인자라는 꼬리표가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육강민은 힘으로 칼을 빼앗았다.곧바로 경찰 몇 명이 달려들어 노설연을 들것에 옮겼다.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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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군 생활을 했던 육강민은 체력이 남달랐고 날이 밝아올 때까지 경찰과 함께 산을 뒤졌다.희미하게 동이 틀 무렵, 휴대전화가 진동했다.“대표님, 아이 찾았습니다!”육민찬을 가장 먼저 마주한 사람은 서은주였다.한 경찰이 아이를 등에 업은 채 산을 내려오고 있었다.한쪽 신발은 사라진 상태였고 노설연이 붙잡힌 뒤로 하루 종일 굶었던 탓에 얼굴은 창백했다.그 모습을 보는 순간, 서은주의 심장이 무언가에 세게 얻어맞은 듯, 내려앉았다.“…민찬아.”목이 잠긴 채로 이름을 불렀다.“엄마.”육민찬이 두 팔을 벌렸고, 서은주는 그런 녀석을 꼭 끌어안았다.미약하지만 분명한 온기가 전해지자, 서은주를 짓누르던 긴장이 와르르 무너지고 눈물이 터졌다.“엄마, 울어요?”육민찬이 그녀의 목을 끌어안고 고개를 갸웃했다.“울지 마요”작은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려 애썼다.그때서야 서은주는 아이 손목에 남은 멍 자국과 밧줄 자국을 보았다.서은주의 눈물이 멈추질 않자, 육민찬이 당황했다.“엄마, 왜 자꾸 눈물 흘리는 거예요…”닦을수록 눈물은 더 흘렀다.“엄마, 나 괜찮아요! 진짠데!”그는 서은주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볼에 쪽 입을 맞췄다.“울지 마요, 네?”“…그래, 안 울어.”서은주는 숨을 고르며 물었다.“어디 아픈 데는 없어? 맞은 데는? 널 때리진 않았어?”육민찬이 눈을 반짝였다.“내가 그렇게 걱정됐어요?”“당연하지. 엄마 아들이잖아.”녀석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고 서은주의 목을 더 세게 끌어안았다.“엄마를 제일 사랑해요.”콧등이 시큰해지고 가슴은 따뜻하게 녹아내려 며칠간의 공포와 피로가 이 한순간에 스르르 사라지는 듯했다.그때 육강민이 다가왔다.육민찬은 이번엔 아빠 품에 안겼다.그러고는 또 한마디.“아빠를 제일 사랑해요.”산에서 모두 철수할 때쯤, 하늘은 막 밝아오고 있었다.차량들이 떠오르는 해를 등지며 산에서 내려왔다.육민찬은 차량 유리창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말했다.“아빠, 엄마! 해 떠요! 진짜 예뻐요!”“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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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화

육민찬 납치 사건은 처음엔 철저히 비밀로 진행되고 있었지만, 경찰이 도로를 통제하고 검문을 벌이며, 산을 대대적으로 수색하면서, 소문은 결국 퍼져 나갔고 노설연이 체포됐다는 사실도 금세 세상에 알려졌다.여론은 흉악범을 엄벌하라는 목소리가 쏟아졌다.*그러나 양이나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어머니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이 도운 일과 사건 직전 따로 만났던 사실까지 털어놓을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양이나는 가족으로 면회를 신청했다.노설연은 서은주에게 여러 차례 찔렸다.치명상은 아니었지만, 통증은 극심했다.의사는 정신 상태가 불안정하니 자극하지 말라고 당부했다.병실 문이 열리고, 딸을 보는 순간, 노설연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이나야…”“엄마, 정말 강민 오빠 아이를 납치한 거예요?”무언가 말하려던 노설연은 딸의 원망 어린 눈빛을 보자, 목이 턱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너무 어리석었어요. 아빠를 찌른 것도 모자라, 어떻게 애한테까지 손을 대요? 정말 실망이에요. 난 이런 엄마 필요 없어요. 엄마가 우리 가족을 다 망쳤다고요. 날 이렇게 만든 것도 엄마 때문이에요. 차라리 죽어버려요.”옆에 있던 경찰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 조심하라고 경고했다.노설연은 딸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기쁨에 젖어 있었는데 쏟아지는 원망을 듣고는 잠시 당황했다.자신이 가장 아끼던 딸이 자신의 죽음을 바란다는 건 너무 충격이었다.“이나야… 엄마 원망하니?”노설연의 목소리가 떨렸다.“엄마는 다 널 위해서였어.”서은주가 양이나를 들먹이며 협박하지 않았다면, 노설연은 진작 서은주를 죽였을 것이다.양이나가 사람을 죽였어도 노설연은 대신 죄를 뒤집어쓸 각오도 되어 있었다.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딸의 이름은 입 밖에 내지 않으려 했다.그러나 양이나는 그걸 몰랐다.그녀는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를 악물고 계속 자극했다.“아빠는 아직 중환자실에 계세요. 난 연예인인데 엄마는 살인범에, 납치범이라 사람들이 관심이 많아요. 밖에서 저를 뭐라는 줄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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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혀를 깨물고, 창문에서 뛰어내리려 하고, 벽에 머리를 들이받고……할 수 있는 자해는 모조리 시도했다.경찰이 양이나에게 왜 그렇게까지 자극한 거냐고 물은 적도 있었다.그러자 양이나는 그저 어머니가 너무 선을 넘었다며 참을 수 없었다고만 했다.*소식은 곧 육씨 가문에도 전해졌다.육강민은 친분이 있는 정신과 전문의에게 따로 부탁해 상태를 보게 했다.결과는 정신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라 하루 종일 죽을 궁리만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화장실에 갔을 때는 변기에 머리를 처박고 질식하려 한 적도 있었고, 수액 바늘로 눈을 찔러 한쪽 시력을 잃기까지 했다.사람인지 귀신인지 분간이 어려울 지경이었다.그렇다고 경찰과 병원은 그대로 죽게 둘 수는 없었다.노설연이 죽으려 하면, 그들은 살려낸다.그 악순환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됐다.간혹 제정신이 돌아오는 순간도 있었지만, 그렇게 이어지는 삶은 차라리 죽는 것보다 더 참혹했다.*양홍철은 노설연이 완전히 미쳐버린 다음 날 깨어났다.그리고 이틀 뒤에는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양이나는 병상에 엎드려 통곡했다.“아빠, 이제 저한텐 아빠밖에 없으니, 저 버리시면 안 돼요.”혼수상태로 누워 있던 사이, 집안에 벌어진 일들을 듣고 양홍철은 말을 잇지 못했다.양이나는 친딸이었다.노설연에 대한 원망 탓에, 그동안 딸에게도 소홀했던 자신이 떠올랐다.그는 손을 들어 양이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입원해 있는 동안….”침을 삼켰다.“네 동생은… 다녀갔니?”동생?서은주를 말하는 것이었다.아버지가 아직도 그 여자를 마음에 두고 있다니. 양이나의 눈빛에 순간 서늘한 독기가 스쳤다.그러나 곧 눈을 붉히며 말했다.“아니요. 동생은 요즘 결혼 준비로 바쁜가 봐요. 시간이 없었겠죠.”연예계에서 오래 굴렀지만 늘 발 연기라고 손가락질받았다.그러나 현실에서의 연기는 점점 능숙해지고 있었고 연일 병원을 오가며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하나도 빠짐없이 털어놓았다.양홍철은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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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그거 좋은 생각이네. 어디 좀 다녀오면서 기분도 전환하고. 어차피 결혼식까지는 아직 시간도 있으니까.”박명숙이 웃으며 거들었다.“집안일은 걱정하지 말거라. 어차피 남혁이가 있잖니.”저는 뭐, 벽돌입니까? 필요한 데마다 가져다 쓰게?그날 밤, 육수린은 무슨 심술이 난 건지 두 사람 사이에 꼭 끼어 자겠다고 고집을 부렸다.이 또래 아이들의 고집이 쉽게 꺾이지 않는다.오늘따라 너무 지쳤던 서은주는 겨우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머리카락이 어깨 위로 부드럽게 흘러내렸다.예전의 단발은 어느새 어깨를 덮는 길이로 자라 있었고, 윤기 도는 검은 머리칼은 마치 비단처럼 매끈했다.몇 가닥이 목선을 타고 흘러 옷깃 속으로 살며시 스며들었다. 은근히 사람을 홀리는 자태였다.육강민은 손을 뻗어 그 머리카락을 살며시 빼냈다. 그의 눈빛이 순간 깊어졌다.몸을 숙여 재빨리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얇은 입술이 포개지고, 가볍게 머금었다가 천천히 탐했다.허리를 감싼 손이 느릿하게 움직이더니, 숨결이 점점 거칠어졌다.유혹을 견디지 못한 서은주는 낮게 신음을 흘렸다.그때 두 사람 사이에 끼어 자던 육수린이 불만스레 웅얼거렸다.눌려서 답답했던 모양이다.몽롱한 채로 작은 발을 들어 육강민의 복부를 정확히 걷어찼다. 육강민의 얼굴이 단번에 굳었다.그 모습을 본 서은주는 웃음이 터져 버렸다.“요놈이 나를 걷어찼는데, 웃어?”그 말투에는 억울함이 가득했다.“다 큰 어른이 애랑 뭘 다투고 그래요.”육강민은 갑자기 진지하게 그녀를 바라봤다.“나랑 요놈이랑, 누가 더 좋아?”“둘 다요.”“그중 더 좋은 사람.”서은주는 어이없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갑자기 왜 이렇게 유치해진 건지.그녀는 고개를 숙여 딸의 볼에 입을 맞췄다.“가고 싶은 데 있어?”물론 휴가 얘기였다.서은주는 잠시 멈칫했다.부모님이 돌아가신 뒤로 제대로 여행을 가본 적이 거의 없었다.서진우 부부가 데리고 나간 적은 있어도, 서은주에게 어디 가고 싶은지, 뭘 먹고 싶은지 묻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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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화

“비밀입니다.”강희진은 방주헌이 무슨 깜짝이벤트라도 준비한 줄 알았다.그런데 목적지에 도착한 순간, 강희진은 얼어붙었다. 그가 말한 ‘비밀’은 고작 소개팅 자리였다.“어때요, 깜짝 놀랐죠?”방주헌이 윙크까지 해 보였다.“놀랐네요.”이 짧은 한마디는 이를 악물고 겨우 짜낸 말이었다.“마음에 안 들면 다른 사람도 더 알아봐 줄게요. 내가 보장하는데, 매일 안 겹치게 해줄 수도 있어요. 매일매일이 서프라이즈일껄요?”“정말… 고맙네요.”“고맙긴 뭘요. 이모는 제 이모나 다름없고 한 번 이모는 평생 이모니까요!”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속은 이미 뒤집혔다.강희진은 속으로 깊게 한숨을 삼켰다.내가… 이 인간한테 설렜다고?데이트 신청인 줄 알고 설레고 있었던 자신이 한심했다.이런 둔탱이는 연애 자격도 없다.소개팅이 끝난 뒤, 그녀는 요즘 너무 바빠서 피곤하다며 더는 자리 만들지 말라고 못 박았다.방주헌은 그녀의 표정이 썩 좋지 않다는 건 느꼈지만, 왜 그런지는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정말 그냥 피곤한 건가?그는 밤새 고민했다.‘피곤하면 기분 전환이 필요하지.’방주헌은 스트레스 받을 때는 레이싱을 했다.그럼 같이 레이싱하러 가자고 할까?*한편, 회성.비행기가 막 착륙하자마자 강준석에게서 전화가 왔다.“방금 내렸어요.”“출구에 와 있다. 나오면 바로 보일 거다.”그 광경에 강정한은 한숨 섞인 감탄을 내뱉었다.“난 성인 된 뒤로 출장 가거나 돌아올 때 아버지께선 한 번도 데리러 온 적이 없어. 남자는 강해야 한다며 부모님에게 의지하려 하면 안 된다고 하셨거든, 이런 대접은 아마 평생 못 받을 거야.”서은주는 그저 작게 웃을 뿐이다.“얼른! 얼른 가야 해요!”멜빵바지에 노란 모자를 쓴 육민찬이 육강민의 손을 잡아끌었다.육수린은 비행 내내 자더니, 지금은 황금자 어깨에 기대 큰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짐을 찾고 출구로 나간 서은주는 순간 얼어붙었다.빨간 바탕에 노란 글씨로 된 대형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은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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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8화

회성.강씨 가문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육민찬은 내내 들떠 있었다.육수린도 오빠의 기운에 전염된 듯 손발을 흔들며 깔깔 웃었다.서은주가 시력을 되찾은 뒤 처음으로 오는 강씨 가문이었고 생각했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하얀 담장에 푸른 기와가 어우러진 고풍스러운 저택이었다.강지택과 지현은 이미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강지택은 먼저 육민찬을 안아 올렸다.“우리 민찬이, 전에 아주 용감했다면서?”머리를 쓰다듬더니 평안을 의미하는 목걸이를 걸어 주었다.“이 목걸이가 우리 민찬이 무사히 자라도록 지켜줄 거다.”“저 주는 거예요?”“그럼. 마음에 들어?”“네!”육민찬은 서은주의 친자식은 아니었지만, 강씨 가문에서는 조금도 차별하지 않았다.육강민의 마음이 뭉클했다.강씨 가문은 서은주가 이 아이를 받아들였다면, 그들 역시 똑같이 아낄 뿐이었다.혈연이라는 것이 항상 전부는 아니니까.다만 육민찬의 생모가 걸릴뿐이다.장거리 이동에 지친 서은주는 육수린을 데리고 먼저 방으로 들어갔다.반면 육민찬은 에너지가 넘쳤고, 뒷마당에 연못이 있다는 말을 듣고 바로 뛰어갔다.“멀리서 보기만 하고 가까이 가지 마. 위험해.”서은주가 단단히 일러두었다.이미 철이 지난 연꽃은 시들어 있었다.연못은 마치 물감을 쏟아놓은 팔레트처럼 초록과 누런 빛이 뒤섞여 있었다.푸르렀던 연잎은 누렇게 바래고 뒤엉킨 마른 잎들만 남았지만, 그마저도 나름의 운치가 있었다.육강민은 아들이 걱정돼 옆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어느새 다가온 강준석이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그동안 고생 많았네.”노씨 가문을 말하는 것이다.노씨 가문 회사가 그렇게 빨리 인수될 수 있었던 데에 강씨 가문도 많은 역할을 했지만, 겉으로 드러난 일들은 전부 육강민이 힘쓰고 있었다.“별말씀을요.”몇 마디 덕담이 오간 뒤에도 뭔가 더 할 말이 있다는 걸 육강민은 눈치챘다.“하실 말씀 있으시면 편하게 하세요.”강준석은 연못가에서 폴짝거리며 뛰는 육민찬을 바라봤다.“저 아이 말이네. 친모는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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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9화

회성에 도착한 첫날 밤.강씨 가문의 삼대와 함께 자리를 하다 보니, 육강민도 술을 피할 수 없었다.방으로 돌아왔을 때, 서은주는 육수린을 안고 놀아주고 있었고, 육민찬은 카펫 위에 앉아 퍼즐을 맞추고 있었다.강정한이 어릴 적 갖고 놀던 장난감이라 했다.강지택이 손수 만들어 지금까지 간직해 둔 물건이었다.“아빠, 안아.”육수린이 육강민을 보자 두 팔을 뻗었다.요즘은 한 글자씩 또박또박 내뱉기 시작했고 말도, 걷는 것도 또래보다 조금 빨랐다.*한주미는 영리한 아이라고 좋아했지만 그때 육남혁이 한마디 던졌었다.“아인슈타인도 네 살까지 말을 못 해서 부모가 벙어리인 줄 알았답니다. 말 빠른 거랑 지능은 큰 상관 없어요.”한주미는 얼굴이 새파래져 소리쳤다.“그럼 네가 가서 똑똑한 애 하나 낳아 보든가!”육남혁은 그 뒤로 입을 다물었다.*육강민은 허리를 숙여 딸의 엉덩이를 받쳐 안아 올리고 볼에 입을 맞추려했다.“짝!”작은 손바닥이 그의 얼굴에 떨어졌다.육강민은 순간 멍해졌다.낮에는 아들이 진흙 묻은 손으로 몇 번을 치더니, 밤에는 딸에게까지 맞아야 하는가?이 얼굴이 이제 그토록 헐값이란 말인가?서은주와 육민찬도 얼어붙었다.“지지.”육수린이 코를 찡그렸다.아빠에게서 술 냄새가 난다고, 통통한 손으로 그의 얼굴을 밀어냈다.“아빠 싫어?”육강민은 괜히 상처받은 목소리였다.“지지.”육수린은 몸을 비틀며 내려가려 했지만, 육강민은 일부러 놓아주지 않았다.그러자 입을 삐죽이다가 와앙, 울음을 터뜨렸다.서은주가 급히 딸을 받아 안았다.엄마 어깨에 얼굴을 묻고 훌쩍이면서도 또박또박 고자질했다.“아빠… 나빠…”오늘 하루, 육강민은 유난히 상처를 많이 받았다.씻고 나온 육강민까지 네 식구가 한 침대에 누웠다.육민찬이 아버지를 걱정스레 바라봤다.“아빠, 아파요?”“아니.”애 힘이 얼마나 세겠는가!“내가 호 해 줄까요?”“괜찮아.”“그럼 노래 불러 줄게요. 며칠 전에 선생님이 굿나잇 노래 가르쳐 줬어요.”육강민의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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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0화

“저녁은 집에서 먹을 거지?”“그럼요, 당연히 돌아오죠.”“우리 친척들 중에 너를 한 번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마침 연휴라 다들 와 있더구나. 오늘 저녁에 자리 한번 마련해서, 식사도 하고 집안 식구들도 좀 소개해 주려고 한다.”강지택이 웃으며 덧붙였다.“꼭 오늘 아니어도 된다. 시간은 네가 정해라.”서은주가 육강민과 눈을 마주쳤다.“그럼, 오늘 저녁으로 할게요.”강지택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아이들과 함께 바람 쐬러 간 부부는 옆에는 강정한도 있었다.그는 전 일정에 동행했다.회성 지리에 밝으니 가이드 역할을 맡은 셈이었다.거기에 덤으로 보모 역할도 했다.백 번 거절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오빠로서의 책임도 있고, 게다가 솔로였으니 말이다.핫플로 유명한 거리에 도착하자마자, 육민찬은 형형색색의 풍선에 눈이 확 꽂혀 아빠 옷자락을 붙잡고는 하나 사 달라고 졸랐다. 서은주도 알록달록한 귀여운 풍선들을 한참이나 바라봤다.“너도 갖고 싶어?”유모차를 밀던 강정한이 웃으며 물었다.“아니에요.”귀여운 건 거의 모든 여자들의 취향이었다.하지만 엄마가 된 지금, 풍선을 들고 다니는 게 어쩐지 쑥스러웠다.육민찬을 데리고 풍선 사런 간 육강민이 돌아왔다. 아이는 돼지 모양 풍선을 들고 있었고, 육강민은 해바라기 모양 풍선을 서은주 손에 쥐여 주었다.“당신 거야.”“저요? 이런 건 소녀들 취향 아닌가요?”“내 눈엔, 당신이 소녀야.”서은주 볼이 살짝 붉어졌다.예고도 없이 펼쳐진 달달한 폭격에 강정한은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가이드에, 보모도 모자라 이제는 공개 연애 관람객 역할까지 해야 하는 건가?예전엔 육남혁을 두고 ‘집안 공식 일꾼’이라고 비웃었는데 그 자리를 물려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저들 식구는 오붓하게 웃고 떠드는데, 혼자만 덩그러니 남은 기분이었다.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면 강정한은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들었고, 뭘 하자고 하면 말없이 지갑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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