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퇴근 후, 강희진은 육씨 가문에 초대받았다. 육민찬의 과제는 직접 작은 집을 만드는 것이었고 서은주는 머릿속이 하얘졌다.하지만 강희진은 디자이너였고, 강씨 가문은 모두 손재주가 뛰어나, 자연스럽게 도움을 청하게 된 것이다.“요즘 어린이집은 부모까지 지치게 해요.”서은주는 한숨을 내쉬었다.“아이랑 함께 공예도 하고, 각종 행사에도 참여해야 하니, 부모들이 얼마나 힘든지 몰라요.”강희진은 그저 웃으며 펜을 들고 밑그림을 그려주고 필요한 재료도 대략 설명했다.육민찬은 신이 나서 박스와 나뭇잎, 풀잎 등을 찾아 나섰다.“요즘 일은 어때요?” 서은주가 그녀를 살폈다.“너무 힘들어서 짜증 나.”“신입 때는 다 그렇죠, 천천히 익숙해지면 돼요.”“디자이너로 입사했는데, 지금은 자료 출력하거나 커피 사 오고, 차 내놓고, 설거지나 하고 있어. 디자인 관련 업무는 거의 접할 수도 없어 완전 도우미 느낌이야.”강희진은 한숨을 쉬었다.“선배들이 신입 때는 잡일부터 시작한다고, 너무 마음에 담지 말라며 인턴 기간만 버티면 된다고 하더라고.”서은주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힘내야죠.”“물론이지. 난 하늬를 만나려고 이 스튜디오에 들어왔거든. 면접 때 그녀도 있었고, 내 디자인을 좋게 봐주며 함께 일하길 기대한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못 봤어.”하늬는 최근 2년 사이 국내에서 떠오른 신예 디자이너로, 그녀의 우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강희진 역시 하늬를 보고 싶어서 M 디자인 스튜디오에 들어온 것이었다.“잘나가는 디자이너라면 당연히 바쁘겠죠.” 서은주가 웃으며 위로했다.“동료들과는 어때요?”“그럭저럭.” 그녀의 목소리는 힘이 빠져 있었다.강희진은 힘든 걸 못 견디는 공주님은 아니었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고, 방주헌도 요즘 사라져 버려 기운이 빠져 있었다.서은주는 그녀를 살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누가 보면 실연당한 줄 알겠어.’*강희진의 디자인 덕분에, 육민찬이 만든 작품은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았다.녀석은 무척 기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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