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Chapter 431 - Chapter 440

644 Chapters

제431화

“민찬이 최고다!”“그럼, 치킨 하나만 사 주면 안 돼요?”“당연히 되지.”서은주는 요즘 기분이 좋았다.다만 육강민은 노 씨 그룹 인수 문제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어떤 날은 밤낮이 뒤바뀌어 며칠씩 집에 들어오지 못하기도 했다.그러던 어느 날, 노씨 그룹을 모두 정리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뜻밖의 광경을 보았다. 육수린이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발음은 어눌했지만 “엄마”, “오빠”, “할아버지”, “할머니” 같은 단어를 또박또박 흉내 냈다.그런데 유독 “아빠”는 하지 않았다.육강민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낯선 사람을 보듯 멍하니 바라봤다.그가 안으려 손을 뻗자, 육수린은 눈을 깜빡이다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육남혁이 얄밉게 웃음을 터뜨렸다.“맨날 밖에서 일만 하더니, 딸이 아빠를 못 알아보네.”며칠 더 공을 들인 끝에야 육수린은 겨우 “아빠”를 한 번 불러 주었다.그 한마디에 육강민은 온 집안을 다니며 자랑을 했고 육민찬이 혀를 찼다.“아빠, 웃는 거 완전 바보 같아요.”육강민은 말문이 막혔다.‘이 녀석, 점점 겁이 없어지는군.’밤이 되어 육강민이 방으로 돌아와서야 서은주가 물었다.“노씨 가문 일은 다 끝났어요?”“회사 쪽은 정리됐어. 다만 집안 드라마는 아직 끝이 아니지.”“또 뭐가 남았어요?”“양홍철이 정식으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어.”육강민은 그녀를 끌어안았다.“노씨 가문이 완전히 무너졌는데 노설연이 순순히 이혼해 주겠어? 아주 난리야.”“저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장례식’ 이후, 양홍철은 몇 번이나 육씨 가문을 찾아왔다.서은주를 만나려 했지만, 대문조차 넘지 못했다.육강민은 그녀를 무릎 위에 앉히고 얼굴을 그녀의 목덜미에 묻은 채 그녀의 살결을 지분거렸다.“진백현 다리 수술은 유주만 어르신께 부탁했어.”사고 당시, 진백현의 오른쪽 다리는 부러졌다.“수술은 잘됐대. 재활만 잘하면 걷는 건 가능하다고 해. 다만…”“다만?”“후유증은 어느 정도 남을 거야.”명의라 해도 신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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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노설연이 양홍철을 찔렀다고?그 말을 듣는 순간, 서은주는 잠시 멍해졌지만, 곧 차갑게 되받았다.“그래서요? 저랑 무슨 상관이죠?”요 며칠, 서은주는 충분히 생각했고 이미 결론을 내렸다.양홍철은 그녀의 아버지 일 자격이 없고, 자신 또한 그를 인정할 생각이 없었다.수화기 너머에서 양이나가 고함쳤다.“서은주, 너 사람 맞아? 병원에서 위독하다고 했어! 우리 아빠 상태 심각하다는데 병원 안 올 거야?”“‘우리’ 아빠 아니라 당신 아빠겠죠.”“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싸우다 이런 거야. 아빠 지금 죽을지도 몰라. 마지막 얼굴도 안 볼 거야? 너 진짜 무정하다!”잠에서 깬 육강민이 낮게 물었다.“누구야?”양이나는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서은주가 담담히 한마디 던졌다.“미친년이요.”그리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양이나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수술실 바라보다가, 다시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봤다.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선혈이 눈에 비쳐 그녀의 동공마저 붉게 번졌다.곧 경찰이 도착했고, 사건 경위를 묻기 시작했다.불과 반 시간 전의 장면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재생되었다.*양홍철은 오래전부터 노설연과 이혼을 요구해 왔다. 거의 매일같이 싸웠고, 양이나는 이제 그러려니 하고 넘길 정도였다. 그녀는 헤드폰을 끼고 성형 광고를 검색하고 있었다.어떻게든 얼굴을 고쳐야 했다.거실에서는 또다시 언성이 높아졌다.“그때 나한테 매달려 결혼하자던 게 누군데? 그 여자 사랑했다면, 내가 임신했을 때 아버지가 협박한다고 해도 왜 함께 도망치지 않았어?”노설연이 비웃었다.“결국 노씨 가문의 힘을 못 놓은 거잖아. 이제 우리 집이 망했다고 나 버리고 강씨 가문에 빌붙으려는 거야? 어림도 없어!”“당신 정말 추해!” 양홍철의 이가 덜덜 떨렸다.“그래, 난 강여진만큼 예쁘지도, 기품도 없고, 당신 마음도 못 읽지.”노설연의 입꼬리가 비틀렸다.“그래도 어쩌겠어? 그 여잔 이미 죽었잖아. 잘 죽었어! 그런 여자는 진작 죽었어야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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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노설연도 순순히 당하고만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정신을 차리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양홍철의 얼굴을 향해 마구 손톱을 휘둘렀다.앞뒤 가릴 것 없이, 이 못된 남자의 얼굴을 갈아엎어 버리고 싶었다.한때 그녀는 경성에서 수많은 구애를 받던 인기녀였다.조건도 집안도 맞는 남자들이 줄을 섰지만, 그녀가 택한 사람은 하필 양홍철이었다.이유는 단순했다.잘생겼기 때문이었다.무엇보다 다른 남자들처럼 비위를 맞추며 아첨하지 않는 점이 특별해 보였다.정복욕은 남자만의 것이 아니다.여자도 마찬가지다.그녀는 어려서부터 원하는 것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하는 사람이었다.그래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양홍철 곁의 여자들을 모조리 떼어냈다.그렇게 마침내 약혼까지 끌어냈다.그런데 갑자기 강여진이 나타났다.양홍철이 강여진을 사랑한다는 사실은, 노설연을 미치게 만들었다.그때 집안의 힘으로 강여진을 내쫓았고,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돌아보니, 그저 쓰레기 같은 남자 하나 때문에 평생을 걸어버린 셈이었다.생각할수록 억울했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가늘고 날카로운 손톱이 그의 얼굴을 긁어버렸다.양홍철이 비명을 질렀고, 얼굴에 선명한 핏자국이 남았다.무대에 서는 사람이라 목소리로 먹고살지만, 얼굴 역시 중요했다.흉이 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는 부들부들 떨며 노설연의 머리채를 움켜쥐었다.“미친년이! 정신 나갔어!”두피가 뜯겨나갈 듯한 고통에 노설연은 눈이 뒤집힐 듯해 그의 팔을 붙잡고 그대로 입을 벌려, 세게 물어뜯었다.양홍철이 고통에 숨을 들이켰다.그는 팔을 휘둘러 노설연의 뺨을 후려쳤고, 노설연은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었다.예상치 못한 충격에 몸이 탁자에 부딪히고 복부가 모서리에 찍혀 식은땀이 흘렀다.귀에서는 웅웅 소리가 울리고, 눈앞이 번쩍였다.양홍철은 피가 흥건한 팔을 내려다보며 이를 갈았다.“이혼 반드시 할 거야. 변호사를 보낼 테니, 그렇게 알아.”양홍철은 말을 마치고 돌아섰다.“정말 미친 여자야. 넌 여진이 발끝에도 못 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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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엄마?” 양이나 얼이 빠진 얼굴로 중얼거렸다.“이나야, 나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나는 그냥……”노설연은 피로 범벅이 된 두 손을 내려다보다가,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는 양홍철을 보았다.“아빠 죽은 거 아니지? 나 사람 죽인 거야? 나 감옥 가기 싫어, 싫단 말이야!”“엄마, 얼른 도망가요!”양이나의 말에 노설연은 번쩍 정신이 들었다.“그래, 도망… 나 도망가야 해!”집에는 현금이 거의 없었다.노설연은 서둘러 보석 몇 점을 챙겨 허둥지둥 집을 빠져나갔다.그제야 양이나는 119에 전화를 걸어 양홍철을 병원으로 옮겼다.상태는 위중하다고 했다. 치료비도 상당했고, 살릴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는 말까지 들었다.아버지는 수술실에 있고, 외할아버지는 전신 마비로 누워 있어 간병이 필요하다.모두 돈이 드는 일뿐이었다.노씨 가문이 몰락한 지금, 양이나에게 남은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그마저도 성형 수술을 위해 남겨둔 돈이었다.돈을 들여도 아버지가 죽는다면, 그야말로 손해 아닌가!그래서 서은주에게 전화를 걸어 수술비를 내게 하려 했던 것이다.그런데 그 계집애가 그렇게까지 냉정할 줄은 몰랐다.*노설연이 양홍철을 칼로 찔렀다는 소식은 경성에 빠르게 퍼졌다.범행 직후 도주했기 때문이었다.경찰은 전면 수색에 나섰고, 현상수배까지 내렸다.며칠 뒤, 경찰은 직접 육씨 가문 저택을 찾아와 서은주를 만났다.“노설연은 범행 후 도주 중입니다. 현재 상태가 불안정해 극단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도 큽니다. 두 분 사이에 원한이 있으니, 보복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당분간 각별히 조심하십시오.”“알겠습니다.” 서은주는 미소 지으며 감사 인사를 했다.“주변에 수상한 사람이 보이면 즉시 신고하세요. 무엇보다 본인 안전이 우선입니다.”“네, 고맙습니다.”*강씨 가문도 마음이 복잡했다.강지택은 딸이 양홍철에게 농락당했다는 생각만 하면 분이 치밀어 직접 손을 보려 했는데, 그보다 먼저 양홍철이 칼에 찔려 병원에 실려 갔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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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노설연이 아직 붙잡히지 않아, 육강민은 서은주에게 가급적 외출을 삼가라고 했다.그 바람에 방주헌은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원래는 클럽에 룸까지 예약해 두고, 서은주의 무사 생환과 노씨 가문의 몰락을 성대하게 축하할 계획이었는데 그 모든 일정이 틀어져 버린 것이다.결국 그는 술을 잔뜩 들고, 아예 육씨 가문에 들이닥치기로 했다.젊은이들이 한바탕 놀 판이라는 걸 눈치챈 박명숙은 어른들이 집에 있으면 애들이 마음껏 못 논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산에 가서 기도도 하고 소원도 갚고 와야겠으니, 며칠 묵고 오마.”한주미도 거들었다.“마침, 저도 친정에 다녀오려 했어요. 수린이랑 지성이는 제가 데리고 갈게요.”한주미가 친정에 간다 하니, 육진국도 당연히 동행했다.어른들이 떠나자마자, 방주헌과 허경빈이 술과 온갖 음식 재료를 들고 왔다.육강민의 친구들에 손리정, 육지성까지 합세했고, 강희진도 합류했다.강정한은 다이아몬드 물량 정리로 바빠 오지 못했다.식탁 위에는 구리 전골냄비가 올려졌고, 붉은 기름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하얀 김이 피어오르며 매콤한 향이 방 안을 가득 채우자, 저절로 침이 고였다.“자, 다 같이 건배! 우리 형수님 무사하신 거 축하드립니다!”방주헌은 타고난 분위기 메이커였다.그가 있는 한 공기가 식을 틈이 없었다.식사가 끝나자, 카드 판이 벌어졌다.그냥 치기엔 심심하니, 간단한 벌칙 게임을 걸었다.지면 술, 이기면 소원 하나였다.허경빈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이게 무슨 구시대 게임이야.”“모르는 소리 마라. 클래식은 영원하다!” 방주헌이 콧방귀를 뀌었다.첫판은 하이석이 이겼다.그는 육강민에게 서은주에게 사랑 고백을 하라고 했다.평소 차갑게 굴던 육강민이 서은주를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사랑해.”순간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졌다.“아, 너무 느끼하잖아!” 방주헌이 팔을 문질렀다. “닭살 돋았어!”두 번째 판은 육남혁이 이겼다.또 육강민을 지목했다.“형, 뭐 시킬 건데?”육남혁이 싱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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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방주헌은 주위를 한 바퀴 훑어보더니, 시선을 허경빈에게 꽂았다.그 바람에 허경빈은 몸이 움찔했다.“방주헌, 너 뭐 하려는 거야? 나 여자 좋아해!”“누가 너랑 키스한대?” 방주헌이 코웃음을 쳤다.“그럼 그렇게 빤히 보지 마. 무섭잖아.”방주헌은 더 대꾸하지 않고, 술잔을 들었다. 강희진은 그를 한번 보고, 다시 허경빈을 훔쳐보았다.설마 정말 남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강희진은 서열이 높았기에, 아무도 함부로 장난치지 못했다. 식사가 끝날 때까지 강희진은 술을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지만, 방주헌은 이미 제법 취기가 올랐다.방주헌은 술만 마시면 주사가 심해 아무도 그를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육강민은 소파에 널브러져 잠든 방주헌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진짜 아무도 얘 안 데려다줄 거야?”강희진은 그가 취한 모습을 처음 보는지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서은주를 바라보았다.“친구들 아니야? 왜 아무도 안 데려다주려고 해?”서은주는 옅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신 육남혁이 무심히 한마디 던졌다.“술만 마시면 개들도 치를 떨죠.”강희진은 할 말을 잃었다.그 정도라고?맞선 때문에 두 사람은 요즘 부쩍 자주 어울리고 있었다.아무도 나서지 않았고, 게다가 육씨 가문 교외라 대리 잡기도 쉽지 않은 상황. 결국 강희진이 먼저 자기가 데려다주겠다고 입을 열었다.“은주야, 나도 이제 갈게.”오늘 술을 꽤 마신 손리정이 서은주를 끌어안았다.“너, 꼭 행복해야 해. 알겠지?”“너도.” 서은주가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민찬이랑 수린이한테 동생 하나는 만들어줘야지.”그 말에 손리정 몸이 경직되었다.그녀와 육지성은 아직 끝까지 간 적이 없었다.“왜 그래?” 미묘한 변화를 느낀 서은주가 물었다.“나… 그거 좀 그래. 그런 일을 약간 거부하는 것 같아. 몸이 본능적으로 밀어내는 느낌이야.”서은주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가 뭐라도 좀 챙겨줄까? 분위기 좀 살리게.”어디서 꺼냈는지, 서은주는 알약을 그녀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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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진심이야?” 육지성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할 거예요, 말 거예요!” 손리정이 이를 악물었다.“안 할 거면 됐어요!”이렇게까지 먼저 다가갔는데 말이다.오랜 시간 굶주렸던 육지성이기에 더는 참을 수 없었다.그녀가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허리를 단단히 끌어안아 다시 무릎 위로 눌러 앉혔다.침대 위에서는 그는 뜨겁게 다가왔고, 손리정은 그 열기를 모조리 받아냈다.실내 공기마저 누가 불을 붙인 듯 달아올라 숨쉬기조차 벅찰 만큼 뜨거웠다.손리정은 겉보기엔 능숙해 보여도 경험이 부족했고 육지성 역시 마찬가지였다.요령도 없이, 그저 본능에 이끌린 채 서툴게 부딪쳤다.한바탕 소동이 지나고 나니 허리가 끊어질 듯했다.육지성이 욕조에 물을 받아주러 간 사이, 손리정은 겨우 틈을 내어 서은주에게 전화를 걸었다.“은주야, 네가 준 약 진짜 효과 있더라! 나… 진짜로 마음의 벽을 넘은 것 같아. 무슨 약이야?”“칼슘제.”“뭐?” 손리정이 미간을 찌푸렸다.“나 임신했을 때 먹던 칼슘.”“왜 그거 먹고 나서 온몸이 그렇게 뜨거웠지?”“술 때문이겠지. 아니면 네 기분 탓일 수도 있고.”“……”손리정이 이를 갈았다.“은주야, 너 아주 능구렁이 다 됐어!”서은주의 웃음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번졌다.*저녁 모임이 끝난 뒤, 도우미들이 자리를 정리하고 돌아갔다.육남혁도 학교에 급한 일이 생겼다며 자리를 떴다.그렇게 넓은 육씨 가문 저택에는 서은주와 육강민 둘만 남았다.하루 종일 북적였던 탓에 서은주는 몹시 지쳐 있었다.“나 씻고 싶어요.”“내가 안아 줄게.”육강민은 그녀를 번쩍 들어 욕실로 향했다.옷도 채 벗기 전에 샤워기를 틀어버렸다.초여름이라 옷감은 얇았다.물이 스며들자, 천이 살결에 달라붙으며 은은하게 비쳐 평소보다 더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여기선 안 돼……”젖은 옷이 몸에 들러붙어 불편했다.육강민이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막았고 욕실 안은 수증기로 가득 차, 온도가 급격히 올랐다.서은주는 몇 번이나 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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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방주헌은 침대 위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얼굴에는 ‘내가 지금 뭘 겪은 거지’ 하는 표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어젯밤 일을 애써 더듬어봤지만 희미하게 기억나는 건, 강희진이 자신을 집까지 데려다줬다는 것뿐이었다.그 이후는 통째로 비어 있었다.설마 어젯밤 술에 취해 이성을 잃고, 강희진에게 무슨 짓이라도 한 건 아니겠지……?젠장.그랬다간 육강민이든 강정한이든 가만있지 않을 게 분명했다.진짜로 뼈도 못 추리고 죽을 수도 있었다.벌써 자신의 미래가 선명하게 그려졌다.‘방주헌, 이 인간 말종! 어디다 손을 대! 그분은 육강민의 이모란 말이다!’그는 머리를 쥐어뜯다가, 그제야 오른쪽 팔에 긁힌 자국을 발견했다.이건 분명 그녀가 저항하다 남긴 흔적일 것이다.‘차라리 산짐승이라고 개명해라, 이 자식아!’침실 쪽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강희진이 문을 두드린 뒤 들어왔다.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녀는 잠시 멈칫했다.머리는 산발이 되어 사자 머리마냥 부풀어 있고, 얼굴은 겁에 질린 채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굳어 있는 방주헌이었다.“일어났어요?”“하하, 그게… 저는……”방주헌은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어젯밤 입었던 옷은 세탁해서 말려놨어요. 씻고 나오세요.”그녀는 옷을 건네주고는 조용히 방을 나갔다.방주헌은 여전히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였다.멍한 얼굴로 옷을 갈아입고 방을 나왔을 때, 강희진은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어디 가세요?” 그는 무심코 물었다.“장 보러요.”“저도 같이 가요!”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어젯밤 기억은 떠오르지 않았다.어쨌든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확인해야 했다.아침에 너무 충격을 받아 제대로 보지도 못했고 이제야 슬쩍슬쩍 그녀를 훔쳐보다가 입술에 난 상처를 발견했다.“이모, 입술은 왜 그러세요?”강희진이 잠시 멈칫했다.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실수로 깨물었어요.”“아.” 방주헌이 고개를 끄덕였다.“다음엔 조심하세요.”강희진은 말이 없었다.묘하게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무슨 말로 꺼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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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방주헌은 그 말에 잠시 멍해졌다.강희진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다시 고개를 숙여 생선국을 한 숟갈 떴다.그때, 방주헌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흘러나왔다.“몸으로 갚는 건 어때요? 받아주실래요?”강희진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방주헌은 원래도 잘생긴 얼굴이었지만, 지금은 늘어지던 장난기 대신 진지함이 깃들어 있었다.가벼움이 걷힌 그 얼굴에, 강희진은 심장이 두근거렸다.그러나 이내 웃으며 넘겼다.“어젯밤에 토했어요. 옷이 더러워져서, 어쩔 수 없이 벗겨둔 것뿐이에요.”그 말을 듣자 방주헌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정말로 선을 넘은 줄 알았다.“제가 침대에서 잤다면, 이모는 어디서 주무셨어요?”“소파요.”“왜 저를 소파에 안 재우셨어요?” 방주헌이 미간을 찌푸렸다.“옷 벗기니까 바로 제 침대에 누워버리더라고요. 죽어도 안 비켜주던데요.”“……”방주헌은 이마를 짚었다.그럴 법도 했다. 자신이 충분히 그랬을 인간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다.그때 휴대폰이 울렸다.“네, 어머니...말씀드렸잖아요. 저 소개팅 안 나가요. 제 일은 신경 쓰지 마세요. 저 좋다는 사람은 줄 섰다고요 그냥 지금은 연애할 생각이 없을 뿐이에요.”‘연애할 생각이 없다’는 말이 강희진의 귀에 또렷하게 박혔다.그녀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육강민과 서은주가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고, 강희진은 축하하는 마음으로 육씨 가문을 찾았다. 맞춤 제작된 웨딩드레스가 너무 아름다워서 눈을 뗄 수 없었고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다.특히 드레스를 입은 서은주는 아찔하게 드러난 쇄골라인과 잘록한 허리로 매혹적인 아우라를 자랑했다.“너무 예쁘다.” 강희진이 웃었다.“이모도 나중에 결혼하면 더 예쁜 드레스 입게 될 거예요.”치맛자락을 정리하던 서은주는 강희진의 입술에 시선이 멈췄다.“이모, 입술은 왜 그래요? 누가 깨물었어요?”“내가 실수로 깨문 거야.”“……”강희진은 무심코 입술을 쓸어내렸다.순간, 어젯밤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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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좁은 공간에서 강희진의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차가운 엘리베이터 벽에 등을 바짝 닿은 채, 본능적으로 숨을 죽였다.하지만 방주헌의 숨은 거칠고 제멋대로였으며 얼굴 위로 쏟아지는 뜨거운 숨결이 불길처럼 번져왔다.가슴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하고 점점 제어할 수 없게 되자, 강희진은 덜컥 두려워졌다.“바, 방주헌……”그의 팔을 붙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며 밀어내려 했다.“아까 뭐라고 했어요?”방주헌이 집요하게 그녀를 내려다봤다.“아무 말도 안 했어요. 일단 비켜요. 곧 도착해요!”강희진은 고개를 돌려, 올라가는 숫자를 핑계로 그의 시선을 피했다.“나 보고 말해요.”그녀의 외면에 방주헌은 살짝 언짢아 보였다.하지만 강희진은 이를 악물고 대꾸하지 않았다.“나한테 남자 좋아하냐고 물었죠?”방주헌은 분명히 들었다.심장이 더 세게 쿵쿵 울리는 바람에 강희진은 그의 얼굴을 마주할 수 없었다.“누가 그런 말 했어요.”“아, 아무것도 아니에요.”“난 남자 안 좋아해요.”“알겠어요.”그녀가 다시 밀어내려 했다.“안 믿잖아요.”건성으로 대충 대꾸하는 모습에 방주헌은 그녀가 믿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증명해 줄게요.”“증명?”그녀가 되묻는 순간, 엘리베이터가 멈췄다.“도착했어요. 가요.”그녀가 고개를 드는 찰나, 방주헌이 갑자기 고개를 기울였다.두 사람의 입술 사이, 남아 있던 거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강희진의 몸이 그대로 굳어버리고 머릿속이 새하얘졌다.그의 입술은 너무나 뜨거웠고 너무나 부드러웠다.뜨겁게 달궈진 입술이 그대로 그녀의 입술에 달라붙었다.그 순간, 강희진은 자신의 심장 소리가 귓가를 후려치고 그의 팔을 잡은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설마 이게 그가 말한 ‘증명’이라는 건가?강희진은 눈을 크게 뜬 채, 성큼 다가온 방주헌을 바라보았다. 다만 키스에 서툰 탓에 조심스레 그녀의 입술을 빨아들여 약간의 통증이 번졌다. 방주헌은 그녀가 너무 말캉하고 달콤하게 느껴졌는지, 집어삼킬 듯이 그녀의 입술을 깨물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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