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Bab 631 - Bab 640

991 Bab

제631화

행복이는 세 다리로만 버티는 처지였지만 양이나는 쉬이 따돌릴 수 없었다.그렇게 쫓고 쫓기는 추격이 한참 이어지던 와중에 행복이가 갑자기 몸을 날려 양이나의 팔을 그대로 물어버렸다. 일전에 물렸던 곳과 거의 비슷한 위치였다.사람들은 그녀의 날카로운 비명소리만 들을 수 있었다. 찢어진 옷 사이로 피가 줄줄 흘렀다.순식간에 그녀는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행복이는 앞발을 뻗어 그녀가 얼굴을 가리고 있던 모자와 마스크를 거칠게 헤집기 시작했고,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 모두가 동시에 숨을 들이켰다.핏기 없이 메말라 귀신처럼 앙상한 얼굴에 코는 사라졌고, 얼굴 한가운데에는 딱지 앉은 핏자국이 나 있었다.섬뜩할 만큼 흉측한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며 양이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보지 마요… 다들 보지 말라고요!”그 와중에도 행복이는 쉬지 않고 그녀의 팔을 계속 긁어내리며 끝내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그러다 무언가를 알리려는 듯 서은주와 사람들을 향해 짖었다.“행복이, 이리 와!”그러자 꼬리를 흔들며 서은주 곁으로 다가와 계속 짖었다.“다 알아들었으니까, 들어가 있어.”행복이는 영물처럼 정말로 고개를 돌려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서은주!”양이나는 옷이 찢기고, 양쪽 팔에는 개에 긁힌 자국으로 가득했다.얼굴조차도 예외는 아니어서 몇 군데 선명한 상처 자국이 남아 있었다.“감히 개를 풀어? 나 신고할 거야! 죽여버릴 거라고!”“아까 당신이 한 그 행동이 나를 공격하려는 줄 알았나 봐요.”서은주가 담담히 말했다.“뭐?”화가 난 양이나는 숨이 막힐 듯해서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무릎까지 꿇었는데, 그걸 공격이라고 한다고?개가 눈이 삐었어?“이 일 이대로 끝낼 수 없어. 나 당신 고의 상해로 고소할 거야!”양이나는 어떻게든 그녀의 약점을 잡으려 들었다.그 표정은 마치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을 미친개처럼 보였다.하지만 서은주는 차분히 말했다.“제 잘못 맞아요. 인정할게요. 여기 기자들도 많으니 부인할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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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2화

서은주는 사람을 시켜 양이나를 근처 병원으로 데려갔고 양이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계속 중얼거렸다.“이 사람들 당장 놔주라고 해! 나 혼자 병원 갈 수 있다니까. 너까지 따라올 필요 없어! 이렇게 강제로 데려가는 건 불법이라고!”서은주는 그저 웃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바짝 다가가 낮게 속삭였다.“다 언니를 위해서예요.”그 ‘언니’란 말은 마치 목숨을 재촉하는 종소리처럼 들렸다.나를 위해서라고?날 죽이려는 거겠지!개에 물려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치료에 협조하지 않자, 의사조차 의아해했다.결국 사람들을 시켜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찢겨진 옷을 잘라냈다.왼쪽 팔에는 아직도 피가 배어 나오는 선명한 상처가 있었다.그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또 다른 상처가 보였다.“선생님, 빨리 광견병 백신부터 놔주세요.”서은주가 말했다.하지만 의사는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갸웃했다.“이분은 주사를 맞을 필요가 없어 보이는데요. 팔에 있는 상처가 최근에 생긴 것이고 예방접종 기간 중에 다시 물린 경우라면, 재접종은 하지 않습니다.”“그 말은 얼마 전에도 개에게 물린 적이 있다는 말씀이신가요?”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상처를 간단하게 처리한 것 같네요. 날씨가 덥지 않아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벌써 염증이 생겼을 겁니다.”이렇게 자주 개에 물리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사람들의 시선이 묘하게 변했다.그때, 서은주가 낮게 웃으며 말했다.“양이나 씨, 강아지가 어디서 온 건지 아세요?”그러자 양이나는 그녀의 눈을 피하며 더듬거렸다.“당신… 집 개를 내가 어떻게 알아!”“제 친구가 열흘 전쯤에 강도를 만났는데 이 강아지가 그 강도 팔을 물어서 쫓았거든요. 평소엔 얌전한데 오늘은 왜인지 그쪽만 계속 쫓더라고요?”하필 팔만 골라 물었는데 위치까지 비슷하니,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이상한 건, 그 강도가 돈 내놓으라고 하더니, 꺼낼 틈도 주지 않고 칼부터 휘둘렀대요. 강도라기보다는 애초부터 목숨을 노린 것 같았대요.”서은주의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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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3화

“너 때문이야! 네가 아니었으면 우리 외할아버지도 안 돌아가셨고, 우리 엄마도 미쳐버리진 않았을 거야! 우리 집을 이렇게 망가뜨리니, 속이 시원하냐?”“제가 그렇게 만들었다고요?”서은주는 실소를 흘렸다.“양이나 씨, 그 사람들이 그렇게 된 건 전부 그쪽 때문이죠.”상대는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말이었지만, 듣는 사람은 그냥 넘길 수 없었다.서은주는 단지, 양이나가 자신을 물고 늘어지지 않았다면 이런 일까지 번지지 않았을 거라는 뜻이었지만 양이나는 서은주가 뭔가를 알고 있다고 착각했다.설마 내가 사람을 죽인 걸 알고 있는 건가?외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세 사람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스쳐 지나갔다.팽팽하게 버티고 있던 이성의 끈이 툭, 하고 끊어졌다.그러다 아까 의사가 옷을 자르던 가위가 시야에 잡히고, 순간적으로 그것을 낚아챈 양이나는 서은주를 향해 그대로 휘둘렀다.죽어! 차라리 같이 죽자!그녀는 이미 끝난 인생이었기에 서은주와 함께 지옥으로 가겠다는 것이다.병실은 비명소리가 연달아 터졌고 여럿이 달려들어 말렸지만, 끝내 막지 못했다.서은주는 급히 뒤로 물러났다. 바로 그때 누군가가 그녀의 허리를 감아 가볍게 끌어당겨 그대로 품속에 가뒀다. 익숙한 체온과 향기에 서은주는 마음이 놓였다.그녀가 빠져나간 그 자리에 누군가가 뛰어들었고, 발을 들어 그대로 양이나를 날려버렸다.뒤통수가 침대 모서리에 부딪힌 양이나는 머리가 깨질 듯 울렸다.“악!”극심한 고통에 양이나는 비명을 질렀고, 손에 쥐고 있던 가위는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끝까지 정신 못 차리네!”한 번 걷어찬 것으로 성에 차지 않았던 육지성은 양이나를 다시 끌어올려 마구 두들겨 팼다.거친 손길이 정확히 아픈 곳만 골라 때렸다.이미 개에게 물리고 긁힌 상태였던 양이나는 상처가 더 벌어져 그저 머리를 감싸 쥔 채 바닥에 웅크려 덜덜 떨었다.사람들이 달려들어 육지성을 말렸다.이대로 두면 정말로 죽일 기세였다.가까스로 멈춘 육지성은 여전히 씩씩거렸다.“너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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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4화

아버지를 바라보면서도 양이나는 그가 정말 살아 있다는 사실을 여전히 믿지 못했다.양홍철은 정말로 죽으려 했었다.그래서 양이나가 그의 입을 틀어막았을 때도, 몸부림치지 않았다.하지만 하늘은 그를 거두지 않았고, 하필 육강민이 그를 살려냈다.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자신이 평생 해온 일 덕이기도 했다.연극을 하는 사람은 호흡을 중요시했기에 길게 호흡을 이어가는 법을 배운다.하여 보통 사람보다 숨을 오래 참을 수 있었고, 그래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양이나는 자신이 완전히 고립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제 더는 피할 길이 없었던 그녀는 차라리 다 까발리기로 했다.그녀는 서은주를 노려보았다.“사람을 살려놓고도 아무한테도 알리지 않고 오늘 이 순간을 기다린 거지? 사람들 앞에서 내 죄를 까발리고, 나를 지옥으로 떨어뜨리려고. 맞지? 서은주, 너 정말 치밀하구나. 난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너를 당해낼 수가 없네.”“은주와는 상관없다. 내가 알리지 말라고 한 거야!”양홍철이 끼어들었다.“이 지경이 됐는데도 반성은커녕, 남 탓만 하고 있냐? 제대로 밑바닥을 치는구나! 난 계속 기회를 주고 있었다. 이렇게 오래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도, 네가 자수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넌 계속해서 자기 무덤을 파더구나!”“제가 뭘 잘못했다는 거예요!”양이나는 갑자기 감정을 터뜨렸다.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가위를 집어 들고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 모습에 누군가가 가위를 빼앗으려 했지만 미친 듯이 흉기를 휘두르는 양이나 때문에 사람들은 놀라 뒤로 물러섰고, 그러다 그녀는 결국 창가까지 밀려났다.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가위를 움켜쥔 양이나는 가슴속에서 들끓는 증오를 억누르지 못했다.그녀는 두 눈을 부릅뜨고 육강민을 노려봤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는 당신이 나를 사랑하게 될 거라고 믿은 거야.”하지만 육강민은 한 치의 미동도 없었고 얼굴은 냉정하게 굳어 있었다.“언제 그런 착각을 하게 했지?”그 말에 양이나는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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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5화

하지만 서은주의 눈빛에서 거짓이라곤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가장 아껴주던 사람을 제 손으로 죽였고, 심지어 스스로의 얼굴까지 망가뜨리며 다른 사람이 되려 했다.지금까지 해온 모든 일이 한 편의 우스꽝스러운 희극 같았다.결국, 스스로를 광대로 만들어버린 셈이었다.곧,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도착했다.“양이나 씨, 가위 내려놔요!”경찰이 인상을 찌푸리며 외쳤다.“이제 그만해.”양홍철의 목소리였다.어릴 적부터 지켜봐 온 딸이, 이 지경이 된 모습에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내가 아버지를 죽이려 했는데도, 아직도 제가 아빠 딸인가요?”양이나가 아버지를 바라봤다.“넌 언제까지나 내 딸이다. 감옥에 가도 괜찮아. 아빠가 기다릴게.”양홍철이 설득했다.“넌 이미 너무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양이나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 그러다 갑자기 서은주를 바라봤다.“이런 말 할 자격 없는 거 알아도 한 가지만 부탁할게.”“뭐죠?”서은주가 미간을 찌푸렸다.“아빠는 진짜로 너에게 보상하고 싶어 했어. 그러니 한 번만 기회 줘.”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결혼식에도 가고 싶어 했어. 청첩장 받았던 날, 엄청 기뻐했거든. 그런데 식장에는 가지 않으셨어. 사람들 시선 때문에, 너에게 피해 간다고 걱정하셨지. 너한테 준 선물도 전부 직접 하나하나 고른 거야. 예전에 널 힘들게 했을지 몰라도… 진심으로 널 아끼고 있어.”“이나야?”무언가를 눈치챈 양홍철은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서은주, 육강민이 예전에 만났던 그 여자, 바로 너야.”양이나는 눈물을 쏟으면서도 실소를 흘렸다.“처음부터 끝까지 그 사람이 마음에 둔 사람은, 항상 너였다고.”서은주는 당황한 듯 물었다.“무슨 말이죠?”“넌 한 번도 대체품이 아니었어. 그가 찾고 있던 그 눈, 그게 바로 너야.”육강민과 서은주는 서로를 바라봤다. 두 사람의 눈에도 놀라움이 스쳤다.“서은주, 내가 잘못한 거 많아서, 부탁할 자격 없다는 거 알아. 그래도 부탁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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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6화

양이나는 병원에서 아홉 날을 버텼고 죽기 직전이 되어서야 잠시나마 의식이 또렷해졌다.양홍철이 마지막으로 그녀를 찾아갔다.양이나는 장례를 따로 치르지 않았고, 화장만 한 뒤, 간소하게 매장되었다.발인 날, 양홍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찬 바람이 불어와, 나뭇가지가 사각거리며 흔들렸다.묘지는 쓸쓸하고 적막했다.돌아서려던 양호철은 시야에 익숙한 실루엣이 잡혔다.서은주와 육강민이었다.서은주는 아무 말 없이 그저 품에 안은 흰 국화를 묘비 앞에 조용히 내려놓았다.사진 속의 양이나는 여전히 화사하고 꽃처럼 예쁘게 웃고 있었다.서은주가 이곳에 온 이유는 단 하나였다.처음부터 끝까지, 육강민의 마음속에 있던 사람은 서은주였다는 양이나의 마지막 한마디 때문이다.발인을 마친 뒤, 육강민은 차를 가지러 갔다.잠시 부녀 둘만의 시간을 남겨주기 위해서였다.“앞으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서은주가 물었다.“이젠 더는 연극을 할 기운도 없구나.”양홍철은 담담했다.“그동안 모아둔 돈은 혼자 지내기엔 충분해서 작은 집으로 옮길 생각이다. 예전에 알던 동료가 연극 학원을 열었어. 아이들 가르치는 곳인데 거기 가서 좀 도와줄 생각이다.”“경성에 계실 건가요?”서은주가 그를 바라봤고 양홍철이 고개를 끄덕였다.“정착하시면, 주소 보내주세요.”“…”눈시울이 붉어진 양홍철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햇살이 너무 눈부셔서 차마 오래 바라볼 수 없었다.지난 일 년을 떠올리자 문득 한 문장이 머릿속에서 스쳐갔다.세상에는 직시할 수 없는 것이 두 가지 있다.하나는 태양, 그리고 또 하나는 인간의 마음.한 번 뒤틀린 마음으로는 얼마든지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 있다.*두 사람은 묘지 입구에서 헤어졌다.묘지를 빠져나가던 중, 서은주는 차량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진행자는 마침 양이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한때 잘나가던 스타였던 그녀가, 이제는 모두에게 손가락질받는 존재가 되었다.성형, 살인…연예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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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7화

육강민은 음료를 컵홀더에 내려놓고, 다시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옷 다 젖었어요.”서은주가 눈살을 찌푸렸다.“그럼 내가 벗겨줄게.”서은주는 문득, 육강민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옷이 벗겨지자, 피부에 서늘한 기운이 스쳤고 둘은 자연스레 더 가까이 붙을 수밖에 없었다.숨이 얽히며 오랜 시간 서로에게 파묻혔다.그녀의 몸에는 육강민의 흔적들이 여기저기 남겨져 있었다.석양의 잔 빛이 마치 터질 듯한 오렌지 탄산처럼 번져 들어 차 안은 어느새 달콤하고 나른한 기운이 가득 퍼졌다.육강민은 그녀가 숨이 가빠질 때까지 놓아주지 않았고 실컷 욕심을 채운 뒤에야 그녀를 풀어주며,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리해 주었다.“너무 좋다.”“네?”서은주가 고개를 살짝 들어 그를 올려다봤다.“뭐가요?”“처음부터 계속 너였다는 게.”서은주는 말없이 그를 꼭 끌어안았다.“은주야, 나 오늘은 집에 안 가고 싶어.”“그럼, 어디 가려고요?”“우리 둘만 있고 싶어.”“애들 집에 있잖아요.”“부모님이랑 형한테 다 맡겨놨어. 잘 봐주실 거야.”방주헌이 괜히 능구렁이라 부르는 게 아니었다.육강민은 정말 능글맞고 집요하다.이미 다 준비해 놓고, 애초에 거절할 틈조차 주지 않을 생각이었던 거다.*한편, 육남혁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아내랑 놀러 가는데, 애들은 왜 나한테 맡기는 건데?’그가 육민찬을 데리러 갔을 때, 아이는 단번에 그의 기분을 알아챘다.“큰 아빠, 기분 안 좋아요?”“아니야.”“요즘 연주 쌤이 안 와서 그런 거죠?”연말이라 회의가 많고, 연주도 번역 일이 밀려 최근에는 육씨 가문에 오지 못하고 있었다.육남혁은 뜻밖의 이름이 나오자, 잠시 멈칫했다.“내가 기분 안 좋은 게 그 사람이랑 무슨 관련 있지?”“그냥 말해본 건데요.”육민찬이 씩 웃었다.“큰 아빠, 연주 쌤 좋아하죠?”“…”“서둘러 부정하지는 마시고요. 부정은 곧 인정이거든요.”아이의 막무가내는 논리로 상대할 수 있는 게 아니었기에 육남혁은 운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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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8화

육강민이 출근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은, 방주헌 회사와의 협력 프로젝트를 논의하는 것이었다.그런데 미팅 내내, 방주헌이 원망 가득한 얼굴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걸 눈치챘다.그 모습은 꼭 마치 삐친 애인의 얼굴이었다.일 이야기가 끝나자, 육강민이 툭 던지듯 말했다.“너 왜 이렇게 욕구불만처럼 구는 거야?”방주헌은 이 말에 제대로 꽂혀버렸다. 시작도 못 해보고 끝났는데, 무슨 욕구불만이냐고!“이모 곧 회성 내려간다면서?”육강민이 물었다.주든 본사는 회성에 있었고, 연말이 다가오면 각 회사들이 연말 결산을 해야 했다.강정한과 강희진 역시 본사 업무를 처리하러 회성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그 말을 듣자마자, 방주헌은 기운이 쭉 빠졌다.강희진이 회성으로 돌아가면, 설이 지나야 다시 올라올 것이다.장거리 연애라니, 이건 진짜 고역이었다.*강희진이 회성으로 떠난 뒤로 누군가는 집에서 매일 한숨만 푹푹 쉬었다.시간은 금세 흘러, 육민찬은 방학을 맞았지만, 연주는 해외 출장을 가서 당분간 과외도 못 하게 됐다.서은주는 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 비교적 한가해서 아이들과 함께 외할아버지를 뵈러 회성에 다녀올 생각이었다.하지만 육강민은 회사 일이 바빠 함께 갈 수 없었다.그녀 혼자 보내기엔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데 방주헌이 불쑥 끼어들었다.“형, 걱정 마. 내가 갈게. 형수님이랑 애들 내가 잘 책임질 거야.”“연말인데, 너희 회사 안 바쁘냐?”“안 바빠. 하나도 안 바빠!”방씨 부부는 아들이 얼른 장가가길 바라고 있었기에, 아들이 회성에 간다는 말에 적극적으로 밀어줬다.이번은 그가 ‘강희진의 남자 친구’로 처음 인사 가는 자리였기에 격식을 차려야 했다.하여 방씨 부부는 선물을 한가득 준비해줬다.심지어 라미현은 직접 육씨 가문에 행차해 서은주에게 강씨 가문 식구들의 취향까지 물어봤다.서은주는 선물 목록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건 청혼하러 가는 수준이었다.게다가 모든 선물이 전부 짝을 맞춘 구성이었다.“이건 너무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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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9화

이건 많아도 너무 많았다.강지택은 아직 상황 파악도 못 했는데, 육민찬이 달려오며 외쳤다.“증조할아버지! 저 진짜 보고 싶었어요!”“나도 보고 싶었다.”강지택이 아이 머리를 쓰다듬었다.“증조할아버지, 옷에 작은 괴물 그려져 있네요, 너무 귀여워요!”그 말에 강지택의 얼굴이 굳었다.괴물 아니고 이건 귀한 기운을 지닌 신수란 말이다!그렇게 시끌벌적하게 집 안으로 들어섰지만, 방주헌은 예전처럼 편하게 있지 못했고, 두 다리를 가지런히 모은 채 유난히 얌전하게 앉아 있었다.품에 안긴 육수린과 놀아주던 강지택은 쭈굴쭈굴한 방주헌의 모습에 뭐라 해야 할지 몰랐다.“차 좀 들어.”지현이 웃으며 방주헌에게 차를 내밀었다.방주헌은 무심코 말했다.“감사합니다, 아줌마.”지현은 강정한의 어머니로, 자신의 어머니와 또래였기에 습관처럼 그렇게 부른 것이었다.지현이 웃으며 말했다.“희진이랑 연애한다면서, 나를 아줌마라고 부르면 좀 그렇지 않아? 호칭이 너무 꼬이잖아. 누님이라고 부르든가, 아니면 형수라고 불러.”“감사합니다. 형수님.”방주헌은 자연스럽게 고쳐 불렀다.그때, 서은주는 강씨 가문 삼대가 서로 눈빛을 주고받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강지택이 아들을 힐끗 보며 신호를 보냈다.‘네가 먼저 해.’하지만 강준석은 고개를 저으며 눈으로 답했다.‘아버지가 어른이시니, 먼저 본때를 보여주셔야죠.”서로에게 떠넘기던 두 사람은 결국 강정한을 바라봤다.‘네가 해.’강정한은 순간 어리둥절했다.어젯밤만 해도 방주헌에게 기선제압하자며 다들 큰소리치지 않았나?누군 행동으로 눌러버리겠다 하고, 누군 말로 기죽이겠다더니,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서로 떠넘기기만 하고 있었다.세 사람 모두 악역은 맡기 싫었던 것이다.그 속내를 읽어버린 서은주는 그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정말 우스꽝스러웠다.결국 떠밀린 강정한이 나섰다.“방주헌.”방주헌이 긴장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강지택과 강준석의 기대 어린 시선 속에서 강정한은 헛기침을 두 번 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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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0화

초승달이 아슬하게 걸려 있고, 바람은 살갗을 스미듯 서늘했다. 육민찬은 제법 오빠 행세를 하며 육수린을 토닥이며 재우고 있었다. 서은주는 강지택의 방으로 갔다.조용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려 했지만, 강지택은 마음이 딴 데 가 있었고 자꾸만 시간을 확인했다.“졸리세요?”“아니야, 나 아주 말짱해!”딸 가진 아버지 마음이란, 늘 괜히 걱정이 앞서는 법이다.벌써 밤 열 시가 넘었는데, 강희진은 왜 아직도 안 들어오는 거야!*방주헌은 처음으로 ‘남자 친구’ 신분으로 인사를 드린 자리라, 술을 좀 마셨다.강씨 가문에 있을 땐 긴장으로 잔뜩 굳어 있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풀어진 상태였고 알코올이 신경을 타고 올라, 머리까지 몽롱해졌다.호텔에 체크인을 마친 뒤, 강희진은 그가 걱정돼 방까지 데려다주었다.방주헌은 휘청휘청 위태롭게 걷고 있었고, 강희진이 그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그는 얌전히 강희진이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 좁은 공간 안에는 두 사람뿐이었다.천장 조명이 그의 눈동자에 번져 취기가 그대로 드러났고, 그의 손은 술기운에 달아올라, 더욱 뜨겁게 느껴졌다.“내가 이끄는 대로 그냥 따라오네요? 내가 누군지는 알고 이렇게 얌전한 거예요?”강희진이 일부러 장난쳤다.“누군데?”그녀를 빤히 바라보던 방주헌이 갑자기 몸을 기울였다.취한 몸은 제어가 되지 않아, 두 사람의 코끝이 아슬하게 스쳤고 뜨거운 숨결이 강희진의 얼굴을 그대로 덮쳤다. 그저 스치기만 했을 뿐인데도 주변공기가 묘하게 달아올랐다.방주헌이 낮게 웃었다.“알아… 누군지.”“누군데요?”“우리 자기.”강희진는 순간 정신이 아찔했다.술기운 섞인 그의 목소리가 그녀의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 워낙 빼어난 그 미모에 취기가 더해지니, 금방이라도 이성을 놓아버릴 만큼 위험했다.카드를 찍고 방에 들어와 강희진이 카드키를 꽂기도 전에, 방주헌에게 밀려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고, 잡힌 손에 이끌려 몸이 홱 돌아가 등이 문에 닿았다. 이윽고 술 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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