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Chapter 481 - Chapter 490

640 Chapters

제481화

오늘 밤 사건이 너무 많아서, 강희진의 머릿속은 완전히 뒤죽박죽이었다.“너무 늦어서 혼자 가면 위험해요.”방주헌은 굳이 고집을 부렸고, 강희진도 더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가는 내내, 두 사람은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방주헌은 그날 밤 있었던 일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계속 고민했다.차가 지하 주차장에 도착하자, 강희진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며칠 전 내가 술에 취해서 한 말은 미안해요. 그냥 헛소리였다고 생각하세요. 하지만 오늘 일은 정말 고마웠어요. 그리고 이 일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말아 주세요.”방주헌은 머릿속이 하얘졌다.무슨 상황이지?이 말은 무슨 뜻이지?그날 밤 일을 잊으라는 건가?불붙여 놓고 모른 척하겠다는 거야?강희진는 서둘러 차 문을 열고 내렸고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집으로 돌아는 길에도 방주헌이 무언가를 고민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던 것이다.아마 자신과 관련된 일일 테고, 그가 먼저 선을 긋게 되면, 강희진은 너무 비참할 것이다.차라리 자신이 먼저 말하는 것이 체면이라도 세우는 방법이었다.방주헌은 차 안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가슴 한가운데가 텅 빈 듯 허전했고 커다한 상실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이렇게 흘러갈 줄은 상상도 못했다.바로 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방주헌이 발신자를 확인하고 수신 버튼을 누르자, 바로 어머니의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방주헌, 한밤중에 병원에 있지 않고, 어딜 돌아다니는 거야!”“지금 들어가요.”방주헌은 이성 친구와 함께 있는 경험이 전혀 없어서,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결국 먼저 병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강희진는 커튼 뒤에 숨어 차가 멀어지는 모습을 지켜봤다.어느새 그녀의 눈이 살짝 붉어졌다.한숨을 내쉬던 그녀는 힘없이 침대에 주저앉았다. *병원으로 돌아온 방주헌을 단단히 혼내려 했던 라미현은 영혼이라도 잃은 듯 멍한 얼굴로, 뻣뻣하게 침대에 누워 있는 걸 보고, 말을 쉬이 잇지 못했다.“너 또 왜 이러니?”최근 들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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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2화

서은주는 방주헌의 반응이 다소 과하다고 느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모는 휴가에도 집에 돌아가지 못해서 어르신들이 보고 싶어서 간 거라는데… 뭐가 문제예요?”“아, 아니… 문제없죠.”방주헌이 멋쩍게 웃었다.“그럼, 왜 그렇게 흥분해요?”“……”방주헌은 헛웃음을 두어 번 터뜨렸다.“아니에요. 전 그냥 누워 있는 게 답답해서, 몸 좀 풀려던 거예요.”그러면서 일부러 팔을 쭉 펴 스트레칭까지 했고, 서은주도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서은주는 늘 강희진을 ‘이모’라고 불렀고, 비슷한 또래였지만 무의식적으로 윗사람으로 여겼고, 자신들과는 다른 세대라고 생각했다.더구나 강씨 가문 남자들은 대체로 냉정하고, 과묵해서 일 처리도 신중했다.그런 환경에서 자란 강희진이 방주헌 같은 철없는 성격을 좋아할 리 없다고 여겼던 것이다.*육민찬의 손을 잡고 병원을 나서려던 서은주는 뜻밖의 익숙한 얼굴과 마주쳤다.“아줌마, 안녕하세요.”육민찬이 공손히 인사했다.다가온 사람은 허유, 동그리의 어머니였다.“안녕.” 허유도 웃으며 답했다.“그리 오늘 왜 유치원 안 왔어요? 선생님께서 결석했다던데 혹시 아픈 거예요?.”육민찬의 얼굴에 걱정이 어렸다.“응. 밤에 이불을 자꾸 차서 감기에 걸렸어. 며칠 쉬어야 해.”허유는 육민찬을 바라보며 천천히 몸을 낮췄다.“민찬이는 그리를 많이 좋아하나 보네?”“저희는 제일 친한 친구예요!”서은주는 허유가 육민찬을 바라보는 눈빛이 어딘가 묘하다고 느꼈지만, 겉으로는 웃으며 물었다.“지금은 좀 어때요?”“열은 내렸어요.”“잠깐 보고 가도 될까요?”동그리와 워낙 사이가 좋은 육민찬이라 허유는 고개를 끄덕였다.병실에 들어가 보니 동그리는 창백한 얼굴로 링거를 맞고 있었다.입술엔 혈색이 거의 없었다.육민찬을 보자, 그제야 환하게 웃으며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육강민 대표 아내분이세요. 우연히 마주쳤어요.”허유가 남편에게 소개했다.“제 남편이에요.”그리고 서은주를 보며 남편을 소개했다.동호철은 마흔 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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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3화

동그리의 생일 파티는 한 호텔에서 열렸다.동씨 집안은 작은 프라이빗 룸을 빌려 두었고, 파란색과 흰색 풍선으로 장식해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냈다. 각종 디저트들도 가득 놓여 있었다. 오늘은 초대된 아이들도 제법 많았고, 육민찬도 그중 한 명이었다.육수린은 아직 어려서 따라오지 못했다.육민찬은 한 손엔 육강민을, 다른 한 손엔 서은주를 꼭 잡고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마치 온 세상을 다 가진 아이처럼 들떠 있었다.어떤 아이가 서은주를 보고 “예뻐요!”라고 말하자, 육민찬은 어깨가 한껏 으쓱해졌다.“주인공들은 어디 있죠? 이렇게 기다리는데 왜 아직 안 와요?”누군가가 묻는 순간, 주인공들이 등장했다.“죄송합니다. 오래 기다리게 했네요.”맑은 목소리가 들리자, 모두가 문 쪽을 바라봤다.동호철과 허유, 그리고 동그리까지 안으로 들어섰다.오늘의 주인공 동그리는 멋진 수트를 차려입고, 목에는 빨간 나비넥타이를 매고 있었다.육강민의 시선이 부자 곁에 선 여인에게 멈췄다.붉은 니트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허리를 살짝 흔들며 걸어왔고, 풍성한 긴 머리카락이 젊음을 더욱 돋보이게 해 눈에 띄게 아름다웠다.육강민의 눈빛이 순간 깊게 가라앉았다.“그리야!”육민찬은 이미 선물을 들고 동그리에게 달려갔다.“이거 너 주는 거야. 생일 축하해!”“고마워, 민찬아.”안경을 쓴 동그리는 예의 바르고 차분했다.학부모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며 형식적인 덕담을 주고받았다. 신분이 남달랐던 육강민과 서은주이기에, 동호철은 일부러 두 사람과 함께 다가와 감사 인사를 했다.서은주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지만, 육강민의 얼굴에는 별다른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그의 시선은 허유에게 오래 머물러 있었다.복잡한 눈빛이었다.어째서 하필 그녀란 말인가!“대표님, 안녕하세요.”허유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뜻밖에도, 육강민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그 모습을 본 다른 학부모들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평소 육강민 같은 인물을 접할 기회가 없던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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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육강민의 발걸음을 멈췄다.서은주는 그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가, 잔뜩 긴장된 그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생일 파티 거의 끝났으니, 집에 가요. 민찬이가 아까부터 당신 찾고 있었어요.”육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육민찬은 한껏 들떠 있었다.육강민이 목욕을 시켜주고 나오자, 만화 그림이 그려진 팬티만 입은 채 침대 위에서 손발을 흔들며 오늘 있었던 일을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육강민은 조용히 들어주고 있었다.그러나 육민찬은 아버지의 미묘한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아빠, 왜 그래요?”“아무것도 아니야.”“기분이 안 좋아요?”아이들은 유난히 예민하다.“아니야.”“오늘 기분이 안 좋아 보여요.”육민찬이 그를 빤히 살폈다.“그리고 뭔가 이상해요.”“뭐가?”육강민이 웃었다.“평소에 제가 이렇게 떠들면, 참새라며 시끄럽다고 했는데 오늘은 한 번도 안 혼냈어요.”육강민은 말이 없었다.그러자 육민찬은 어른 흉내를 내듯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두드리더니, 품에 안겨 위로하듯 등을 토닥였다. “속상해하지 마요. 우리 매일 즐거워야 해요.”육강민은 아들을 꼭 끌어안았다.눈빛은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육강민이 침실로 돌아왔을 때, 서은주는 없었다. 아마 육수린을 재우고 있을 터였다.가슴이 답답해진 그는 서재로 가 서랍에서 담배 한 갑을 꺼냈다. 입에 물었지만, 라이터가 좀처럼 불이 붙지 않아 더 짜증이 났다.“줘요.”서은주가 다가와 그의 손에서 라이터를 받아 들었다.그러고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서 담배에 불을 붙여주었다.육강민은 깊게 한 모금 빨아들이며 씁쓸하게 웃었다.“동호철 아내가 허유일 줄은 몰랐어.”두 가문 사이에는 교류가 없었다.몇 년 전의 육강민은 일도 바빴고, 육민찬을 돌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기에 재혼을 했는지, 그 아내가 누군지 관심 둘 여유조차 없었다.누군가 언급해도 그저 ‘아내분’이라고 불렸을 뿐이다.서은주는 말없이 그의 이야기를 기다렸다.“군에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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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5화

아주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모를까...동씨 가문이 ‘밖에 떠돌던 아이가 하나 더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정도라면, 그건 결코 평범한 상황이 아닐 것이다.*그날은 육지성에게도 꽤나 재수 없는 날이었다.원래는 육강민이 아이 생일 파티에 간다며 일찍 퇴근한다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손리정과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보기로 약속까지 잡아두었다.그런데 영화가 한창 상영 중일 때 전화가 울렸다.전혀 들어본 적도 없는 인물을 조사하라는 지시였다.그는 용기를 내어 한마디 물었다.“대표님, 내일 조사하면 안 될까요?”“그럼, 내일 출근하지 마.”“……”육지성은 속이 뒤집혔다.이리도 냉혹한 상사가 어디 있는가!그런데 육강민이 곧 덧붙인 한마디에, 그는 적잖이 놀랐다.“몇 시가 됐든 기다릴 테니 상황 파악되면 바로 연락해.”그만큼 사안이 급하다는 뜻이었다.육지성은 더 미룰 수 없었다.손리정은 오히려 개의치 말라며, 빨리 일 보러 가라고 등을 떠밀었다.세상에 완벽히 막을 수 있는 비밀은 없다.동씨 가문은 인맥을 동원해 덮으려 했지만, 육지성은 적지 않은 단서를 찾아냈다.새벽 세 시가 넘어, 육강민의 휴대전화가 진동했다.그 진동 소리에 깬 서은주는 그의 품에 기대어 조용히 통화 내용을 들었다.“대표님, 동씨 가문 쪽 최근 특이 사항이 생겼는데 동호철 아들이 병을 앓고 있습니다.”“무슨 병이지?”육강민의 미간이 깊어졌다.“병원 측에서 환자 정보는 비공개라 병력은 확인이 어렵습니다. 다만 반년 전, 해외로 나가 유명 신장 전문의를 찾았더군요. 제 추측이 맞다면…”육지성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신부전일 가능성이 큽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서은주의 숨이 턱 막혔다.“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잔병이 많았습니다. 2년 전엔 각막 이식도 받았고요. 신장은 선천성 발육 이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어린 나이에 신부전이 온 거겠죠.”통화를 끊은 육강민은 잠들 수 없었다.서은주는 온몸이 서늘해졌다.신부전.그렇다면 결국 신장 이식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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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6화

녀석은 늘 아빠가 자기 세뱃돈을 노리고 있다고 의심했다.아주 어릴 적, 육강민은 용돈을 맡아주겠다고 했는데, 그 이후로는 세뱃돈의 존재를 다시는 본 적이 없었다.그 눈빛이 꼭 도둑을 경계하는 것 같았다.육강민은 속이 뒤집혔다.내가 그렇게 못 미더운 아빤가?육민찬은 아버지가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닐까 괜히 경계하며, 육강민이 데려다주겠다는 걸 끝내 거절했다.대신 서은주의 팔을 붙잡고 매달렸다.어린이집 앞에 도착하자, 서은주는 몸을 숙여 아이의 옷매무새를 정리해 주었다.“물병 가방 안에 있으니, 물 꼭 마셔.”“고마워요, 엄마.”육민찬은 그녀의 볼에 쪽 입을 맞췄다.서은주는 아이가 건물 안으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다가 돌아섰다. 그때, 자신의 차 옆에 기대서서 미소 짓고 있는 허유를 발견했다.“잠깐 얘기 좀 할까요?”두 사람은 근처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자리에 앉자, 허유는 돌려 말하지 않았다.“민찬이 대표님 친자가 아니라는 거, 알고 계시죠?”서은주는 아무 동요 없이 커피잔을 들어 천천히 한 모금 마셨다.“알고 계셨어요?”허유가 의외라는 듯 물었다.“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요?”서은주는 눈꺼풀을 느리게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허유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훑어보았다.그 눈빛을 보니,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허유는 낮게 웃었다.“대표님께서 전부 다 말했군요.”서은주는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그 아이의 친모라는 것도요?”“네.”허유는 서은주가 이렇게까지 담담할 줄은 몰랐다.육씨 가문은 육민찬의 출생을 철저히 비밀로 지켰기에 사람들은 그저 육강민과 다른 여자 사이의 아이로만 알고 있었다. 그 진실을 알면서도 이 여자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계모가 전처의 아이를 기꺼이 키우는 경우도 드문데, 더구나 육민찬은 육강민의 친자도 아니다.도대체 무슨 생각이지?허유는 놀란 기색을 거두고 말했다.“육씨 가문이라면 당신도 아들 하나는 낳아야 하지 않겠어요? 아무런 혈연관계도 없는 아이가, 나중에 당신 아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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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화

“내가 엄마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는, 당신이 판단할 일이 아니에요!” 허유가 이를 악물었다.“아이, 반드시 되찾을 겁니다!”“정말 역겹네요.”“성녀인 척 그만하시죠. 남의 아이를 기꺼이 키우려는 사람은 없잖아요.”“당신처럼 냉혈하고 이기적인 사람은, 평생 가도 모를 감정이죠.”말을 마친 서은주는 그대로 돌아섰다.홀로 남겨진 허유는 분이 풀리지 않았다.그녀는 머리카락에 들러붙은 끈적한 커피 자국을 신경질적으로 쓸어내렸다.서은주의 반응은, 그녀의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육강민이 아이를 순순히 내줄 리 없다는 건 알고 있서 서은주를 설득하려 했다.그녀는 줄곧 서은주가 육민찬이 육강민의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른다고 생각했고 만약 알게 된다면, 절대 남의 아이를 키우려 하지 않을 거라 여겼다.서은주는 뒤에는 강씨 가문이 있다.강씨 가문이 나서기만 한다면, 육씨 가문도 이 혼인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아이를 돌려보내는 쪽을 택할 것이다.하지만 상황은 그녀의 계산과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그러나 허유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았다.동그리는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육민찬을 반드시 데려와야 한다.자신은 아이의 생모다.친 자식을 되찾지 못한다는 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서은주는 허유가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다.그녀는 곧바로 육강민에게 전화를 걸었다.“민찬이, 당분간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지 않아요.”“그래.”육강민은 반대하지 않았다.“그럼 하교 시간에 선생님께 말씀드릴게요.”육민찬은 아직 어렸기에 서은주는 아이가 상처받는 걸 원치 않았다.전화를 끊은 뒤, 그녀는 관자놀이를 눌렀다.그리고 예전에 부모의 유산 분쟁을 맡아줬던 변호사에게 연락했다.“안녕하세요. 혹시 부모가 과거 친권과 양육권을 포기한 경우, 다시 찾을 수 있나요?”법적인 문제는 그녀의 전문 분야가 아니었다.간단히 통화를 마친 뒤, 서은주는 마음이 더 무거워졌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도, 표정은 여전히 밝지 않았다.“왜 그래?”강희진이 와 있었다.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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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화

한주미는 무척 적극적이었다.“꼭 연애하라는 건 아니고, 그냥 사람 알아간다 생각하면 되지.”마침, 번팔구 일로 휴가가 난 참이었고 딱히 거절할 이유도 찾지 못한 강희진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강희진은 한주미가 소개해 주는 사람을 한 번 만나보기로 했다.서은주의 표정이 내내 좋지 않다는 걸 눈치챈 강희진은 육씨 가문에 남아 그녀를 곁은 지켰다.올해 경성 의대 박사 과정 원서 접수가 이미 시작됐다.서은주는 얼마 전 지원을 마쳤고, 몇 달 뒤면 시험을 치러야 했다.게다가 결혼식 준비까지 겹쳐, 사실 몹시 바빴다.그런데 오늘은 책상 앞에 앉아 책을 펼쳐놓고도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육수린이 엄마를 찾고 있는데도, 정신이 딴 데가 있는 모양이다.육민찬은 점심을 유치원에서 먹고 낮잠도 자니, 저녁 무렵에 데리러 가면 된다.강희진은 그녀가 계속 불안해 보여 너무 걱정스러웠다.하원 시간이 되자 강희진은 일부러 밝게 말했다.“나도 민찬이 본 지 꽤 됐네. 이모 할머니를 벌써 잊진 않았겠지?”그녀는 서은주와 함께 아이를 데리러 갔다.육민찬이 좋아하는 치킨도 일부러 포장했다.차를 세워두고 어린이집으로 향하는데 이미 많은 학부모가 문 앞에 모여 있었다.하지만 평소처럼 정돈된 분위기가 아니었다.거의 모두가 안쪽으로 밀고 들어가고 있었다.“무슨 일 난 것 같은데?”강희진이 안을 살폈다.안쪽에서 격렬한 언쟁 소리가 들렸고 아이들 울음소리도 섞여 있었다.그때 서은주의 휴대전화가 울렸다.발신자는 육민찬의 담임이었다.“여보세요?”“민찬이 어머님, 지금 오셨나요?”“네, 도착했어요.”“빨리 들어오세요. 문제가 좀 생겼어요.”서은주의 머릿속에 불길한 예감이 번쩍 스쳤다.그녀는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안으로 들어갔다.“죄송합니다, 잠깐만요. 좀 비켜주세요.”간신히 안으로 들어선 순간, 두 교사가 육민찬을 뒤로 감싸고 있었다. 아이는 울음을 참지 못해 흐느끼고 있었고, 머리는 헝클어졌으며 외투도 찢겨 있었다.한쪽 소매는 팔꿈치까지 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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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웃기지도 않네요. 그 아이, 당신이 낳았어요?”허유가 비웃었다.“걔는 내가 낳았어요. 민찬아, 엄마랑 가자. 착하지!”그녀는 아이를 붙잡으려 손을 뻗었다.이미 한 번 크게 놀란 육민찬은 본능적으로 서은주의 품을 파고 들었다.“엄마… 나 무서워요.”“괜찮아, 엄마 여기 있어. 엄마 우리 민찬이 지켜줄 거야.”육민찬은 광기 어린 노설연을 마주했을 때도 이 정도로 떨진 않았다. 하지만 ‘친아들이 아니다’라는 말이 육민찬에게는 세상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두려움과 혼란을 감당할 힘이 없는 어린 아이에 불과했기에 그저 서은주에게 매달리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서은주는 아이를 달래느라 손이 모자랐다.그 틈을 타 허유가 다시 손을 뻗는 순간, 짝! 소리와 함께 강희진이 재빨리 쳐냈다. “뭐 하는 거예요? 내 아들 데려가겠다는데 당신이 무슨 상관이에요. 괜히 끼어들지 마요!”허유는 초조했다.동그리의 상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민찬아, 내가 진짜 엄마야. 넌 내가 배 아파 낳은 아들이란다. 네 아빠는 육강민이 아니야. 엄마가 그동안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 엄마랑 가자, 응?”허유는 집요하게 육민찬을 바라봤다.주변의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얼어 있었다.그때, 한 교사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동그리 어머님, 무슨 일이든 아이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되죠. 어린이 집에 와서 아이를 막무가내로 데려가려는 건 너무 지나친 행동입니다.”허유는 학부모였고 아이가 몸이 안 좋다며 일찍 데리러 왔다고 했다.경비도 얼굴을 알고 있어 막지 않았다.그런데 육민찬을 데려가려 했다. 심지어 서은주가 보내서 자신이 왔다고까지 했다. 안면은 있었지만, 육민찬은 경계했고 엄마에게 전화해 확인하겠다고 했다.허유는 몰래 데리고 나갈 생각이었다.아이만 손에 들어오면, 그다음은 어떻게든 된다고 여겼다.하지만 육민찬은 노설연 사건 이후 경계심이 강해져 있었음을 미처 계산하지 못했다.서은주가 알게 되면 계획은 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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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화

서은주는 육민찬을 단단히 감싸안은 채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허유는 뺨이 화끈거렸다.사람들 앞에서 뺨을 맞아본 적이 없던 터라, 분하고 수치스러워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주변의 학부모와 교사들이 급히 다가와 말렸다.“여기서 이러지 말고 조용한 데서 이야기 나누시죠.”교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하원 시간이라 아이들과 학부모가 모두 모여 있었다. 아이가 괜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걸 원치 않았던 서은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허유도 더 말하지 않았다.서은주는 강희진을 돌아봤다.“이모, 민찬이 먼저 차에 데려가 주세요. 여긴 제가 정리할게요.”이런 장면을 아이에게 더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 말을 들은 육민찬은 금세 눈이 붉어졌다.울어 부은 눈이 퉁퉁 부어 있으면서도 버려질까 애처로운 눈빛으로 서은주의 손을 꽉 붙잡은 채 놓지 않았다.서은주가 몇 번이나 달래고 나서야, 겨우 손을 풀었다.바로 그 순간, 멀찍이 서 있던 허유가 달려들어 육민찬의 팔을 낚아챘다.서은주는 거의 반사적으로 아이의 다른 쪽 손목을 움켜쥐었다.양쪽에서 잡아당기자, 아이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아파요! 악!”그 한마디에 서은주의 심장이 내려앉았다.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서은주는 힘을 풀어버렸다.하지만 허유는 달랐다.육민찬의 팔을 꽉 움켜쥔 채, 아이가 아파하든 말든 절대 놓지 않았다.누가 더 아이를 아끼고 있는지, 그 장면만으로도 분명했다.육민찬은 순식간에 허유 쪽으로 끌려갔다.“민찬아, 엄마야. 엄마랑 가자.”허유는 서은주가 손을 놓은 걸 보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저 사람들은 네 부모 아니야. 저들 아이도 생겼으니, 널 챙겨주지도 않을 거야.” 그녀가 눈물을 닦아주려 손을 내밀자, 육민찬은 고개를 홱 돌렸다.“놔! 놔란 말이야! 나 엄마한테 갈 거야!”아이는 공포에 질려 있었다.허유는 아이의 고통조차 무시한 채 팔을 꽉 잡고 놓지 않았다. 그때, 참고 있던 강희진이 결국 폭발해 버렸다.“자기 손으로 버려놓고, 이제 와서 감히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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