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Chapter 491 - Chapter 500

640 Chapters

제491화

“감히 날 때려? 죽여버릴 거야!”“어디 한번 해봐!”강희진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애가 싫다잖아! 이걸 보고도 억지로 끌고 가겠다는 거야? 그러다 벌받을 거야!”벌이란 단어가 허유의 신경을 긁어 버렸다. 허유는 임신한 아이 때문에 동호철의 본처를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기에 동그리에게는 모든 것을 걸었다.그런데 동그리는 태어나자마자 몸이 약해 잔병치레가 끊이질 않았다.사람들은 동호철이 조강지처를 버린 대가라고 수군댔고 허유가 멀쩡한 가정을 깬 벌이라고 손가락질했다.벌이라면 그녀를 괴롭혔어야지, 죄 없는 아이가 고통받아야 하냐고!‘벌’이라는 말은, 허유의 가장 깊은 상처를 찔렀다.허유는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강희진도 이미 한계였다. 요즘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쌓인 분노가 들끓고 있었다.허유가 달려오자,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주변 학부모와 교사들이 급히 달려들어 말렸다. 싸움이 번질까 우려해서였다.가장 격앙된 쪽은 허유라 남자 학부모 두 명이 좌우에서 그녀의 팔을 붙들어 더 날뛰지 못하게 했다.하지만 강희진을 막는 사람은 없었다.그 틈을 타 강희진은 그대로 달려들어 허유의 얼굴에 따귀를 날려버렸다.쉴 새 없이 날아드는 강희진의 응징에 허유의 머릿속이 웅웅 울렸다.저항하려 했지만 팔이 붙들린 채, 움직일 수 없어 그대로 얻어맞는 신세가 되어버렸다.강희진이 손이 한 번, 또 한 번 가차 없이 내리꽂혔다.서은주조차 잠시 얼어붙었다.이모에게 이런 면이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강희진은 어릴 적 고아원에서 자랐다.그곳엔 부모를 잃은 아이도 있었고,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아이도 있어 버려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누구보다 잘 안다.그래서 무책임한 부모를 보면 치가 떨렸다.그들 마음속에 아이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마침내 사람들이 강희진을 떼어냈을 때, 허유의 예쁜 얼굴은 퉁퉁 부어 엉망이 되어버렸다.“진정하세요.”한 학부모가 강희진을 말렸다.강희진이 되받았다.“
Read more

제492화

성세에서 회의 중이던 육강민은 이 소식을 듣는 순간, 얼굴이 얼음처럼 굳었다.그는 한 손으로는 방주헌에게 전화를 걸어 여론을 눌러달라고 지시했고, 동시에 차 키를 집어 들고 곧장 어린이집으로 향했다.조수석에 앉은 육지성은 안전벨트를 명줄마냥 꼭 잡고 있었다.여긴 시내 한복판인데도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갈 기세로 풀엑셀을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정체구간에 들어섰다.퇴근 시간대라 도로는 계속 막혔다 풀리기를 반복했다.육강민은 초조함에 온몸에 땀으로 젖어 들었다.그보다 더 먼저 어린이집에 도착한 사람은 한주미였다.곧장 원장실로 들어가니, 동호철도 와 있었고, 경찰도 배석해 있었다.한주미는 곧바로 허유 앞으로 걸어갔다.“그쪽이 민찬이 친모라지요?”기세가 워낙 강했다.앉아 있던 허유는 잠시 얼어붙었다.하지만 급히 일어나 인사하려는데, 한주미의 손이 먼저 날아갔다.청명한 파열음에 방 안이 순식간에 고요해졌다.“내 손자를 네가 감히 건드린 거야? 마음대로 데려가도 되는 줄 알았어? 육씨 가문이 우스워?”오늘만 벌써 뺨을 몇 번째 맞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허유는 입가에 번진 피를 손등으로 닦으며 낮게 웃었다.“엄마가 아이 보겠다는 게 잘못입니까?”“우린 그 아이 상처받을까 봐 늘 조심 또 조심했어. 그런데 친엄마라는 작자가 그렇게 함부로 짓밟아도 되는 거야? 짐승도 제 새끼는 함부로 다루지 않는다는데, 넌 짐승만도 못한 버러지였어.”한주미는 분노로 치밀어 숨이 가빠졌다.말이 없는 허유 대신 동호철이 나서 중재하려 했다.“애가 너무 보고 싶어서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었나 봅니다.”한주미의 눈빛이 싸늘해졌다.“궁색한 변명을 믿으라고 지껄여? 나를 너무 만만하게 보는군.”동호철은 말문이 막혔다.“감히 우리 아이를 빼앗겠다는 건 겁대가리를 상실한 게지!”*이런 일은 경찰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난감해서 그저 강제로 아이를 데려가려 한 점으로 허유를 질책한 뒤, 일단 양측을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육강민은 어머니와 서
Read more

제493화

육수린은 익숙한 몸놀림으로 침대 위에 기어오르더니, 그대로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육수린, 내려가!”육민찬은 목이 쉬어 있었다.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나이라 육수린은 그저 깔깔 웃으며 그의 품 안으로 더 파고들뿐이었다.“오, 오빠, 안아.”“난 오빠 아니야!”육민찬이 이를 악물었다.“오빠.”육수린은 아랑곳하지 않았고 그저 가슴에 얼굴을 부비며 안아 달라 칭얼거렸다.녀석에겐 오빠는 곧 육민찬이었다.육민찬은 동생을 몹시 아꼈고,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제일 먼저 수린이부터 찾았다.어떻게 밀어낼 수 있겠는가!육민찬은 눈이 새빨갛게 충혈된 채, 결국 육수린을 끌어안았다.품에 안기자, 육수린은 만족한 듯 조용히 그의 옆에 누웠다.그러다 육민찬이 계속 훌쩍이는 걸 느끼고는, 멍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봤다.이불 속은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지만, 오빠가 슬퍼한다는 걸 알고 있었는지, 평소처럼 장난치지 않고, 오히려 작은 얼굴을 들어 그의 볼에 입을 맞추고, 다시 부비적거렸다.예전에도 오빠가 기분이 안 좋을 때 자기가 뽀뽀해 주면, 오빠는 웃었기 때문이다.아이는 단순했다.“오빠, 웃어!”그 말에 육민찬은 더 서럽게 울었다.“난 네 오빠 아니라니까. 그렇게 부르지 마.”“오빠!”말이 서툴렀던 육수린이 아는 단어는 많지 않아 그를 향해 ‘오빠’만 반복했다.“나… 나중에 오빠가 없을지도 모르니, 착하게 있어야 돼.”육수린은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작고 말랑한 몸, 달콤한 분유 냄새, 이렇게 어린데 자신이 없으면 수린이를 주켜주는 사람이 있을까?문득 육민찬은 생각했다.아직 말도 제대로 못 하는데, 누가 괴롭히면 어떡하지?육민찬은 그 생각에 더 서러워졌다.울다 보니 코는 막히고 눈은 퉁퉁 부었다.그러다 지쳐, 울음을 삼키다 그대로 잠이 들었다.잠깐 분유를 타러 간 사이, 육수린이 사라져 황금자는 한참을 찾았다.결국 육민찬 방에서 남매가 나란히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가문에 무슨 일이
Read more

제494화

부자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육민찬은 겁먹은 듯 고개를 푹 숙였다. 감히 육강민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다시 이불 속으로 숨으려는데 육강민의 낮고도 단단한 목소리가 들렸다.“나약하게 숨기만 할 거야? 아빠가 그렇게 가르쳤어?”육강민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서은주는 인상을 찌푸리며 연신 눈짓을 보냈다.조금만 부드럽게 말하라는 신호였다. 하지만 육강민은 전혀 눈치를 보지 못한 듯, 육민찬을 똑바로 응시했다.“집에 오자마자 방에 틀어박혀서 밥도 안 먹으면 뭐가 달라져? 굶는다고 해결돼?”“…아니에요.”육민찬은 고개를 숙인 채 아빠를 보지 못했다.아이는 억울하고 서러웠고 다시 육강민을 마주하자, 마음이 복잡하게 얽혔다.눈은 벌겋게 충혈됐고, 시선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민찬아, 아빠가 뭐 사 왔는지 볼래?”서은주가 침대 머리맡에 놓인 울트라맨을 가리켰다.육민찬은 힐끗 보기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민찬이가 그렇게 갖고 싶다던 거잖아. 마음에 안 들어?”서은주는 관심을 돌려보려는 시도였지만, 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육강민이 다가와 육민찬을 안으려 하자, 녀석은 몸을 피했다.그러나 육강민도 물러서지 않았고 그대로 아이를 끌어안았다.익숙한 체취와 따뜻한 품에 안긴 순간, 녀석은 무너져 내렸다. 그는 육강민의 목을 끌어안고 낮게 흐느꼈다.“이제 울트라맨 사 달라고 하지 않을 테니, 나 보내지 마요… 네?”육강민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녀석은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문밖에 서 있던 박명숙과 가족들까지 그 울음에 마음이 저렸다.“아빤 널 보낸다고 한 적 없어.”육강민은 아이의 등을 천천히 토닥였다.한참을 울다 지친 뒤에야 육강민은 아이를 다시 침대에 눕혔다.팔과 몸 여기저기에 끌려다니며 생긴 멍이 남아 있었다.육강민은 약상자를 가져와 연고를 발라 주었다.육민찬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물었다.“…진짜 아빠 아니에요? 그럼, 친아빠는 누구예요? 어디 있어요? 왜 나 안 데려가요?”육강민이 잠시 말을 골랐다
Read more

제495화

허유는 무작정 빼앗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비록 예전에 육민찬의 양육권과 친권을 포기했지만, 변호사와 상담한 결과 법적으로 다시 친권을 청구할 여지가 있다는 답을 들었다.그래서 그녀는 소장을 냈다.육강민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소송 절차는 길고 더디게 흘러갈 것이라 허유는 일부러 언론을 활용하기로 했다. 당시에는 어쩔 수 없이 아이를 포기했지만, 이제는 형편이 나아졌으니, 아이를 곁에 두고 싶을 뿐이라고, 하지만 육씨 가문은 권세를 앞세워 모자의 상봉을 방해하고 심지어 접촉도 허락하지 않는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카메라 앞에서 눈물까지 흘리며, 스스로를 힘없는 약자로 포장했다. 그 모습에 적잖은 시청자들이 함께 울었다.육씨 가문은 막강한 힘을 가진 명문가였기에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약자 편에 서기 마련이다. 이런 류의 재벌가 스캔들은 언제나 화제성을 몰고 다녔기에 해당 방송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형, 상대가 일부러 판을 키워 민찬이 되찾으려고 여론전까지 움직이고 있는 거라서 내가 막을 수 있는 선을 넘었어.”방주헌이 직접 육강민을 찾아왔다.“언젠가는 그렇게 될 일이었지.”“요즘 기자들, 직업 윤리 같은 건 안중에도 없고 조회 수만 노리고 있어 사실을 왜곡하는 일도 많아.”방주헌은 분통이 터질 지경이었다.“업계 쪽 얘기 들어보니까, 허유가 곧 라이브 방송도 한댔어. 기가 막혀서 정말.”육강민은 침묵했다.“동그리 아픈 건 쏙 빼고 있어, 허유 편을 드는 사람들이 많아. 더 이상 가만히 있으면 안 돼.”“알고 있어.”육강민도 허유가 동그리를 살리겠다고 이 정도까지 판을 벌일 줄은 예상 못 했다.“저렇게 뻔뻔한 인간은 처음이야.”“그동안 고생했다.”“민찬이 일인데 당연히 도와야지.”방주헌이 떠난 뒤, 육강민은 다시 허유의 인터뷰 영상을 재생했다.그의 미간이 점점 깊게 좁혀졌다.‘여기까지 몰아붙인 건 너야, 나도 더는 봐주지 않겠다.’이런 일은 조용히 정리하고 싶었다.하지만 상대가 끝까지
Read more

제496화

레스토랑.하이석은 세련된 옷차림에 점잖은 말투, 모든 움직임에 배려심이 배어 있었다.“그냥 친구끼리 밥 한 끼 하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부담 갖지 마세요. 맞선 건은 제가 어른들께 잘 말씀드릴게요.”강희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여기 에스카르고가 괜찮습니다. 한번 드셔 보세요.”육강민의 친구들은 예전에 캠핑장에서 한 번씩 본 적이 있었고 다들 성격도 좋았지만, 강희진의 마음속에는 이미 누군가가 자리하고 있었다.맞선이라는 부담만 덜어내자, 두 사람은 오히려 편하게 대화를 이어갔다.“이제 막 입사하셨죠? 인턴 기간인데 이렇게 긴 휴가가 가능한가요?”하이석이 가볍게 물었다.“일이 있었어요.”강희진은 어제부터 다시 작업실에 출근했다.번팔구도 자리에 있었다. 직무 정지였을 뿐 해고는 아니라며 사장은 보상 겸 위로 차원에서 강희진을 하늬의 디자인 어시스트로 붙였다.최정상급 디자이너의 어시스트는 누구나 꿈꾸는 자리였다.사정을 모르는 작업실 사람들은 뒤에서 수군거렸고 강희진은 어느새 ‘낙하산’ 딱지가 붙어 있었다.게다가 막상 들어가 보니 디자인만 하는 게 아니었다.투자를 끌어오고, 판매량도 책임져야 했다.주든은 늘 수요가 넘쳤지만, 다른 기업들은 그런 브랜드 파워가 없었다.디자이너는 예쁜 제품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반드시 수익까지 내야 했다.다행히 하늬는 강희진을 많이 챙겨 주었다.그들은 신년 크리스마스 한정판 주얼리를 준비 중이었고, 하늬는 강희진에게도 디자인에 참여하라고 했다.요즘 강희진은 육씨 가문을 들르거나, 집에 틀어박혀 도면을 그리는 것으로 바쁘지만 나름 충실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어느 정도 선을 지킬 줄 아는 하이석이기에 그 주제를 더 이상 이어가지 않았다.방주헌이 레스토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식사가 끝난 뒤였고 나란히 걸어 나오고 있는 모습이 멀리서 봐도 잘 어울렸다.하이석이 무언가 말하자, 강희진이 웃으며 답하는 모습이 방주헌의 시야에 잡혔다.잠시 뒤, 강희진은 하이석의 차에 올랐다.핸들을 쥔 방주헌의
Read more

제497화

어린이집에 안 가도 된다는 사실만큼은 솔직히 좋았다.하지만 큰아빠 육남혁은 우울함을 치료하는 방법은 ‘주의력을 돌리는 것’이라며 육민찬에게 숙제를 한가득 내주었다.큰 아빠는 악귀가 틀림없었다. 그래서 숙제할 때, 일부러 나쁜 놈이라고 써버렸지만, 세글자 중 두 글자를 몰라 결국 이렇게 써 버렸다.[나XO]하지만 곧 들통이 나버렸고, 큰 아빠한테 혼날까 겁이 난 육민찬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런데 육남혁이 담담하게 한마디했다.“공부를 못하면, 나중엔 욕도 제대로 못 해. 아주 창피한 일이지.”또 한 번 상처받은 육민찬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난 살아는 있는데, 왜 이미 죽은 것 같죠?”그 무거운 말투는 인생을 다 겪은 노인 같았다.방주헌이 혀를 찼다.“어른이 되면 괜찮아진다.”“어른이 되면 안 힘들어요?”“아니. 더 힘들어. 특히 사랑 때문에 마음고생하면 최악이지.”“……”“사랑이 오면 가슴이 두근거린다는데 심장이 뛰지도 못했는데 멎어버리고 말았지.”육민찬은 한참 생각하다가 고개를 돌렸다.“삼촌 솔로잖아요. 연애 경험 없어 보이는데 왜 경험했던 사람처럼 말해요?”그 한마디가 더 아팠다.찬바람이 불어오자, 방주헌은 몸을 떨며 중얼거렸다.“이 겨울엔 누가 나 좀 따뜻하게 안아 줬으면 좋겠다.”육민찬은 미간을 찌푸렸다.“왜 옷을 더 입을 생각은 안 해요? 아빠가 남자는 독립해야지, 남한테 기대면 안 된다고 했어요.”“야, 그만해!”방주헌은 위로받으러 왔다가 오히려 화병 날 지경이었다.육민찬은 입을 다물었다.창밖에서 그 광경을 본 서은주는 어이가 없었다.육민찬을 보러 온 다른 이들은 위로하며 기분 풀어주려고 애썼지만, 방주헌은 녀석보다 더 우울한 먹구름을 몰고 왔다.두 사람의 한숨 소리가 번갈아 터졌다.그때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육강민은 이 광경을 보고 바로 방주헌을 내쫓았다.*집으로 돌아온 방주헌은 여전히 풀이 죽어 있었다.요즘 들어 아들이 이상하다는 걸 느끼던 라미현과 방석훈도 걱정스러웠다.
Read more

제498화

다음 날, 방주헌은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고 아버지를 따라 회사에 출근했다.소식이 퍼지자, 상권은 술렁였다.육강민조차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무슨 자극을 받았느냐고 물었다.방주헌은 웃으며 답했다.“그냥… 더 나은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육강민은 고개를 저었다.진짜로 제정신은 아닌 것 같았다.상권뿐만 아니라, 경성 상류층 전체가 이 일을 화제로 삼았다.심지어 회사에 출근한 강희진도 동료들이 방주헌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들었다.“평생 회사 안 물려받을 줄 알았는데, 갑자기 웬일이래.”“거대한 기업을 남한테 넘기겠어? 그동안 놀기만 했으니, 이제 정신 차릴 때도 됐지.”강희진은 대화에 끼지 않았다.퇴근 후 강정한을 만났을 때, 그마저도 방주헌 이야기를 꺼냈다.“야, 방주헌이 정장 입으니까 제법 사람 같더라.”강희진은 어이가 없었다.그럼, 전엔 사람이 아니었단 말인가?턱을 괴고 앉아 있던 강희진은 정장 차림의 방주헌을 떠올렸고 어느새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확실히, 잘생기긴 했어.’최근 경성 상류층에는 큰 이슈가 두 가지 있었다.첫째는 방주헌이 정식으로 석무 그룹에 입사해 가업을 물려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허유가 생방송에 출연해 재벌가의 비밀을 폭로하겠다고 예고한 일이었다.관심은 폭발적이었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허유를 동정하며 아이를 육씨 가문에서 돌려보내야 한다는 여론도 형성됐다.하지만 육씨 가문에서는 여전히 공식 입장을 내지 않자, 온라인에서는 육씨 가문이 잔인하다며, 아이를 돌려보내지 않을 뿐 아니라 친모와의 상봉조차 막는다는 식으로 손가락질했다.그 직격탄은 곧바로 성세 그룹 주가에 꽂혔고 단 며칠 만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생방송을 며칠 앞두고, 육강민은 허유를 따로 만났다.마지막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저도 일을 이렇게 키우고 싶진 않습니다. 민찬이를 해치려는 의도도 없어요. 하지만 동그리의 몸이 이제 정말 버틸 수가 없어서 민찬이부터 조직 검사하게 해줄 수 없습니까?”
Read more

제499화

그렇다면 동그리에게도 커다란 상처일 것이다.그래서 허유가 아무리 흙탕물을 끼얹어도, 육씨 가문은 줄곧 입을 열지 않았다.하지만 허유는 그들의 인내를 배려가 아닌 나약함으로 여기고 점점 선을 넘기 시작하더니 완전히 고삐가 풀려 버렸다.“어떻게 할 생각이에요?”서은주가 육강민을 바라봤다.“기회는 줬는데 걷어찼으니, 이제 나도 봐줄 이유는 없지.”육강민은 과거 육민찬의 친부에게 아이와 여자 친구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했었다.그래서 지금까지 눈을 감아줬고, 오늘 만남 역시 마지막 경고였다.잠들기 전, 육강민은 일부러 육민찬 방에 들렀다.육수린도 거기에 있었고 오빠 품에 파고든 채 둘은 다가오는 발소리도 느끼지 못할 만큼 깊이 잠들어 있었다.요즘 육수린은 오빠가 힘들어하는 걸 눈치챘는지 유난히 더 달라붙어 있었다.육민찬은 잠결에도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육강민은 이불을 다시 덮어주고, 두 아이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그 순간, 육민찬이 번쩍 눈을 떴다.잠이 덜 깬 얼굴로 ‘아빠’를 부르는데, 눈가엔 아직 마르지 않은 눈물이 맺혀 있었다. “악몽 꿨어?”“네.”“어떤 꿈이었는데?”아이의 목소리가 작게 떨렸다.“아빠가 나 버리는 꿈이었어요.”가슴이 저릿해진 육강민은 아이의 볼을 어루만지며 낮게 말했다.“꿈은 원래 반대야. 그런 꿈을 꿨다는 건, 우리 절대 헤어지지 않는다는 뜻이지.”그 한마디에 육민찬의 얼굴이 금세 환해졌다. 그러고는 아빠와 같이 자자고 조르기 시작했다.육강민은 남감했다.아이용 침대에 이미 두 아이가 누워 있었기에 남은 자리는 없었다.게다가 육민찬은 잠들면 이불을 다 끌어안는 버릇까지 있었다.한밤중에 깬 서은주는 세 사람이 걱정돼 방으로 가봤다가 웃음을 참느라 혼났다.육강민은 침대에 거의 매달리듯 붙어 자고 있었고, 몸이 훤히 드러난 채, 배 위에만 이불 한 귀퉁이가 애처롭게 걸쳐져 있었다.그 모습이 어찌나 처량한지, 웃음을 참으나 곤욕이었다.*며칠간 여론이 달아오른 끝에, 허유의 생방송 당일. 방송국
Read more

제500화

육강민은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경계에 서 있었다.조명에 걸린 그의 실루엣이 밝아졌다가, 이내 어둠에 잠겼다. 허유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원래도 옅은 화장은 순식간에 핏기가 가시며 서리처럼 창백해졌다.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 그 창백한 얼굴이 더욱 처연하게 도드라졌다.“여사님?”진행자가 멍하니 선 그녀를 향해 조심스레 불렀다.생방송이었다.단 한 순간의 공백도 허용되지 않았다.몇몇 사람들이 허유의 시선을 따라 객석 쪽을 바라봤다.무엇이 그녀를 저토록 흔들어 놓았는지 보려는 순간, 객석에서 한 여자가 무대로 성큼 올라왔다.“너 같이 양심도 없는 뻔뻔한 년이 감히 아들 찾겠다고 지껄여?”날 선 외침이 스튜디오의 공기를 단숨에 갈라놓았다.마흔쯤 되어 보이는 여자는 조금 통통한 체형에 지극히 평범한 얼굴이라 군중 속에 섞이면 금세 묻힐 정도였다.허유의 얼굴은 방금 전보다 더 하얗게 질렸다.생방송이었지만, 진행자도, 스태프도 그 여자를 막지 않았다.화제성이 더 중요했다.현장이 시끄러울수록 시청률은 올라간다.허유는 겁에 질려 뒷걸음질 쳤다.그 여자는 몸집에 비해 날렵했고 단숨에 무대 위로 뛰어올라 허유의 머리채를 낚아챘다.비명이 터졌다.곧이어 그 여자의 손이 허유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이 더러운 년! 내 남편 꼬셔서 우리 집안 망쳐놓고 뻔뻔하게 얼굴을 드러내? 내가 오늘 아주 죽여버린다!”거칠고 노골적인 욕설에 카메라 앞 시청자들까지 얼어붙었다.스태프와 방청객들은 돌발 상황에 넋이 나간 채, 허유가 머리채를 잡힌 채 좌우로 따귀를 맞는 걸 그대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연달아 울려 퍼지는 따귀 소리는 거침없었고 매서워서 듣는 사람까지 심장이 철렁 내려앉을 정도였다.“놔, 이거 놔!”허유가 발버둥 쳤다.하지만 여자의 팔 힘이 너무 세서 허유는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녔다.여자는 허유의 얼굴을 본 순간, 억눌러왔던 분노가 단번에 치밀어 올랐다.“여우 같은 년! 나를 내쫓고 아주 살 맛 났겠지? 네 그 잘난 얼굴, 오늘 내가
Read more
PREV
1
...
4849505152
...
64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