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Chapter 771 - Chapter 780

787 Chapters

제771화

가는 내내 온유란은 초조했지만 애써 정신을 다잡고 있었다.무릎에 놓인 두 손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병원에 도착하자, 그녀는 짧은 인사만 남긴 후, 차에서 내려 뛰어갔다.왕 기사는 조심스럽게 하이석의 눈치를 살폈다.“대표님?”“나도 가봐야겠어.”하이석은 그녀를 따라 병실 앞까지 갔다. 병상에는 온몸에 의료기기를 달고 있는 한 노인이 누워 있었다.침상 옆에는 간병인으로 보이는 삼십 대 여자가 있었다. 여자는 온유란을 보더니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고비는 넘겼어요. 약물을 주사해서 지금은 잠드셨어요.”말을 마친 간병인은 병실 앞에 서 있는 하이석에게 시선을 주었다.귀티가 풍기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시선이 갔다.“고생하셨어요.”온유란은 병상으로 다가가 앙상한 마른 가지를 닮은 노인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아주머니는 이만 돌아가서 쉬세요. 여긴 제가 지킬게요.”“제가 같이 있을게요.”“아니에요. 오늘은 돌아가서 푹 쉬시고 내일 오세요.”간병이는 더 이상 사양하지 않고 짐을 챙겨 병실 밖을 나갔다.그녀는 하이석을 지나치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창문을 때리는 빗방울소리와 의료기기가 돌아가는 소리를 제외하면 병실 안은 삭막하게 고요했다.십여 분 후, 하이석의 핸드폰으로 노인에 대한 정보가 전송되었다.도정숙은 온유란 어머니가 계시던 시절에 온씨 가문에서 일했던 가정부이자, 온유란의 유모였다.그녀가 온창섭에 의해 시골에 보내졌을 때, 혹시 여론이 안 좋게 돌아갈까 봐 그는 다섯 명의 고용인을 딸려 보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모두가 도망치고 도정숙만 남아서 온유란을 돌보게 되었다.골암 말기 진단을 받은 건 약 1년 전이었다.방사선 치료에만 꽤 많은 돈이 들어갔고 최근 비용은 온창섭이 부담했다.아마 온창섭은 이 일로 온유란을 조종하고 있는 듯했다.잠시 후, 온창섭에게서 전화가 와서 동지철이 왜 잡혀갔는지 물었다. 설명을 들은 온창섭이 말했다.“동 회장이랑 오늘 얘기해 봤는데 그 댁에선 네가 무척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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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2화

물컵을 내려놓은 육강민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서은주를 지그시 바라보았다.술기운이 오른 그 눈빛에는 뜨거운 욕망이 담겨 있었다.서은주가 그가 술만 마시면 욕구가 폭발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오늘의 육강민의 눈빛은 유달리 집요했다.“나 그만 보고 빨리 자요. 난 애들 좀 보고 올게요.”육강민은 손을 뻗어 나가려는 그녀를 품에 안았다.“은주야, 애들만 보지 말고 나도 좀 봐줘.”“뭐 예쁘다고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육강민은 손을 들어 그녀의 볼을 잡더니 그대로 입을 맞추었다.부드럽고 깊은 입맞춤이 이어졌다.얼마 못 가 서은주는 온몸에 힘이 풀리고 숨이 막혀왔다. 가냘픈 거절은 또 다른 유혹으로 그에게 다가왔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육강민이 이미 그녀의 위에 올라타고 있었고 잠옷은 이미 가슴께로 올려진 상태였다.서은주는 더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잘록한 허리와 하얗고 보드라운 피부는 보고만 있어도 깨물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했다.육강민은 바로 행동에 돌입했다.“아!”서은주가 신음을 흘리며 그를 밀어냈다.“적당히 해요.”“싫은데?”“비 오는 날은 허리 아프잖아요.”과거 허리를 다친 육강민은 비 오는 날이면 통증이 발작했다. 그래도 매번 아내가 허리를 걱정하는 말을 할 때면 자존심이 상했다.술기운이 오른 육강민은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그는 미친 듯이 서은주를 탐했다.서은주는 그의 거침없는 몸짓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눈에 보이는 건, 달뜬 그의 눈동자뿐이었고 귓가에는 그의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그렇게 비는 밤새 내렸다.다음날 아침, 여전히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먼저 일어난 서은주가 주방으로 내려갔을 때, 연주가 주방에서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그녀는 준비를 마친 뒤, 육민찬을 깨우러 갔다.아이는 창밖을 내다보더니 서은주의 목에 매달려 애교를 부렸다.“엄마, 비도 오는데 학교에 안 가면 안 돼요?”“당연히 안 되지!”“엄마, 이제 저 사랑 안 하는 거예요?”“민찬아, 이런 네 모습을 수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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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3화

서은주는 연고를 꺼내 그의 허리에 발라주었지만 딱히 차도를 보이지 않아 유주만에게 연락하는 수밖에 없었다.그 동안 육강민의 치료는 유주만이 도맡아왔다.유주만은 여전히 병원에서 회진 중이라며 바로 병원으로 오라고 말했다.“아직 삼정 병원에 계신가요?”“네, 이리로 데려오면 돼요.”서은주는 육강민을 데리고 병원에 도착했다. 유주만은 바로 그에게 병실을 내주고 입원시켰다.옛 부상이라 완치될 가능성은 거의 없고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로 그나마 통증을 완화하는 수밖에 없었다.유주만의 등 뒤로 여러 명의 의료진들이 같이 들어왔다. 교습을 온 선생님들 같았다.유지만은 이 참에 의료진들에게 실전 학습을 시킬 생각인 듯했다.“이 환자는 과거 허리에 총상과 자상을 여러 곳 입었어요. 그때는 뼈가 아예 부서진 상태였어서 지금까지도 후유증으로 남았죠. 이런 환자를 치료할 때는….”육강민은 항의하고 싶었지만, 지금 그의 통증을 완화시켜줄 사람은 유주만뿐이라 차마 말을 못하고 있었다.그러나 그가 옷을 벗고 등을 드러내자, 병실 안은 정적이 감돌았다.잔등에 빨간 손톱 흔적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누구의 소행인지는 말할 필요가 없었다.서은주는 구석에 서서 당장이라도 자리를 뜨고 싶은 심정이었다.몇몇 어린 의사들은 헛기침을 하며 어색하게 시선을 돌렸다.겉으로는 차갑고 냉철해 보이는 육강민 대표가 사적으로 이렇게 정열적인 사람이었다니!역시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다들 하고 있었다.의료진들은 육강민의 이번 발작이 이 흔적과 무조건 연관이 있다고 확신했다.서은주는 완전히 해탈한 상태였다.유주만도 뜻밖의 상황에 얼굴을 붉히고는 마사지 위치와 기법을 설명해 주었다.의료진을 다 내보낸 후, 유주만은 서은주를 따로 불러서 말했다.“근래는 격렬한 운동을 피하는 게 좋아요.”“저도 알아요.”서은주는 고개를 푹 숙이고 대답했다.“너무 저 녀석 요구를 다 들어줄 필요는 없어요.”유주만은 어릴 때부터 육강민을 봐왔기에 그가 어떤 성격인지 잘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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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4화

육강민은 원래 남의 일에 관심이 많고 나대는 방주헌이 가소롭다고 생각했는데 몰래 훔쳐보는 재미가 어떤 건지 오늘 처음 체감하게 되었다.‘고목에도 꽃이 피는구나.’하이석은 아침에 간병인이 올 때까지 병실을 지켰다.온유란은 그에게 미안해서 아침이라도 사겠다며 그를 따라나섰고, 하이석은 당연히 거절하지 않았다.그렇게 두 사람은 우산 하나를 쓰고 입원 병동을 나서게 되었다.우산은 온유란이 간병인에게서 빌린 여성용 우산이라 조금 작았다.그러니 두 사람이 같은 우산을 쓰고 가려니 비좁을 수밖에 없었다.온유란은 비록 그와 만난 적은 몇번 안 되지만, 그에 대한 소문은 많이 들었기에 다소 긴장하고 있었다.처음에는 그녀가 우산을 들고 있었는데 조심스럽게 그와의 거리를 유지하려 안간힘을 썼다.그에게서 나는 은은한 향기가 빗물과 섞여 그녀의 주변을 에워쌌다.“이따가 또 병실로 돌아갈 거예요?”하이석이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물었다.너무 가까이 있어서 그의 뜨거운 숨결이 얼굴을 간지럽혔다.부드럽고 자상한 목소리에 온유란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네.”그녀는 다소 긴장한 목소리로 답했다.“전문가 진료는 받아봤어요?”“네. 전문가 선생님께선 수술을 받으면 1년 정도 더 사실 수 있다고 했어요.”가까이 있으니 그녀의 머리는 고작 그의 가슴께에 닿았다. 같은 우산 아래에 있으니 그가 자신을 감싸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키 차이가 심해서 우산을 들고 있기도 꽤나 버거웠다.“우산은 내가 들게요.”하이석이 말했다.키가 큰 그가 드는 게 더 편했기에 온유란은 순순히 우산을 그에게 넘겼다.우산을 넘겨주던 순간 두 사람의 손등이 살짝 스쳤다.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데 그의 손에서는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손이… 뜨거워.’옆에 사람이 있으니 주변 공기마저 뜨거워진 느낌이었다.“추워요?”손끝에 닿았던 그녀의 차가운 온기가 신경 쓰여,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내려다보며 물었다.우산은 온유란 쪽으로 기울었기에 어깨와 머리가 젖고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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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5화

하이석과 온유란은 병원 근처의 작은 식당으로 들어갔다.주문을 마친 후, 그는 육강민에게 답장을 보냈다.[어디야?]육강민에게서는 곧바로 답장이 왔다.[둘이 어제부터 같이 있었어?][점집에 한번 다녀와야겠네.][거긴 왜? 점괘라도 보게?][부적 좀 사려고. 형한테 방주헌 마가 낀 것 같아. 왜 남의 일에 관심이 많아?]육강민은 입원한 후로 할 일이 없어 심심하던 차였다.주문을 기다리던 와중에 왕 기사가 급급히 안으로 들어와 하이석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하이석은 곧바로 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아들이 밤새 외박한 것을 알게 된 현정민 여사의 전화였다.“왕 기사님, 아침 드셨어요? 앉아서 같이 드실래요?”온유란이 물었다.“아닙니다. 저는 아까 햄버거 하나 먹었어요.”곧이어 주문한 만둣국과 찌개가 나왔다. 간단한 음식이었지만 구수한 향이 나는 것이 꽤나 먹음직스러워 보였다.왕 기사가 말했다.“대표님은 파 안 드세요.”“아까 주문할 때는 아무 말씀이 없으시던데요.”왕 기사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리고 애호박도 안 드세요.”“편식이 심한가 보네요?”“조금 까다로운 편이죠.”온유란은 그저 미소만 지었다.채소 두세 가지 정도 안 먹는 사람은 흔하고 그녀는 오히려 이런 하이석이 더 진실되어 보였다.사람이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게 나뉘어 있는 법이다.온유란은 깨끗한 젓가락으로 만둣국에 둥둥 떠 있는 파를 제거한 뒤에 그의 앞으로 다시 밀어주었다.하이석이 다시 돌아왔을 때까지도 온유란과 왕 기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그래서 주방장이 대표님 때문에 힘들다고 했다니깐요.”왕 기사가 웃으며 말했다.“무슨 얘기 중이었어?”하이석이 안으로 들어오며 물었다.“아닙니다. 그럼 저는 밖에 나가서 기다리겠습니다.”말을 마친 왕 기사는 곧바로 자리를 떴다.“제가 자주 오는 집인데 맛은 괜찮거든요?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네요.”온유란은 어제 밤을 새고도 전혀 피곤한 기색이 느껴지지 않는 그를 보며 말했다.하이석은 고개를 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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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6화

“감사합니다, 교수님. 수고 많으셨어요.”온유란은 무거운 표정으로 답했다.간호사가 치료비 결제할 차례라고 재촉했다.유주만과 하이석이 떠난 후, 도정숙은 온유란을 곁으로 불러서 말했다.“어차피 나을 수 없는 병이니 돈 낭비하지 말아.”“아주머니 목숨이 달린 일인데 어떻게 낭비라고 할 수 있나요?”“네게 돈이 어디 있다고?”“아버지가 주셨어요. 어차피 온창섭 대표한테는 푼돈일 거잖아요.”“너를 시골에 버려두고 한 번 보러 온 적도 없길래 너한테 무관심한 줄로만 알았는데 그래도 정은 남았나 보구나. 하긴, 피를 나눈 부녀인데 어떻게 완전히 끊어내겠어.”도정숙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온유란의 손을 잡았다.“자꾸 내 병실에 들락거리지 말고 시간 나면 아버지 곁에 더 있어드리렴. 그리고 대표님께 감사하다고 전해줘.”온유란은 고개를 끄덕였다.“참, 아까 같이 있던 청년은 누구야?”“친구예요.”온유란이 담담히 답했다.“차림새나 기품으로 보아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던데, 만나는 사이야?”“그런 거 아니에요!”온유란은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도정숙은 힘없는 미소를 지으며 온유란의 손을 쓰다듬었다.“내 가장 큰 소원이 네가 평생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는 걸 보는 거였는데….”한편, 유주만도 궁금증이 잃었다.그는 하이석에게 온유란과 무슨 사이인지 캐물었지만, 하이석은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하이석은 유주만으로부터 육강민이 이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그래서 본 거구나.’그 뒤로 하이석은 시간만 나면 육강민의 문병을 왔다.서은주는 평소라면 일 말고 남 일에 관심도 없던 하이석이 매일 병실을 드나드는 것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그러거나 말거나, 하이석은 서은주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형수님은 돌아가서 쉬세요. 저녁에는 제가 있을게요.”“이석 씨가, 병실을 지킨다고요?”서은주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집에 애들도 있잖아요. 남혁 형도 요즘 바쁜 것 같던데 계속 시부모님한테 맡기는 거 눈치 보일 것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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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7화

온유란은 최근 수시로 하이석과 마주쳤다. 듣기로 그는 허리 부상이 재발한 육강민 대표를 돌보러 왔다고 하는데 얘기를 들은 후로는 친구들끼리 사이가 정말 좋구나 하는 생각뿐이었다.사실 육 대표 정도면 가족들이 시간적 여유가 없어도 간병인을 고용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하이석이 직접 보살피러 왔다는 건 그만큼 사이가 좋다는 뜻이라고 생각했다.‘역시 소문은 믿을 게 못 되네.’하이석이 왜 뜬금없이 병간호를 맡았는지에 대해, 육강민은 진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정을 모르는 방주헌은 그가 어머니의 맞선 안배를 피하려고 병실로 숨었다고 이해했다.앞뒤가 맞는 말이었다.다만, 사실상 육강민과 하이석은 서로 이용하는 관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하이석이 병원에 오는 건 나름의 목적이 있어서였고 육강민은 아이들을 돌보며 병원으로 왔다 갔다 하는 아내가 안쓰러웠기 때문이었다.원래 육강민은 3일만 입원할 예정이었으나, 유주만의 권유로 하게 된 건강검진에서 위장이 취약하고 다른 수치도 안 좋은 것이 확인 되어 며칠 더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회사에 할 일이 산더미인 육강민은 극구 반대했지만 한미주 여사의 한마디에 굴복하고 말았다.“돈은 언제 벌어도 늦지 않아. 지금 네 몸 상태를 보면 누가 이십 대 청년이라고 하겠니? 이제 마누라와 자식들도 있는데 건강을 챙겨야지.”육강민은 한미주 여사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 병원에서 며칠 더 지내기로 했다.심지어 한미주는 아들이 편히 쉴 수 있게 육지성에게 절대 서류를 병실로 가져가지 말 것을 명했다.육지성은 육강민의 비서로써 대표가 할 일이 없으니 그 역시도 한가해졌다.이 일은 곧바로 손리정에게 전해지고 그녀는 웃음을 참을 수 없어 서은주에게 전화를 걸었다.“은주야, 육 대표님 허리를 다쳤다면서?”“소설이나 드라마에서 보면 대표님들 모두 정력 넘치던데, 허리가 부실한 대표님은 처음이네.”“남자는 허리가 생명이라던데 말이야.”서은주는 당장 닥치라고 말하고 싶었다.곧 엄마가 되는 사람인데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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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8화

“이석 씨랑 애들 밖에 있어요.”“그럼 소리 줄이면 되지.”서은주는 그의 품에 안겨 세면대 위에 걸터앉게 되었다.그녀는 떨어질까 봐 두려워 그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두 사람의 몸이 겹쳐졌다.“나 허리 이제 다 나았는데 한번 시험해 볼래?”가라앉은 목소리가 유난히 매혹적이었다.진지한 얼굴로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육강민밖에 없을 것이다.서은주는 그의 건강을 우려해 더 이상 그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혈기왕성할 때인 육강민은 더 참다가는 갑갑해 미쳐버릴 것 같았다.“그만해요. 하더라도 퇴원한 다음에 해요.”육강민은 긴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그녀의 목덜미에 파묻으며 말했다.“그럼 약속한 거야? 퇴원하면… 도망치면 안 돼.”서은주는 갑자기 두려운 기분이 들었다.육강민은 가끔 늑대처럼 굴 때가 있었다.이제 퇴원하면 어떻게 될지를 생각하니 벌써 걱정이 앞섰다.두 사람이 밖으로 나가니 육민찬이 그들을 힐끗 보며 말했다.“정말 이해할 수가 없네요. 대체 무슨 말을 꼭 화장실까지 가서 몰래 해요?”아이는 의심스럽다는 듯이 부모를 번갈아보았다.진실을 아는 하이석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서은주는 괜히 화끈거려서 치료비를 계산한다는 핑계로 다급히 병실을 떠났다.그녀는 결제하러 가는 길에 온유란을 만났다.육강민이 입원해 있는 사이 그녀도 자주 병원에 왔지만, 이번이 첫 만남이었다.“사모님, 박사 시험 합격했다고 들었어요. 축하드려요.”온유란이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어떻게 알았어요?”서은주가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시어머님께서 누구 만나면 사모님 칭찬을 해서 온 경성 사람들 모두가 알걸요.”온유란이 결제할 차례가 다가오자 간호사가 말했다.“비용은 모두 결제되었습니다.”“네?”온유란은 놀란 눈을 동그랗게 떴다.“30분 전에 이미 결제 완료되었네요.”“가족이 미리 결제한 거 아닐까요?”서은주가 물었다.“아마도요.”말은 그렇게 해도 온유란은 온창섭이 먼저 병원비 결제를 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의문을 가지고 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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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9화

서은주는 두 사람의 대화를 이해할 수가 없어 미간을 찌푸렸다.한때 육강민에게 물어보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남자들 사이의 비밀이라며 대답을 회피하고는 했다.그녀는 아무리 동지철이 지금은 진심처럼 보여도 본성은 바꾸기 힘들다는 생각에 온유란을 걱정하기 시작했다.동지철은 아무리 봐도 좋은 결혼상대는 아니었다.하이석이 시계를 보더니 말했다.“이만 가볼게요.”“네, 어서 가보세요.”서은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집에 돌아가면 푹 쉬어요. 요즘 정말 고생 많이 하셨어요.”한편, 이미 도정숙의 병실을 알고 있는 동지철은 온유란이 초대하지 않았는데도 막무가내로 찾아왔다.그가 과일과 꽃을 건네자 도정숙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반가워했다. 입원해 있는 기간에 거의 방문하는 사람이 없어서 더욱 반가운 손님이었다.그녀는 온유란에게 어서 물을 따라드리라고 권했다.“그렇게 예의 차릴 것 없어요. 유란 씨 일이면 제 일이기도 하죠.”도정숙은 온유란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을 보고 바로 속셈을 알아차렸다.돌아가는 길, 온유란은 그에게 카드 한 장을 건넸다.“이게 뭔가요?”“치료비요.”“우리 사이에 이렇게 예의 차릴 것 없어요.”동지철은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앞으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요.”“동지철 씨, 우리 사이는….”“그거 알아요? 아저씨가 우리 결혼 승낙하셨어요.”“네?”“어차피 결혼할 사이잖아요. 고작 백만 원 정도, 술값도 안 나오는 돈이니까 돌려줄 필요 없어요.”동지철은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살피고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왔다.가까이 다가서니 그녀의 향기가 코끝을 맴돌았다.향수의 진한 향이 아니고 햇빛에 말린 시트에서 나는 깨끗하고 편안한 향이었다.그는 취한 듯, 입을 열었다.“유란 씨, 향이 참 좋네요.”그 두 눈에는 감출 수 없는 욕망이 담겨 있었다.마치 손길이 그녀의 몸을 유린하듯, 불편한 눈빛이었다.온유란은 숨이 막혀 뒤돌아섰지만, 동지철이 그녀의 팔을 잡더니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며 몸을 밀착해 왔다.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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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0화

온유란을 좋아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녀가 아니면 안 될 정도는 아니었다.그녀에게 구애하기 위해 수차례 웃음거리가 되었는데도 그녀는 한 번도 살가운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으니, 자존심이 상한 게 당연했다.병원을 나온 그는 친구들을 불러 클럽으로 달려갔다.룸 안에서 남녀가 서로 엉켜 술을 퍼마시고 있엇다.집회가 끝났을 때, 그는 여자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밖으로 나와 차로 다가갔다.“동 대표님, 대리를 부르는 게 좋겠어요.”한 여자가 말했다.“왜, 내가 취해서 운전도 못할 것 같아?”여자는 웃으며 말이 없었다.“너도 나 무시해?”동지철은 늘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던 온유란이 떠올라 기분이 확 상했다.그가 무엇을 해도 그녀에게는 아무런 감흥도 불러일으키지 못한 듯했다.“그럴 리가요. 누가 감히 동 대표님을 무시하겠어요.”여자가 웃으며 말했다.“꺼져!”그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두 여자를 쫓아버렸다.여자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는 어색하게 자리를 떴다.동지철은 차키를 챙겨 비틀거리며 주차장으로 다가갔다. 술을 마셔서 차들이 겹쳐 보이고 자신의 차가 어디 있는지도 알아볼 수 없었다.밤 깊은 주차장은 무척이나 고요했다.감시실 경비원들마저 끄덕끄덕 조느라 모니터가 깜빡인 것을 모르고 있었다.곧이어 CCTV에서 동지철이 사라졌다.동지철은 욕설을 퍼부으며 온유란을 정복하겠노라고 큰소리를 쳤다.이때 갑자기 등 뒤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고개를 돌리자마자 상대를 알아볼 틈도 없이 머리 위에 마대가 씌워졌다.“망할! 누구야? 이거 안 놔?”그는 욕설을 퍼부으며 몸부림쳤다.곧이어 날아온 주먹이 그의 얼굴을 강타하고 눈앞에 별이 보였다.그러더니 수차례 주먹이 그에게 날아와 구타하기 시작했다.안 그래도 술에 취해 몸조차 가눌 수 없었기에 동지철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었다.“감히 날 기습하다니! 사내대장부라면 정정당당하게 한판 붙어! 비열하게 이게 무슨 짓이야! 쓰레기 같으니라고!”그가 살려달라고 애원할 때까지 상대는 멈추지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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