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791 - Chapitre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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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1화

늦봄이라기엔 아직 바람 끝이 차가운 밤이었다.하이석은 검은 셔츠 하나만 걸치고 있었다. 단추가 몇 개 느슨하게 풀린 셔츠 자락은 허리선을 따라 단정하게 떨어졌고, 곧게 뻗은 다리는 정장 바지 안으로 길게 이어졌다.차갑고도 고급스러운 분위기였다. 온몸에 서늘한 냉기가 어려 있었지만 유독 눈빛만은 달랐다.곧고 뜨거운 시선. 마치 한겨울 얼음까지 녹여 버릴 것 같은 열기가 그 안에 담겨 있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그녀만 바라봤다. 그 눈빛은 말없이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이리 와.온유란은 하이석과 아직 가까운 사이라고 할 수 없어 어떻게 그를 대해야 할지도 몰랐다.주변은 숨소리조차 크게 들릴 만큼 고요했다.그녀는 천천히 걸어 그의 앞에 멈춰 섰다.하이석은 창가 쪽에 서 있었는데 창밖으로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끝없이 이어진 불빛들이 내려다보였다.가까이 다가가고 나서야 온유란은 그의 몸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술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오늘 술 드셨어요?”하이석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생각 끝났습니까?”“네.”“후회 안해요?”술기운이 스민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낮고 짙었다. 그의 시선은 숨김없이 곧고 뜨거웠다.온유란은 입술을 가볍게 깨물었다.“제 상황은 하이석 씨도 다 아시잖아요. 지금보다 더 나빠질 일도 없고요. 오히려 하이석 씨야말로 더 좋은 선택은 얼마든지 할 수 있잖아요. 후회만 안 하시면 돼요.”그녀는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나중에 이혼 원하시면 언제든 하셔도 돼요. 저 절대 매달리지 않을 거고요. 재산 문제도 공증하면 되고… 전에 빌려주신 돈도 꼭 갚을게요. 이자는 어떻게 할지 말씀만 해 주세요.”하이석과 결혼하면 지금 자신을 짓누르는 모든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엄청난 이득이었다. 자신만 이득 봐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그녀는 며칠 동안 정말 많이 고민했다.“이자요?”하이석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그는 메시지를 보자마자 급히 달려왔다. 그런데 온유란은 오직 돈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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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2화

하이석은 조금 힘을 주어 그녀를 끌어안았다. 한 손은 허리를 감쌌고, 다른 한 손은 그녀 뒤통수를 받쳐 쥔 채 입술을 깊게 겹쳐 왔다.거칠 만큼 강한 키스였다. 숨 돌릴 틈조차 주지 않고 그녀를 단단히 가둔 채, 낮게 속삭였다.“얌전히 있어요.”서로의 체온이 뒤섞이자 온유란의 몸이 순간 가늘게 떨렸다.하이석은 천천히 그녀 입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몸은 떨어지지 않았다.숨결이 가까운 거리에서 얽혀 들었다.짙고 뜨거운 공기. 한 사람의 호흡은 급하게 떨렸고, 다른 한 사람은 뜨겁게 끓어올랐다.닿을 듯 말 듯 스치는 입술은 방금 전보다 오히려 더 아찔했다.온유란은 다리에 힘이 풀리는 듯한 떨림을 느꼈다. 입술 끝에 남아 있는 희미한 열기가 조금씩 그녀를 흔들어 놓았다.그의 온도가 아직도 입술 위에 남아 있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만 같은 기분.온유란의 입술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물기 어린 눈빛에는 아직 놀란 기색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이 사람을 더 괴롭히고 싶게 만들었다.하이석은 그녀 허리를 감싸 쥔 채 손끝에 힘을 주었다. 가늘고 힘없는 허리가 마치 손안에서 그대로 녹아 버릴 것만 같았다.“온유란 씨.”그가 낮게 숨을 눌러 삼키며 말했다.“이 정도까지는 맞춰 줄 수 있어요?”온유란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결혼을 받아들이기로 한 순간부터 그녀 역시 여러 가능성을 생각해 봤다. 심지어 그런 일까지도.하이석은 낮게 웃었다. 그리고 손끝으로 그녀 붉어진 입술을 천천히 쓸었다.“처음입니까?”온유란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다.방금 키스할 때 하이석은 느낄 수 있었다. 그녀 몸이 얼마나 서툴게 떨리고 있었는지. 너무도 풋풋하고 미숙했다.시간이 늦은 탓에 하이석은 오래 병원에 머물지 않았다. 도정숙 상태를 간단히 물은 뒤, 다른 이야기는 다음에 하자고 했다.온유란은 아직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어쩌다 갑자기 하이석과 키스를 하게 된 걸까.그녀는 다시 보호자용 의자에 몸을 웅크렸다.방금 전 일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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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3화

삼정 병원.그날 밤 하이석이 다녀간 이후, 온유란은 그를 다시 보지 못했다.그는 그때 다른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고 했고, 온유란 역시 그가 바쁜 사람이라는 걸 알았기에 먼저 연락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그렇게 일주일쯤 지났을 무렵이었다.온유란은 휠체어를 밀며 도정숙을 병원 정원으로 데리고 나가 햇볕을 쬐어 주고 있었다.천천히 병실로 돌아왔을 때, 하이석이 와 있었다.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온유란은 자연스럽게 그날 밤이 떠올랐다. 뜨겁고도 사람을 정신없게 만들던 그 키스.하이석은 도정숙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하지만 온유란 시선은 본능처럼 그의 입술로 향했다. 그 입술은 부드러웠고 자신을 머금을 때는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하이석은 평소 늘 신사적이고 고급스러웠다. 점잖고 절제된 분위기에 어딘가 고지식한 간부 같은 느낌마저 있었다. 그런데 키스할 때만큼은 놀랄 만큼 강압적이었다.그리고 입술은 너무 뜨거웠다.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귓가가 괜히 화끈해졌다.도정숙은 하이석을 보자 무척 반가워했다.“하이석 씨, 어떻게 오셨어요?”“근처 지나던 길에 들렀습니다. 몸은 좀 어떠세요?”하이석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지나가다?도정숙도 바보는 아니었다. 이 하이석이라는 남자는 누가 봐도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그녀는 오랫동안 온씨 가문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으니 사람 보는 눈 하나는 정확했다. 게다가 그가 입고 있는 옷만 봐도 값비싼 게 느껴졌다. 그런 사람이 우연히 지나가다 병든 늙은이 문병을 올 리가 없지 않은가.아마 자신이 아니라 온유란을 보러 온 거겠지.도정숙이 막 온유란 쪽을 바라보려던 순간, 그녀가 급히 말을 끊었다.“침대에 눕혀 드릴게요.”온유란은 도정숙이 괜한 말을 꺼낼까 봐 조마조마했다.마침 유 아주머니도 자리를 비운 상태라 온유란 혼자 도정숙을 침대에 옮기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골육종 때문에 다리가 늘 욱신거려 걷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상태였다. 휠체어에서 침대로 옮기는 일만 해도 꽤 버거웠다.“제가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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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4화

현정민 여사는 원래 육강민 어머니와 함께 피부 관리 받으러 뷰티숍에 가 있던 참이었다.육강민 어머니는 내내 집 손녀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심지어 휴대폰까지 꺼내 육수린 사진을 한 장 한 장 보여 줬다.육수린은 정말 예뻤다. 가느다란 눈썹에 또렷한 눈망울. 양갈래로 땋은 머리에는 리본이 달려 있었고, 앞머리에는 복슬복슬한 머리핀이 꽂혀 있었다. 말랑말랑한 우윳빛 얼굴까지 더해지니 현정민 여사는 거의 넋이 나갈 지경이었다.그러면서 속으로는 또 한 번 아들을 원망했다.도대체 왜 저렇게 연애 하나 못 하는지!그런데 바로 그때 집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하이석이 집에 들러 짐을 챙기고 있다는 소식이었다.무슨 뜻이지? 맞선 보기 싫어서 집 나가겠다는 건가? 아니면 아예 도망칠 생각인가?현정민 여사는 그대로 관리도 중단한 채 집으로 들이닥쳤다.거실에는 하이석이 태연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고, 현관 앞에는 커다란 여행 가방 두 개가 놓여 있었다.“하이석, 너 설마 집 나가려고?”“네.”그는 너무도 담담하게 대답했다.“부모님이랑 같이 사는 건 아무래도 불편해서요.”현정민 여사는 코웃음을 쳤다.“삼십 년 넘게 같이 살아 놓고 이제 와서 불편하대. 맞선 보기 싫으니까 도망치려는 거 아니야?”“그런 거 아닙니다.”하이석은 차잔을 내려놓았다.“앞으로 맞선 안 봐도 돼요. 곧 며느리 데리고 올 테니까.”현정민 여사는 허탈한 표정으로 하늘을 가리켰다.“저기 하늘 좀 봐.”“왜요?”“네가 불어 놓은 허풍이 하늘까지 올라가 있잖아. 네가 진짜 며느리 하나 데려오기만 하면, 집 나가는 건 물론이고 원하는 건 다 해 줄게.”“그럼 가족관계증명서 어디 있어요?”“그건 왜?”“결혼하려고요.”현정민 여사는 어이가 없었다. 그동안 온갖 집안 아가씨들을 소개해 줘도 눈길 한 번 안 주던 인간이 갑자기 결혼이라니.그녀는 그대로 가족관계증명서를 꺼내 그의 앞에 툭 던졌다.“가져가. 능력 있으면 진짜 결혼해서 돌아와 보든가.”대체 무슨 속셈인지 한번 보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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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5화

온유란은 하이석과 병원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하이석은 지난번보다 훨씬 눈에 띄지 않는 차를 몰고 왔고 왕 기사도 없었다.두 사람은 그대로 차를 타고 헤이엘로 향했다.복층 구조에 작은 다락방까지 딸린 집이었다.온유란은 당연히 차갑고 무채색인 인테리어를 떠올렸는데 의외로 집 안은 무척 따뜻한 분위기였다.“인테리어는 어머니가 직접 보셨어요.”하이석이 말했다.“계속 비워 두다가 얼마 전에야 왕 기사한테 정리 좀 시켰습니다. 편하게 둘러봐요.”온유란은 하이석과 결혼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이미 여러 가능성을 생각해 본 상태였다. 그날 밤의 키스 이후로는 함께 사는 것과 그리고 그 이상의 일까지.그래서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가장 먼저 안방을 살폈다.문을 여는 순간, 온유란 숨이 멎었다.침대가 너무 컸다.집이 완성된 뒤 하이석 역시 제대로 둘러본 건 처음이었다. 그도 침실 한가운데 놓인 침대를 보고 잠시 멈칫했다.확실히 좀 지나치게 크긴 했다.*헤이엘을 나온 뒤 두 사람은 근처 대형마트로 향했다.온유란은 생활용품을 하나씩 골랐고, 하이석은 자연스럽게 카트를 밀며 옆에서 조용히 기다려 주었다.온유란은 그 모습이 아직도 낯설었다.하이석 같은 사람은 원하는 게 있으면 전화 한 통이면 다 해결될 텐데, 직접 그녀와 마트를 돌고 있었다.“살 게 생각보다 많네요.”온유란이 작게 중얼거렸다.“슬리퍼도 없고…”“네.”하이석이 담담하게 말했다.“다른 사람이 사 놓은 건 마음에 안 들 수도 있으니까요.”무심한 말투였지만 그 말에 온유란 심장이 괜히 크게 흔들렸다.지금 두 사람 모습은 꼭 진짜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 같았다.마트를 돌던 중 하이석 휴대폰이 울렸다.전화한 사람은 방주헌이었다.“하이석, 술 한잔하러 나와라. 할 말 있어.”“지금은 안 돼.”“뭐 하는데?”하이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둥지 만드는 중.”방주헌은 그대로 얼어붙었다.뭐? 둥지? 지가 새야?온유란은 마침 양치컵을 고르던 중이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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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6화

반 시간 전, 온창섭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너 지금 어디야? 전화도 안 받고, 이제 날개 좀 달렸다고 이러는 거야?][온유란, 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경성은 시골이 아니야. 잔머리 좀 굴린다고 뒤에서 어떤 남자 하나 꼬드겨 붙잡았다고 생각하지 마. 그 남자가 돈 조금 써 준다고 네가 나한테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당장 돌아와!]온유란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온창섭 번호를 차단했다.지금 그녀는 그에게 딱 한마디만 하고 싶었다.‘꺼져주세요.’메시지를 확인하는 내내 그녀는 하이석 몰래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너무 집중했던 탓일까. 몸을 돌린 순간에야 하이석이 어느새 바로 뒤에 서 있다는 걸 알아챘다.온유란은 놀라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고 그 순간 허리가 강하게 붙잡혔다.휘청이며 중심을 잃은 그녀는 그대로 하이석 품 안으로 넘어졌다.“하이석 씨…”허리를 감싼 팔에 단단히 붙들려 꼼짝할 수 없었다.“가만있어요.”너무 가까웠고 몸이 빈틈없이 맞닿았다.실내라 하이석은 재킷을 벗은 상태였다.온유란은 그의 허리춤 벨트 버클이 제 몸에 닿는 감촉까지 느낄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숨이 턱 막혔다.얼굴은 그대로 그의 가슴팍에 부딪혔다. 얇은 옷감으로는 체온을 막을 수 없었다.두 사람의 열기가 서서히 뒤섞였다.허리를 감싼 손바닥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어 마치 그녀 피부까지 녹여 버릴 듯한 온기였다.“하이석 씨…”온유란이 숨을 죽인 채 작게 불렀다.“네?”낮고 깊은 목소리였다. 귓가 가까이서 울리는 그 음성이 이상할 만큼 사람을 흔들었다.“조금만… 놔주세요.”하이석이 그녀를 내려다봤다.“아프게 했어요?”그 말은 괜히 묘하게 들렸다. 온유란은 순간 그가 일부러 그런 건가 싶었지만 딱히 증거도 없었다.그녀는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하이석의 뜨거운 숨결이 천천히 제 머리 위로 떨어지는 걸. 마치 마음 한가운데까지 뜨거운 바람이 스며드는 기분이었다.괜히 몸 전체가 달아올라 온유란은 숨을 삼켰다. 이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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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7화

저녁은 온유란이 만들었다. 그녀는 집밥 종류를 꽤 잘했고, 음식 솜씨도 좋았다.하이석은 그녀가 부엌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봤다. 꼭 살림 잘하는 어린 아내 같았다.그제야 그는 조금 이해할 것 같았다. 왜 육강민이 결혼 후 그렇게까지 변했는지.식사를 마친 뒤 온유란은 과일까지 깎아 그의 앞에 내놓았다.그런데 하이석은 갑자기 그녀 허리를 붙잡더니 그대로 자기 무릎 위에 앉혔다.키스라는 건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째부턴 익숙해지는 법이었다.온유란은 원래도 순한 성격이었다. 그녀는 얌전히 그의 어깨를 짚고 목을 감싸 안은 채 가볍게 몸을 기댔다.여자 몸은 원래 이렇게 부드러운 건가.하이석 목울대가 천천히 움직였다. 온몸이 팽팽하게 긴장된 탓에 오히려 괴로울 정도였다.입술을 머금을 때도 혹여 그녀가 아플까 봐 힘을 세게 줄 수가 없었다.그렇다고 살살 입 맞추기만 하자니 속이 바짝 타들어 갔다. 아무리 키스해도 몸 안의 뜨거운 열기와 답답함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친구들이 불러서 잠깐 나갔다 올게요.”하이석은 그녀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어 넘겼다.“네.”온유란은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결혼을 받아들인 순간부터, 그리고 오늘 이 집에 들어온 순간까지.하지만 막상 밤이 되면 두 사람이 같은 침대에서 자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계속 긴장되고 어색했다. 그래서 하이석이 나간다는 말에 오히려 안도감이 들었다.“방주헌이 불렀어요. 아마 육씨 가문 사람들이랑 같이 있을 거예요.”“알겠어요.”온유란은 눈을 깜빡였다. 그 말은 마치 자신에게 일정을 보고하는 남편 같았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다음에 제대로 인사시켜 줄게요.”온유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들의 관계라면 꼭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내가 나간다니까 기분 좋아 보이네요?”하이석은 그녀 속마음을 정확히 읽어 냈다.“아니에요.”온유란은 급히 변명했다.“운전할 줄 알아요?”“네.”“차 키는 현관 쪽에 뒀어요. 오늘 타고 온 흰 차는 당신이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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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8화

온창섭은 이를 악물었다.‘그 죽일 계집애. 역시 돈 많은 놈 하나 제대로 물었군!’*한편, 프라이빗 라운지 룸.하이석이 도착했을 때 방주헌이 한숨부터 내쉬었다.“하이석, 너 요즘 왜 이러냐? 최근엔 맨날 늦네.”“분명 뭔가 중요한 일이 있겠지.”육강민이 웃으며 거들었다.하이석은 대꾸하지 않은 채 곧장 허경빈 옆에 가 앉았다.시간은 이미 밤 열 시가 넘은 상태였다. 그는 당연히 남자들끼리의 술자리일 거라 생각했는데 서은주와 연주까지 와 있었다. 심지어 손리정과 육지성도 함께였다.손리정은 이미 배가 제법 나온 상태였다. 입덧도 거의 없었고 먹고 자는 것도 워낙 잘해서 예전보다 훨씬 통통해졌다.그녀는 틈만 나면 서은주에게 투덜댔다.서은주는 임신해도 살이 안 찌는데 왜 자신만 이렇게 살이 붙냐고.“이 늦은 시간에 방주헌이 사람들 다 불러 모은 이유가 뭐야?”하이석이 허경빈에게 낮게 물었다.“뭔가 엄청 비밀스럽네.”허경빈은 웃으며 턱짓했다.“누가 빠졌는지 보면 바로 답 나오잖아.”하이석이 눈썹을 슬쩍 치켜올렸다.강희진이 없었다.방주헌과 강희진은 평소에도 붙어 다니기 바쁜 커플이었다. 특별한 일만 없다면 늘 같이 붙어 있었다.게다가 방주헌은 자기 연애를 숨기는 타입도 아니었고 오히려 남들 입 벌려서 억지로 연애 자랑 퍼먹이는 인간에 가까웠다.하이석 정도 되는 사람이 눈치 못 챌 리 없었다. 그는 곧바로 감을 잡았다.“설마 강희진 씨한테…”허경빈이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청혼하려는 거지.”그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어디서 자극을 받았는진 몰라도 원래 저 인간이 조용히 하는 스타일은 아니잖아. 무조건 크게 벌이려 들지.”하이석은 피식 웃었다.그때 방주헌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나 여친한테 프로포즈할 거야. 날짜는 이번 주 토요일!”그는 꽤 진지한 얼굴로 사람들을 둘러봤다.“그러니까 다들 무조건 협조해 줘야 해. 이건 서프라이즈니까 절대 들키면 안 돼.”육강민이 바로 받아쳤다.“서프라이즈면 혼자 몰래 준비하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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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9화

파티가 끝나고 흩어질 무렵, 방주헌은 서은주를 붙잡고 계획의 세부 사항을 몇 번이고 거듭 당부했다.그녀는 하품을 연신 해대며 그저 고개만 까딱까딱 끄덕이고 있을 뿐이었다."형수, 제 말 제대로 듣고 계신 거 맞아요?""듣고 있습니다." 서은주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이제 저보고 형수라고 부르지 마세요. 조만간 제가 주헌 씨를 '이모부'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니까요."방주헌은 멈칫하더니,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형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 마음속에서 형수는 영원히 형수라고요. 갑자기 이모부라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묘하잖아요.""결국 적응해야 할걸요.""그럼 어디 미리 적응이나 해보게, 저보고 이모부라고 한 번만 더 불러주시면 안 돼요?"그 말에 서은주의 입꼬리가 심하게 경련했다.정말 능청스럽기 짝이 없는 사람이다!그의 입담은 사람을 웃게도 만들지만, 동시에 복장이 터져 날뛰게도 만드니 강희진이 대체 어떻게 그를 받아줬는지 의문이었다.*한편 육강민은 하이석과 한창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보금자리 마련이라니, 진도가 왜 이렇게 빨라?""육강민, 너 지금 네 모습이 어떤지 알아?""어떤데?""남의 사생활이나 캐는 파파라치 같아."육강민은 나지막이 웃을 뿐, 더는 캐묻지 않았다.서은주가 다가오자, 그는 제 아내를 품에 안고 유유히 자리를 떴다.집으로 돌아가는 길, 서은주는 여전히 방주헌의 뻔뻔함에 대해 투덜거렸다.그러자 육강민이 툭 한마디를 던졌다. "방주헌의 뻔뻔함은 대놓고 드러내는 부류지. 진짜 뼛속까지 음흉하고 뻔뻔한 인간은 평소엔 전혀 티를 안 내. 그러다 네가 아무런 준비도 못 했을 때, 아주 사람을 기겁하게 만들어.""지금 누구 얘기하는 겁니까?" 서은주가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그냥 해본 소리야.""그 말 분명 뼈가 있는 말인데요! 당신 또 저한테 숨기는 거 있죠." 육강민은 결코 쓸데없는 말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예전에도 육남혁과 연주 일로 그녀에게 비밀을 만든 적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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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0화

서은주가 평생 저지른 모든 파격적인 일들은 전부 육강민과 관련되어 있었다. 상황이 일단락된 후, 그녀가 조금 심통이 나 있자 그는 도리어 장난스럽게 놀려댔다. "왜 아직도 화가 나 있어? 내가 방금 별로였나? 널 기분 좋게 못 만들어 준 거야?"이것이 어디 사람이 할 소리인가! 적당히 조절하겠다고? 이 남자는 일단 바지를 벗으면 적당히라는 걸 모르는 인간이었다!집에 돌아왔을 때는 육씨 식구들이 이미 깊이 잠든 후였다.심지어 행복이마저 잠들어 있었다.행복이는 차 소리를 듣고 기민하게 고개를 들어 슬쩍 살피더니, 주인 내외인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개집 속으로 파고들었다.대충 몸을 씻고 나온 서은주는 침대에 누워 이불을 제 몸에 꽁꽁 감싸버렸다. 뒤이어 육강민이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그는 방 안의 모든 이불이 그녀의 몸에 감겨 있는 것을 발견했다.자신을 누에고치처럼 꽁꽁 싸매어 이불 자락 하나조차 그에게 남겨두지 않은 모습은 명백히 고의적인 심술이었다.육강민은 이불 틈새에서 그녀의 얼굴을 조심스레 끄집어내며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엄마가 되고 나더니 어째 갈수록 아이처럼 구네."서은주도 자신의 이런 행동이 꽤나 유치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누가 아이 같다고 그래요.""어리광 부리는 것도 좋지, 그럼 내가 너를 딸처럼 예뻐해 줄게." 육강민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어차피 예전에 나한테 아빠라고 부른 적도 있잖아."서은주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또 자신을 놀려먹고 있는 것이다.남의 집에 얹혀살던 시절의 그녀는 언제나 예의범절을 칼같이 지켰으나, 이제 육씨 가문의 삶에 완벽히 녹아들어 조심성과 경계심을 내려놓은 상태였다. 그래서 때로는 이렇게 유치한 면모를 보였고, 육강민은 그것을 눈에 담으며 내심 기뻐했다.잠들기 전, 그는 두 아이의 방을 다시 한번 살피러 갔다.육수린은 얌전하게 잘 자고 있었지만, 육민찬은 이불의 절반이 바닥에 떨어진 채 통통하고 둥근 배꼽을 훤히 드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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