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마친 권지헌은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발걸음이 천근만근 되는 것 같았다.박희수는 권지헌의 뒷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갑자기 담배는 무슨 담배야?"박희수가 이렇게 많이 물은 건 허설아가 연희 아빠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권지헌한테 알려주기 위해서였다.그래야 권지헌한테 기회가 있을 테니까.박희수가 돌아서서 웃으며 말했다."지헌이 탓하지 마요, 원래 성격이 좀 저래요. 어렸을 땐 안 그랬는데 할아버지랑 몇 년 지내면서 원래 성격을 다 억눌러버린 거예요.""지헌이 할아버지는 뭐든 요구하지 못하게 했어요. 나가면 할아버지랑 똑같이 생겨서 늙은 꼰대 하나에 어린 꼰대 하나였다니까요."박희수는 옛날 일을 말하기 시작하자 멈출 수가 없었다.허설아가 시선을 내리며 물었다. "대표님은 어머님 곁에서 자라지 않으셨어요?""아니요."고개를 젓는 박희수 얼굴엔 온통 안타까움과 아쉬움뿐이었다."지헌이가 어렸을 때 똑똑했거든요. 아빠나 삼촌들보다도 나아서 할아버지가 데려가서 직접 키웠어요. 편식하지 마라, 좋아한다고 말하지 마라, 울지 마라, 뭔가 달라고 요구하지도 말라고 했었죠. 또 지헌이한테 권율 그룹의 미래가 달렸으니 놀기만 하고 일 안 하면 안 된다고 매일 밤 몇 번씩이나 말했어요.""나한테 돌려보냈을 땐 이미 변해 있었어요. 이렇게 될 줄 미리 알았으면 뭐라고 해도 할아버지한테 안 보냈을 거예요."박희수가 고개를 돌리며 눈물을 닦았다.권지헌이 박희수 곁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합격된 후계자가 되어 있었다.하지만 합격된 아이는 아니었다.모자 사이의 마음이 멀어져 있어 영원히 회복할 수 없었다.박희수는 그 생각만 하면 마음이 아프고 슬펐다.유혜원이 급히 박희수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됐어요, 이모. 다 지나간 일이에요, 지금은 잘 지내고 있잖아요. 어르신 성격이 얼마나 고집스러운데요. 그때 이모가 진짜 지헌이를 보내지 않았으면 무슨 큰일이 벌어졌을지 몰라요." 박희수의 감정이 격해졌다. "큰일은 무슨,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