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Kabanata 211 - Kabanata 220

388 Kabanata

제211화

"마음껏 처방하세요. 아무리 비싼 약이라도 연희 몸에만 해가 없으면 다 괜찮아요.""전부 순한 약이야.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그래도 너무 지나치게 과잉보호하지 말고 운동을 많이 시키는 거야. 아이들은 다치지만 않게 조심하고 나머지는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둬."주영훈 교수가 처방전을 쓰면서 신이 나서 말했다."너도 어렸을 때는 이렇게까지 세심하게 키우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그때 네가 나무에서 떨어졌을 때도 네 할아버지가 울지도 못하게 했잖아."권지헌이 부드러워진 눈길로 연희의 작은 손을 만졌다.연희 머리를 밀기 싫었던 권지헌은 간호사한테 손등에 주사 놔달라고 했고 연희가 바늘을 건드릴까 봐 계속 손을 잡고 있었다."연희를 나처럼 키우지 않을 거예요."주영훈 교수가 처방전을 들고 허설아를 보며 말했다. "같이 약 가지러 갈래요?""네."걸음을 옮기던 허설아는 고개를 돌려 병실을 돌아보았다. 한쪽에서 커튼이 바람에 날리는 병실 안, 권지헌은 커다란 몸을 숙인 채 부드럽고 진심 어린 눈빛으로 잠든 연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표정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온화함뿐이었다.허설아의 심장이 이유 없이 흠칫 멈춘 듯했다. 허설아가 뒤를 따라가는데 주영훈 교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평소에 아이는 엄마가 돌봐요?""네."주영훈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지헌이가 바쁘니까 당연히 그러겠죠. 지헌이도 어렸을 땐 이런 성격이 아니었어요. 지헌이 할아버지가 너무 고지식한 분이라 뭐든 간섭했거든요. 지헌이가 전에 강아지 한 마리 키웠는데 어르신이 지헌이가 놀기만 하고 일은 안 한다고 생각해서 억지로 다른 데 보내버린 거예요."허설아가 시선을 떨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주영훈 교수는 허설아가 원래 조용한 성격인 줄만 알고 계속 말했다."그렇게 멀쩡한 아이를 자기처럼 고지식한 사람으로 키워놨어요. 좋아하는 것도 절대 표현할 줄 모르잖아요.""한번은 우리 집에서 밥 먹었는데 탕수육을 했거든요. 지헌이가 좋아하는 거 보고 우리 마누라가 더 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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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병실로 돌아오자 권지헌의 시선은 계속 연희한테 향해 있었다.문 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권지헌이 고개를 들어오는 허설아를 돌아보았다."선생님이 연희가 오늘 뭘 먹었다고 했어?""어린이집에서 매일 나오는 밥을 먹고 간식 좀 먹었대요. 간식 문제인 것 같아요."어린이집에서 매일 나오는 식사는 엄격한 검사 절차가 있었다.비용이 비싼 사립 어린이집은 모든 아이들의 식습관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알레르기 같은 문제도 최대한 피하려 했기에 식중독은 거의 있을 수 없었다.허설아도 연희가 정확히는 무슨 간식을 먹었는지 몰랐다.가끔 아이들끼리 간식을 좀 가져와서 몰래 나눠 먹기도 했다.연희는 잠에서 깨어난 후 눈앞에 있는 권지헌과 허설아를 보고는 몹시 즐거워했다. 하지만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아 권지헌의 커다란 손바닥을 베고 엎드려 있었다.허설아가 몸을 숙이며 물었다. "연희야, 오늘 뭐 먹었어?""수영이 오빠가 준 밤빵 하나요. 엄마, 나 다 못 먹었어요."안수영은 어린이집에 간 이후로 자주 연희한테 먹을 것을 가져다줬다.그러니 선생님이 연희가 뭘 먹었는지 모르는 것도 당연했다.허설아 휴대폰 벨이 울렸다.안지혜의 초조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설아야, 혹시 연희도 식중독 걸렸어? 우리 수영이도 식중독 걸려서 지금 링거 맞고 있어. 수영이가 연희한테도 빵 하나 줬다고 말하더라고. 아이고! 정말 미안해!""나도 밤빵이 유통기한 지난 줄 몰랐어. 버리려고 책상 위에 놓았는데 수영이가 주머니에 넣어서 어린이집에 가져갔나 봐. 이를 어떡해…… 연희는 괜찮아?"연희가 식중독에 걸렸으면 밤빵을 더 많이 먹은 안수영은 더 심각할 것이다.허설아가 연희 이마를 만지며 말했다. "괜찮아요, 벌써 열은 다 내렸어요. 수영이는 괜찮아요?""아직 열이 좀 있는데 의사 선생님이 위장염이래. 연희 어느 병원이야? 이번 입원비는 내가 부담할게, 정말 미안해."허설아가 병원 이름을 말했다.안수영과 같은 병원이 아니었다."입원비는 괜찮아요, 수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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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허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한편으론 연희 상태를 확인하며 한편으론 가방에서 태블릿을 꺼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허설아는 태블릿으로 그림 그리는 게 썩 익숙하지 않았다.하지만 대략적인 스케치를 만들어서 고객한테 확인받는 건 문제없었다.권지헌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돌아올 때 손에는 도시락 하나를 들고 있었다."좀 먹어."권지헌은 손에 든 수저를 허설아한테 나눠주고 도시락을 열어 밥을 건넸다.두 도시락은 같은 반찬이었는데 아마 근처 식당에서 산 것 같았다.허설아가 바라보자 권지헌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안다는 듯 먼저 입을 열었다. "집에 요리사한테 연희가 먹을 고기죽 끓이라고 했어. 이따가 가져올 테니 연희 깨어나면 바로 먹을 수 있어.""네, 고마워요."도시락은 반찬이 푸짐했다.탕수육 몇 조각에 고추잡채와 감자채볶음이었다. 권지헌 것도 똑같았다.허설아는 입맛이 별로 없었는지 몇 입 먹고 나서 젓가락을 내려놓았다.권지헌은 고개를 숙이고 자기 것을 먹고 있었다.가격이 만만치 않은 정장을 입고 어린이 병실에 앉아 도시락을 먹고 있었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오히려 어떤 환경이든 완벽하게 녹아드는 것 같았다.허설아는 권지헌이 무표정하게 도시락 반찬의 피망을 전부 먹고 있는 걸 발견했다.피망을 집을 때 미세하게 눈살을 찌푸렸지만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권지헌은 피망을 싫어했다. 이건 전에 연애할 때 허설아가 관찰해 낸 것이었다.권지헌은 사실 매우 까다로웠다.하지만 드러내지는 않았다.그때 허설아는 권지헌이 집안 형편이 안 좋아서 음식 아끼는 습관이 있는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러 피망이 들어간 음식을 사지 않았었다.지금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 가정 교육이 너무 엄격해서 편식하는 걸 허락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허설아가 자기 접시의 피망 하나를 집어 권지헌 앞에 갖다 댔다.권지헌이 힐끗 보고는 입을 벌려 받아먹으려는데 젓가락이 사라졌다.허설아가 작게 말했다."안 좋아하는 것도 먹을 수 있어요?"권지헌이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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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박희수는 연희 밥 외에도 허설아 밥까지 챙겨왔다. 다만 아들도 여기 있는 줄 몰랐던 것이다. 그래도 다행히 가져온 양이 충분했다. 박희수가 권지헌을 바라보았다.남의 아이가 아픈데 여기서 뭐 하는 건지 묻고 싶었다.하지만 권지헌이 능숙하게 허설아한테 밥을 덜어 주는 걸 발견했다. 권지헌은 게살을 허설아 그릇에 적잖이 덜어 주고 허설아의 브로콜리는 집어 갔다."브로콜리 안 좋아하던 거 기억하고 있어.""먹을 수 있어요. 연희가 좋아해서 나도 좀 먹어요."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박희수는 억지로 다시 자리에 눌러앉았다. 아들이 드디어 정신 차린 걸까?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냥 같이 밥 한 끼 먹는 것뿐인데 박희수는 무슨 스파크를 봤는지 알 수 없었다. 박희수는 조급했다.게살국수까지 같이 먹는데 면발 하나를 나눠 먹을 순 없는 걸까! 그럼 먹다가 입술이 맞닿을 수도 있는 거잖아!박희수는 당장이라도 본인이 나서서 두 사람을 억지로 이어주고 싶었다. 그럼 작은 인형 같은 연희가 권씨 가문 아이가 될 텐데!박희수가 목을 가다듬었다."설아 씨, 연희 아빠는 왜 안 왔어? 혜원이한테 이혼했다고 들었는데 애 아빠는 연희 완전히 모른 척하는 거예요?"박희수는 제대로 알아봐야 했다.남자 쪽에서 완전히 모른 척한다면 권지헌이 틈을 파고들게 해야 했다!박희수는 전에 권지헌이 연희를 손녀로 삼고 싶은지 물었던 걸 기억하고 있었다. '되지. 너무 좋지.'박희수는 밤에 꿈에서도 그 일이 떠오를 정도였다. 밤에 전서준한테서 연희가 아파서 입원했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박희수는 자기 심장도 따라 욱신거리는 것 같았다.그래서 급히 같이 보러 온 것이다.허설아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부드럽게 웃었다."저 결혼한 적 없어요, 연희 아빠도 연희 돌봐요. 이 병실도 연희 아빠가 돈 낸 거예요."박희수가 실망한 듯 짧게 탄식했다. 하지만 이내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둘 다 결혼하기 싫었던 거라면 분명 사이가 안 좋은 거잖아!박희수는 다시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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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말을 마친 권지헌은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발걸음이 천근만근 되는 것 같았다.박희수는 권지헌의 뒷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갑자기 담배는 무슨 담배야?"박희수가 이렇게 많이 물은 건 허설아가 연희 아빠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권지헌한테 알려주기 위해서였다.그래야 권지헌한테 기회가 있을 테니까.박희수가 돌아서서 웃으며 말했다."지헌이 탓하지 마요, 원래 성격이 좀 저래요. 어렸을 땐 안 그랬는데 할아버지랑 몇 년 지내면서 원래 성격을 다 억눌러버린 거예요.""지헌이 할아버지는 뭐든 요구하지 못하게 했어요. 나가면 할아버지랑 똑같이 생겨서 늙은 꼰대 하나에 어린 꼰대 하나였다니까요."박희수는 옛날 일을 말하기 시작하자 멈출 수가 없었다.허설아가 시선을 내리며 물었다. "대표님은 어머님 곁에서 자라지 않으셨어요?""아니요."고개를 젓는 박희수 얼굴엔 온통 안타까움과 아쉬움뿐이었다."지헌이가 어렸을 때 똑똑했거든요. 아빠나 삼촌들보다도 나아서 할아버지가 데려가서 직접 키웠어요. 편식하지 마라, 좋아한다고 말하지 마라, 울지 마라, 뭔가 달라고 요구하지도 말라고 했었죠. 또 지헌이한테 권율 그룹의 미래가 달렸으니 놀기만 하고 일 안 하면 안 된다고 매일 밤 몇 번씩이나 말했어요.""나한테 돌려보냈을 땐 이미 변해 있었어요. 이렇게 될 줄 미리 알았으면 뭐라고 해도 할아버지한테 안 보냈을 거예요."박희수가 고개를 돌리며 눈물을 닦았다.권지헌이 박희수 곁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합격된 후계자가 되어 있었다.하지만 합격된 아이는 아니었다.모자 사이의 마음이 멀어져 있어 영원히 회복할 수 없었다.박희수는 그 생각만 하면 마음이 아프고 슬펐다.유혜원이 급히 박희수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됐어요, 이모. 다 지나간 일이에요, 지금은 잘 지내고 있잖아요. 어르신 성격이 얼마나 고집스러운데요. 그때 이모가 진짜 지헌이를 보내지 않았으면 무슨 큰일이 벌어졌을지 몰라요." 박희수의 감정이 격해졌다. "큰일은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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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박희수는 순간 초조해졌다.어쩔 줄 몰라 하는 얼굴에 정교한 화장도 번지기 시작했다. "왜요? 지헌이한테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면 나한테 말해요. 내가 고치라고 할게요!"허설아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럴 필요 없어요, 저랑 대표님은 그런 인연이 없어요. 그리고 한 가지 말씀드릴 게 있어요.""연희 좋아하시면 언제든 보러 오셔도 돼요."허설아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게 전부였다.박희수한테 진실을 말하면 권씨 집안 같은 가정이 아이를 빼앗아 가진 않을지 몰랐기에 허설아는 감히 모험을 할 수 없었다.권지헌의 성장 과정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허설아도 권지헌이 어릴 때 그렇게 자랐을 줄 몰랐다.어린아이의 천성을 억압하고 한 걸음 한 걸음 힘들고 고된 길을 가게 하여 억지로 후계자의 책임을 짊어지게 한 것이다.허설아는 자기 딸도 그런 생활을 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연희를 잃는 것도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박희수가 언제든 연희를 볼 수 있게 하는 게 허설아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양보였다.박희수는 매우 기뻐하며 심지어 방금 하던 말들은 전부 뒷전으로 한 채 연희만 안고 돌았다. 밤이 되어 유혜원이 몇 번 재촉해서야 박희수는 아쉬워하며 일어났다."연희야 잘 쉬어. 큰곰 할머니가 내일 또 보러 올게.""네. 큰곰 할머니도 잘 자고 몰래 소설 보지 마요."지난번 권씨 집안에 묵을 때 연희는 박희수가 한밤중에 잠을 안 자고 소설을 재미있게 보는 걸 봤었다.얼굴에는 온통 엄마 미소였다.박희수는 권정우한테 걸려서 한바탕 잔소리 들었는데도 휴대폰을 놓지 않았다.연희도 그때 박희수가 밤에 소설 보기 좋아해서 자기 싫어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박희수가 얼굴이 빨개지며 급히 변명했다."할머니 그때 한 번만 본 거야!"유혜원과 박희수가 전서준을 데리고 떠났다.허설아는 다시 자리에 앉아 연희한테 물었다."연희야, 큰곰 할머니 좋아해?""좋아해요. 하지만 연희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영원히 엄마예요."허설아의 마음이 순식간에 벅차올랐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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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남자의 팔이 단숨에 허설아를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손으로 뒤통수를 꽉 눌러 허설아가 버둥거릴 여지를 주지 않았다."움직이지 마, 얌전히 내가 좀 안고 있게 해줘."권지헌의 낮게 잠긴 목소리가 허설아 귓가에 울렸다.많이 지친 듯했다.아니면 그저 포옹이 필요한 것 같기도 했다.권지헌한테 꽉 안긴 허설아의 얼굴이 세차게 요동치는 권지헌의 심장에 닿았다.허설아도 권지헌을 밀어내지 않았다."설아야."권지헌의 부름에 허설아는 대답하지 않았다.권지헌이 또 한 번 나지막하게 불렀다.자고 있는 연희를 깨울까 봐 조심스러운 것도 있고 병원에서 너무 큰 소리로 말할 수 없는 것도 있었다. 권지헌이 부르는 소리에 심장이 저릿해진 허설아가 본능적으로 피하려 했지만 권지헌에게 다시 꽉 안겨버렸다."왜 불러요?""미안해, 그때는 너한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어."허설아 목에 닿은 권지헌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허설아의 귀와 목에 불덩이처럼 뜨거운 숨결이 닿았다.허설아는 피하고 싶었지만 피할 곳이 없었다."나…… 심리의사가 그러는데 감정 회피 장애가 좀 있대. 미안해, 전에 말하지 못해서……"허설아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그때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요?""네가 날 싫어할까 봐 무서웠어. 비록 그때 할아버지가 나한테 권씨 집안 사람이라고 말하지 못하게 했지만 사실은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어."권지헌이 가슴을 들썩이며 허설아 어깨를 더 꽉 껴안았다. 마치 허설아를 몸속에 밀어 넣으려는 듯 꽉 안고 있었다. "그때는 나도 권씨 집안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어. 너한테 말하면 나랑 헤어지자고 할까 봐 무서웠어."권지헌이 자만한 탓이기도 했다.허설아가 자기를 충분히 사랑한다고 생각했다.나중에 허설아한테 솔직하게 고백하고 다시 구애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사랑도 많고 돈도 많으니 허설아가 언젠가는 받아들일 거라고 말이다.하지만 지금의 허설아는 권지헌의 사랑도 돈도 원하지 않았다.권지헌까지도 원하지 않았다.권지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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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병실 문 앞에서 간호사가 문을 두드리자 안고 있던 두 사람이 손을 놓게 했다. 허설아는 권지헌을 밀어내고 일어나 간호사의 검사에 협조했다.어른 둘 다 병실을 지키려는 걸 본 간호사가 옆 병실을 가리켰다."옆 병실에 간이침대가 있으니 필요하면 그쪽에 가서 쉬세요. 비어 있는 병실이에요.""다른 환자들 방해하지 않을까요?"간호사가 고개를 저었다."환자가 있으면 비워주시면 돼요, 괜찮아요."밤에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고 밤에 연희의 체온을 몇 번 재라고 당부한 뒤 간호사가 떠났다.병실 안 분위기가 왠지 답답했다. 허설아는 옆에 놓인 태블릿으로 시선을 돌렸다. 태블릿에는 이미 스케치가 그려져 있었고 손에 든 펜이 어느 레이어로 미끄러졌는지 스케치 위에 선이 쭉 그어졌다. 허설아는 옆의 숨겨진 레이어를 하나하나 눌러서 한참을 찾아서야 그 선을 지울 수 있었다. 허설아의 손가락이 계속 떨리고 마음도 좀 어지러웠다.허설아는 결국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마음속의 조급함이 엉킨 실타래처럼 도무지 정리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허설아는 권지헌을 바라보았다.권지헌 눈 속에는 항상 허설아가 알아볼 수 없는 감정뿐인 것 같았다."잠시 병원에 있어 줄 수 있어요? 집에 가서 옷 좀 가져올게요.""그래, 어머님한테도 걱정 안 하시게 말씀드려."허설아가 고개를 끄덕이고 병실을 나섰다.병원 밖으로 나온 허설아는 택시 어플로 부른 기사를 기다렸다.밤바람이 허설아 얼굴에 불어왔다.저 멀리 불빛이 환한 곳에서는 노점상들의 소리로 시끄러웠다. 허설아의 머릿속엔 온통 조금 전 권지헌의 목소리뿐이었다.허설아는 스스로한테 권지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상상하지 말라고 여러 번 말했었다.하지만 사람의 머리는 생각하지 말라고 할수록 더 생각이 복잡해졌다.권지헌을 신경 쓰고 권지헌 생각을 하는 게 이미 허설아의 뼛속 깊이 박혀버린 습관이 되었다. 허설아는 고개를 저으며 애써 그 생각들을 떨쳐냈다.집에 도착한 후 허설아는 먼저 허민정한테 연희가 입원한 일을 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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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허민정의 뜻은 지금 부동산 시장이 불경기이니 팔 수 있으면 빨리 팔자는 것이었다.연중근 부부가 계속 욕심낼 일이 없도록 말이다.허설아 휴대폰에 옷을 좀 가져다줄 수 있냐는 권지헌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밤새 정장 입고 있으면 매우 불편하다고 했다.권지헌이 뒤에 또 한마디 더 붙였다."불편하면 괜찮아."허설아는 괜찮다고 답장하고 옆집으로 걸어가 도어락 비밀번호를 눌러 문을 열었다.권지헌의 집은 허설아가 사는 집과 인테리어가 완전히 똑같았다.한눈에 봐도 전부 같은 디자이너의 손길이 닿은 듯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했다.분명히 똑같은 구조인데 허설아네 집과는 완전히 달랐다.사람 사는 온기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고 차가운 모델하우스 같았다.냉장고 안에도 영문 라벨이 붙은 술 몇 병만 있을 뿐 아무것도 없었다.평소에 그냥 술만 마시며 지내는 것 같았다.옷장을 열어보니 그저 반복되는 몇 가지 색깔뿐이었다. 넥타이 서랍은 제법 색깔이 다양했지만 차가운 칸막이에 정리되어 있는 모습 역시도 평범하고 밋밋해 보이게 했다. 허설아가 편한 옷 몇 벌을 더 챙겨 가려 옆에 놓인 박스를 건드렸다. 접혀 있던 속옷이 떨어졌다.허설아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얼른 집어 들었다. 제자리에 돌려놓으려던 허설아는 잠깐 멈칫하더니 결국 눈을 질끈 감은 채 속옷 두 개를 집어 들었다.'그냥 좋은 일 한 번 했다고 치자.'옷장을 닫고 고개를 돌린 허설아는 권지헌 침대 머리맡에 놓인 액자 하나를 발견했다.그걸 본 순간 예전에 권지헌에게 선물했던 것이 떠올랐다. 학교 다닐 때 한동안 DIY 앨범 만들어 선물하는 게 유행이었다.허설아도 그때 하나 만들었었다.액자에는 허설아와 권지헌이 남긴 형형색색의 지문으로 가득했다. 그때 권지헌은 마지못한 표정이긴 했지만 허설아의 요구를 거절하지는 않았다. 액자 속 사진은 언젠가 둘이 놀러 갔을 때 행인의 카메라에 우연히 찍힌 것이었다.그날 호숫가에는 노을이 눈부시게 물들어 있었고 잔물결이 반짝이는 수면 위로 오리 떼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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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기사가 바로 차를 세우더니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병원에 거의 다 도착했으니 걸어가시겠어요? 저는 여기서 처리하고 있을게요."허설아도 이해한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기사에게 운행을 종료하라고 했다.차에서 내려 보니 전동 킥보드 운전자인 중년 여자는 머리를 감싸 쥔 채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얼핏 봐도 머리를 부딪힌 듯했고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헬멧도 안 쓰고 신호를 무시하며 달려든 게 운전자 본인이었다.허설아는 아직도 가슴이 쿵쾅거렸다.휴대폰은 보지 않고 줄곧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던 터라 사고 전 과정을 그대로 다 보고 만 것이다.병원까지는 걸어서 몇 분이면 될 만큼 가까웠다. 벌써 불이 환히 켜져 있는 병원 건물이 보였다.허설아가 횡단보도를 건너갔다.사고 현장 쪽에는 어느새 구경꾼들이 잔뜩 몰려들어 있었다.아까 그 여자가 차에 부딪혀 죽은 거 아니냐며 웅성웅성 떠들어대는 소리도 들렸다.허설아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숨을 깊게 들이쉬며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고개를 드는 순간 정장 차림의 남자 하나가 병원 입구에 서서 두리번거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솔직히 권지헌 같은 사람은 어디에 있어도 눈에 띄었다.하물며 이 동네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고급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맞춤 수트 차림이었다. 덕분에 허설아는 뜬금없이 온라인에서 돌아다니는 '부자들도 직접 병원에 오나요?'라는 밈이 떠올랐다. 권지헌은 완전히 당황한 표정으로 사방을 둘러보고 있었다.사고 현장 쪽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걸 발견한 순간, 눈이 휘둥그레지며 쏜살같이 뛰어갔다.반대편 길모퉁이에 서 있는 허설아는 미처 발견하지도 못한 듯했다. 허설아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권지헌이 인파를 헤치고 안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바닥에 앉아 있는 중년 여자를 확인하자마자 눈에 띄게 안도하더니 바로 기사에게 물었다."방금 타고 있던 승객은 어디 갔어요? 다치진 않았죠?""운행 종료하고 나서 바로 가셨는데 별일 없으실 거예요."기사도 허설아가 어디로 갔는지는 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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