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허설아가 일어났을 때 베갯잇이 전부 축축했다.어젯밤 그 꿈이 허설아를 넋이 나가게 했다. 허설아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일어나 씻으러 갔다.주방에서는 허민정이 이미 아침을 차려놓고 연희 머리를 빗겨주고 있었다."설아야, 먼저 밥 먹어. 이따가 내가 연희 학교에 데려다줄게."허민정은 오늘 옛날 양옥집에 가려고 했다.허설아가 밥을 먹으며 물었다. "내가 휴가 내고 같이 갈까요?""따라오긴 뭘 따라와. 내가 두 살짜리 애도 아니고, 길을 몰라 아니면 글을 몰라?"연희가 고개를 들어 허민정을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할머니, 나 길도 알고 글자도 알아요."허민정이 연희의 작은 얼굴을 받쳐 들고 뽀뽀를 퍼부었다."어머, 우리 연희가 제일 똑똑해."허설아는 팔에 닭살이 돋아나 벅벅 문질렀다.지금까지 허민정이 이렇게 모기같이 높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허설아한테 말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손녀 사랑이 이렇게 무서웠다. 식사를 마친 세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탔다.문이 아직 닫히기도 전에 손 하나가 쑥 들어오며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깔끔한 정장을 입고 문 앞에 서 있던 권지헌이 엘리베이터에 탔다.허설아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옆집도 위층도 전부 자기 집이라던 권지헌이 말이 떠올랐다. 그러니 권지헌이 여기 사는 게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연희가 신나하며 허민정한테서 몸을 기울이며 권지헌에게 손을 뻗어 안아달라고 했다."지헌 삼촌!"허민정이 급히 사과했다."미안해요. 연희야, 어떻게 함부로 다른 사람에게 안아달라고 해?"권지헌이 빙긋 웃으며 손을 뻗어 연희를 받아 안았다."괜찮아요, 제가 안을게요."허민정이 그 모습에 안도하며 말했다."여기도 살아요?""옆집에 사는데 이쪽엔 오는 일이 거의 드뭅니다."뒤의 말은 허설아에게 하는 듯 힐끗 쳐다보며 했다.허민정 앞에서 허설아는 권지헌한테 고개를 끄덕였다."대표님, 안녕하세요.""좋은 아침이야. 어머님도 안녕하세요."허민정 얼굴의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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