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Kabanata 231 - Kabanata 240

388 Kabanata

제231화

어릴 때 못 먹었던 것들은 크면 유독 좋아하거나 아예 입에 대지 않거나 둘 중 하나였다.그런데 지금은 케이크에 왠지 관심이 생겼다. "이런 거 어린 여자애들이 좋아해?"권서진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나처럼 스물 몇 살짜리 여자애도 꽤 좋아하는 데 두세 살이면 더 좋아하겠지.""박스째로 줘."권서진이 케이크 박스 그대로 권지헌에게 건넸다.상자를 조심히 집어 들던 권지헌이 문득 뭔가 생각난 듯 권서진을 바라봤다."할아버지가 말씀하신 송씨 집안 딸이 누구야?""송원영이라고 할아버지가 엄청 마음에 드신다면서 권율 그룹에 가서 일하게 하겠대. 오빠랑 가까워지게 한다고…… 큰아빠도 이미 동의하셨어."권지헌의 미간이 살짝 일그러졌다.휴대폰 벨이 울렸다. 권씨 집안 손자 중 둘째인 권지호의 전화였다.생일 축하한다는 말도 꺼내기 전에 권지헌이 먼저 말을 끊었다."지호야, 우리 집안과 거래가 있었던 집안 중에 예순 넘은 혼자 사는 할머니가 있으면 자료 다 정리해 줘."멀리 바다 건너에 있는 권지호는 집안에 이런 일이 생긴 줄도 모르고 있었다.권지헌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할아버지 소개팅 시켜드릴 거야. 적당한 외국 분이라도 괜찮아. 집안은 안 봐도 되고 할아버지와 잘 맞으면 돼."권지호는 멍해졌다.이게 맞는 거야?"할아버지가 소개팅을? 아, 그래 알겠어, 바로 정리해 볼게.""다 정리되면 할아버지한테 직접 보내드려. 마음에 안 드신다고 하면 계속 찾아."권지호는 도무지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권지헌의 말은 곧 어명이었기에 바로 받들어 실행에 옮겨야 했다. 권서진이 놀라서 물었다."오빠, 진짜 할아버지 소개팅 시켜드리려고?""의견 있어?""아니, 내가 어떻게 감히."권지헌이 케이크 상자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권서진을 한번 훑어보더니 불쑥 말했다."다음 주 월요일에 권율 그룹에 출근해. 송 뭔지 하는 사람과 같은 부서로 가."권서진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가만히 있는데 하늘에서 일자리가 뚝 떨어졌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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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촛불이 바람에 흔들렸다.권지헌이 얼른 손으로 바람을 막으며 불꽃이 꺼지지 않게 했다.연희가 입술을 내밀고 불었지만 한참이 지나도 촛불이 꺼지지 않았다.권지헌이 몰래 도와줬다.촛불이 꺼지자 권지헌이 불을 켰다."삼촌 생일인 거 어떻게 알았어?""오늘은 나랑 엄마랑 할머니 생일이 아니니까 당연히 지헌 삼촌 생일이죠."케이크가 4호짜리라 사이즈가 작았다.연희는 접시를 들고 한참을 망설였다.허설아는 주방에서 들리는 접시 소리에 연희가 뭘 하려나 싶어 밖으로 나왔다.권지헌이 테이블 앞 앉아 연희를 다정하게 바라보고 둘 사이에는 작은 케이크가 놓여 있었다.권씨 집안 식구들과 생일을 쇠는 거 아니었어?저 케이크도 권씨 집안 분위기와는 영 맞지 않아 보였다.아마 오는 길에 연희 주려고 사 온 것 같았다.허설아가 나오자 연희가 바로 의자에서 뛰어내렸다."엄마, 케이크 잘라줄 수 있어요?"강아지를 먹고 싶었는데 중간에 올려져 있어 가운데 케이크만 파먹고 나머지를 남기는 건 예의가 없는 것 같아 한참을 망설였던 것이었다.허설아가 다가가 칼로 강아지를 통째로 잘라내 연희의 작은 접시에 올려주고 권지헌에게 칼을 건넸다."나머지는 지헌 씨가 잘라요."권지헌이 입술을 꾹 다물고 케이크를 세 조각으로 나눴다."연희야, 할머니랑 엄마랑 같이 먹어.""삼촌은 안 먹어요?"권지헌이 연희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삼촌은 단 거 안 좋아해.""그래도 삼촌 생일 케이크잖아요. 삼촌이 직접 산 거예요?"권지헌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삼촌 여동생이 사준 거야. 삼촌 집에서는 케이크를 못 먹게 해."연희는 케이크를 먹으면서 고개를 들어 권지헌을 바라보다가 짧게 탄식했다."지헌 삼촌, 너무 불쌍해요."권지헌이 씩 웃었다. 권씨 집안 장남의 장손으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먹고 입고 쓰는 것 하나하나가 평범한 사람들 기준을 훌쩍 넘었다.누릴 수 있는 자원도 일반인들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눈앞의 이 작은 아이는 권지헌을 불쌍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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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연희는 품에 작은 판다 인형을 꼭 안은 채 잠들어 있었다.허설아는 원고 마감에 쫓기고 있었지만 왠지 기분이 조금 달랐다.자려고 침대에 누워도 잠이 오지 않았다.권지헌 생일을 처음 챙겼던 날이 떠올랐다.그날은 솔직히 좀 황당했다.케이크를 주문했는데 가게에서 주문을 누락해서 배달이 한참 늦게 도착했다. 권지헌은 케이크를 보더니 살짝 놀란 표정으로 허설아 볼을 꼬집으며 물었다."오늘 내 생일인 걸 어떻게 알았어?"그때의 허설아는 잔뜩 의기양양해서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내 남친인데 어떻게 생일을 모를 수 있어! 네 신분증 봤거든!"신나게 자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권지헌이 허설아를 안으며 말했다."오늘은 내 생일이 아니야.""신분증 날짜는 틀린 거야, 내일이 진짜 생일이야."허설아는 풀이 죽은 채 민망해하며 권지헌을 멍하니 바라봤다."그럼 어떡해?""내일까지 기다리면 되지."이미 저녁이었고 케이크를 호텔 테이블 위에 놓고 내일까지 기다리지 못할 것도 없었다."그래도 내일까지는 몇 시간이나 남았잖아."권지헌이 허설아 허리 사이로 팔을 집어넣더니 힘을 주어 그대로 번쩍 안아 올렸다.키스가 이어졌다. 처음 하는 키스는 아니지만 이내 분위기가 바뀌어 둘 다 멈추지를 못했다.옷이 바닥에 흩어지고 허설아는 머리가 멍해지며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권지헌은 허설아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옷을 챙겨 입고 허설아를 바라봤다."잠깐만 기다려. 맞는 게 없어서 사러 갔다가 금방 돌아올게."뭘 사러 가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허설아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이불 속으로 얼굴을 파묻었다. 권지헌이 떠나면서 말했다."싫으면 먼저 돌아가도 돼."권지헌은 그 말을 남기고 호텔을 나갔다.그 호텔은 방에 카드키가 한 장뿐이었다.권지헌이 카드키를 가져가자 방 안의 불이 전부 꺼졌다.허설아는 어둠 속에서 자기 심장 소리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 한참을 생각하던 허설아는 이불을 끌어당겨 얼굴을 덮었다.불이 다시 켜졌을 때, 권지헌은 문을 열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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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권율 그룹.아침부터 안초희가 수상쩍게 굴었다."설아 씨, 오늘 우리 부서에 새로운 동료가 왔는데 송씨래, 유빈 언니 자리야."김유빈은 안초희 직속 상사였는데 남편과 함께 지내기 위해 지난주에 내부 인사 이동으로 해주시로 가게 되었다. 그것 때문에 안초희는 꽤나 속상했다.김유빈이 얼마나 좋아서가 아니었다.김유빈이 가면 바로 권지헌에게 직접 보고를 해야 한다는 소리였다!그 상황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심장이 덜컥 내려앉고 없던 심장병도 생길 것 같았다.그런데 다행히 새 상사가 강림한 것이다.맞은편의 김아림은 화장 중이었다. 눈을 크게 뜨고 눈동자에 높은 도수의 컬러 렌즈를 밀어 넣는 중이라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새로 온 송씨라는 상사 있잖아, 권 대표님 신붓감 후보래."안초희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혀를 찼다."권율 그룹에서 꽂은 사람이잖아, 저번에 강지연도 그랬고. 위에서 인정한다고 대표님도 인정하는 거면 나도 가능한 거 아니겠어?"김아림이 피식 웃었다."이번엔 달라. 우리 남편한테 들었는데 권 회장님이 직접 꽂으신 거라 대표님이 반대해도 소용없대."가까스로 렌즈를 밀어 넣은 김아림이 눈을 깜박이자 눈물이 뚝 떨어졌다.안초희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그래도 대표님이 안 받아들이면 그만이지. 진짜 받아들였으면 송씨 아가씨가 지금 우리 부서에 올 리가 없잖아."그건 맞는 말이었다. 권지헌이 진짜 동의했다면 지금쯤 송원영은 집에서 시집갈 준비나 하고 있었겠지. 굳이 제일 고생하고 티도 안 나는 마케팅팀에 출근할 리가 없었다. 어차피 평소에 회사에서 권지헌과 제일 많이 접촉하는 부서가 마케팅팀이었다.조민규가 들어와 손뼉을 치며 말했다."오늘 새로 온 동료가 두 명이에요. 김유빈 씨 직급의 송원영 씨와 박나연 씨 직급의 권서진 씨예요."안초희가 오지랖 본능이 발동하여 눈썹을 치켜 올렸다. "조 비서님, 그분이 진짜 대표님 약혼녀예요?"조민규가 말하기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안초희를 쳐다봤다.원래 말할 생각이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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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허설아가 살짝 옆으로 자리를 비켰다.권서진이 커피잔을 들고 화면을 들여다보며 혀를 찼다."아쉽게도 이 할머니가 회장님을 마음에 안 들어한대요. 이걸 어떡하냔 말이에요."안초희가 처음 보는 낯선 예쁜 얼굴을 위아래로 훑으며 물었다."예쁘신 언니는 누구세요?""권서진이라고 해요. 당분간 허설아 씨와 김아림 씨 소속 팀 총괄 이사예요."당분간이라고 하는 건 이쪽에 필요 없다 싶으면 권지헌이 바로 내보낼 게 분명해서였다.권서진 본인의 회사도 내팽개쳐둘 수는 없었다. 안초희는 낙하산으로 온 상사가 이렇게 편한 사람일 줄 몰랐다.게다가 어르신들 소개팅 내막을 훤히 알고 있다니."그러면 이분은요?"권서진이 고개를 저었다."괜찮은 분이긴 해요, 자녀들도 동의했고요. 근데 이분 조건이 오전에 결혼해서 오후에는 회장님이 돌아가셔야 한다는데 누가 장담할 수 있겠어요."권호성 같은 집안과 재산 규모에 오전에 결혼해서 오후에 남편이 세상을 뜬다면야......안초희가 혀를 내두르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그런 좋은 조건이 있으면 나도 하겠어요."허설아는 권서진이 여기 온 데는 다른 의도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대표님 지시예요?"권서진이 눈을 반짝이며 허설아를 바라봤다."맞아요! 설아 언니, 어떤 할머니가 회장님과 제일 잘 어울릴 것 같아요?"허설아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이 할머니들은 성격이 너무 부드러워요. 마지막 분이 좀 더 강해 보이네요."권서진의 눈빛이 반짝였다.이내 신나게 대표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초희가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권 이사님은 어떻게 이런 걸 다 알아?"허설아가 차분하게 말했다."회사 홈페이지 주류 유통 파트너 페이지 들어가 봐."안초희가 화면을 클릭하더니 잠시 후, 입을 틀어막았다."대표님 여동생이에요?"아까 함부로 말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퇴근 후.허설아는 허민정에게 야근을 하니 연희 일찍 재우고 쉬라고 한 뒤 회사를 나섰다.휴대폰에 저장해둔 주소를 따라 전에 허준 그룹 공장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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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방 한가운데 사진이 놓여 있었다.흑백 사진 속엔 당시 공장 노동자의 얼굴이 담겨 있었다.허설아가 손에 든 꽃다발을 영정 앞에 내려놓았다.중년 여자가 물을 따라 테이블에 올렸다."앉아요. 예전엔 기자들이 많이 왔었는데 요즘은 아무도 안 와요. 이 일이 다 잊혀진 줄 알았어요."허설아는 자리에 앉은 뒤 가방에서 녹음펜을 꺼냈다.미리 준비해둔 녹음펜과 대시였다.허준 그룹 이름으로 찾아왔다고 하면 반기지도 않을뿐더러 감정이 격해져 대화가 거칠어질 수도 있었다. 허설아가 입을 열었다."이 년 동안 허준 그룹에서 연락이 온 적 있었나요?""없었어요. 파산했다고 하면서 아무도 연락 없었어요."중년 여자가 씁쓸하게 웃었다."뿌린 대로 거두는 거죠."눈 속에 큰일을 겪고 난 뒤의 공허함이 가득 차 있었다."우리 남편은 순박한 사람이었어요. 그때 연중근이라는 부장이 우리 남편이 기계 안에서 죽은 거라며 기계가 망가진 책임을 우리한테 묻겠다는 거예요. 너무 무서웠어요.""그래서 아들한테 연락했는데 아들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그런데 착한 학생이 하나 찾아왔어요. 건영대 학생이라며 법을 안다고 우리가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도와준다고 했어요. 남편 사고는 허준 그룹이 응당 보상해줘야 한다면서요."허설아가 미간을 찌푸렸다."건영대 학생이요?"중년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성이 현씨였어요. 그 학생이 나서서 도와주고 돈 들여서 변호사도 구해줘서 정말 다행이었어요. 아니면 우리가 완전 호구가 될 뻔 됐죠. 우리가 어떻게 자본가들이랑 싸워서 이겨요?""보상금은 받으셨나요?"가장 중요한 질문이었다.여자가 고개를 저으며 흥분했다."돈이요? 무슨 돈이요? 그 회사가 망하든 말든 내가 알 게 뭐예요! 우리 남편은 영영 못 돌아와요! 기계에 몇 조각으로 짓이겨졌는지 알아요? 아냐고요!"여자가 얼굴이 새빨개져서 허설아의 손목을 와락 잡았다. 허설아는 손목이 끊어질 것처럼 아팠다.강시우가 허설아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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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운전할 수 있겠어?"강시우가 잠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돼, 천천히 가면 되지. 방금 미처 안전벨트 매지 못해서 머리를 부딪힌 것뿐이라 시야나 머리는 멀쩡해."강시우는 차를 몰고 병원에 갔다.허설아는 강시우 옆에서 접수를 하고 처치를 받을 때까지 함께 있었다.강시우가 허설아의 손목을 잡아당겼다."네 손목도 검사 받아야 해."허설아가 손목을 내려다보았다.손목이 온통 거뭇거뭇하게 멍이 들어 있었는데 평소에도 유독 하얀 피부라 더 눈에 띄었다.허설아가 고개를 저었다."난 괜찮아. 좀 문지르면 돼, 너나 빨리 가서 처치받아."진료실에서 이것저것 확인하고 소독에 봉합까지 마치느라 한참 걸렸다.병원을 나와서야 강시우는 차를 살펴볼 여유가 생겼다.차를 살피고 있는데 옆에 세워진 차에서 목소리가 들렸다."강시우? 차 왜 그래?"창문을 내린 서은석이 처참하게 박살 난 강시우의 차와 붕대를 감은 머리를 번갈아 보며 혀를 찼다."사고 났어?""아니, 누가 일부러 들이받았어."운전석에 앉은 남자의 차가운 시선이 강시우를 넘어 길가에 서 있는 허설아에게 향했다. 허설아는 고개를 숙인 채 미간을 찌푸리고 강시우의 차를 살피고 있었다. 밖에 드러난 손목에는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거뭇하게 멍들어 있었고 팔에는 손톱에 긁힌 것 같은 작은 상처들도 보였다.흠 없는 최상급 백자에 금이 간 것 같았다.허설아가 강시우와 같이 어딜 갔던 거지?이곳은 달동네와 가까운 곳이었다.조금만 생각해 봐도 허설아가 예전의 허준 그룹 관련 일을 처리하러 간 거라 권지헌은 짐작할 수 있었다. 강시우한테 부탁할 생각은 하면서 권지헌은 찾지 않으려 했다. 어젯밤에 생일 축하한다고 했던 사람이 언제 그랬냐는 듯 고개만 돌리면 잊어버리는 것 같았다.지금 이 순간, 권지헌은 허설아 삶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었다.그 사실이 권지헌의 표정을 더 일그러지게 했다. 권지헌이 나지막하게 말했다."차에 타."강시우는 그제야 운전석에 앉은 권지헌을 발견하고 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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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차가 길목에 멈춰섰다.서은석이 차에서 내리며 강시우를 불렀다."너도 여기 사는 거 맞지? 나도 여기야, 같이 가자."강시우가 차 문을 열고 내리며 허설아를 돌아보았다.뭔가 확신이 서지 않는 눈빛이었다.서은석이 강시우 어깨를 휘어잡고 끌어갔다. "가자, 저번에 너네 회사 프로젝트 하나 봤는데 좀 흥미로웠어.""그래."두 사람이 멀어졌는데도 차는 그 자리에서 떠나지 않았다.권지헌이 조용히 허설아를 쳐다 보았다.허설아는 그 눈빛이 무슨 의미인지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기사 취급하냐는 뜻이었다.허설아가 앞좌석 조수석으로 자리를 옮기고 안전벨트를 매고 말도 꺼내기 전에 권지헌이 손을 뻗었다. 권지헌은 허설아의 손목을 잡고 진지한 눈빛으로 자세히 살펴보았다.새하얀 손목 위에 손톱에 긁힌 듯한 자국이 선명하게 피딱지가 져 있었다. 손바닥 자국도 진하게 나 있었다. 딱 봐도 세게 잡힌 게 분명했다. 권지헌이 손목을 내려놓고 핸들을 돌렸다.가는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고 찡그러진 미간도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차 안 분위기가 무거워졌다.차에 탄 이후로 권지헌은 계속 입을 꾹 닫고 있었고 강시우와 서은석이 분위기를 살려줬을 뿐이었다.창밖으로 이미 도시의 네온사인이 반짝이기 시작했다.달리는 방향을 보니 아까 갔던 병원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내비게이션도 병원으로 안내하고 있었다.허설아가 창밖을 보다 말고 차분하게 말했다."저기, 병원은 안 가도 돼요. 집에 가서 약 바르면 돼요."권지헌의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다. 핸들을 잡은 손은 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병원 안 가고 집에 가서 너희 엄마한테 손 보여줄 거야? 어머님은 네가 퇴근 후에 어디 가서 뭐 했는지 모를 텐데."당연히 몰랐다.허민정이 알았다면 분명 또 걱정했을 것이다.권지헌이 싸늘하게 웃었다."강시우는 붕대까지 감아주면서 정작 네 몸은 챙길 생각을 못 해?"허설아는 왠지 좀 찔리는 구석이 있어 나지막하게 말했다. "강시우 상처가 더 심해 보였어요.""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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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권지헌은 운전대를 잡은 채 허설아를 병원에 데려가 먼저 상처부터 치료하고 괜히 자신의 기뿐 때문에 허설아에게 영향 주지 않으려는 생각이었다. 허설아가 불쑥 말을 꺼냈다."그때 내가 게임하다가 기숙사에 돌아가지 않았을 때 기분 나빴어요?"권지헌은 허설아가 갑자기 그 일을 물을 줄은 몰랐다.잠깐 멈칫하더니 고개를 젓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왜 기분 나빴어요?""솔직하게 말해도 되는 거지."그건 의문문이 아니라 서술문이었다.확신이 서지 않는 눈빛은 덤이었다. 허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 아니면 물어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강시우랑 계속 게임을 하느라 그날 저녁에 같이 밥 먹기로 한 거 까먹었잖아."허설아가 그만 멍해졌다.그날 오후 PC방에 가기 전에 분명 권지헌과 저녁 먹기로 했던 것 같긴 했다.그때 두 사람은 거의 매일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권지헌은 밖에서 밥 먹는 걸 좋아하지 않았고 허설아 돈 쓰는 것도 싫어했다.허설아는 남자친구 자존심을 배려한다고 밖에서 외식을 자주 하지 않았다.식당에 가면 권지헌을 쳐다보는 사람이 많았다.여자친구인 허설아 앞에서도 당당하게 연락처를 대놓고 달라는 사람이 있었다.권지헌은 거절했지만 그렇다고 앞에 있는 사람이 여자친구라고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다.허설아는 그게 많이 신경 쓰였다.그래서 같이 밥 먹으러 가는 것도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당신도 나랑 밥 먹는 거 자주 까먹었잖아요.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권지헌이 잠깐 멈칫했다."밥이 문제가 아니라 강시우 때문이야. 네가 강시우한테 마음이 있는 건 아닌가 싶었어."허설아는 깜짝 놀라며 권지헌을 바라봤다."나는 게임을 안 하는데 강시우는 항상 너랑 게임 얘기를 공유했잖아. 나는 끼어들 수도 없었어."셋이 같이 밥을 먹을 때도 그랬다.허설아가 강시우와 게임 얘기를 하면 권지헌은 옆에서 한마디도 못 했다.두 사람 대화에 낄 수도 없었다.거기다 허설아가 강시우를 대하는 태도가 권지헌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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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진료실에서 의사가 허설아 손목을 소독하고 약을 발라주었다.붕대를 감고 나서 의사가 몇 마디 당부했다."당분간 물에 닿지 않게 하시고 무리하게 쓰시면 안 돼요."허설아가 다시 물었다."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손목 보호대 차면 되나요?"의사가 미간을 찌푸렸다."최대한 쓰지 마세요. 손목 보호대는 뼈를 보호하는 거지 상처를 보호하는 게 아니에요."'요즘 젊은 사람들은 말을 듣지 않는다니까.''잘 쉬라고 해도 기어이 일을 하려 하다니.'나중에 손목에 회복 불가능한 손상이 생기면 그때는 후회해도 늦었다.의사가 한참을 잔소리했고 허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진료실을 나와서 비용을 수납하려는데 이미 납부됐다고 했다.간호사가 복도 끝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권지헌을 가리키며 말했다."남편분이 먼저 내셨어요."복도 저쪽.꼿꼿하게 서 있는 훤칠한 남자의 그림자가 바닥에 드리워졌다. 버버리 블랙 트렌치코트에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와이드 팬츠를 입고 있었다. 손가락 사이에서 담뱃불이 깜빡이고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우아했다.허설아 옆을 지나가던 간호사들이 자꾸 뒤를 돌아보며 얼굴을 붉혔다.허설아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갔다.병원 곳곳에는 진한 소독약 냄새가 퍼져 있어서 코끝에 감도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허설아가 권지헌과 1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지하철 타고 갈게요, 데려다줄 필요 없어요."권지헌이 고개를 돌려 허설아를 내려다봤다.허리를 살짝 숙여 손에 들고 있던 담배꽁초를 비벼 끄고 쓰레기통에 버렸다.권지헌은 몸을 일으키고 허설아 곁을 지나치며 먼저 걸어갔다."가자, 지하철보다 내 차가 더 같은 방향이야."먼저 가버리니 허설아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돌아오는 길에 앞에서 공사를 하는지 교통사고가 났는지 차가 좀 막혔다.날이 서늘해지면서 밤 기온도 내려갔다.바람이 허설아 얼굴을 스쳤다.한참 뒤에 허설아가 입을 열었다."나 강시우 좋아한 적 없어요. 예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예요."운전석에서 권지헌이 고개를 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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