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Kabanata 241 - Kabanata 250

388 Kabanata

제241화

허설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노트북을 가져왔다.허민정이 가방에서 CCTV를 하나 꺼내더니 안에 있는 메모리카드를 뽑아 리더기에 꽂고 노트북에 연결했다.곧 영상 몇 개가 떴다.각도로 보아 옛 양옥집 어느 방 안인 것 같았다.한참 유심히 보던 허민정이 마우스로 재생 바를 당겼다.어느 위치에서 창문을 통해 기어 들어오는 실루엣이 포착되었다. 방 안을 조심조심 한참 뒤지며 뭔가를 찾는 것 같았다.허설아는 연중근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었다. "큰아버지가 양옥집에는 왜 간 거예요?"허민정이 평온하게 웃었다."증거 찾으러 간 거지.""요 며칠 집에 갈 때마다 일부러 큰아버지네한테 살짝 흘렸어. 집을 판다는 말은 안 하고.""가서는 두 시간씩 머물면서 여기저기 둘러봤더니 집 안에 자기가 아직 못 찾은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 거겠지."허설아가 놀란 토끼눈을 하고 허민정을 바라봤다.허민정의 얼굴에는 이미 수를 다 짜둔 사람의 여유로운 미소만 남아 있었다."CCTV는 진작에 설치해뒀어. 네 큰아버지가 반드시 올 줄 알았으니까.""무슨 증거를 찾으려던 걸까요?"허민정이 잠깐 멈칫했다.망설이는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 결심을 내려야 하는 것 같기도 했다. 눈가에 이미 주름이 많이 생기고 머리도 희끗해진 허민정은 계단 하나만 올라가도 숨이 찼다.이젠 많이 늙은 것이다.허민정이 허설아의 손을 잡으며 천천히 말했다."설아야, 너 사업할 생각 있어? 네 아빠 회사 네가 물려받을 수 있겠어?""엄마한테 아직 힘이 있었으면 너 혼자 싸우게 두지 않았을 텐데 이제는 엄마가 너무 늙었어. 연희가 좀 더 큰 다음 연희가 이어받아도 되고."허설아가 어릴 때부터 회사 일에 별 관심이 없었다는 걸 허민정은 알고 있었다.그림 그리고 예술 하는 걸 좋아했고 늘 엉뚱하고 낭만적인 생각이 넘쳤다.하지만 삶이 어디 그렇게 낭만스럽기만 할까.허설아가 허민정의 손을 꼭 감싸 쥐며 단호하게 말했다."할 수 있어요. 근데 회사 일은 지금……"허민정이 가방에서 서류를 하나 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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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화

아이를 낳았다는 건 확실히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였다.동창이 태연하게 말했다."아들이 물어보라고 한 거니 너무 신경 쓰지 마. 돌아가서 아들한테 물어볼게.""솔직히 말하면 저 녀석이 아까 설아를 보자마자 눈이 빠지게 쳐다보더라고.""계약서 쓸 때도 계속 물어봐 달라고 졸라서 말이야."허민정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더 말하진 않았다.사실 속으로 불편한 것도 있었다. 허민정이 보기에 허설아는 아이가 있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하지만 결혼 시장에서는 애 딸린 여자는 그냥 감점 요인일 뿐이었다.상대방은 별 뜻 없이 한 마디를 툭 던졌다. "그래도 여자 아이라 그나마 다행이네. 아들이었으면 정말 더 고려해 봐야지."동창의 집도 꽤 전통적인 집안이었다.허설아가 아이를 낳은 건 좀 걸리지만 그래도 딸이니 다행이었다.시집와서 집안 재산 나눠갈 걱정은 없었다.허설아가 정말 며느리로 들어온다면 아들 하나만 낳으면 될 일이었다.더 낳아도 물론 키울 수는 있었다. 그허민정이 말 속에 숨은 뜻을 못 알아들었을 리 없었다.마치 밤을 입에 넣고 씹다가 뒤늦게 상한 걸 발견한 것처럼 뱉자니 꼴사납고 삼키자니 목에 걸리는 기분이었다.허민정 얼굴에서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더 이야기를 나눌 기분이 아니었던 허민정은 허설아를 불러 먼저 자리를 떴다.돌아오는 길에 연희를 데리러 유치원에 들렀다.허설아가 연민규에게 전화를 걸어 집을 판 돈을 나누는 일에 대해 말했다.연민규는 처음엔 멍하니 있다가 이내 말했다."고마워, 설아야. 수영이는 너 같은 고모가 있어서 정말 행복할 거야."허설아가 한 마디 물었다."수영이 양육비는 안 보내고 있어?"연민규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그럴 리가! 매달 현서한테 지혜 계좌로 120만 원 입금하라고 했어. 내 아들인데 어떻게 모른 척 해?"허설아가 미간을 찡그리며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지혜 언니가 한 푼도 못 받았다고 하던데 시간 날 때 한번 확인해봐. 수영이한테 아직 양심이 남아있다면 집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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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가방이 엄청 무겁지는 않았다.수건이랑 기저귀, 물컵, 갈아입을 옷 정도가 들어있을 뿐이었다.허설아가 전서준 머리를 쓰다듬자 전서준이 난처한 얼굴로 피했다."머리 만지지 마요, 설아 이모. 저도 이제 어른이에요."두 살 짜리 아이의 어른이라는 말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웃음이 터졌다. 허민정의 시선이 박희수에게 향했다.한눈에 봐도 평생 걱정 없이 귀하게 살아온 귀부인 느낌이었다.입은 옷이 아무리 귀여운 도안이라 해도 큼지막한 명품 로고가 눈에 띄었다.차는 말할 것도 없었다.억대의 차였다. 허민정이 웃으며 물었다."전서준 보호자세요?""저는 이모 할머니예요. 오늘은 서준이 데리러 온 게 아니라 우리 연희 보러 온 거예요."전서준이 익숙하다는 듯 끄덕였다."이모 할머니는 항상 연희 보러 와요. 이모 할머니랑 우리 외할머니도 연희 엄청 좋아해요."전서준이 덧붙였다."저도 좋아해요.""그리고 제 외삼촌도 좋아하고 저희 엄마도 좋아해요.""외삼촌이 누구야?"전서준이 큰 소리로 말했다."권지헌이요!"허민정이 그제야 감이 왔다."아, 우리 옆집 사는 그 청년이구나."그러니까 이 사모님이 바로 권지헌 어머니였다.어쩐지 낯이 익다 싶었다. 하지만 허민정은 더 낯 익은 모습을 발견했다. 연희와 박희수가 너무나 닮았다는 것이었다. 특히 웃을 때 두 사람은 찍어내기라도 한 것처럼 똑같았다.염색까지 한 박희수는 연희보다 얼굴에 주름이 좀 더 있다는 것 빼고는 어떻게 봐도 직계 가족 같았다. 박희수가 연희를 이렇게 좋아하는 게 이해되었다.허민정의 심장이 갑자기 쿵 내려앉았다.갑자기 숨이 막혀 가슴을 움켜쥐었다. 허설아가 걱정스럽게 물었다."왜 그래요? 오늘 너무 무리한 거 아니에요? 어디 몸이 불편해요?""아니야, 괜찮아. 잠깐만 진정하면 돼."허민정 모녀가 나누는 얘기를 듣던 박희수는 그제야 아들이 허설아네 옆집으로 이사를 갔다는 걸 알게 되었다.그런데도 아직 꼬시지 못했다고?박희수는 순간 권지헌의 능력에 의문이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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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말하면서 눈까지 찡긋거렸다.허민정이 천천히 말했다."우리 설아는 아이가 있어서 그쪽 집안에서……""아이가 있는 게 뭐 어때요! 아이가 있다는 건 설아가 아이를 낳을 수 있고 아이를 좋아한다는 거잖아요. 연희를 저렇게 훌륭하게 키웠는데 설아 씨도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겠어요? 아이들은 다 보고 배우거든요. 한눈에 봐도 설아 씨는 좋은 사람이에요."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늘어놓던 박희수가 솔직하게 말했다."아이 없는 여자는 많아도 설아 씨 같은 사람은 하나뿐이에요."허민정이 탄식하며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박희수가 얼굴을 찡그렸다."고리타분한 양반이네요."옛날엔 오히려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게 증명된 아이를 낳았던 여자를 더 선호했다던데 요즘 사람들이 오히려 옛날 사람보다 더 고리타분했다.박희수가 얼른 한 마디 덧붙였다."우리 집안은 그렇지 않아요."전혀 그렇지 않은 건 아니지만 제일 까다로운 사람은 이제 딱히 그럴 여유가 없었다.박희수가 솔직하게 말했다."시아버님이 좀 까다롭긴 한데 괜찮아요. 요즘 선 보느라 바빠서 이런 거 신경 쓸 틈이 없어요.""선을 본다고요?""네, 아버님이 혼자 계신 지 너무 오래됐으니 마음이 잘 맞는 동반자 한 분 만나시라고 지헌이가 주선한 일이에요."물론 권호성이 원한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권지헌이 아예 맞선 약속을 잡아버렸다. 그것도 대부분 권율 그룹과 협력 관계에 있는 곳들이었다.상대들이 집안 할머니를 추천하는데 권호성 입장에서는 싫어도 웃으며 만날 수밖에 없었다.분위기가 조금이라도 기분이 안 좋다 싶으면 권지헌에게 차가운 표정으로 권율 그룹을 더 발전시킬 생각이 없는 거냐고 물어봤다.예전에도 권호성은 권지헌을 비롯한 아이들을 엄하게 대하곤 했다.그 부메랑이 다시 본인한테 돌아올 줄은 몰랐을 것이다. 싫어도 말할 수가 없으니 매일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할머니들과 만남을 이어가는 중이었다.하루 일정이 꽤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다.박희수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허민정은 마음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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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혹시 토라진 건 아닐까?밥을 먹고 나서 연희와 전서준은 유리창 너머 강아지들을 보고 있었다.연희는 말티즈를 제일 좋아했다. 작고 예쁘게 꾸밀 수도 있었다.전서준은 크고 위풍당당한 저먼 셰퍼드파였다.두 아이는 어느 강아지가 더 귀여운지를 두고 한참을 실랑이했다.급기야 어른들한테 달려와 투표를 부탁했다.박희수는 연희 편이었다. 허민정은 둘 다 귀엽다고 하면서 전서준한테 휴대폰 영상을 보여주었다."이건 우리 집에서 전에 키우던 강아지야, 보더 콜리인데 귀엽지?""진짜 대단해요!"영상 속에서 허설아가 프리스비를 던지자 연환이 꼬리를 흔들며 달려가 물어서는 다시 허설아한테 달려왔다.연동근이 옆에서 말했다."설아야, 오늘 저녁에 집에서 먹을 거야?"허설아가 신나게 말했다."아니요! 친구 만나러 가야 해요. 오늘 그 친구가 경시대회에서 금상을 타서 밥 사주기로 했거든요!"연동근이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남자친구야?""아, 아빠는 왜 이렇게 많이 물어봐. 나 먼저 갈게!"목소리만 들어도 그때 허설아의 발그레한 얼굴이 눈에 선했다.박희수도 따라 웃으며 허설아를 바라봤다."설아 씨가 전에는 많이 발랄했네요.""맞아요, 어릴 때 엄청 말썽꾸러기였어요. 동네에서 남자애들이 여자애 하나를 괴롭히는 걸 보고 도와준다고 달려갔다가 자기도 같이 맞았다니까요."허민정 얼굴에 그리움이 가득 찼다.연희가 물었다."그래서요? 엄마 맞은 거예요?""심하지는 않았어. 그 여자애가 먼저 손 대는 사람이 잘못이라고 남자애들이 먼저 건드리기를 기다린다는 거야. 자기가 주도권을 잡는다고 말이지."박희수가 물었다."그때 설아 씨 몇 살이었어요? 어쩜 그렇게 똑똑하고 의로웠어요.""대여섯 살쯤인거 같아요. 한동안은 매일 허리가 아프다고 했는데 애가 무슨 허리가 아프냐고 했더니 어깨를 툭툭 치면서 어깨가 아프다는 거예요.""어깨도 아픈 게 아니라 가방이 무겁다고 아빠한테 애교 부리려고 한 거였어죠, 얼마나 응석둥이였는지. 그 뒤로 설아 아빠는 절대 가방을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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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주말에 권율 그룹 직원들이 섬 여행을 가는 버스에 올랐다.쪽빛 바다가 반짝반짝 빛났다. 바다는 가장 넓고 너그러운 가슴으로 지치도록 일한 직장인들을 힐링해 주었다. 버스 안에서 연희와 전서준이 나란히 앉아 그림책을 보고 있었다.앞자리에 있던 안초희가 돌아보며 놀라서 말했다."어머, 연희야. 벌써 영어 그림책도 읽어?""네!"전에 권지헌이 다 가르쳐줬기에 직접 읽지는 못해도 보면 다 이해가 됐다.연희는 지헌 삼촌이 좋았다.그런데 버스 안을 아무리 둘러봐도 지헌 삼촌이 보이지 않았다.연희도 묻지 않았다.섬에 도착하자 앞에 있던 차에서 한 남자가 내렸다.권지헌은 여전히 블랙 트렌치코트에 안에는 블랙 실크 셔츠를 받쳐 입고 메탈 목걸이를 하고 있었는데 여유롭고 고급스러워 보였다.평소엔 항상 정장 입은 모습만 보다가 이렇게 편하게 입은 모습은 처음이었다.버스에 있던 여직원들이 얼굴을 붉혔다.연희가 큰 소리로 외쳤다."지헌 삼촌!"뒷자리에 있던 허설아가 고개를 돌렸다.권지헌이 걸어와 연희를 한 손으로 안아 올리고 다른 손으로 전서준을 들어 올리는 것을 빤히 바라보았다. 권지헌이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너 또 살쪘어?"전서준은 불만이었다.'삼촌도 참 연희 앞에서 잘생긴 나의 체면 좀 봐주면 안 되나.'"난 지금 크는 중이에요!"권지헌이 싸늘하게 말했다."가로로 크는 사람이 어딨어. 돌아가면 너희 엄마한테 말해서 밥 줄이라고 할 거야."전서준 눈에서 국수발 같은 눈물이 줄줄 흘렀다.몸을 틀어 허설아 옆에 서 있는 유혜원을 바라보며 가엾은 눈빛을 보냈다.유혜원은 고개를 돌리고 못 본 척했다.권지헌은 연희와 전서준을 안은 채 권율 그룹이 예약해둔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안초희가 눈이 튀어나올 듯 휘둥그레져서 허설아 손을 탁 쳤다."자기야, 나 잘못 본 거 아니지? 권 대표님이 연희랑 되게 친한 것 같은데?"허설아가 시선을 떨구며 차분하게 말했다."전서준이 연희와 같은 반이거든요. 전에 서준이와 연희 사이에 트러블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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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지헌 오빠."권지헌이 고개를 들더니 차가운 얼굴에 미간까지 찡그렸다. "누구야?"송원영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더니 저도 모르게 몸도 떨렸다."송, 송원영이에요."권율 그룹에서 며칠 일했지만 계속 권지헌을 마주치지 못했다.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송씨 집안에서 이번 섬 여행에 가서 권지헌과 좀 더 가까워지라고 했다.송원영은 어릴 때부터 권지헌이 무서웠다.같은 동네에서 자란 아이들 중에 권지헌을 무서워하지 않은 아이는 없었다.권지헌은 심지어 송원영이 누군지도 모를 정도로 어릴 때도 딱히 어울린 적은 없었다. 그래도 송원영은 그냥 권지헌이 무서웠다.권지헌을 볼 때마다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이 생각났다.무섭고 사납고 얼음장처럼 차가웠던 사람이었다. 고등학교 때 송원영은 권지헌과 같은 학교를 다녔지만 학년이 달랐다.건영시는 교육 경쟁으로 유명한 도시였다.그때 압박을 못 견디고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학생이 있었다.한번은 한 학생이 교사동 옥상에서 뛰어내렸는데 권지헌에게서 1미터도 채 안 되는 곳에 떨어졌다.피가 권지헌 얼굴에 튀었다.송원영은 구경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권지헌이 무표정하게 얼굴을 닦고 선생님이 오는 걸 보고는 그냥 돌아서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다.그때 권지헌의 표정은 뛰어내린 학생보다 더 두려웠다.감히 말을 할 수조차 없었다. 송원영은 권지헌과 약혼하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무서운 권지헌과 함께할 것을 생각하면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하지만 송씨 집안이 이 혼사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었다.권율 그룹과의 혼사가 성사되면 송씨 집안과 권씨 집안 모두에게 이득이었다.권호성이 직접 송 어르신에게 연락을 했다.아무도 송원영의 의사를 물어보지 않았다.가족들이 보기에 권지헌은 최고 중의 최고로 과감하고 앞날도 탄탄한 남자였다.게다가 사생활도 깨끗하고 연애 경험도 거의 없었다. 송씨 집안 입장에서는 완벽한 사윗감이었다.송원영이 싫을 이유가 없다는 거였다.권지헌이 시선을 돌리며 사람들 사이에서 권서진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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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화

그런데 상대방이 계속 들러붙었다.연락처를 교환하자고 했고 같이 수영하러 가자고까지 했다.허설아가 살짝 뒤로 물러섰다."수영복을 안 가져와서 수영은 됐어요. 휴대폰도 배터리가 없어서 꺼져서 지금은 추가하기 어렵네요."성인이라면 다 알아들을 수 있는 거절이었다.그런데 상대방이 떠날 기색이 없었다.그날 집에 돌아가서 아버지한테서 허설아에게 이미 아이가 있다는 걸 전해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남자 입장에서 당연히 꺼려졌다.누구나 자기 여자가 깨끗하길 바라는 건 당연한 거였다. 다른 남자와 아이를 낳았다는 건 뭔가 좀 걸렸다. 그래도 허설아가 정말 예뻤다.엄청난 미인은 아니지만 몸매가 너무 좋고 피부도 하얗고 차갑고 고고한 분위기가 묘하게 사람을 끌었는데 볼수록 너무 예뻤다.남자는 포기하지 않으려 하며 근처에서 보조 배터리를 빌려 허설아에게 가져다주려고 했다.소파에 앉아 있던 남자가 미간을 찌푸렸다.긴 다리가 성큼성큼 허설아 쪽으로 걸어왔다.권지헌이 다가오자 느껴지는 선명한 숨결에 허설아는 오히려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무의식적으로 권지헌이 있는 쪽으로 반 발짝 움직였다.허설아를 내려다보던 권지헌은 그 미묘한 움직임에 꽁꽁 얼어붙었던 입꼬리가 순식간에 풀어졌다."거절도 못 해?"표정이 이렇게 굳었으면서 체면 하나 지키느라 버티고 있다니. 이 세상에서 제일 손해 보는 게 체면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왜 모르는 걸까?"말 거는 모르는 사람 거절했다가 살해당한 여자들 뉴스 못 봤어요?"허설아로서는 그냥 무서웠던 것이었다.체면을 지켜서 다칠 수 있는 위험이 줄어든다면 손해 좀 보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신을 지키는 허설아 나름의 방식이었다.보조 배터리를 빌려온 남자가 성큼성큼 허설아를 향해 걸어왔다. 하지만 허설아 곁에 서 있는 권지헌을 본 순간 미소가 굳어버렸다.권지헌이 손을 뻗어 허설아 손목을 잡아당기며 고개를 숙였다."약은 갈았어?""갈았어요.""커피 한 잔 가져다줘."허설아가 바로 고개를 끄덕이고 종종걸음으로 프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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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남자는 억울했지만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권지헌한테 한 대 맞고도 그냥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동료들한테 이끌려 나가면서도 속이 부글거렸다. 권지헌이과 허설아가 어차피 잠깐 즐기는 사이일 거라고 생각했다.어쩌면 한 번 자고나면 질릴 텐데 뭘 고상하게 구나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권지헌이 허설아 손에서 커피를 받아 마시고 있었다. 고개를 숙인 허설아는 권지헌 손등에 난 상처를 보며 나무라듯 미간을 찌푸렸다. 권지헌이 뭔가 눈치를 챈 듯 허설아 어깨를 감싸 옆으로 끌어당겼다. 남자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권지헌이 진짜로 허설아한테 마음이 있다고는 생각지 못 했다. 방금은 정말 말실수를 한 것이었다. 허설아가 물었다."방금 무슨 일이에요? 왜 갑자기 사람 때린 거예요?"권지헌이 입술을 꾹 다물었다.연희가 옆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그 호박같이 생긴 아저씨가 엄마 혼수 가져가고 싶다고 했어요."허설아가 멈칫하며 허리를 굽혀 연희와 눈을 맞췄다."또 뭐라고 했어?""몰라요, 못 들었요어."연희가 레고를 안고 고개를 저었다."엄마, 지헌 삼촌이 엄마 도와준 거예요. 삼촌한테 고맙다고 해야 해요."연희는 자세히 무슨 일인지는 몰랐다.그래도 어른들의 말투 속 감정은 아이들이 제일 먼저 알아챘다.그 남자가 허설아를 불편하게 했을 때 권지헌이 나서준 거라는 건 연희도 알았다.그래서 권지헌에게 고마워하라는 것이었다.권지헌의 시선에 몸이 굳어버린 허설아가 억지로 입을 열었다."고맙습니다."연희가 못마땅했다."엄마, 엄마가 나한테 고맙다고 할 때 누구한테 고마운지 말해야 한다고 가르쳐줬잖아요."질서에 예민한 아이들은 정말 감당이 안 됐다."고마워요…… 대표님."연희는 여전히 동의하지 않았다. "여기는 회사가 아니니까 대표님이 아니에요."권지헌 눈가에 웃음기가 활짝 피어났다. 허설아는 권지헌 씨라고 부르고 싶었지만 그건 너무 딱딱하고 예의없어 보인다고 연희가 태클 걸까 봐 걱정되었다. 허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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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허설아 마음이 따뜻해졌다.굳이 조민규를 찾아가서 방을 바꿔달라고 하기도 귀찮았다.어차피 권지헌이 결정한 일을 상선어른인 조민규가 바꿀 수는 없었다.엄한 사람 힘들게 할 필요도 없었다.연희는 노느라 많이 피곤했다. 허설아는 연희와 함께 음식을 좀 먹고 씻긴 뒤 잠을 재웠다.알람을 맞춰두고 나중에 깨워야겠다고 생각했다.휴대폰을 열어보니 서풍 계정으로 권율 그룹에서 보낸 의뢰 연락이 와 있었다. 처음 제시한 금액에서 꽤 많이 오른 가격이었다. 상업 의뢰 중에서도 꽤 높은 금액이었다.허설아도 더는 고민하지 않고 수락한 뒤 의뢰 플랫폼 링크를 보내 계약서를 작성하자고 했다.플랫폼에서 수수료를 떼어냈기에 보통은 오프라인으로 거래하거나 상업 계약서를 직접 쓰는 경우가 많았다.하지만 허설아는 신분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나중에 생길 수 있는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해 그냥 플랫폼 의로 링크를 쓰기로 했다.권율 그룹도 의뢰 자체만 하고 싶다는 입장이었기에 절차는 신경 쓰지 않았다. 허설아가 동의하자 의뢰는 바로 확정했다.허설아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담당자와 초고 제출 기한과 스타일을 확인하고 나서 휴대폰을 내려놨다.며칠 쉬고 나면 손목이 나을 것이었다.구도 스케치 구상에도 영향이 없었다.붕대를 풀고 바로 작업을 시작해도 시간은 충분했다.옆방에서 발소리가 들렸다.허설아 방에 작은 창문이 하나 열려 있었다. 권지헌이 겉옷을 거실에 던져두고 창문 앞에 섰다.늘씬한 손을 엔틱풍 창틀에 얹으며 살짝 허리를 굽혀 몸을 반쯤 내밀었다. 호텔 곳곳에 생화가 장식품으로 놓여 있어 분위기가 묘하게 한 폭의 그림 같았다.권지헌은 중세 유럽의 궁중 귀족처럼 자그마한 작은 창 너머로 허설아를 바라보고 있었다.권지헌이 허설아에게 손짓을 했다."이리 와."허설아가 움직이지 않자 한 마디를 더했다."손이 아파."손이 아프다는 건 방금 허설아 때문에 싸워서 아프다는 뜻이었다. 허설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창틀 하나를 사이에 두고 권지헌과 마주 섰다.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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