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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261 - チャプター 270

388 チャプター

제261화

연희도 박희수가 걱정됐다."나도 병원에 가서 큰곰 할머니 보고 싶어요."박희수가 많이 걱정됐다.핸들이 반대 방향으로 꺾이더니 앞 교차로에서 방향을 틀어 반대편 길로 접어들었다.병원에 도착했을 때 박희수는 이미 상처를 치료하고 병상에 누워 있었다. 다리를 높이 올린 채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였다.기력이 없어 보였고 호흡기를 달고 있어 말도 하지 못했다.그 모습을 본 두 아이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박희수의 손을 양쪽에서 하나씩 붙잡고 눈물을 글썽였다.권지헌의 표정이 굳어졌다.교통경찰이 옆에서 상황을 설명했다."교통사고입니다. 앞 차량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해서 현행범으로 구속됐습니다. 원래 사모님은 이렇게까지 다치지 않으실 수도 있었는데…… 손에 강아지를 안고 계셔서요."강아지를 지키다가 박희수가 다친 것이었다.허설아가 놀라 고개를 들었다.눈시울이 시큰거렸다.교통경찰이 작은 말티즈 한 마리를 권지헌에게 건넸다.머리에는 리본 핀이 달려 있는 귀엽고 예쁜 강아지였다. 박희수가 정성껏 골라 연희에게 선물로 주려던 게 분명했다.연희가 그 자리에서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미안해요, 큰곰 할머니. 다 연희 잘못이에요. 연희가 강아지 갖고 싶다고 해서 그런 거잖아요. 다 연희 탓이에요. 빨리 나으세요…… 정말 미안해요, 큰곰 할머니……"박희수가 연희에게 줄 강아지를 사러 가다 사고가 난 것이었다.박희수는 손을 들어 연희 얼굴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다.하지만 기력이 없어 함께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의료 기기 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그 모습에 권지헌이 앞으로 다가가 박희수 얼굴의 눈물을 닦아주고 연희를 달랬다."괜찮아. 할머니 금방 나으실 거야."다행히 너무 심하게 다친 건 아니었다.다만 회복하는 데는 꽤 시간이 필요했다.박희수의 기초 체력은 나쁘지 않았다.권율 가문도 최고의 의료진을 붙일 것이다.박희수가 손가락으로 연희의 작은 손을 살짝 잡아당기며 움직였다.아이를 달래려는 인자한 미소로 가득했다.연희에게 괜찮다고 눈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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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박희수는 너무 힘이 딸렸다. 의사가 처방한 수액에 진정과 수면을 돕는 성분이 꽤 들어 있은 탓에 금세 버티지 못하고 눈꺼풀이 무거워졌다.그 모습을 본 허설아가 조용히 울고 있던 두 아이를 박희수 곁에서 떼어냈다.환자는 푹 쉬게 해야 했다.아이들이 있으면 박희수는 잠드는 것도 아까워하며 기운을 짜내서라도 더 보려 할 것이었다.연희가 아주 조심스럽게 박희수의 이불을 살살 토닥였다. "큰곰 할머니, 얌전히 주무세요. 서준이랑 나중에 또 보러 올게요."전서준도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이모 할머니, 얌전히 계세요!"박희수가 고개를 끄덕이다 권지헌과 허설아를 한 번 쳐다봤다. 뭔가 말하고 싶은 눈치였다.하지만 결국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권씨 가문 가족들이 속속 도착했을 때 박희수 병실 문은 이미 닫혀 있었다. 권정우 외에 다른 사람들은 문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다행히 의사 말로는 그리 심각한 사고가 아니라고 했다.오히려 이번 사고 덕에 정밀 검사를 했더니 박희수한테서 작지 않은 크기의 섬유종이 발견됐다.수술 날짜도 이미 예약한 상태였다. 일찍 발견한 덕에 불행 중 다행이었다.병원 복도에서 허설아가 연희를 안고 권지헌을 바라봤다."나랑 연희는 먼저 가볼게요. 나중에 사모님께서 좀 나으시면 그때 다시 뵈러 올게요."권지헌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지금 권지헌의 모습은 좀 우스꽝스럽기도 했다.검은 터틀넥을 입은 남자가 새하얀 말티즈를 안고 있었고 강아지 머리에는 리본 핀이 달려 있었다. 강아지는 허설아가 쳐다보자 혀를 날름거리며 웃었다.연희가 허설아 옷을 살짝 잡아당겼다."엄마, 우리 강아지도 데려가요."큰곰 할머니가 사준 강아지였다.강아지를 보던 연희는 병실에 누워 있는 큰곰 할머니가 떠올랐다.마음이 많이 아팠다.허설아가 강아지를 살펴보니 귀한 품종이 좋은 아이였다. 털과 생김새만 봐도 가격이 적잖이 나갈 것 같았다. 게다가 박희수가 직접 고른 아이이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이 강아지를 보자 허설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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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병상에 힘없이 누워 있는 박희수의 모습과 강아지를 보는 순간, 허설아는 박희수에게 연희가 권지헌의 아이라는 사실을 말하기로 마음먹었다.연동근이 떠올랐다.허설아 아빠가 살아 계셨다면 이렇게 연희를 한없이 아껴줬을 것이다.혈연 관계란 참 신기한 것이었다.박희수는 연희가 친손녀인지도 모르는데 단지 생김새가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아낌없이, 어쩌면 넘칠 정도로 연희를 품어주었다.전서준조차 박희수가 연희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자기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할 정도였다. 허설아는 잠시 생각했다.연희의 양육권을 양보할 생각은 없었지만 연희를 진심으로 아껴줄 할머니가 한 명 더 생긴다면 연희에게는 더없이 완벽한 일이었다.강아지는 얌전했다. 아직 차 안이라는 걸 아는지 허설아 무릎 위에 납작 엎드려 있었다.연희는 강아지와 눈을 마주쳤다."엄마, 우리 강아지 이름 지어줘요.""뭐라고 할까?"말티즈는 온몸이 새하얗고 동그스름하게 미용되어 있었고 눈동자는 작은 포도알처럼 새까맣게 반짝였다.연희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곰돌이요, 큰곰 할머니가 사줬으니까요."곰돌이라, 귀여운 이름이었다.연희는 이 이름이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허설아가 연희의 등을 가볍게 토닥이며 조용히 말했다."연희야, 앞으로 큰곰 할머니 말고 그냥 할머니라고 불러도 돼."연희가 고개를 갸웃하며 생각하더니 허설아의 제안을 거절했다."길에서 만나는 할머니들도 다 할머니잖아요. 어린이집에서 청소해 주시는 할머니도 할머니고, 단지 입구에서 호떡 파시는 할머니도 다 좋은 할머니예요. 큰곰 할머니한테도 그냥 할머니라고 하면 그분들이랑 똑같아지잖아요."연희 눈에 큰곰 할머니는 특별한 할머니였다.다른 할머니들과 같은 호칭으로 부르고 싶지 않았다.아이들 세계에는 언제나 자기들만의 규칙이 있었다.허설아가 씩 웃었다."그래, 네 말대로 해."허설아 모녀는 곰돌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허설아가 핸드폰으로 주문해 둔 강아지 용품이 마침 도착해 있었다.허민정은 두 사람이 강아지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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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연성 푸드라면 연중근 부부가 현재 운영하는 회사였다. 연민규도 아마 그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 것이었다.허설아가 밥을 한 숟가락 뜨고 안초희 핸드폰을 받아 살펴보았다.등록자와 실제 대주주 전부 연중근 이름으로 되어 있었다.참 공교롭기도 하지. 허설아가 인터넷을 검색하자 아이들 학교 점심 학식에 생고기가 나왔다는 글이 한 곳뿐만 아니라 수도 없이 많았다. 댓글에는 점심이 맛없다는 후기가 줄줄이 달렸다.심지어 부모들이 학교에 도시락을 가져다 주는 것도, 아이가 사 먹는 것도, 간식을 가져오는 것도 전부 금지라고 했다.생고기가 들어간 점심은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한 끼에 6천 원이 넘었다.나라에서 학교 급식비 지원을 하는데도 이 가격에 이 수준이라니 정말 납득할 수 없었다. 양심 없는 짓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허설아는 게시글 몇 개를 캡처해서 연민규에게 보내고 이런 일을 알고 있는지 물었다.연민규한테서 전화가 온 건 오후였다. 현서와 산부인과 검진하러 갔다며 본인은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연민규는 회사 업무 중 외부 입찰을 담당하고 있었다. 연민규는 학생들 급식이나 재무 쪽은 손대지 않는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설아야, 걱정 마. 아이들이 매일 먹는 밥은 엄마 아빠가 직접 선정한 거고 주방에서 만드는 것도 다 지켜보고 직접 시식해서 괜찮으면 내보내. 재무는 현서가 하는데 그것도 문제없어.""이런 게시글들은 다 경쟁 업체에서 돈 주고 알바 쓴 거야. 너는 모르겠지만 다음 학기 입찰이 곧 시작되거든."허설아는 순간 무력감이 밀려왔다.연민규가 스스로 못 본 척하기로 한 거라며 허설아도 더 할 말이 없었다.전화를 끊으려는 허설아에게 연민규가 덧붙였다."그리고 지혜한테 양육비 확인해 봤어. 난 진짜 몰랐어. 그동안 안 보낸 거 지혜한테 다 입금했고 앞으로는 내가 매달 직접 지혜 계좌로 보낼 거야."전에는 현서한테 맡겼던 것이었다.그러면 현서한테 전처와 연락이 없다는 걸 보여줄 수 있고 현서도 안심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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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허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개인적인 결정이고 회사와는 무관한 일이에요. 불편하시면 권 대표님한테 연락하세요. 직접 말씀드릴게요."퇴사는 진작 허민정과 상의한 일이었다.허준 그룹 문제를 먼저 해결한 다음 엄마 아빠가 일궈온 회사를 다시 일으켜야 했기에 권율 그룹에 계속 묶여 있을 수는 없었다. 아직 안초희와 김아림에게도 얘기하지 않고 조민규에게만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였다.허설아는 아주 당당했다. 눈길이 가시 돋친 장미처럼 날카롭고 단단해서 조민규는 한참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몇 년 전, 허설아가 해외 사업부에서 돌아왔을 때는 조심스럽고 움츠러든 느낌이었다.그 사이 시간이 흐르면서 뭔가 단단하고 활기찬 기운이 생겨났다.조민규는 권지헌 걱정도 됐지만 솔직히 허설아가 권율 그룹을 퇴사하고 더 좋은 곳을 못 찾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더 컸다.조민규가 복도에서 손을 내밀었다."더 좋은 자리가 없으면 언제든지 권율 그룹에 돌아와요.""며칠 안에 그만두는 거니까 같은 부서 사람들한테는 먼저 얘기해 두는 게 좋을 거예요.""네, 알겠어요."허설아가 손을 내밀어 짧게 악수하고 돌아서서 엘리베이터에 탔다.한없이 침착하기만 하던 조민규는 허설아가 사라지자마자 안경을 벗어 닦으며 바로 머리를 감싸 쥐고 쩔쩔맸다."어떡하지, 어떡하지? 내가 사람을 놓쳤어! 으아아아! 대표님이 나까지 자르시는 건 아니겠지!"조민규는 진심으로 후회가 됐다.허설아한테 어느 회사로 가는지 물어서 같이 가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했다.권지헌에게 전화해서 이 사실을 전하자 전화기 너머 남자는 잠시 침묵하더니 답했다."알겠어요."그 말만 남기고 바로 끊었다.조금도 다급해하거나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권지헌은 박희수 병실 창가에 서서 창밖에 나란히 자란 두 그루의 나무를 바라봤다. 울창하게 가지를 뻗은 채 서로 양보 없이 자라고 있었다.허설아가 떠날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분명 허준 그룹을 이어받을 것이었다.권지헌의 허설아는 나무 덩굴이 아니라 생명력있게 뻗어나가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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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부서 사람들 중 김지유만 허설아와 권지헌이 과거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김지유가 물어도 안초희 일행은 의심하지 않았다.어차피 허설아는 워낙 능력이 뛰어났으니까.어떤 대표라도 사직서에 선뜻 사인하기 아까울 직원이었다.허설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하게 말했다."사직하는 거예요, 대표님 의견을 묻는 게 아니니 동의가 필요한 것도 아니에요."허설아는 일했던 자리를 한 번 둘러봤다.왠지 미묘하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셀 수도 없이 많은 밤을 새웠고 야근도 수도 없이 했었다. 이곳엔 허설아의 땀도 배어 있었다.잠깐 생각하던 김지유는 가방에서 핸드폰 고리 하나를 꺼내 허설아에게 건넸다.김지유가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퇴사 선물이에요."허설아는 멈칫했다.작은 사람 모양으로 빚어진 석고 인형 핸드폰 고리였다두 동강이 난 걸 본드로 다시 붙여놔서 살짝 엇나간 채로 붙어 있었다.석고 인형 발바닥에 알파벳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HJS.허설아는 보자마자 대학 다닐 때 권지헌에게 만들어줬던 핸드폰 고리라는 걸 단번에 알아보았다.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이게 왜 김지유한테 있는 거지?김지유가 담담하게 말했다."학교 다닐 때 아주 훌륭한 선배 한 명을 정말 좋아했어요. 하지만 그 선배는 여자 친구가 있었죠.""어느 날 선배가 아르바이트하던 카페에서 본드로 이 인형 붙이는 걸 봤어요. 여자 친구가 보면 속상해할 거라면서 여자 친구가 속상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했어요."허설아가 멈칫하더니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김지유가 이어 말했다."카페 사장님이 맨날 여자 친구 얘기만 하는데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천사인 줄 알겠다고 했더니 선배가 자기는 천사는 별로라고 했다고 하더라고요."선배는 본인 여자 친구만 좋아한다는 말이었다."카페 사람들 말로는 선배가 자주 밥도 안 먹고 돈을 모아서 여자 친구 선물 사줬다고 하던데 그때는 진짜 이해가 안 됐어요.""그날 학교로 돌아가는 길에 선배 핸드폰 고리가 떨어진 걸 마침 제가 줍게 된 거예요."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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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병원 안.박희수가 문 쪽을 연신 힐끗거렸다.권정우가 어깨를 잡으며 똑바로 앉혔다."왜 자꾸 두리번거려.""손녀딸 언제 오나 보고 있잖아요."권정우는 어리둥절했다. 교통사고긴 했지만 머리를 다친 건 아니었는데?권정우는 앞으로 다가가 박희수 이마에 손을 얹었다."여보, 혹시 머리 다친 거 아니야? 내상이 있는데 검사에서 안 나온 거야?"박희수가 손을 탁 쳐냈다."무슨 헛소리야, 나 친손녀 생긴 거 맞아. 당신 배 아파해도 소용없어."권정우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박희수를 바라봤다."당신한테 손녀가 생긴 거면 내 손녀이기도 하잖아?""달라, 안 알려줄 거야. 손녀가 나랑 엄청 친해지면 그때 알려줄 거야."박희수 속으로는 벌써 다 그림을 그려뒀다.연희와 더없이 친해지면 그때 권정우한테 알려주는 거였다.이 아이가 우리 친손녀라고 말이다.그때 가서는 영감이 연희한테 잘 보이려 해도 늦었을 것이었다.박희수는 생각만 해도 흐뭇해서 피식 웃음이 났다.웃다가 허설아 생각만 하면 또 자꾸 마음이 쓰였다.박희수는 어젯밤 곰곰이 생각해 봤다. 어쩐지 권지헌이 주치의한테 연희가 자기 딸이라고 했다더니.그때는 믿지 않았었다. 전에 허설아가 했던 말들이 자꾸 귓가에 맴돌았다.허설아가 아이 낳으면서 고생한 것도 알고 자기 아들이 심하게 잘못한 것도 알고 있었다.두 사람 사이에 오해가 있다지만 허설아가 아직 권지헌을 마음에 두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전화라도 한 번 해볼까 싶다가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젊은 사람들 감정에 어른이 낄 자격은 없었다. 허설아 마음을 제대로 알 수도 없었기에 권 씨 집안 사람들한테 연희를 알리고 싶지 않았다. 허설아가 솔직하게 말해줬는데 오히려 자신이 나서서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되었다. 그건 은혜를 원수로 갚는 짓이었다.박희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어젯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잤어."권정우가 바로 대꾸하며 말했다."오후 내내 코 골면서 자더니 밤에 잠이 올 리가 없잖아."박희수는 매섭게 눈을 흘겼다."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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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박희수는 속에 하고 싶은 말이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런데 막상 문 앞에 서 있는 허설아에게 눈길이 닿는 순간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를 몰랐다.목에 뭔가 꽉 막힌 것처럼 하고 싶던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권정우도 허설아를 처음 보는 건 아니었다.전서준 친구 엄마라는 것과 아내가 홀린 것처럼 좋아하는 여자 아이 엄마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다.연희가 귀여운 건 맞았다.하지만 권정우 입장에서는 아무리 귀여워도 남의 아이가 자기 손녀가 될 리는 없지 않냐며 이해할 수 없다고 중얼거렸다.연희가 사과를 내려놓고 총총걸음으로 달려가 물 두 컵을 따르더니 박희수와 권정우에게 하나씩 건넸다.권정우 얼굴에 순간 함박웃음이 번졌다."나 주는 거야?""네! 할아버지, 큰곰 할머니 돌보시느라 고생하셨어요. 따뜻한 물이에요!"권정우는 이 나이를 먹도록 이렇게 어린아이한테 물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연희를 바라보는 눈길에 사랑이 넘쳤다. 보면 볼수록 연희가 권지헌과 닮아 보였다. 특히 고개를 숙였을 때 눈매 라인이 어렸을 때 권지헌과 판박이였다.외모야 우연일 수도 있다지만 눈빛이나 표정은 뼛속 깊이 새겨진 것이었다.권정우의 심장이 철렁했다.박희수가 허설아를 눈이 빠지게 바라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허설아도 박희수가 자기한테 할 말이 있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허설아는 연희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연희야, 나가서 서준이랑 놀고 있어."박희수가 묵고 있는 병실은 스위트룸이었기에 밖에 거실이 따로 있었다.연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가기 전에 박희수 이불까지 꼼꼼히 덮어줬다.그 모습을 보고만 있는데도 권정우는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어린 아이가 어쩌면 저렇게 사랑스러울까.'곰곰이 생각하던 박희수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지헌이랑 설아 씨 일은 우리 어른들이 간섭하지 않을게요. 나도 젊었을 때 시부모님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게 진짜 싫었거든요. 일찍 내버려뒀으면 진작에 잘됐을 일들이 많았어요."박희수는 스스럼없이 과거 얘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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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권정우는 얼굴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살짝 붉어졌으면서도 약간 퉁명스레 말했다. "그런 얘기를 왜 해, 뭐가 재밌다고."몇 십 년이 지난 일을 어린 사람 앞에서 꺼내다니.권정우는 조금 머쓱했다.웃음을 터뜨린 박희수 눈가에 행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헌이가 그 부분은 아빠를 닮았어요. 수십 년이 지나도록 지헌이 아빠한테서 사랑한다는 말 한 번을 못 들어봤다니까요, 입이 없는 사람도 아니고.""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사랑 타령이야! 진짜 머리를 부딪친 거 아닌가 모르겠네. 뇌 CT 예약해야겠어."권정우가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박희수 이마에 손을 올렸다.열도 없는데 왜 갑자기 옛날 얘기를 하는 거야. 이런 얘기는 박희수 스스로 꺼내는 일이 없었고 권정우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박희수가 권정우의 손을 탁 쳐냈다.그 자리에 서 있던 허설아는 마음이 많이 흔들렸다.박희수가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해 본 적 있었다.권지헌, 연희, 아니면 가족 얘기 정도겠거니 했다.그런데 본인 얘기를 꺼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투신 얘기는 권지헌한테 들은 적 있었다.곁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이야기의 단편들을 통해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빙산의 일각만으로도 허설아는 충분히 충격적이었다.박희수는 인생에서 가장 춥고 힘든 시간을 보내다 죽음을 선택했을 것이다.그런 박희수를 권정우가 잡아준 것이다. 허설아가 나지막하게 말했다."네, 이런 말씀해 주셔서 감사해요.""설아 씨한테 부담 주려고 한 말이 아니에요. 스스로 선택해요, 설아 씨.""연희는 설아 씨 딸이에요. 그건 걱정 마요."자기 아이를 빼앗긴 적 있는 박희수였다. 태풍이 휩쓸고 간 듯 만신창이가 된 아픔을 뼈저리게 알고 있었기에 아이를 잃는다는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고통을 겪었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같은 짓을 할 수 있을까. 절대 다른 여자의 아이를 빼앗아 갈 수는 없었다. 게다가 허설아는 힘든 상황에서 연희를 낳았기에 낳았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은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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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잠깐 닿았다가 바로 놓아버린 손길이지만 권지헌의 입꼬리가 자연스레 올라갔다."그러면 올라가지 말아야겠네, 먼저 집에 데려다줄게."늦가을이라 찬 이슬이 내려앉은 날씨였다. 권지헌은 짙은 색 코트 안에 술 장식이 달린 감각 있는 셔츠를 입고 있었다.연희가 손을 뻗어 술 장식을 만지작거리자 권지헌은 자연스럽게 연희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높이 들었다 내리기를 몇 번 반복했다. 연희가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연희는 권지헌과 함께 있는 걸 정말 좋아했다. 심지어 이제는 권지헌한테 찰싹 달라붙기도 했다. 차에 탄 연희가 뒷자리 카시트에 앉아 책을 보면서 허설아와 수다를 떨었다."아까 큰곰 할머니 엄마랑 단둘이 무슨 얘기 했어요?"허설아도 뒷자리에 연희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연희의 말에 바로 백미러로 권지헌의 시선이 느껴졌다. 약간 긴장된 눈빛이었다. 허설아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단둘이 아니었어. 할아버지도 계셨거든.""그래도 알려줘요. 엄마, 큰곰 할머니가 뭐라고 했어요?""그건 엄마 비밀이야. 말할 수 없어."연희는 궁금했지만 엄마가 말하지 않으려 하니 방법이 없었다.투정이라도 부리고 싶었지만 카시트에 앉아 있어 꼼짝도 할 수도 없었기에 입만 삐죽거렸다.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리던 연희가 물었다. "삼촌, 삼촌이 물어봐요.""내가 물으면 엄마가 말해줄 것 같아?"연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큰곰 할머니는 삼촌 엄마잖아요. 삼촌 엄마가 우리 엄마한테 한 귓속말 나도 알고 싶어요."권지헌이 씩 웃더니 나지막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엄마한테 물어봐. 어차피 우리 엄마도 나한테 말 안 해주실 것 같으니까."연희가 실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권지헌과 허설아와 일 분 동안 절교하겠다고 선언했다.하지만 일 분도 안 돼서 그 말을 까맣게 잊고 손에 든 그림책을 보기 시작했다.연희는 어릴 적 허설아처럼 알록달록한 그림책을 너무 좋아했다.저번에 미술 전시회에 데려갔더니 정말 흥미진진하게 봤었다.연희가 어렸을 때 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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