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설아가 눈치를 채고 박희수 옆에 앉아 웃으며 말했다."다 예쁘네요. 요즘 날씨에 뭐 뜨려고요?""연희한테 조끼 하나 떠주려고, 요즘 딱 입기 좋잖아. 보름만 지나면 못 입혀."뜨개질에 빠진 이후로 박희수와 허민정은 연희와 허설아의 뜨개옷을 도맡아 떠주었다. 권지헌은 추위를 타지 않았기에 허민정이 스웨터를 몇 벌 떠주었고 박희수는 남편이나 아들 옷은 까맣게 잊은 것 같았다.테이블 위에 올려뒀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진하윤의 아버지 진민국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진하윤이 긴장하며 휴대폰을 들고 버벅거리며 전화받았다."여보세요? 아버지, 네, 저예요."진민국이 코웃음을 쳤다."내가 글도 못 읽는 줄 알아?! 왜, 이제 와서 집안에 삐친 게 좀 풀렸어?" 삐쳤냐는 말에 진하윤은 어쩐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삐친 게 아니었다.하지만 진민국 눈에는 그냥 철없이 삐진 것으로 보인 모양이었다.진하윤이 손으로 눈물을 닦고 말했다."부탁 드릴 일이 있어서 전화 드렸어요."진민국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말해봐.""제 딸, 서진이가 서경시에 있는데 대신 좀 돌봐주셨으면 해요. 권 어르신이 서진이 혼사를 정해주려고 하는데 서진이가 자기가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과 결혼해서 평생을 그르치는 건 싫어요."진민국도 권서진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다만 몇 년 동안 딸과도 연락을 끊었으니 외손녀는 더더욱 볼 일이 없었다."이만큼 큰 사람이 결혼 문제 하나 스스로 판단 못 해?""판단은 하죠. 그래도 걱정이 돼서요."진민국이 잠자코 있자 진하윤이 다시 조심스럽게 말했다."아버지, 부탁드려요. 서진이 좀 돌봐주세요, 아버지 외손녀잖아요.""내 딸도 내 마음대로 못 하는 판에 외손녀를 어떻게 챙겨! 이혼할 배짱도 없는 엄마를 둔 애가 무슨 줏대가 있길 바라겠냔 말이다!" 진민국 목소리에 화가 서려 있었다. 오랫동안 쌓인 원망과 서러움이 뒤엉킨 목소리로 따지듯 말했다."네가 진작에 집에 돌아왔다면 서진이도 지킬 수 있었잖아? 왜 굳이 그 쓸모없는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