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헌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허설아가 쿵쾅거리는 가슴으로 막 거절하려는데 권지헌이 입을 열었다."그래, 알았어."허설아에게 시선을 돌린 남자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의할 여지는 전혀 없었다."서준이 돌봐줬으니 옷값 배상한 걸로 해."권지헌에게 그 옷은 아무것도 아니었다.권서진이 선물한 거라 나중에 물어보면 기껏해야 몇 마디 말만 하면 끝이었다. 하지만 그 옷 때문에 허설아가 밤새 뒤척이고 잠 못 이룬다면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최소한 허설아의 머릿속에 온통 권지헌에 관한 일일 테니까.허설아와 막 헤어졌을 때 권지헌은 아주 오랫동안 불면증을 앓았다.그때부터 담배도 더 많이 피우기 시작했다. 방금 밖에 나가 담배를 피우는 사이에도 간호사들이 몰래 권지헌을 쳐다봤고 심지어 대담하게 연락처를 물어오는 사람도 있었다.권지헌은 대학교 때 허설아를 떠올렸다.개강 초 대부분 여학생들은 권지헌을 몰래 훔쳐보거나 기껏해야 대나무숲에 글이나 올릴 뿐 바로 옆에 와서 앉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허설아는 마치 찬란한 장미처럼 대담하고 열렬했다. 강력하고 적극적으로 권지헌의 삶에 침투했다.그리고 미련 없이 떠나버렸다.허설아는 툭툭 털고 떠났지만 권지헌은 바보가 돼버렸다. 허설아는 아이 아빠를 사랑한다고 했다.권지헌은 그 말이 너무 황당할 뿐이었다.사귈 때 허설아는 권지헌에게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수도 없이 말했다.하지만 사랑의 유통기한은 고작 반년뿐이었다.반년 뒤, 허설아는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았다.급격히 심한 피로가 밀려왔다.권지헌도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권지헌이 그 어떤 여자인들 만나지 못할까.하지만 스스로를 설득하려 할 때마다 박희수가 소개해 준 여자들을 보면 전혀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박희수가 초조해하자 권지헌은 저 여자들을 봐도 전혀 감흥이 생기지 않는다고 대놓고 말했다. 박희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권지헌의 옷과 전서준의 기대 어린 눈빛 때문에 허설아는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사실 전서준은 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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