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그래도 그걸 보고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잖아.허설아는 급히 시선을 거두고 책상 밑에서 빠져나오려 했다.빨리 나가고 싶었다.잠시 후 또 누가 올까 두려웠다.하지만 손에 우유 팩을 들고 있다는 걸 잊은 듯했다. 권지헌의 다리를 짚고 일어서는 순간 다른 손에 든 우유가 눌리며 빨대로 뿜어져 나온 우유가 권지헌에게 그대로 튀었다. 다리와 정장 바지에 온통 우유로 범벅이 되었다. 권지헌이 이를 갈며 얼굴을 찡그린 채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허, 설, 아. 뭐 하는 짓이야?"허설아는 허둥지둥 남은 우유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티슈 박스에서 티슈를 뽑아 권지헌에게 튄 우유를 닦아주었다. "죄송해요, 대표님.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권지헌의 옷은 한눈에 봐도 비싸보였다.허설아도 어릴 때부터 귀하게 자랐기에 셔츠와 정장 바지 같은 건 몸에 맞게 입으려면 맞춤 제작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허설아는 머릿속으로 옷들이 얼마나 할지 계산하면서 사과했다.손에 든 티슈로 여러 번 닦아도 진한 우유 냄새가 지워지지 않았다.허설아가 고개를 들었다."대표님, 제가…… 제가 배상할게요."권지헌이 허설아를 빤히 쳐다봤다.허설아가 허둥대며 아무렇게나 닦아댄 통에 닿으면 안 되는 곳을 여러 번 스친 탓에 온몸의 피가 한곳에 쏠리기 시작했다. 권지헌이 낮게 신음했다."일단 나가. 나중에 다시 부를게.""그럼 이 옷은……"권지헌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사무실에 갈아입을 게 있어."허설아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조심스럽게 제안했다."그럼 이 옷은 제가 세탁소에 맡겨도 될까요?"그래야만 배상 금액을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허설아가 떠나지 않자 권지헌은 아예 손을 확 잡아당겨 허설아가 책상 아래에서 계속 보고 있던 그곳에 가져다 댔다."정말 안 갈 거야?"더 있으면 권지헌이 이성을 잃고 무슨 짓을 할지 장담할 수 없었다.허설아의 얼굴이 확 빨개졌다.사무실 문이 열렸다가 홱 닫혔다.사무실 안이 다시 고요해졌다.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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