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Chapter 51 - Chapter 60

151 Chapters

제51화

허설아는 얼굴이 빨개져서 요동치는 심장을 억눌렀다."하지만……"권지헌이 짜증스럽게 말했다."내가 처음 보는 것도 아니잖아. 그냥 이 드레스 값이라고 쳐."등을 돌리고 입고 있던 드레스를 벗고 다른 드레스를 집어 들려면 결국 몸을 돌려야 했다.권지헌이 물을 한 모금 마시며 가슴속 열기를 눌렀다.허설아는 예전과 똑같았다. 여전히 하얗고 몸의 점들이 선명하게 보였으며 허벅지에는 아주 작은 하트 모양 점이 있었다.속옷은 드레스를 입기 위해 세트가 아닌 T자형 속옷을 입고 있었다.가릴 수 있는 부분이 훨씬 적어졌다.권지헌이 얼음물을 크게 한 모금 더 마셨다.허리와 배에는 작은 상처가 있었는데 아마 아이 낳을 때 생긴 듯했다.권지헌은 허설아가 다른 남자와 아이를 낳았다는 걸 상상하기 힘들었다. 휴대폰이 울렸다.서은석의 전화였다.권지헌은 허설아더러 계속 갈아입으라고 눈짓하고는 전화를 받았다. 시선은 허설아 몸에 고정된 채 떨어질 줄 몰랐다. "여보세요."잠긴 목소리는 마치 자기 안의 어떤 짐승 같은 감정과 욕망을 억누르는 것 같았다.서은석이 말했다."야, 무슨 좋은 일 하는 거 아니야? 목소리가 왜 이래? 나중에 전화할까?""헛소리하지 마. 아무 일도 없어.""주말에 귀국하는데 같이 밥 먹을래?"잠시 생각하던 권지헌이 동의하자 서은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번에 네가 한 말, 돌아가서 생각해 봤어.""좋아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4년 가까이를 사귄 거야? 설마 그 여자한테 납치라도 당했어?"납치당할 리야 없지.권지헌 스스로 멀쩡히 깨어 있다고 착각하면서 점점 빠져든 것이다. 허설아는 이 방에서 한두 번 옷을 벗은 것이 아니었다.하지만 허설아를 떠올릴 때마다 먼저 생각나는 건 권지헌이 아르바이트하던 회사에서 나올 때면 문 앞에 지루하게 서 있다가 권지헌을 보는 순간 눈을 반짝이던 모습이었다. 찬란하고 뜨거웠다.허설아가 권지헌 한 사람만 좋아한 게 아니라 저 뜨거운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도 줬다는 것만 떠올리면 마음 한구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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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권지헌의 손길이 스치는 곳마다 간질거렸다.이 방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하나하나 떠오르며 가슴 앞을 떠도는 깃털처럼 온몸을 간지럽혔다.남자의 큰 손이 허설아의 가느다란 허리를 움켜쥐었다. 드레스 코르셋을 조이고 나니 허설아는 마치 유리 구슬 속 인형 같았다.몇 년 동안 권지헌 주변에는 항상 여자가 넘쳐났다. 권지헌을 바라보는 여자들의 눈에는 전부 똑같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권지헌을 삼켜버릴 듯 열정적이었다. 하지만 그 눈빛 중 어느 누구도 허설아 같은 사람은 없었다.그토록 뜨겁고 순수한 사랑을 다시는 보지 못했다.심지어 권지헌은 몇 번이나 신분을 밝힐 기회가 있었다. 권지헌 자신도 그런 신분이 굴레라고 생각한 적 없었다.권율 그룹 후계자, 이 타이틀이면 어디를 가던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존재가 아닐까?하지만 권지헌은 꾹 참았다.허설아에게 말하지 않은 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허설아도 다른 여자들처럼 변할까 봐 두려웠다. 더 이상 순수하지 않고 계산과 속셈이 섞여 권지헌을 통해 그 뒤에 있는 거대한 이익을 노릴까 두려웠다.그때 권지헌은 처음으로 피로감과 압박감을 느꼈지만 허설아가 자기 신분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쩔까 하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졸업하면 헤어질 생각이었다.하지만 허설아가 헤어지지 않겠다고 하면 권지헌도 강요하진 않을 생각이었다.허설아가 보여준 사랑이 너무 깊고 커서 권지헌을 감쌀 만큼 충분했다.그래서 허설아가 저렇게 뜨거운 사랑을 다른 남자에게 준다고 생각하면 권지헌은 저도 모르게 이를 꽉 깨물고 표정이 굳어졌다.참지 못하고 손에 힘이 들어갔다.허설아가 참지 못하고 약하게 신음 소리를 냈다."대표님? 아파요.""조 비서가 말 안 했어? 이번에 내 파트너로 참석했다는 거?"허설아는 고개를 저었다."조 비서님은 그냥 모임 자리이니 사인하고 가면 된다고 하셨어요. 대표님, 불편하시면 다른 사람으로 바꾸시는 게……"허설아는 여전히 권지헌과 단둘이 방에 있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조금 전에는 뜻밖이었다.허설아의 귓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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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권지헌이 한 번도 허설아를 좋아한 적 없다는 걸 알고 있어서일 수도 있었다. 허설아가 바랐던 건 다르다는 것뿐이었다.허설아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생각해 주기만 하면 그걸로 충분했다.이젠 됐어.허설아의 손가락이 움츠러들며 마치 유리를 사이에 두고 권지헌의 옷 매무새를 쓰다듬는 것 같았다.두 사람의 시작은 하나의 실수였다.지금의 허설아는 그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아 허민정의 수술비를 내고 집 한 채 사서 연희를 좀 더 편하게 살게 해주고 싶을 뿐이었다.권지헌은 그저 직속 상사이고 대표일 뿐이었다.허설아는 권지헌의 부하라는 것만으로 충분했다.여전히 권지헌을 볼 수 있는 순간이 많았고 드러낼 수 없는 마음들을 전부 감출 수 있었다.언젠가 권지헌을 봐도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게 되면 그때는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권지헌을 볼 때마다 심장이 빨리 뛸 뿐 아니라 아프기까지 하다니.너무 한심했다. 허설아는 시선을 떨구고 서글픈 표정을 가렸다. 마침 담배를 다 피우고 고개를 돌리는 권지헌과 엇갈려 버렸다. 유리창 앞에 서 있는 여자는 마치 쇼윈도 속 인형처럼 정교하고 우아했다.권지헌이 안으로 들어가 손을 내밀었다.허설아더러 팔짱을 끼게 하고는 다른 사람들에게 걸어갔다.대부분 권지헌과 인맥을 쌓으려는 사람이 많았고 이제 막 상속권을 얻은 권 씨네 장손을 가늠해 보려는 이들도 많았다.중년 여자가 권지헌 옆에 있는 허설아를 경멸하는 시선으로 훑어봤다.허설아를 무시한 채 아부하는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대표님, 미혼이세요? 저희 딸이 대표님이랑 동갑인데 소개 좀 시켜드릴까요?"이렇게 직접적으로 맞선 주선하는 건 드물었다.주변 사람들이 속으로 어떻게 염치없이 바로 자기 딸을 주선할 수 있냐고 욕했지만 권지헌의 반응이 궁금한 건 매한가지였다.권지헌이 우아하게 웃으며 손을 뻗어 허설아의 허리를 감은 채 잘생긴 얼굴에 담담한 미소를 띠고 말했다."죄송합니다. 여자 친구가 질투할 거예요."허설아도 맞장구를 쳤다."네."중년 여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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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허설아는 잊지 않고 있었다.하지만 권지헌이 이 숫자를 도어록 비밀번호로 설정할 줄은 몰랐다.아마도 매년 연애 기념일마다 이 방에 왔기 때문일 것이다.허설아는 미지근한 물을 한 잔 따르고 냉장고에서 개봉하지 않은 미니 꿀 하나를 찾아 물에 타서 건넸다."대표님, 술 많이 마셨어요."권지헌은 침대에 누워 미간을 찌푸린 채 허설아를 보기만 할 뿐 물잔을 받지 않았다.관자놀이에서 통증이 전해졌다.권지헌이 갑자기 허설아를 보며 입을 열었다."전에도 내가 취한 적 있었지?"허설아가 짧게 네라고 답하고 이어 말했다. "들어오자마자 바닥에 다 토해서 청소비 엄청 많이 물어줬잖아요."권지헌은 이미 기억이 나지 않았다.미간이 더 세게 찌푸린 채 물었다."언제?""대표님 후배 생일이었어요. 제가 데리러 갔더니 오지랖 넓다고 하셨죠."미소를 짓는 허설아의 얼굴이 약간 창백했다.그 모습에 권지헌도 그제야 떠올랐다.후배 생일이 아니라 사촌 동생 권서진 생일이었다.권씨 집안 아이들은 할아버지 요구대로 대학 시절 근로 장학생이나 창업을 해서 뭔가 성과를 내야 졸업 후 권율 가문의 자회사로 배치될 수 있었다.권서진이 배운 건 소주 양조였다.그때 생일 핑계로 권지헌더러 자기가 빚은 술을 맛보며 할아버지가 좋아할 만한 걸 고르라고 했다. 곧 할아버지의 75세 생신이었기 때문이다.그렇게 권지헌도 꽤 마시고 취해버렸다.강시우가 허설아에게 권지헌 데리러 오라고 연락했다.그때 권지헌은 강시우와 허설아가 최신 게임 스킨에 대해 얘기하는 걸 듣게 되었다. 권서진도 취해서 강시우와 허설아를 보며 말했다."강시우 여자 친구야? 꽤 예쁘네. 저 녀석 좋은 사람 만날 자격은 있지만 이렇게 예쁜 사람 만날 것까지는 아닌데."아니거든.강시우랑은 아무 사이도 아니야.권지헌이 술을 한 모금 마시고 막 삼키려는데 강시우를 보며 활짝 웃는 허설아의 모습이 보였다.그 순간, 권지헌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지고 미간이 확 찌푸려졌다. 왜 권지헌한테는 웃지 않고 강시우한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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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어차피 권지헌이 얼마를 요구하든 안 되면 할부를 해서라도 돈을 모아 줄 생각이었다. "그럼 먼저 갈게요. 대표님, 푹 쉬세요."허설아가 방문을 닫고 떠났다.마치 리듬감 있는 타악기 같은 하이힐 소리가 멀어지며 권지헌의 세계에서 사라졌다.-권씨 본가.식탁에서 박희수가 전서준을 안고 밥을 먹이고 있었다.유혜원이 말렸지만 박희수가 내려놓으려 하지 않자 그냥 내버려뒀다.박희수가 통통한 자기 아들을 좋아한다는 걸 유혜원도 알고 있었다.어릴 때 유혜원은 줄곧 박희수와 함께 살았기에 반은 친딸이나 다름없었다. 박희수는 유혜원의 아이도 똑같이 아꼈다.박희수는 권지헌이 저 모양이니 본인이 눈 감는 날까지 손자를 보긴 그른게 아닐까 생각했다. "지헌아, 서준이 보면 할 말 없어?""너무 뚱뚱해서 체중 조절이 필요해요. 아이가 과체중이면 발육에 안 좋아요. 남자애면 더 신경 써야 하고요."박희수가 소리를 치며 얼굴을 찌푸렸다."무슨 소리를 그렇게 해! 우리 서준이 겨우 두 살이야!"전서준이 찐빵을 하나 들고 얼굴에 가득 묻히며 먹었다."삼촌, 우리 유치원에 연희 기억나? 또 입원했어."권지헌의 시선이 날카롭게 꽂혔다."네가 또 괴롭혔어?""아니야!"전서준이 급히 변명했지만 입에 남아있던 찐빵에 목이 멜 뻔했다."다른 애가 연희가 외국인처럼 생겼다고 연희 엄마가 분명 외국인이랑 결혼했을 거라면서 애국심이 없대!"요즘 아이들이 생각은 정말 기상천외했다.대부분 집에서 부모들의 가정 교육이 잘못되어서 이런 생각을 갖는 것이었다.국을 한 숟가락 먹던 권지헌의 머릿속에도 연희의 모습이 떠올랐다.솔직히 허설아와 그다지 닮지 않았고 연민규도 닮지 않았다.허설아의 얼굴은 좀 뾰족한데 연희는 동그란 얼굴이었다.아이가 아직 어리니 얼굴형은 대부분 변할 것이다.다만 눈동자가 허설아와 완전히 달랐고 미간이 약간 높았다.아이의 부모를 닮진 않았지만 어디선가 본 듯했다.권지헌의 시선이 무심코 전서준에게 국을 떠먹이고 있는 박희수 얼굴을 스쳤다."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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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권지헌이 전화를 걸었다.신호음이 몇 번 울린 뒤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의도를 밝히자 상대가 신중하게 말했다."쉽게 조사하기 힘들 것 같네요."해외 병원의 보안 조치는 원래 철저해서 돈을 더 준다 해도 고객 자료를 얻기 어려웠다.하물며 권지헌이 묻는 건 어떠한 사회적 관계도 없는 산모였다.상대가 권지헌을 잘 알고 그의 성격을 몰랐다면 권지헌이 자기 사생아를 조사하는 게 아닐까 의심했을 것이다.절대 불가능했다.만약 권지헌의 아이를 낳았다면 벌써 아이를 안고 달려와서 인정받았을 것이다.권씨 집안이니까.상대의 말에 권지헌도 그렇다고 생각하면서도 일단 조사하라고 시켰다.권지헌은 직관적이고 정확한 데이터를 보며 지금의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싶었다.유혜원이 문을 두드렸다.과일 접시를 들고 와서 권지헌 옆에 놓았다."동료 중에 괜찮은 아가씨가 있는데 너랑 집안이 잘 맞는 것 같은데 만나볼래?"한눈에 봐도 박희수의 임무를 받고 온 거였다.유혜원은 권지헌과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서 권씨 가문 다른 자식들보다 훨씬 더 친했다.박희수는 마음이 조급했다. 전서준을 보고 나니 더 조급해졌다.재촉할 용기는 없었기에 권지헌과 관계가 괜찮은 유혜원을 보내서 말을 전했다.권지헌이 사과를 한 입 베어 물었다."싫어.""만나보기라도 해?""안 만나. 일이 바빠."유혜원이 한숨을 쉬었다."일이 아무리 바빠도 가정 꾸려야지.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낳으니까 이모가 걱정하셔.""내가 결혼해서 애 낳아도 걱정하실 거야."권지헌이 냉정하게 정곡을 콕 찔렀다."네가 결혼해서 애 낳았다고 이모가 걱정 안 해?"권지헌의 이모가 바로 유혜원의 어머니였다.유혜원은 결혼한 뒤 자주 서러움을 당했다.권지헌의 이모 고유민이 비행기를 타고 와서 칼을 들고 전씨 가문에 쳐들어가서 유혜원 시어머니 면전에 대고 이틀을 욕해서야 유혜원의 처지가 좀 나아졌다.하지만 유혜원 남편은 그때부터 집에 잘 들어오지 않고 혼자 밖에서 살았다.아이도 돌보지 않고 매달 정기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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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유혜원의 몸이 굳어지며 빙그레 웃었다."사람은 변하잖아. 여자는 엄마가 되고 나면 손발이 묶이게 돼."-밤하늘이 어두워졌다.태블릿을 안고 있던 허설아는 딸의 수액 병을 확인하며 고개를 숙여 그림을 그렸다. 약속한 제출 시간이 가까워졌기에 며칠 안에 의뢰인과 초안을 확정해야 했다.아이의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허설아의 생각을 멈추게 했다.고개를 들어 보니 전서준이 성큼성큼 걸어오는 권지헌에게 안겨 들어왔고 뒤에는 유혜원이 허둥지둥 따라오고 있었다.간식을 너무 급하게 먹다가 목구멍에 호두 껍질이 걸려 피를 몇 번 토한 것 같았다.전서준도 겨우 두 살이라 연희랑 비슷한 나이였다.이 나이대 아이들은 음식이 목에 걸리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었다.허설아도 이해했다.연희가 소란스러운 소리에 깨어 눈을 비볐다. "엄마, 무슨 일이야?""괜찮아. 어떤 애가 목에 뭐가 걸렸대."곧 옆 침대로 사람들이 왔다.전서준은 흡입 마취제를 들이마시고 0.5센티 길이의 호두 껍질을 빼낸 뒤 울음을 터뜨렸다.유혜원이 한참을 달래도 울음을 그칠 줄 몰랐다. 그 모습을 보던 연희가 작은 얼굴로 엄하게 말했다."전서준, 울면 안 돼."병실 몇 개를 사이 두고도 들리던 히스테릭하고 쩌렁쩌렁하던 울음소리가 연희의 말과 함께 전원 버튼을 누른 것처럼 울음이 뚝 그쳤다.유혜원도 신기했다.눈앞의 모녀가 저번에 응급실에서 시어머니를 말로 제압했던 사람들이라는 걸 알아보지 못했다."서준이 같은 반 친구야?"연희가 고개를 끄덕였다.연희는 또박또박 한마디 한마디 말했다."이모님, 안녕하세요. 저는 연희라고 해요. 전서준이 어린이집에서 자주 저를 괴롭혀요. 전 아빠가 있는데 자꾸 저를 아빠가 없다고 놀렸어요.""서준이가 제 옷을 찢고 제 약을 버렸는데 서준이 삼촌이 다 배상해 주셨어요.""요즘은 안 괴롭혔지만 지난주 금요일에 제 간식을 먹었어요."연희와 전서준이 다니는 어린이집은 학비가 비쌌는데 한 달 학비만 200만 원이었다.허설아가 이 어린이집을 선택한 이유는 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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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유혜원은 짧게 탄식하며 전서준의 말을 믿지 않았다.저 체격이 어딜 봐서 집에서 밥을 못 먹는 아이야?전서준이 밥을 못 먹으면 전 세계 아이들이 전부 빈민가에서 온 거라고 할 수 있었다. 권지헌도 전서준이 거짓말한다고 생각했다.허설아가 전서준을 쳐다보니 부끄러운 듯 이불로 얼굴을 덮고 있었다.허설아는 연희를 힐끗 보고는 딸이 한 말을 믿기로 했다."전서준, 네가 직접 설명해 봐."전서준이 머뭇거리자 권지헌이 다가가 이불을 걷었다."똑바로 말해."전서준이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은 삼촌이었다."할머니가 점심에 밥 한 그릇만 줘요. 그리고 고기도 안 줘요. 그래서 오후에 배가 너무 고파요."전서준의 집은 어린이집과 아주 가까웠다.시어머니는 전서준이 점심을 제대로 못 먹을까 봐 걱정된다는 핑계로 점심시간에 급식을 먹지 못하게 하고 매일 집에 데려가서 점심을 먹이고 다시 어린이집에 보냈다. 유혜원도 번거롭다고 생각했지만 평소에는 출근해서 점심에 집에 돌아오지 않으니 간섭할 수 없었다.허설아가 차분히 물었다."그럼 할머니가 점심에 뭘 줘?""채소랑 밥이요. 다른 건 없어요. 이모님, 못 믿겠으면 제 워치 보세요!"전서준은 겨우 자기 말을 들어줄 어른을 만났다.게다가 연희 엄마는 연희처럼 예뻤다.전서준이 키즈폰을 꺼내 사진 몇 장을 유혜원에게 보여줬다.유혜원이 확인해 보니 정말 전부 채소와 밥뿐이었다.두 살짜리 아이 점심으로 이것만 준다고?시어머니는 매달 유혜원한테서 생활비도 꽤 많이 받아 갔다. "할머니가 그러는데 엄마가 준 생활비는 제 동생한테 쓴대요. 엄마, 나한테 동생 있어요?"유혜원은 자식이 전서준 하나뿐이었다.아이를 낳고 나서 남편과 만나는 시간도 많지 않으니 부부 생활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전서준이 계속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할머니가 동생이 벌써 한 살이래요. 나중에 집도 동생한테 준대요."유혜원의 몸이 심하게 떨렸다.권지헌이 고개를 들어 유혜원을 바라봤다."내가 기억하기론 지금 너희 집은 너의 혼전 재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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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어른들이 모두 침묵했다.전서준보다 훨씬 똑똑한 연희는 이미 이해하고 있었지만 전서준은 아직도 권지헌만 보고 있었다."삼촌, 연희가 무슨 말 하는 거야? 우리 아빠 어떻게 됐어?"권지헌의 목소리가 약간 가라앉았다."괜찮아. 네 아빠 잘 있어.""아, 그럼 됐어."유혜원이 더 굳어버린 얼굴로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연희 엄마, 저희 연락처 추가할까요? 나중에 이 일 어떻게 처리할지 다시 상의해 봐요. 지금 제가 좀 급한 일이 있어서요."허설아가 막 고개를 끄덕이려던 찰나 권지헌이 입을 열었다."필요 없어.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연락하면 돼."유혜원은 그제야 전에 전서준 일도 권지헌이 도와줬었던 게 떠올랐다.지금 유혜원은 확실히 이것저것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이내 권지헌에게 전서준을 좀 봐달라는 몇 마디 말만 남기고 휴대폰을 들고 나갔다.떠나기 전에 권지헌에게 유명한 로펌 몇 곳의 연락처를 물어 곧 도착할 테니 이혼 전문 변호사를 준비시키라고 했다.권지헌의 시선이 병실 안 다른 어른인 허설아에게 향했다.남자는 낮게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이혼 변호사 필요해?"허설아가 고개를 숙였다."필요 없어요. 아마 십몇 년, 몇십 년 뒤에 필요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필요 없어요."아마 그때가 되면 허설아도 이미 권지헌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과 결혼했을지도 몰랐다.결혼 생활도 막다른 길에 다다라 끝낼 생각을 할 수도 있다.하지만 지금은 쓸모 없었다.권지헌의 평온한 눈빛에서 어떠한 흔들림도 느껴지지 않았다. 몇십 년?그 남자랑 백년해로하며 함께 늙을 생각이라고?"아이를 위해서는 생각 안 해봤어?"침묵하던 허설아가 얼버무리듯 말했다."생각하죠."언젠가 허설아가 결혼한다면 이미 마음을 정리한 것 외에도 더 큰 이유는 딸에게 아빠가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허설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다정하게 연희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주고 인내심 있게 등을 닦아줬다.허설아는 고요한 호수처럼 다정한 눈빛으로 품 안의 연희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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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아이의 마음은 항상 예민했다.허설아는 웃음이 나왔다."꼭 그런 건 아니야."아이들 세계에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두 가지밖에 없었다.전서준은 허설아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두 살이 좀 넘은 전서준은 아직 아주 작은 아이였다. 옆에 부모도 없이 혼자 병상에 누워 소염 링거를 맞고 있는 모습이 왠지 안쓰러웠다.허설아는 고개를 들어 병실 문을 바라봤다.담배 피우러 간 권지헌은 언제 돌아올지 몰랐다.허설아는 엄마가 된 뒤부터 아이를 보면 마음이 약해지는 것 같았다.자리에서 일어나서 아이들을 돌보기 편하게 두 아이 중간에 옮겨 앉았다. 허설아는 전서준의 작은 손을 잡고 다정하게 물었다."손 아파?"전서준이 고개를 저었다."예쁜 이모님, 설아 이모라고 불러도 돼요?""그래."전서준이 고사리 같은 손가락으로 허설아의 손을 꽉 쥐며 문득 물었다. "엄마는 왜 갑자기 갔어요?"허설아는 말문이 막혔다.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아마도 전서준 아빠가 결혼 생활 중에 바람피워서 새 아이까지 생겼고 전서준 할머니는 유혜원이 준 생활비로 전서준을 학대하면서 유혜원의 집까지 빼앗으려 한 것 같았다.허설아가 화제를 돌렸다."서준이는 평소에 뭐 먹어?""아침이랑 간식은 유치원에서 먹어요. 점심은 할머니가 해 주시고 저녁은 엄마가 만들어 주는데 엄마가 만든 음식은 정말 맛있어요."점심에 배불리 못 먹고 저녁에 많이 먹으면 확실히 보통 아이들보다 살이 더 쉽게 찔 것이다.게다가 점심부터 배가 고픈 전서준은 그동안 할머니가 심어준 잘못된 인식들 때문에 배고프면 다른 아이 간식을 빼앗아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유치원 선생님도 일을 크게 만들지 않으려 대부분 아이들에게 새 간식을 나눠주고 그냥 넘어갔다.전서준은 처음으로 자기한테 이렇게 다정한 어른을 만났다.이모 할머니를 제외하면 허설아가 처음으로 전서준의 손을 잡고 말해주는 어른이었다.전서준은 눈을 반짝이며 허설아를 바라봤다."설아 이모, 미안해요. 다시는 연희 괴롭히지 않을게요."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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