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모두 침묵했다.전서준보다 훨씬 똑똑한 연희는 이미 이해하고 있었지만 전서준은 아직도 권지헌만 보고 있었다."삼촌, 연희가 무슨 말 하는 거야? 우리 아빠 어떻게 됐어?"권지헌의 목소리가 약간 가라앉았다."괜찮아. 네 아빠 잘 있어.""아, 그럼 됐어."유혜원이 더 굳어버린 얼굴로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연희 엄마, 저희 연락처 추가할까요? 나중에 이 일 어떻게 처리할지 다시 상의해 봐요. 지금 제가 좀 급한 일이 있어서요."허설아가 막 고개를 끄덕이려던 찰나 권지헌이 입을 열었다."필요 없어.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연락하면 돼."유혜원은 그제야 전에 전서준 일도 권지헌이 도와줬었던 게 떠올랐다.지금 유혜원은 확실히 이것저것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이내 권지헌에게 전서준을 좀 봐달라는 몇 마디 말만 남기고 휴대폰을 들고 나갔다.떠나기 전에 권지헌에게 유명한 로펌 몇 곳의 연락처를 물어 곧 도착할 테니 이혼 전문 변호사를 준비시키라고 했다.권지헌의 시선이 병실 안 다른 어른인 허설아에게 향했다.남자는 낮게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이혼 변호사 필요해?"허설아가 고개를 숙였다."필요 없어요. 아마 십몇 년, 몇십 년 뒤에 필요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필요 없어요."아마 그때가 되면 허설아도 이미 권지헌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과 결혼했을지도 몰랐다.결혼 생활도 막다른 길에 다다라 끝낼 생각을 할 수도 있다.하지만 지금은 쓸모 없었다.권지헌의 평온한 눈빛에서 어떠한 흔들림도 느껴지지 않았다. 몇십 년?그 남자랑 백년해로하며 함께 늙을 생각이라고?"아이를 위해서는 생각 안 해봤어?"침묵하던 허설아가 얼버무리듯 말했다."생각하죠."언젠가 허설아가 결혼한다면 이미 마음을 정리한 것 외에도 더 큰 이유는 딸에게 아빠가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허설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다정하게 연희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주고 인내심 있게 등을 닦아줬다.허설아는 고요한 호수처럼 다정한 눈빛으로 품 안의 연희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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