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Capítulo 801 - Capítulo 810

889 Capítulos

제801화

"이 집, 할아버지 거잖아요. 나랑 준우 씨 할아버지한테 월세라도 드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양현성은 그 말에 웃음을 터뜨리며 방금까지 우울했던 기분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제 나이가 든 것이다.젊은 시절에는 어떠했든 나이가 들면 결국 자식들한테 폐를 끼치고 부양과 병수발의 부담을 주게 할까 걱정하기 마련이었다.권서진이 다가가 양현성 귀에 속삭였다."나 지금 준우 씨 고모님이랑 협업하고 있는데요, 할아버지가 안 계시면 아무도 내 편 안 들어줘요. 협업을 무기로 나 압박하면 어떡해요? 할아버지가 계속 내 편 들어주셔야 해요!"양현성이 껄껄 웃었다."그래, 그래. 할아버지가 네 편 해줄게. 준우가 널 서운하게 하면 할아버지한테 다 얘기해."그 모습을 지켜보던 양준우는 감탄했다.양현성은 사실 꽤나 괴팍하고 강압적이고 때로는 과하게 고집이 셀 때도 있었다. 군에 있을 때는 지휘관 자리에 익숙했던 터라 집에 돌아와서도 지시하는 습관이 남아 있어 자식들한테 이렇게 너그럽게 구는 일은 드물었다.김아림 아들조차 양현성이 웃는 얼굴을 보는 일이 거의 드물었다.유독 권서진만큼은, 처음 봤을 때부터 양현성 스스로도 이유를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예뻐했다.모든 걸 다 받아주었다.밥을 먹을 때도, 권서진은 양현성 옆에 앉아 반찬을 집어주었다. 그 모습에 이윤화가 말했다."서진아, 번거롭게 그러지 마. 할아버지 알아서 먹을 수 있어.""괜찮아요, 할머니. 번거롭지 않아요. 할머니도 드세요."권서진이 생선살 중에서도 아가미살을 한 점 집어 이윤화 그릇에 놓아주었다. 이윤화가 마침 좋아하는 부위였다.양준우가 입을 열었다."이렇게까지 안 해도 돼요. 우리 집에 와서 지내라고 한 건 서진 씨 좀 편히 쉬라고 그런 거예요.""나 완전 잘 쉬고 있어요, 안 그랬으면 그 여자도 못 만났을 텐데…… 이름이 뭐랬더라?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준우 오빠라고 했는데, 아이고!"권서진이 한껏 놀리는 표정으로 말했다. 당황한 양준우가 안색이 몇 번씩 바뀌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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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2화

의사들이 양현성을 둘러싸고 검사를 진행했다.의사들 모두 양현성이 지금처럼 식사도 잘 하고 잠도 잘 자고 특별히 아픈 곳만 없으면 최선이라고 했다.집에 돌아온 뒤, 양현성의 상태는 병원에 있을 때보다 훨씬 좋아졌다.환자는 무엇보다 기분이 중요했다.의사가 돌아가고 양현성도 방에 들어가 낮잠을 청했다.가족들 모두 양현성의 병세가 나아진 것 때문에 들떠 있었다.양지현이 말했다."서진이 덕분에 아버지가 요즘 잘 드시고 잘 주무시는 거지. 매정하게 들릴지 몰라도 어차피 사람은 언젠가 떠나기 마련이잖아. 자식들로서 아버지가 편안히 지내시다가 떠나시기만을 바랄 뿐이지."양현성은 이미 장수한 편이었다. 가족들도 양현성이 무작정 오래 앉기보다는 고통 없이 끝까지 즐겁게 지내다가 떠나기를 바랐다.가족들은 작은 별채에 살았는데 양준우의 방은 권서진이 쓰고 있었기에 집에 돌아온 양준우는 작은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권서진이 문에 기대어 양준우가 정리하는 걸 지켜보며 말했다. "이 방은 평소에 아무도 안 써요? 왜 나한테 이 방 쓰라고 하지 그랬어요?" "어릴 적 쓰던 서재였는데 나중엔 손님방으로 썼어요. 북향이라 겨울에 볕도 안 드는 방에서 어떻게 지내라고 해요." 양준우가 방을 정리하는 속도는 무척 빨랐다.침대 정리도 몇 분 만에 끝났다.양지현이 씻어준 사과를 베어 문 권서진은 방금 저녁을 먹은 터라 얼마 먹지도 않았는데 벌써 배가 불렀다. 앞니로 사과 껍질을 야금야금 갉아 먹은 탓에 한참을 먹었는데도 도무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양준우는 그런 권서진을 바라보았다. 긴 귀가 가슴 앞에 축 처진 토끼가 수놓인 포근한 재질의 핑크색 홈웨어를 입고 사과를 베어 먹는 모습은 영락없이 토끼 같았다.볼은 오물오물 움직이는데도 사과는 좀처럼 작아지지 않았다.침을 꿀꺽 삼킨 양준우는 앞으로 다가가 권서진 손에 들린 사과를 들여다보며 물었다."껍질 안 깎아요?""껍질 안 깎은 게 더 맛있어요, 식감이 풍부하거든요.""그래요, 나도 한번 먹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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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3화

"권 대표님이 다음 주에 서진 씨를 돌려보내라고 하셨어요.""큰오빠가 나한테도 얘기했어요."다음 주, 권지호가 권율 그룹 이사회를 소집할 예정이라고 하니 서프라이즈를 선물할 생각이었다. 권서진이 바다에 빠진 지 벌써 보름 가까이 지났는데 다음 주까지도 찾지 못하면 권지호는 당연히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것이다. 권지호가 경계심을 늦추는 순간이 권서진이 집으로 돌아가 깜짝 선물을 안겨줄 때였다.권지호처럼 지독하고 교활한 인간을 상대하려면 항상 몇 수는 더 내다봐야 했다.다만 이번엔 권서진이 안겨주는 서프라이즈를 권지호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몰랐다. 양준우가 손을 뻗더니 권서진을 방 안으로 끌어당기고 문을 닫았다.손을 권서진의 가느다란 허리에 걸친 채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나 서진 씨한테 줄 선물이 하나 있어요.""뭔데요?"명절이나 생일도 아닌데 양준우가 무슨 선물을 준다는 걸까?그것도 이렇게 비밀스럽게 굴면서. 양준우가 권서진을 놓아주고 가방을 뒤져 사진 몇 장을 건넸다.사진에 찍힌 사람은 다름 아닌 전부 권지호였다.장소는 바닷가. 바닷바람에 권지호의 옷자락이 날리고 있었다.권서진은 사진들을 들여다보았다.여러 개의 컨테이너와 함께 찍힌 권지호의 정면 사진도 여러 장 있었다."이게 뭐예요?""밀수 증거예요."권서진이 미간을 찌푸렸다."뭐라고요? 밀수요?""권지호가 밀수 혐의를 받고 있어요, 권 대표님이 서진 씨한테 말 안 했어요?"이건 권서진도 확실히 모르는 일이었다. 지난번 권지혁에게 연락했을 때 넌지시 흘린 것 같기는 했다.감옥에 있는 이재균이 너무 괴로운 나머지 스스로 자백했다고 했다.하지만 이런 일을 조사하는 건 권씨 집안 사람들 몫이지, 양준우가 신경 쓸 건 아니었다.권서진은 사진들을 보며 마음 한구석이 시큰거렸다."이거 준우 씨가 직접 찍은 거예요?""네, 다른 사람은 못 믿겠고. 믿을 만한 사람들은 움직이기 곤란해서요.""요즘 계속 이거 조사하고 있었어요?"양준우가 바로 이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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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4화

같은 주얼리 브랜드 창업자인 권서진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권율 그룹의 주얼리 브랜드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셀 수도 없는 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기울여왔다. 권율 그룹도 처음 시작할 때는 권서진의 봄날 브랜드보다 결코 쉽지는 않았다.권지호는 겨우 밀수로 이득을 챙기기 위해 권율 그룹 주얼리 라인 전체를 망치려 들었다. 황금 제품에 불순물을 섞는 건 명백한 불법이었다.소비자들 사이에서 완전히 신뢰를 잃을 일이었다.권서진은 권지호가 이렇게까지 지독하게 굴 줄은 몰랐다.양준우의 얇은 홈웨어 주머니 속에서 휴대폰이 요란하게 진동했다.홈웨어는 양지현이 사 준 것으로 권서진이 입은 것과 같은 시리즈였다. 다만 양준우의 가슴 앞에는 여우 한 마리가 수놓여 있었다.이런 데 관심이 없는 양준우는 이 여우와 권서진 옷의 토끼가 마치 커플 같다고만 생각했다. 양준우가 휴대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하고 스피커폰을 켰다."권 대표님.""서진이 옆에 있어요?"권서진이 소리쳤다."오빠, 나 듣고 있어.""창고에 있는 금을 검사해봤는데 일부에 구리가 섞여 있었어, 순금이 아니었어.""출고는 아직 안 됐고 이미 출고된 물량은 일부 회수했는데 문제없었어."즉, 권지호가 금괴를 밀수한 건 최근 일이라는 것이었다.권서진이 가볍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출고 전이면 다행이야. 이번 일이 크게 터졌으면 권율 그룹 주얼리는 끝장났을 거야."전화기 너머에서 권지헌도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남매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흐르고 권지헌이 담담하게 말했다."이번 이사회, 아주 볼만할 거야.""회사 일은 걱정하지 마, 내가 처리할게."출고된 모든 주문은 권지헌이 직접 검사 기계를 통과하는 걸 지켜본 뒤 성분에 문제가 없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내보낸 물량이었다.회사에서도 전담 조사팀을 꾸려 처리하고 있었다.다만 아직 권지호에게는 숨기고 있었다.권지호가 이사회를 소집하겠다면 내버려 두면 그만이었다.권지호가 감히 허설아의 검진 결과지를 건드린 건, 다름이 아니라 권지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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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5화

권지헌은 성격이 차갑고 오만하며 고집스러우며 가끔은 거리감과 위압감도 느껴질지 몰랐다. 하지만 인품에는 전혀 흠이 없었다.적어도 동생들 몫을 두고 수작 부릴 사람은 아니었다.권서진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심지어 우리 아빠처럼 형편없는 사람도 큰오빠는 권씨 집안에서 백 년에 한 번 나올 재목이라고 했으니 당연히 다르죠."사실 권씨 가문 자식들은 다들 부모님의 흔적을 하나씩 지니고 있었다.권서진과 권지혁은 진하윤의 고집스러움과 권정열의 회피형을 띠고 있었다.권지호와 권지민은 권정민의 다정하면서도 의심 많은 성격과 고연정의 치밀한 속셈을 물려받았다.오직 권지헌만이 권정우의 시원시원하고 떳떳한 성품과 박희수의 결단력 있는 기개를 함께 지니고 있었다.진하윤을 떠올린 권서진은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지며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권서진은 현실로 돌아왔다. 양준우가 일어나 문을 열자 양지현이 문밖에 서 있었다."할아버지가 옷 갈아입으라고 하셔, 진씨 집안에 다녀올 거야."권서진이 물었다."……네? 진씨 집안엔 왜요?""너희 외할아버지 만나고 싶으시대."양현성은 실제로 진민국의 서예를 무척 높이 평가했다.권서진도 양씨 집안에서 며칠 지냈으니 진씨 집안에 인사하러 가야 하긴 했다. 양준우가 미간을 찌푸렸다."서진 씨 지금 외출하기 불편하니 안 가는 게 좋겠어요." "괜찮아, 서진이는 차에 앉아 있으면 돼. 할아버지가 네 아빠까지 불러들이셨어, 못 막아."양현성이 하겠다는 건 온 가족이 다 나서도 막을 수 없었다.양현성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았던 권서진은 양준우를 잡아끌며 말했다."괜찮아요, 권지호도 지금은 우리 신경 쓸 겨를 없어요.""겨를이 없는 게 아니라, 권지호가 보낸 사람이 관사 단지에 못 들어오는 거죠."실제로 권지호가 사람을 보내 양준우가 권서진과 연락하는지 확인한 적이 있었다.양준우가 퇴근하자마자 바닷가로 가서 찾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경계를 풀기 시작했다. 권서진은 바로 옷을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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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6화

결혼 얘기를 꺼내련다는 말에 권서진과 양준우 둘 다 어리둥절해졌다.두 당사자 모두 양현성이 몰래 준비해온 일이 설마 이거일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권서진이 놀라며 되물었다."……네?"양현성이 권서진을 달래기 시작했다."서진아, 걱정 마라. 권씨 집안이 널 서럽게 해도 우리 양씨 집안은 안 그런다! 우리 집에서 한동안이 아니라 평생 지내도 돼!"무게가 실린 약속이었다.권서진은 감동하는 한편, 헛웃음이 났다.아무래도 권씨 집안의 실종 발표 뉴스를 보고 다른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대충 핑계를 대서 둘러대면 양현성이 그냥 넘어갈 줄 알았는데 그걸 마음에 담아두었을 뿐 아니라 서러움을 참으며 얼버무린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결국 진씨 집안에 결혼 얘기를 꺼내러 간다고 임경호까지 불러들여 총출동했다. "할아버지, 오해하신 거예요. 저희 집안에 일이 좀 생겼는데 저희…… 저희 사촌 오빠가 저 죽은 줄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큰오빠가 그런 발표한 거예요. 저 괴롭히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양현성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다들 네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괴롭힌 게 아니면 뭐냐?""이건 어린 애들 싸움이 아니다. 서진아, 그냥 넘어가면 절대 안 된다!"권서진은 마음이 따뜻해졌다.바로 휴대폰을 꺼내 허설아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오늘은 주말이었기에 권지헌은 무조건 허설아와 함께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영상 통화가 연결되자 카메라 앞을 스쳐 지나가는 권지헌의 모습이 들어왔다."언니, 큰오빠 좀 불러줘요. 할 얘기가 있어요."허설아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뭐가 이렇게 비밀스러워요? 지헌아, 이리 좀 와 봐."권지헌이 허설아 곁에 앉아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무슨 일이야?"허설아가 곁에 있어서인지, 아니면 영상 통화 탓인지 권지헌 얼굴은 평소보다 덜 차가워 보였고 좀처럼 보기 힘든 다정한 눈빛이었다. 권서진은 권지헌의 기분이 괜찮은 걸 확인하고 나서야 휴대폰을 들고 양현성 옆으로 다가갔다."큰오빠, 이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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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7화

권서진을 향한 양준우의 마음도 권지헌과 허설아도 다 알고 있었다.허설아가 다가가 권지헌의 어깨에 기대며 화면을 향해 말했다."축하해요."권지헌이 고개를 끄덕이자 권서진도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권서진이 휴대폰을 넣고 양현성을 바라보았다."할아버지, 오래 기다리셨어요. 가요!"권씨 집안의 실권자가 권지헌이라는 건 양현성도 알고 있었다.전에 권지헌을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눠본 적은 없지만 방금 몇 마디 말만으로도 충분히 어떤 사람인지 보아낼 수 있었다. 뉴스 때문에 권씨 집안에 품었던 편견도 조금은 사그라들었다. 문을 나서자 양현성과 임경호의 옷차림은 다른 어르신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정 할아버지와 함께 산책하던 정예원은 그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준우 할아버지, 어디 가세요?"옆에 있던 노인이 물었다."그러게 양 영감, 어디 대단한 분이라도 뵈러 가나? 장롱 밑바닥에 있던 훈장까지 죄다 꺼냈구먼!"양현성이 휠체어에 앉은 채, 기운차게 말했다."예비 사돈 만나러 가지!""사돈? 자네 두 딸이 시집간 지가 벌써 몇 년인데? 무슨 예비 사돈이야!" 양현성이 코웃음을 쳤다."당연히 준우 예비 처갓집이지, 그게 사돈이 아니면 뭐야?"전에 김아림이 결혼할 때, 혼사 얘기를 꺼내러 왔던 신랑 집안 사람들은 이런 옷차림에 문턱도 들어서지 못할 뻔했다. 그러니 양준우가 결혼 얘기를 꺼내는 것도 당연히 같은 대우여야 했다. 정 할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축하하네, 축하해! 자네 오랜 소원 드디어 이루겠구먼!"양현성이 늘 양준우의 결혼을 걱정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옷장 깊이 넣어뒀던 귀한 옷을 꺼내는 것도 이상할 게 없었다.정예원은 눈시울이 붉어져서 아랫입술을 깨물며 양준우를 바라보았다."준우 오빠…… 오빠, 진짜 저 여자랑 결혼하는 거예요?"고개를 돌린 양준우는 정예원을 보며 무심코 물었다."누구세요?"정예원은 아무 말도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며 정 할아버지도 내버려 둔 채 뛰어갔다.나이가 지긋한 정 할아버지가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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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8화

진민국 부부도 양씨 집안의 정성에 감동했다.결혼 같은 중요한 일은 이렇게 하는 게 당연했다. 최시연이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하윤이가 있었으면 정말 기뻐했을 텐데, 이제 마음의 짐을 좀 덜겠어." 진민국이 정색하며 최시연을 나무랐다."이렇게 좋은 날 왜 울어. 이따가 하윤이 만나러 가서 얘기해, 다 알고 있을 거야." 최시연이 권서진의 손을 잡았다.자수 장인인 최시연은 서경시에서 이름난 무형문화유산 계승자로 직접 수놓은 자수 작품은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귀했다.최시연의 손에는 크고 작은 굳은살이 배겨 있었다.부드럽지는 않았지만 권서진은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졌다."서진아, 네 엄마는 평생 결혼 때문에 행복하지 못했어. 오히려 결혼에 발목 잡혀 자기 인생까지 망쳤지. 그래도 나랑 네 외할아버지는 네가 행복하기를 바란다."최시연의 말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었다."행복이 꼭 결혼에 있는 건 아니야. 하지만 사람은 직접 겪어봐야 해. 그래야 결혼 생활이 너한테 맞는지, 준우가 네 평생 동반자일 수 있는지 알게 돼.""겪어봐, 서진아. 용기를 내서 결혼이라는 세상에 도전해 봐. 정말 좋은 사람이면 그건 오롯이 네 행복이니까. 나랑 네 외할아버지, 그리고 네 엄마도 다 기뻐할 거야.""아닌 것 같으면 미련 없이 돌아서면 돼. 네 엄마처럼 평생 괴로워하면서 살지는 마, 그럴 가치 없어."최시연이 가장 걱정하는 건 권서진이 진하윤처럼 고집을 부리는 것이었다. 혹시나 결혼 생활에서 큰 상처를 받아도 돌아서려 하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전에도 진씨 집안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한 탓에 진하윤은 친정이 여전히 화가 나서 자신을 포기했다고 생각했다. 진민국은 옆에서 아무 말 없이 몰래 눈시울만 붉혔다.진민국이 최시연을 툭 치며 정색하고 말했다."이런 얘기는 왜 해. 아무튼 서진아, 이거 하나만 알아둬. 우리 늙은이들이 살아있는 한, 넌 서경시에도 집이 있는 거야. 언제든 그냥 돌아오면 돼. 권씨 집안에서는 뭐라고 해?" 권서진은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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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9화

진민국은 양현성과 함께 적당한 날짜를 상의했다.내년 9월로 정해졌다. 계수나무 향이 뜰에 가득하고 가을이 완연한 때라 가족들이 모이고 두 집안이 좋은 인연을 맺기에 더없이 좋은 시기였다.두 집안 모두 올해는 결혼을 준비하기엔 시간이 촉박해서 너무 서두를 것 같다고 생각했다. 천천히 완벽하게 준비해서 나쁠 건 없었다. 혼인신고를 언제 할지는 두 사람에게 맡기기로 했다. 마음에 걸리던 일 하나를 해결한 양현성은 내내 싱글벙글했다.집으로 돌아와서도 피곤한 기색이 없이 오히려 양준우를 데리고 함께 결혼식장을 고르러 다니려 했다.심지어 신이 나서 둘의 청첩장을 직접 쓰겠다고도 했다. 결국 이윤화한테 잔소리를 듣고 나서야 잠잠해져서 쉬러 갔다.거실에서 홈웨어로 갈아입은 임경호가 양지현 곁에 앉아 양준우와 상의했다."너희 결혼 날짜, 좀 더 늦추는 게 낫지 않겠어?"양지현이 발로 툭 찼다."무슨 뜻이야? 진씨 집안에 갔을 땐 말이 없다가 왜 이제 돌아와서 뒷북이야?""아버지가 준우랑 서진이 결혼식만 손꼽아 기다리시는 낙으로 저렇게 기뻐하시잖아. 막상 결혼식까지 해버리면 기력을 확 놓으시면 어떡해?""그래도 기다릴 낙이라도 있어야 적어도 내년까지는 버텨야겠다고 생각하시지. 미루기만 하면 오히려 살아 생전에 못 보겠다 싶어서 아예 포기하시면 그땐 어떡해?"부부가 서로 눈을 부릅뜬 채 서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양미현이 중재에 나섰다."매제도 아버지 걱정해서 그러는 거잖아. 내 생각엔 준우랑 서진이가 좀 노력해서 결혼식 올린 뒤, 바로 증손주 소식을 전해드리면 아버지도 또 다른 낙이 생기지 않으시겠어?" "그것도 좋은 생각이긴 한데 애 생기는 건 하늘의 뜻이라잖아. 만약 애들이 이렇게 서두르는 거 싫어하면 어떡해?""싫다고 하면 아버지더러 기다리시라고 해야지!"이를 악물고서라도 살아갈 기대감을 심어주는 건 좋은 일이었다.양지현이 손을 내저었다."그럼 그렇게 해. 서진아, 너희도 부담 갖지 마. 나도 서른 넘어서 준우 낳았어, 우리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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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0화

연달아 여러 단계를 넘겼지만 매번 전서준이 틀려서 연희의 진행 속도를 방해했다.스스로 풀이 죽은 전서준은 민망하면서도 시무룩해졌다.연희는 차분한 표정을 한 채, 고사리 같은 통통한 손으로 전서준의 등을 톡톡 두드렸다."나 너 탓하지 않아, 그냥 머리가 좀 나쁜 것뿐이야."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한 말이었다. 그 말에 전서준은 순식간에 잔뜩 화가 난 복어처럼 씩씩거리며 연희를 노려보았다."나 다음엔 절대 안 이럴 거야!""너 저번에도 그렇게 말했잖아."전서준은 인정하지 않았다."저번엔 영어 단어도 아니었잖아, 내가 어떻게 그렇게 많은 외국어를 알아!" "그럼 배우면 되잖아. 못 배우면 머리가 나쁜 거 아니야?"무척 그럴싸한 논리였다. 전서준도 생각해보니 맞는 말 같았다.하지만 전서준은 공부하는 게 너무 싫었다. 그렇다고 연희한테 무시당하는 것도 싫었던 전서준은 순간 어찌할 바를 모르고 멍해졌다. "나 배울 거야! 나 머리 나쁜 거 아니야!"연희가 담담하게 말했다."파이팅."전서준은 풀이 확 죽은 채 시무룩해져서 유혜원의 무릎에 엎드렸다.연희는 옆에서 오후 간식을 먹기 시작했다.박시연이 전서준 몫도 준비해주었다. 오후 간식이라고는 했지만 사실 과일과 우유 한 잔, 감자 샐러드 한 그릇이 전부였다.전서준은 금세 다 먹고 연희 손에 있는 걸 빤히 쳐다보았다.연희 것도 먹고 싶어서 쉴 새 없이 입을 다셨다."연희야, 너 그거 더 먹을 거야?""먹을 거야. 이건 내 거야, 네 건 네가 벌써 다 먹었잖아 나 너한테 안 나눠줄 거야."전서준이 아쉬운 듯 말했다."그래도 나 먹고 싶은데.""그럼 시연 언니한테 가서 달라고 해. 이건 내 거니까 내가 다 먹을 수 있으니까 너한테 안 줄 거야."연희의 논리는 무척 분명했다.유혜원이 물었다."만약 네가 다 못 먹으면?""다 못 먹으면 시연 언니가 나한테 이만큼 안 줬을 거예요."두 사람은 손발이 척척 맞았는데 연희가 뭘 먹을지도 이미 아침에 다 정해놓은 것이었다.박시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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