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는 방에 들어가기 전, 소파에 앉은 노현우한테 몰래 고맙다는 손짓을 했다.노현우가 부드럽게 웃었다.김지유는 김지수 방문을 닫아주고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김지수가 생각이 많다는 건 김지유도 알고 있었다.그런 환경에서 자란 여자아이가 생각이 없었다면 진작 산골 마을의 암묵적인 관습에 짓밟혀 남아나지 못했을 것이다.어렵게 사귄 친구도 민보영마저 전학을 가면서 요즘은 김지수와 어울릴 시간도 많지 않았다.노현우는 소파에 긴 다리를 꼬고 앉은 채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고 김지유를 바라보았다.거실에 켜져 있는 캔들 워머에는 사과향 캔들이 놓여 있어 따뜻하면서도 나른하게 빠져들고 싶은 은은한 향이 퍼졌다.김지유가 다가가 캔들 워머를 끄며 말했다."아까는 고마웠어요, 제가 배웅해 줄까요?""아니에요, 저 같은 성인 남자가 배웅까지 받을 필요가 있나요."노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 밖으로 나가며 주위를 둘러보더니 김지유를 내려다보며 말했다."현관에 남자 슬리퍼 한 켤레 놔두는 건 어때요?"김지유가 고개를 저었다."아무도 안 오는데 남자 슬리퍼 놔두면 오히려 더 티 나잖아요. 저희 아파트 안전해요, 경비원이 계속 순찰 돌거든요."마침 문밖에서 순찰 중인 경비원의 불빛이 스쳐 지나갔다.노현우도 더는 고집하지 않고 말했다."그럼 먼저 갈게요, 내일 봬요.""내일 봬요."현관문을 닫은 뒤 김지유는 창가로 달려가 노현우가 건물을 나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노현우도 뒤를 돌아보았다.다만 20층이 넘는 데다 시력이 좋지 않아 높은 곳의 실루엣까지는 알아볼 수 없었다.노현우가 몸을 돌려 어둠 속으로 들어서자 흰둥이라는 강아지가 다가와 다리에 몸을 비비고는 신나게 건물 안으로 뛰어갔다.이어서 할아버지가 부르는 소리도 들렸다."흰둥아, 왔니."노현우는 건물 입구를 바라보다가 불이 꺼지고 나서야 자리를 떠났다.김지유 말처럼 주인이 있는 강아지였다. -김지유는 씻고 침대에 누워 휴대폰에 온 업무 메시지를 확인했다. 머릿속에 불쑥 노준서가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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