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을 다 마친 허설아가 송원영한테 서류를 건넸다."나는 원영 씨 편이에요."송원영이 허설아한테 눈을 찡긋하며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미소를 지었다."그럼 나 며칠 재워줄래요? 전에 은석 씨 집에 들어가 살다가 아직 새 집을 못 구해서 지금은 호텔에서 지내고 있거든요.""그래요, 대신 우리 연희 좀 봐줘요."연희는 워낙 착해서 천사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아직 미혼에 아이도 없는 송원영한테 육아는 여전히 부담스럽게 느껴져서 바로 나가려 했다. 나가려던 그때, 허설아가 말했다."서진 씨 집에 아무도 없으니까 거기서 지내요.""서진 씨…… 실종된 거 아니에요? 거기서 지내는 건 좀 그렇지 않아요?"허설아가 가볍게 웃었다."그럼 서진 씨가 너무 그리워서 그 집에서 지내면서 돌아오길 기다린다고 해요!""좋은 생각이네요."송원영이 바로 허설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저녁에 퇴근한 뒤 바로 권서진의 집으로 짐을 옮겼다.호텔에 도착해서야 송원영이 체크아웃하고 떠났다는 걸 안 서은석은 순간, 송원영이 어디 갔을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비가 내리는 겨울밤, 기온이 뚝 떨어지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차창을 적셨다. 와이퍼를 아무리 작동해 봐도 닦으면 또 다시 빗물이 떨어졌다. 전화를 열 몇 통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자 서은석은 조바심이 났다.집에 돌아와 막 문을 열려는데 현관 앞에 누군가 쭈그려 앉아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당신은……"문 앞에 쭈그려 앉아 있던 여자가 고개를 들고 서은석의 바짓단을 잡더니 갸름한 얼굴에 절박한 표정으로 말했다. "형부, 저예요, 송수정! 저 송원영 동생이에요, 저희 언니 찾으러 왔어요!"송수정?아, 그런 사람이 있었지. 몇 달 전, 김수진이 송수정이 실종됐다며 송원영한테 찾아보라고 한 탓에 신고까지 했지만 그 뒤로는 별다른 소식이 없었다.그런데 지금, 서은석의 집 앞에 나타난 것이다.서은석이 미간을 찌푸리고 눈앞의 여자를 바라보았다.마르고 얼굴은 지저분했으며 사이즈도 맞지 않은 패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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