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호의 마음속에는 말 못할 짜증이 가득했다. 지금 무슨 짓을 해도, 권지헌 부부한테는 간에 기별도 안 갈 작은 소동에 불과한 것 같았다.오히려 자신의 이런 소동 때문에 허설아 회사가 더 큰 화제를 얻은 꼴이었다.돈을 쏟아부어 도리어 남 좋은 일만 한 것이다. 권지호가 힘없이 미간을 짚었다."그 회사들은 전부 폐업 처리하고 소송하든 말든 알아서 하라고 해.""알겠습니다, 대표님."전화를 끊은 뒤 권지호는 침대에 누웠다.한참을 이리저리 뒤척이다 겨우 잠들었다.꿈속에는 온통 파도 소리뿐이었다. 오늘 전화할 때 권지민이 바닷가에 있어서인지, 아니면 그날 밤 권서진을 바다로 밀어뜨린 것 때문인지 귓가에서 파도 소리가 떠나질 않았다. 게다가 무척이나 익숙한 목소리가 섞여 있었다. "지호 오빠, 우리가 할아버지한테 말 안 하면 이번에 시험 잘못 본 거 모르실 거야.""지호 오빠, 그러지 말고 우리 시험지 바꾸자. 할아버지가 오빠 때리는 거 싫어.""지호 오빠, 이거 먹어. 은석 오빠한테 더 달라고 할게!""지호 오빠, 서진이가 지켜줄게! 무서워하지 마!""지호 오빠……""지호 오빠,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나를 죽이면 오빠 앞날이 탄탄해질 것 같아?""내가 죽어서 목숨 내놓으라고 찾아올까 봐 무섭지도 않아? 권지호!"마지막 말이 귀청을 찢을 듯 울려 퍼졌다.마치 귓가에서 누군가 부르짖는 듯한 기분에 권지호가 꿈에서 벌떡 깨어났다. 온몸이 식은땀에 흠뻑 젖어 있어 너무 불쾌했다.침대에 앉아 숨을 헐떡이며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니 고작 20분 잠든 것이었다. 눈만 감으면 또 시끄러운 소리들이 뒤엉켜 들렸다.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오래된 기억부터 최근 기억까지, 유년 시절에서 현재까지.권서진이었다.전부 다 권서진이었다.-연말이 다가오면 권율 그룹에서는 매년 이맘때 주주총회를 열었다.다만 이번 총회의 주최자는 권지호가 되었다.몇 달째 실종 상태인 권서진은 여전히 못찾고 있었다. 외부에서는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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