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Capítulo 851 - Capítulo 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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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1화

김지유가 뜨거운 물을 받아 방에 돌아와보니 권서진의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긴 했지만 체온은 정상이었고 산소를 흡입하고 나서는 한결 나아진 상태였다.양준우의 손등이 권서진의 얼굴 위에 가볍게 놓여 있었다.방 안에는 작은 취침등 하나만 켜져 있었다.남자의 걱정 가득한 얼굴을 본 김지유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양준우 씨, 오늘 밤엔 이 방에서 주무시는 게 어때요? 저랑 노 대표님은 옆방에서 자면 돼요." 권서진이 몸이 안 좋으니 양준우도 오늘 밤은 분명 제대로 못 잘 게 뻔했다.양준우가 미간을 찌푸렸다."그건 불편하잖아요." "불편할 거 없어요. 옆방도 트윈룸이잖아요, 더블룸도 아니고 괜찮아요."잠시 망설이며 권서진을 바라보던 양준우는 몇 번이나 말을 삼킨 끝에 입을 열었다. "일단 서진 씨 상태 좀 지켜볼게요, 나아지면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아요.""알겠어요, 이따 필요하면 불러요."김지유가 문을 닫고 나갔다.노현우는 소파에 앉아 다른 배낭여행객들이 두고 간 잡지를 넘겨보고 있었다.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이곳에 머물렀다는 게 참 신기하게 느껴졌다.잡지 위에는 삐뚤빼뚤한 낙서들이 남아 있었다. 자그마한 읍내에서 몇 안 되는 즐길 거리며 국수 맛집이며 어느 술집에 어떤 메뉴가 맛있는지도 적혀 있었다.심지어 친구를 구하는 글까지 찾아볼 수 있었다.사람들이 남기고 간 흔적에서 시간이 쉼 없이 흘러갔다는 걸 알 수 있었다.김지유가 노현우 옆에 앉았다."권 이사님은 좀 어때요?""지금은 괜찮은데 어지럽고 속이 좀 답답한가 봐요. 약 먹고 잠들었는데 양준우 씨가 걱정돼서 곁에 있어요."이 루트에서 고산병을 겪는 건 너무 흔한 일이었다.노현우가 회사에서 온 메시지들을 처리했다.김지유가 궁금한 듯 물었다."구매 업무인데 왜 대표님 혼자 오셨어요? 회사에서 같이 올 사람 없어요?""계약 얘기하는 거라 저 혼자로도 충분해요. 예전에 강성시에 있을 때부터 곁에 비서 두는 게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제 비서가 되려면 몇 단계의 검증을 거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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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2화

김지유가 고개를 저었다.어차피 심심했던 김지유는 휴대폰을 충전하고 먹을 걸 찾아 두리번거렸다. 여관 주인아주머니가 소파 옆에 여러 가지 주전부리를 챙겨둔 게 보였다.다 천마 지역 특산품이었는데 한 입 먹을 땐 괜찮지만 계속 먹으니 달고 느끼했다.김지유는 느끼함을 달래려고 또 차를 찾아다녔다. 김지유가 차를 우리면서 입을 열었다."달라요. 노 대표님도 저희 집 사정을 알면 차라리 부모님이 안 계신 게 낫다고 생각하실지도 몰라요."솔직히 김지유와 노현우의 가정 형편은 서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김지유가 차를 내려 노현우에게 한 잔 건넸다.찻잔을 감싸 쥐자 손바닥이 서서히 따뜻해졌다. 김지유가 입을 열자 입김이 새어나왔다. "저는 어려서부터 부모님한테 학대당했어요. 하지만 가끔 생각해보면 별로 원망스럽지도 않아요. 부모님도 평생 산속에서 나고 생활하셨으니 인식이 딱 그 정도였던 거죠."노현우가 앞에 놓인 화로 속 타고 있는 나뭇가지를 뒤적여 아래쪽 장작이 더 잘 타도록 공간을 만들어주었다.김지유가 이어서 말했다."처음엔 정말 많이 원망했어요, 평생 다시는 그곳에 안 갈 거라고 생각했죠. 지난번에 다시 산속에 들어간 것도 이사님이랑 강창희 대사님 찾아뵈러 갔을 때였어요.""지금은 다 내려놨어요?""그건 아니에요. 그냥 평생 용서할 리는 없어요. 하지만 딱 거기까지예요."산속 사람들이나 일과는 더 이상 아무런 접점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김지유가 신경 쓰는 사람은 이미 곁에 있었고 평생 잊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한 일들도 전부 마음에 새겨두고 있었다."저도 원래는 원망했었는데 지난번에 허 대표님 어머님과 얘기 나누는데 윗 세대 분들은 배부르게 먹어본 날이 며칠 없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원망해봐야 소용없는 거죠. 굳이 저 자신을 힘들게 할 필요는 없잖아요."시대의 흐름은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았다.산속 사람들한테는 배불리 먹고 따뜻하게 입는 것조차 사치였고 대를 이어야 한다는 수요가 딸을 아끼는 마음보다 훨씬 컸다.김지유가 바꿀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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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3화

노준서는 이 분야에서 이력이 놀라울 만큼 화려했다."준서가 워낙 똑똑하긴 하죠. 어쩌면 저희 둘이 생각이 다른 걸지도 몰라요." "기회 봐서 얘기 많이 나누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어차피 노 대표님도 이제 건영시에서 지내실 거잖아요. 어쩌면 그냥 사춘기 반항심일지도 몰라요."노현우는 어이없으면서도 웃음이 났다.사춘기 반항심이라니, 너무 늦은 거 아닌가. 노현우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예전에 자선 사업을 한 적 있어요. 선천성 심장병이 있는 아이들 의료비를 지원하는 거였는데 번 돈을 거의 다 쏟아부었거든요. 준서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해서 저랑 의견 차이가 좀 있었어요."노현우가 마른 장작을 다시 집어넣어 난로가 너무 뜨겁지 않으면서도 따뜻하게 타도록 했다."준서가 어릴 때 심장병 때문에 치료를 하느라 돈을 얼마나 썼는지 몰라요. 전 그냥 준서 같은 아이들을 좀 돕고 싶었을 뿐이에요."다만 노준서는 어릴 때부터 이기적인 편이었다.노준서는 어렵게 번 돈을 왜 굳이 남한테 기부하냐고 노현우를 탓했다. 먼저 본인부터 잘 살면 안 되냐는 것이었다.애써 그 사람들을 치료해준다 한들 노현우한테는 남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그 사람들은 누가 자기들을 도와줬는지조차 몰랐다.하지만 노현우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형제는 이 문제 때문에 사이가 조금 틀어졌었다. "아마 준서 말이 맞을 수도 있어요, 제가 한 일이 고생만 하고 보람은 없었으니까요. 프로젝트가 엎어지고 병원도 더는 버티기 힘들 위기였는데 다행히 권 대표님이 인수해주셔서 계속 이어갈 수 있었어요.""준서는 저랑 성격이 달라요. 어릴 때부터 병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해서 성격이 좀 외골수인 편이에요."이런 일에는 김지유도 함부로 말을 얹기 어려웠다.김지유는 찻잔을 감싸 쥐고 차를 마셨다.복도 끝에서 문이 열리더니 밖으로 나온 노준서는 얘기를 나누는 두 사람을 발견하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나 뜨거운 물 뜨러 나왔는데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노현우가 대수롭지 않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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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4화

몇 분 뒤, 김지유가 막 씻고 누우려는데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김지유가 다시 일어나 외투를 걸치고 방문을 열었다.노준서가 문 앞에 서서 휴대폰을 건넸다."지유 후배 휴대폰 맞죠? 밖에서 충전하고 있던데 다 된 것 같아서 가져왔어요.""고마워요, 깜빡했네요."김지유가 휴대폰을 받아 들고 감사 인사를 했다."지유 씨, 저희 형이랑 많이 친해요?""안 친해요, 선배랑 만난 횟수 정도로 한 손에 꼽을 정도예요."노준서가 피식 웃었다."오해하지 마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예요. 저희 형이 아직 솔로잖아요. 나중에 어떤 형수님을 데려올지 궁금해서 그래요."김지유는 묘하게 불쾌한 기분이 들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에요? 혹시 형이랑 같이 얘기 나누는 여자면 다 미래의 형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한국에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미래의 형수 후보만 모아도 방 하나로는 택도 없겠네요." 김지유는 어색해하거나 망설이는 기색이 전혀 없이 쏘아댔다. 잠시 생각해보니 학교 일이나 지금 하는 일이나 앞으로 노준서와 업무적으로 만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이해관계도 엮일 리 없었다. 그렇다면 굳이 체면을 차릴 필요도 없었다.노준서의 얼굴에 살짝 어색한 기색이 스쳤다."그런 뜻 아니었어요! 기분 상하게 했으면 미안해요!""기분이 상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고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사회성을 좀 키울 필요는 있어 보이네요.""노 대표님을 걱정하는 거라면 직접 물어봐요. 저한테서는 아무 답도 못 들을 거예요."김지유가 손에 든 휴대폰을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고마워요."그런데 문이 닫히자마자 문 앞에 서 있던 노준서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서서히 사라지더니 김지유가 닫아버린 문을 빤히 쳐다보다가 돌아섰다. 한숨 자고 막 깨어나서 컨디션이 한결 나아진 권서진은 문을 닫는 김지유를 보고 물었다."무슨 일이야?""아까 밖에서 휴대폰을 충전하고 있었는데 누가 가져다줬어요."권서진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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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5화

권서진은 일부러 읍내 주얼리 가게에 들러 구경했다. 천마지역 금 장신구는 크고 화려한 디자인을 선호해서 대부분 은을 섞거나 밀랍 주조 기법을 사용했다. 진열대에 펼쳐진 금 장신구들을 보고 있자니 권서진은 눈이 부신 나머지 멀어버릴 것만 같았다. 민박집으로 돌아오니 김지유와 노현우도 이미 일어나 있었다.노현우가 양준우와 상의했다."앞에는 도로 상황이 좋지 않으니 차 한 대로 저희 둘이 번갈아 운전하면서 가는 어때요?""좋아요, 이따 사람 불러서 남은 차 가져가라고 할게요."금세 뜻이 맞은 두 사람은 두 대의 차에 있던 짐을 한곳에 모았다.다른 차를 돌려보내려는 걸 본 학생들이 다가와 그 차를 주면 안 되냐고 물었다.양준우가 차분하게 말했다."안 될 것 같아요. 이 차는 제 신분증을 담보로 빌린 거라 사고라도 나면 곤란해져요.""그럼 저희 신분증을 드리면 안 될까요? 목적지 도착하면 저희한테 신분증 다시 돌려주는 거예요. 이러면 다시 빌리는 게 되잖아요. 그냥 잠깐 저희 손을 거치는 것뿐이죠." 양준우는 여전히 칼같이 거절했다."렌터카 업체에 연락해서 사람을 부를 거니까 이 차가 필요하면 잠깐 기다렸다가 업체한테 직접 빌려요."언제든 중간에 낀 사람은 늘 입장이 난처하고 힘든 법이었다.양준우가 이렇게 단호하게 거절할 줄 몰랐던 학생들은 노현우를 찾아갔다."노준서 형이시죠? 저희 학교 선배님이라고 들었는데 당연히 준서는 믿으시겠죠! 저희한테 차 좀 빌려주세요! 시간이 얼마 없어서 이틀 안에 교수님 뵈러 가야 해요, 아니면 앞으로의 프로젝트에 지장이 있어요." 노현우가 양준우를 힐끗 바라보았다. "이 차는 제가 빌린 게 아니라서 함부로 답할 수가 없네요. 혹시나 이동 중에 사고라도 나면 렌터카 업체는 양준우 씨한테 책임을 물을 거예요. 그리고 여러분한테 일이 생기면 또 누가 책임지나요?"학생들한테도 차가 없는 건 아니었다.다만 성능이 그리 좋지 않아서 오는 내내 조마조마하며 조심스럽게 운전해야 했다.양준우 일행이 차 한 대를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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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6화

노준서의 말이 끝나자마자 동기들이 동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노현우의 옷차림만 봐도 수입이 좋다는 걸 알 수 있었고 손목에 찬 시계만 해도 수천만 원을 호가했다. 그런데 어쩜 저렇게 냉정할까. 노준서가 아무리 학과의 천재로 이름을 날려도 저런 형을 뒀는데 무슨 소용일까.차라리 자신들 신세가 더 나은 것 같았다. 한 학생이 김지유 얘기를 꺼냈다."같은 학교 학생끼리 뭘 저렇게 까칠하게 구는지 모르겠어. 지도교수님도 동기들이랑 잘 지내라고 하셨는데 내가 보기엔 그냥 우리를 무시하는 것 같아." 노준서는 겉으로는 웃으면서도 마음이 싸늘해져서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지유 후배 àl'aube에서 일하잖아. 앞날이 창창한데 우리 같은 가난한 학생들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도 당연하지."업계도 다르고 앞으로 마주칠 일도 거의 없겠지만 àl'aube가 요즘 한창 잘나가다 보니 이 말을 들은 학생들의 표정은 모두 제각각이었다.건영대 출신 학생들이 일자리 찾는 건 어렵지 않지만 마음에 드는 좋은 일자리를 구하는 건 여전히 쉽지 않았다.김지유는 àl'aube에서 일하는 데다 지분까지 갖고 있으니 아직 취업도 못 한 학생들과는 당연히 달랐다.속으로 씁쓸해하는 사람도 있고 부러워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다들 겉으로는 노준서를 위로하며 노현우 일은 마음에 담아두지 말라고 위로하고는 다시 길을 나섰다.앞서 출발한 차는 이미 한참 멀리 달려가고 있었다.김지유 일행 네 사람의 목적지도 천마시였다.처음에만 해도 노현우는 진짜 학생들을 데리고 갈 생각이었다.하지만 방금 그 소동을 겪으며 당연하게 생각하는 학생들의 눈빛을 본 뒤로 도와줄 마음이 사라졌다.봄이라도 천마 지역은 여전히 추웠고 해발이 조금만 높아져도 비바람이 거칠게 몰아쳤다. 어차피 다 같은 학교 출신이고 길에서 힘들 텐데 도와줄 수 있으면 거들어 주려는 마음이었다.하지만 지금은 그 생각을 접은 상태였다. -천마 지역 깊숙이 들어갈수록 도로 위 얼음이 점점 두꺼워졌다.양준우가 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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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7화

"제가요?" 노현우가 순간 당황한 얼굴로 되묻더니 고개를 숙이며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제가 하는 일들은 신념과 상관없어요.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 거예요."돈을 얼마나 버는지도 중요하지 않았다.흥청망청 사치스럽게 노는 것도 노현우의 취향이 아니었다.나름 안락한 삶을 사는 동시에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싶었다.그렇게 새로운 목적지에 도착했다.정비를 마치고 다시 출발했지만 얼마 가지도 못해 폭설로 길이 막혔다.어쩔 수 없이 무리해서 몰고 지나가야 했다.눈보라 때문에 한 치 앞도 안 보인 탓에 차는 앞으로 나아가기도 힘들었고 내비게이션도 소용없었다.이 구간 도로는 원래도 가장 험난한 길로 꼽혔다. 여름엔 폭우가 잦고 겨울엔 눈보라가 끊이지 않았다.설을 막 지난 지금은 바로 기온이 가장 낮은 시기였다.차가 뭔가에 부딪힌 듯하더니 더 나아가지 못했다.노현우가 장갑을 끼며 말했다."차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제가 내려가서 확인해 볼게요."노현우가 먼저 차에서 내려 차량 상태를 확인하러 갔다.바람 속에서 노현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큰 돌이 하나 있는데 앞의 길이 계속 갈 수 있는 상태인지는 모르겠어요."차에 올라탄 양준우가 도로 상황을 설명했다."지금은 돌아가거나 저 돌을 치우고 가는 방법밖에 없어요. 다만 보통 이런 경우엔 앞에 돌무더기가 더 있을 수도 있는데 그때 다시 돌아오려면 힘들 거예요."이렇게 지체되면 오늘 밤에는 원래 계획한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내비게이션도 작동되지 않고 지금은 길을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양준우가 차에서 내려 한 바퀴 둘러보았다.머리 위에 한가득 쌓인 채 돌아온 양준우는 바로 결정을 내렸다."돌아가죠."야외 경험이 더 많은 양준우였기에 다른 사람들도 의견 없이 따랐다.돌이 있던 자리를 우회해서 수십 킬로미터를 달리자 앞쪽 하늘이 갑자기 맑아졌다.노현우는 노준서 일행의 차가 그 길을 피하지 못해서 위험한 일을 겪을까 걱정되었다.다만 전화를 걸어봤지만 받지 않았다.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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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8화

김지유가 여전히 눈에 보이는 설산을 가리켰다."여기 사람들은 수백 년째 존재해 온 저 산을 신성한 산이라고 불러요. 노 대표님, 이런 말 들어보셨어요? 인생 궤적이 비슷한 사람은 사주도 비슷하대요. 권 대표님과 생일도 비슷하지 않아요? 그럼 결국 대표님 인생도 권 대표님처럼 행복하고 원만해질 거라는 뜻이에요, 신성한 산이 증인이에요."전에 술자리에서 노현우는 권지헌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두 사람 생일은 확실히 며칠 밖에 차이 나지 않을 정도로 비슷했다. 인생이 하늘과 땅 차이처럼 달라 보여도 어느 순간 신기할 만큼 닮아 있었다. 학교, 커리어 그리고 앞으로 걸어갈 길까지도 하나둘 다시 겹쳐졌다.어쩌면 이것도 운명 같은 인연일지도 몰랐다. 노현우가 김지유를 바라보았다.수수한 옷차림에 화장기 없는 얼굴에 새까맣고 숱 많은 머리를 자연스럽게 풀어 헤친 김지유는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졌다. 노현우는 왠지 산속을 달리는 야생 동물이 떠올랐다.김지유가 깊은 산 속에서도 뛰쳐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노현우는 김지유의 뜬금없는 말에 웃음이 났다."좋은 말씀 감사해요."노현우가 고개를 돌려 설산을 바라보았다.마음속에 쌓여 있던 눈도 어느새 씻겨 나간 것 같았다.앞에 있던 요금소를 지나서 두 사람은 자리를 바꿨다.노현우가 남은 절반 여정의 운전을 맡았다.무사히 밤에 예약해둔 숙소에 도착했을 즈음, 노준서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형, 나 이제야 메시지 봤어. 우리 진짜 길을 잘못 들었는데 앞에 절벽이 있더라고. 다행히 돌무더기가 높이 쌓여 있어서 차를 무사히 멈춰세울 수 있었어. 지금 예약해둔 캠핑장으로 가는 중이야.""안전 조심해. 대충 언제쯤 도착할 것 같아?""아마 1시 지나서일 것 같아."한밤중이라 가기 힘든 데다 학생들 차는 성능도 평범했으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노현우는 예약해둔 민박집 주소를 물었다.한밤중이 되자 노현우는 옷을 챙겨 입고 일어났다.그때 마침 화장실에 다녀오던 김지유와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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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9화

노현우가 고개를 돌려 김지유를 불렀다."우리 차에 구급상자 있는 거 좀 가져다 줘요."김지유가 구급상자를 들고 와 다친 학생들한테 약을 발라주었다. 야무진 손놀림으로 빠릿빠릿하게 소독약을 발라주었다. "심각한 건 아니에요. 돌과 풀잎에 좀 긁혔을 뿐이에요, 다행히 기온이 낮아서 벌레도 없었고요."김지유는 남은 약을 나눠준 뒤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천마 지역에 오는 거면서 어떻게 준비를 하나도 안 해왔어요? 차에 체인도 없고 지금 장난하는 거예요?"학생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이었다. "우리 학교 주변에서는 이런 지형 볼 일이 없잖아요. 교수님이 그냥 여기 와서 합류하라고만 하셨지, 뭘 준비하라고까지는 얘기 안 하셨거든요."김지유는 완전히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래도 다들 나름 배운만큼 배운 사람들인데 이런 것까지 교수가 일일이 챙겨줘야 하다니.정말 여행이라도 온 줄 아는 걸까.노현우가 열이 나는 노준서에게 약을 먹이고 30분쯤 곁에서 지켜보자 그제야 열이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지유 씨 먼저 데려다줄까요? 난 이따가 다시 준서보러 올 거예요. 밤사이에 열이 다시 오를까 봐 걱정돼서요.""저 혼자 가도 돼요, 별로 멀지도 않잖아요."한밤중이라 길에 사람 하나 없고 뼛속까지 파고드는 차가운 새벽 바람만이 불어왔다. 노현우도 김지유 혼자 걸어가게 하는 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김지유가 여관 주인한테서 술을 조금 얻어 와 노현우한테 건넸다."이걸로 닦아서 열 좀 내리게 해요. 상태 안정되면 그때 제가 어떻게 돌아갈지 얘기해요.""고마워요."이런 곳에서 열이 나는 건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노준서는 심장 수술까지 받은 적 있었다. 학생들은 밥을 먹고 나서야 정신이 좀 들었다. "형님, 내일 준서는 그냥 돌려보내는 게 어때요? 몸도 안 좋은데 여기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저희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내일 상황 봅시다."노준서는 자존심이 강한 성격이었다.노현우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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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0화

노현우는 휴대폰을 무음으로 설정하고 충전을 시킨 뒤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체온을 재 당분간은 열이 다시 나지 않는 걸 확인한 뒤에야 자리에서 일어났다."지유 씨 먼저 데려다줄게요."노현우가 기어코 데려다주겠다고 하자 김지유도 거절하지 않았다.조심스레 문을 닫고 나온 김지유가 저도 모르게 옷깃을 여미던 그때, 따뜻한 외투 하나가 얹어졌다.남자의 체온이 아직 남아 있었다.김지유가 고개를 들어 보니 노현우는 검은색 하이넥 캐시미어 이너 하나만 입고 있었는데 타이트한 이너 덕에 탄탄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이런 캐시미어 이너는 겉옷을 걸쳐야 따뜻하지 이너만 걸치면 바람이 다 스며들어 보기만 해도 추워 보였다."저한테 주면 대표님은 안 춥겠어요?""가요, 일부러 여기까지 같이 와줬는데 감기 걸리게 하면 안 되죠." 노현우가 먼저 앞서 걸어 나갔다.뒤를 따르던 김지유가 빠르게 뒤따라 갔다. 두 사람은 인적 없는 거리를 나란히 걸었다."준서와 사귀는 여자 알아요?""알아요, 원영 씨네 집에서 입양한 딸이에요. 집안이 망하고 고향에서 돌아가 지낸다고 했는데 작년에 갑자기 사라져서 원영 언니도 못 찾았거든요."김지유는 아무 생각 없이 알고 있는 사실들을 얘기했다.노현우처럼 똑똑한 사람이라면 몇 마디만으로도 대충 사정을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송원영은 지금 봄날의 CEO였기에 노현우와도 왕래가 적지 않았다. 계약 때문에도 여러 번 만났으니 됨됨이는 노현우도 잘 알고 있었다.송씨 집안 일 역시 업계에 이미 다 퍼졌기에 사건의 경과를 들어서 알고 있었다. 송수정이 대충 어떤 사람일지도 일단 짐작이 갔다.노현우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준서 깨어나면 제대로 얘기 좀 해봐야겠어요.""무슨 얘기요? 설마 헤어지라고 하시게요?""아니요, 연애 문제엔 관여 안 해요. 그건 준서 스스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니까요. 그냥 이 일에 대한 준서 생각이 어떤지 알고 싶을 뿐이에요."그냥 재미로 가볍게 만나는 건지, 아니면 진지하게 결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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