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첩을 들인 세자, 도망친 본처: Kabanata 31 - Kabanata 40

100 Kabanata

제31장

"국공 나리." 방홍지가 앞으로 나서며 인사를 건넸다. 기국공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일로 방 대인께서 걸음을 해주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소. 하지만 결국 이건 국공부의 집안일이니, 남은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겠소. 방 대인은 이만 돌아가 보시오." "그게… 공주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방홍지는 성지원을 바라보았다. 결국 그녀가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기국공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둡게 굳어졌다. 성지원은 그 모습이 우스웠다. "오늘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방 대인님. 허나 한 가지 일이 더 있습니다." 정란이 그 말을 듣고 미리 준비해둔 물건을 방홍지 앞에 내밀었다. "대인님, 이것은 저희 공주님의 혼수 목록입니다. 얼마나 도둑맞았는지 알 수 없으니, 추후에 대인님께서 사람을 보내 다시 한번 대조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방홍지는 끝없이 긴 혼수 목록을 보고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그 말을 들은 최씨는 하마터면 숨이 넘어갈 뻔했다. 대리시가 개입한다는 것은, 기윤우가 가져갔든 아니든 상관없이 혼수 목록에 적힌 물건이라면 모두 하나하나 돌려주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동안 그녀가 성지원에게서 받아 챙긴 물건이 대체 얼마였던가. 이제 와서 그것을 돌려주려니, 원래 자기 것이었던 물건을 빼앗기는 기분이 들었다. 최씨는 심장을 도려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하지만 성지원이 자기 물건을 관아를 통해 확인하겠다는데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그저 울화통을 꾹 누를 수밖에 없었다. "때가 되면 공주님께서 저를 찾아주십시오." 방홍지가 몸을 돌려 작별을 고했다. 기국공 곁에 있던 손봉이 서둘러 뒤를 따랐다. 성지원은 그가 입막음을 하러 간다는 것을 알았지만, 종이로 불을 쌀 수는 없는 법이다. 설령 잠시 가릴 수 있을지언정, 종이가 타버리는 날에는 더 큰 화를 입게 될 것이었다. 대리시 사람들이 떠나자 기국공은 점포 주인장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고, 대충 몇 마디를 던지더니 사람들을 서둘러 내보냈다. 그러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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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장

"네가 윤우를 오냐오냐하며 키운 탓이다!" 기국공이 차갑게 최씨를 뿌리쳤다. 그녀가 식견이 좁아 성지원과 내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일이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터였다. "성지원! 이제 만족하느냐?" 최씨의 독기 어린 눈빛은 당장이라도 성지원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기세였다. 성지원이 미소를 지었다. "어머님께서 만족하신다면 저도 좋습니다." 성지원이 겨우 이 정도로 만족할 리가 있겠는가. 정말 만족하려면, 적어도 기윤우의 두 팔은 부러뜨려야 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최씨가 미쳐버릴 테고 기국공도 가만있지 않을 터였다. 성지원은 아직 기국공부를 이렇게 빨리 떠날 생각은 없었다. 앞으로 날은 많으니 하나씩 차근차근 갚아주면 되는 일이었다. 기국공이 가법대로 다스리겠다고 선언하자마자 사람을 보내 서원에 있던 기윤우를 잡아 오게 했다. 사당 안에는 긴 의자와 몽둥이가 놓여있었다. 친정이 있는 청하에 간 기연주를 제외하고, 기국공, 최씨, 기윤재, 성지원, 그리고 이미 출가한 기연화까지 기씨 가문의 모든 윗사람들이 사당 마당 밖에서 형벌이 집행되는 것을 지켜보게 되었다. 두 하인이 기윤우를 끌고 들어오기 전까지 장엄하고 엄숙한 마당에는 적막만이 감돌았다. "이 천한 것! 고작 물건 몇 개 가져다 쓴 것뿐이거늘, 내가 판을 뒤집어 다시 따게 되면 갚으려 했다. 무슨 권리로 나를 때리는 것이냐? 지가 좋다고 우리 형님한테 시집오겠다고 안달복달할 때는 언제고…!" "공주인데다 혼수도 많다니까 형수 대접 해준 것이지, 안 그랬으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감히 관아에 신고를 하다니, 역시 굴러 들어온 천한 년이 따로 없구나!" 문 안으로 들어서기도 전부터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 들려오자, 성지원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입을 틀어막고 당장 쳐라!" 기국공이 격노하며 외쳤다. 즉시 하인 둘이 발버둥 치는 기윤우를 제압해 바지를 내리고 억지로 의자에 엎드리게 했다. 곧이어 커다란 몽둥이가 높이 들렸다. 채 내려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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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장

성지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마치 그의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발걸음을 옮겼다. 기윤재는 그녀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옆에 있던 소나무를 주먹으로 거세게 내리쳤다. "공주님… 세자 저하께서 하신 말씀이 사실입니까?" 한참을 걸어 나온 뒤, 정란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성지원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가 한 말 중 어느 것을 얘기하는 것이냐?" "이 모든 게 정말 공주님께서 계획하신 거냐는 말씀 말입니다. 세자 저하께서 공주님을 찾아가게 만든 것부터 부인님께서 내기에 응하게 하신 것, 그리고 저더러 불러오라 하신 그 주인장들까지…" 정란은 여기까지 말하더니 스스로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공주님께서 어떻게 그런 계산을 하시겠습니까? 공주님께서 그렇게 영악하셨다면 기국공부 사람들에게 그렇게 오랫동안 괴롭힘을 당하셨을 리가 없잖습니까!" '분명 세자 저하께서 우리 공주님을 마음이 시커먼 사람으로 오해한 것이 분명해.' 정란이 속으로 생각했다. 정란은 혼자 결론을 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그럴 거야!' 이게 다 기국공부 사람들이 못된 탓이었다. 공주님의 개인 재산을 가로챌 생각에 들떠 있다가, 오히려 비리가 들통나서 큰 화를 입은 것이었다. 성지원은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기윤재의 짐작이 맞았다. 전생에 그녀가 은자를 기부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기윤재는, 그때도 지금처럼 기세등등하게 찾아와 그녀를 추궁했었다. 다만 그때는 세상 사람들이 성세당만 알 뿐 그 배후에 성지원이 있다는 사실은 몰랐기에, 기윤재는 나중에 성세당의 업적을 이용해 자신의 명성을 드높였다. 하지만 이번 생에서 그녀는 자신이 성세당의 주인임을 미리 세상에 드러냈다. 예상대로 기윤재는 다시 한번 그녀를 찾아와 따져 물었다. 하지만 그녀가 계산한 것은 결국 사람의 마음일 뿐이었다. 계산대로 움직였다는 것은 그들의 내면에 탐욕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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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장

"부인님, 요 며칠 세자비 마마께서 단 한 번도 문안을 오지 않았는데, 그럼 부인님께서 드신 약도… 세자비 마마께서 달인 것이 아닙니까?" 곁에서 시중을 들던 평 이모가 불쑥 입을 열었다. 최씨는 그 말을 듣고 흠칫 놀랐다. 지난 며칠간 복용한 약을 떠올려 보니, 확실히 예전과는 달랐다. 탕약의 색깔이 조금 옅었고, 약의 맛도 약간 떫었다… 그녀의 마음속에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어서 가서 물어보거라! 요 며칠 약을 어디서 가져온 것인지!" 최씨의 말이 떨어지자 곁에 있던 어멈이 급히 밖으로 나갔다. 차 한 잔을 다 마시기도 전에 어멈이 다시 황급히 돌아왔다. 최근 며칠간의 약을 큰 주방에서 달여 보냈다는 사실을 전하자, 최씨는 즉시 기윤재의 팔을 꽉 움켜쥐었다. 기윤재는 어머니의 손아귀 힘이 이렇게 강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성지원이 일부러 그러는 것이다! 내가 맹가온을 들이겠다고 했다고, 이제는 나를 죽이려 드는구나!" "약 달이는 일을 책임진 자를 데려오너라!" 기국공이 싸늘한 목소리로 명령했다. 그는 비록 집안 살림에는 관여하지 않았으나, 사소한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러 관아의 사람을 불러들인 것도 모자라, 이제는 시어머니를 해치려 하고 있었다. 비록 공주일지라도, 국공부에 합당한 해명을 내놓아야 했다! "이, 이것은 세자비 마마께서 남겨주신 약 달이는 방법입니다." 약 달이는 일을 맡은 노파가 벌벌 떨며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기국공은 눈짓으로 그것을 이 태의에게 건네라고 지시했다. 이 태의는 종이를 살펴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확실히 이렇게 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저도 미처 주의하지 못했습니다. 약을 달일 때 뿌리줄기를 손질해서 바로 넣어야 했다니…" 그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방 안의 사람들은 그가 종이를 다 볼 때까지 지켜보았다. 기국공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이 태의, 이 약 달이는 방법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이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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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장

기윤재는 문석원을 나와 곧장 풍경각으로 향했다. 그 시각, 성지원은 지안과 정란이 엮어준 커다란 해먹에 몸을 맡긴 채 나른하게 누워 있었다. 서쪽으로 기우는 햇살이 오동나무 잎 사이로 쏟아져 내려 그녀의 얼굴 위로 얼룩진 그림자를 드리웠고, 가벼운 치맛자락이 가느다란 종아리와 함께 한들거렸다. 그녀의 하얀 손 하나가 아래로 늘어져 있었는데, 푹신한 방석이 깔린 의자에 발라당 누워 있던 복덩이는 성지원이 손가락으로 배를 간질일 때마다 기분 좋은 듯 끙끙거리는 소리를 냈다. 낯선 기척을 느낀 복덩이가 벌떡 일어나 경계 태세를 갖췄다. 녀석은 문밖을 향해 앙칼지게 짖어댔다. 그제야 성지원이 눈을 떴다. 서쪽으로 기운 햇살이 그녀의 투명하리만치 하얀 피부 위로 쏟아지며, 마치 한 겹의 밝은 광택을 덧씌운 듯 눈부시게 빛났다. 기윤재는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가 온 것을 확인한 성지원은 무덤덤한 눈빛으로 몸도 일으키지 않은 채 물었다. "세자께서는 제 혼수품을 돌려주러 오신 겁니까?" 그 한마디에 기윤재의 얼굴은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었다. 그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어머니께서 피를 토하신 걸 정녕 모르는 것이냐?" "아." 성지원은 복덩이를 품에 안고 녀석의 귀를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럼 태의를 부르셔야지, 세자께서 제게는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정말 내가 왜 왔는지 모르는 것이냐?" 기윤재의 표정이 싸늘해졌고, 얇은 입술은 일직선으로 굳게 다물어졌다. "송 태의가 다시는 국공부에 오지 않겠다고 하던데,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발은 송 태의 다리에 달린 것인데, 그분이 오고 싶어 하든 아니든 저와 무슨 상관입니까?" "이 모든 일이 정녕 너 때문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느냐?" 기윤재가 끓어오르는 화를 억누르며 물었다. 성지원이 담담하게 대꾸했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예전에 작은 도움을 준 적이 있는데, 그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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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장

"제 몸이 워낙 약한 탓입니다." 연 이모의 안색이 다소 어두워졌다. 그 말을 들은 성지원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그녀는 연 이모가 자식이 없는 이유가 몸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실 연 이모와 평 이모가 첩으로 들어왔을 때, 최씨가 이미 두 사람에게 단사단(斷嗣丹)을 먹였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수년간 국공부에는 최씨가 낳은 자식들뿐이었다. 하지만 성지원은 단 두 번의 겨울과 여름 만에 세 명의 스승이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고 선언했던 의술과 독술의 천재였고, 단사단의 독쯤은 그녀가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해독할 수 있었다. "단사단이라고 해서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성지원이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연 이모는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세자비 마마께서 방법이 있으십니까? 아니, 세자비 마마께서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 일은 최씨가 매우 은밀하게 처리한 일이라, 그녀의 하녀조차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성지원이 그 사실을 입 밖으로 낸 것이다. 연 이모의 호흡이 가빠졌다. 성지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이미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사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단사단은 열 살 때 그녀의 손에서 나온 것이었다. 당시 그녀는 장원 근처의 길고양이나 들개들이 가엾게 태어나 죽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돈밖에 모르던 셋째 스승이 이 약을 몰래 팔아치웠고, 게다가 가격이 무척 비싸 한 알에 무려 수백 냥이라는 거액을 받고 넘겼다고 한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된 성지원은 다시는 그런 약을 만들지 않았다. 누군가 사람을 해치는 데 사용할까 봐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국공부에 시집온 뒤, 연 이모와 평 이모의 몸에서 단사단을 복용한 흔적을 발견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저 대답만 하십시오. 자신의 아이를 갖고 싶으십니까?" 성지원의 표정은 덤덤했다. 연 이모는 깊게 숨을 들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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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장

강씨 곁에 있던 어멈도 약리에 밝은지라, 넘겨받아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씨는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 성지원에게 예를 갖추었다. "만약 순조롭게 아이를 가질 수만 있다면, 반드시 신의께 다시 사례하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진찰료는 이미 받았으니, 부인님께서 하루빨리 뜻을 이루시길 바랄 뿐입니다." 강씨는 그 말에 더욱 신뢰를 느끼며 기대로 가득 찬 채 떠났다. 성지원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랐다. 그리고 임 주인장에게 몇 가지 당부를 마친 뒤 자희당을 나섰다. "공…자님, 밖에서 좀 둘러보시겠습니까, 아니면 바로 돌아가시겠습니까?" 정란이 북적이는 거리를 둘러보며 기대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성지원은 그 눈빛을 보고 속마음을 알아챘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정란의 이마를 가볍게 톡 때렸다. 정란의 양 볼이 순식간에 발그레해졌다. 정란은 남장을 한 공주님이 이런 몸짓을 하시니 너무 멋있어 보였다. 지금까지 본 도련님들 중 단연 최고였다. 세자보다 훨씬 잘생겼다! "그럼 편하게 둘러보자꾸나." "좋습니다!" 정란이 환호했고, 지안도 기뻐했다. 성지원을 가까이에서 모시는 하녀인 두 사람은 사실 밖으로 나올 기회가 거의 없었다. 지난 2년 동안 지안은 단 한 번도 성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렇기에 구경할 기회가 생기자 침착한 성격인 지안조차 조금 들뜬 기색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여인들의 구경거리 하면 장신구와 옷을 빼놓을 수 없는 법이었고, 그들은 어느덧 정진루 앞에 다다랐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 익숙한 실루엣 하나가 그곳에서 급히 나오는 것이 보였다. "공주님, 저분은… 상 둘째 공자님 아니십니까?" 성지원이 그 말을 듣고 시선을 옮기자, 아니나 다를까 가녀린 여인이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숙인 채 한 남자의 뒤를 쫓고 있었다. 남자의 잘생긴 눈썹은 짜증으로 일그러져 있었고 눈빛은 오만하기 짝이 없었으니, 상행율이 아니고 누구겠는가? "노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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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장

"공자님, 길이 노점상에 막혔습니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마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겠다." 성지원이 대답했다. 커튼을 걷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앞쪽에는 아까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몰려 있었다. 사람은 점점 더 늘어났고, 많은 이들이 고개를 빼고 취현다루 안을 살피고 있었다. 하지만 다루 입구는 점원들이 막아서고 있어 대부분의 사람은 들어가지 못한 채 흩어지려 하지도 않아, 본래 넓었던 길은 꽉 막혀 버렸다. 구경거리를 좋아하는 정란은 성지원의 허락을 받자마자 잽싸게 마차에서 뛰어내려 무슨 일인지 알아보러 갔다. 성지원은 어렴풋이 들려오는 웅성거림에 사실 마음속으로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다만… '이 시기는 아닐 텐데…' "공주님!" 잠시 후, 정란이 묘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이 사람들이 누굴 보고 있는지 맞춰보십시오." "상 둘째 공자와 백 낭자." 성지원이 말했다. 정란이 눈을 크게 떴다. "공주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그것까지 맞추셨습니까?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절대 못 맞추실 겁니다. 백 낭자가 가녀리고 연약해 보이더니…" 정란이 짐짓 뜸을 들였다. 지안이 그녀를 쿡 찔렀다. "뭔데 그래?" "회임했을 줄이야!" 정란은 이 소식이 천지를 뒤흔들 만큼 놀라운 것이라 생각했다. 지안은 깜짝 놀라 고개를 뒤로 젖히다 마차 기둥에 머리를 쾅 부딪혔다. 그러나 성지원의 눈에는 그저 한 줄기 의아함만이 스쳐 지나갔을 뿐이었다. '역시 일이 앞당겨졌구나. 내가 환생한 탓일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녀는 딱히 무언가를 한 적은 없었다. 기국공부의 일을 제외하면 상행율과 접촉한 것은 지난번 취현다루에서와 방금 전의 만남뿐이었다. 설마 고작 그것 때문에 상황이 변했단 말인가? "백 낭자가 어떻게 아이를 가질 수 있습니까? 이제 막 상 둘째 공자님과 정혼하려는 사이 아닙니까? 아직 정혼도 안 했는데 아이를 갖다니, 상 둘째 공자님도 참 급하셨나 봅니다…" 지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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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장

"공주님, 비천한 민녀가 감히 공주님을 뵙자고 청해서는 안 된다는 걸 잘 알지만… 부인님의 병환이 위중하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공주님께서 직접 탕약을 달여 주셨고, 부인님께서도 공주님이 달여 주신 약만 드시려 하신다더군요." "하여 민녀가 이렇게 공주님께 간청드립니다. 부디 민녀 때문에 세자나 부인님과 기싸움을 하지 말아 주십시오. 민녀는 미천한 몸이니, 만약 공주님께서 진정 저를 용납하실 수 없다면… 민녀가 스스로 떠나겠습니다!" 그녀는 연신 자신을 '민녀'라고 칭하며 비굴하기 짝이 없는 어투로 말했고, 붉어진 두 눈에서는 맑은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연약한 미인이 얇은 옷차림으로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처량하고도 애처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성지원이 비록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저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녀는 권세를 등에 업고 사람을 괴롭히는 악인이 되어버렸다. 성지원은 피식 웃으며 문틀에 여유롭게 기댄 채 물었다. "회임 중이라면서 그렇게 무릎을 꿇고 있으면, 뱃속의 아이가 다칠까 봐 겁나지도 않느냐?" "공주님, 전부 민녀의 잘못입니다." "공주님께서 부인님을 위해 약을 달여만 주신다면, 얼마나 오랫동안 무릎을 꿇고 있든 상관없습니다!" 말을 마친 그녀는 하얀 이마를 바닥에 세게 찧었고, 순식간에 이마가 붉게 달아올랐다. "효심이 참 지극하구나." 성지원이 담담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녀가 조금의 동요도 없는 흑백이 분명한 눈동자로 똑바로 쳐다보자, 맹가온은 순간 속마음을 꿰뚫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어렵게 잡은 기회인 만큼 그녀는 쉽게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성지원이 물었다. "그토록 효심이 지극하다면 왜 직접 약을 달이지 않느냐? 어찌 가까운 길을 두고 멀리 돌아와 본궁에게 청하는 것이냐?" 맹가온은 눈을 내리깔며 답했다. "제가 어리석고 미련하여 그렇게 정성이 들어가는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할까 봐 그럽니다." 그녀가 듣기로 그 약을 달이는 데 무려 두 시진 반, 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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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장

"세자 저하! 저와 우리 아이를 구해주십시오! 제발, 우리 아이를 살려주십시오!" 맹가온은 정말로 겁에 질렸다. "두려워하지 말거라, 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 의원을 불러오마!" 기윤재는 허릴를 굽혀 그녀를 가로로 안아 들었고, 시선은 옆에서 손바닥을 움켜쥔 채 냉담한 표정으로 서 있는 성지원에게 향했다. 그는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차갑게 굳은 미간에는 서늘한 기운이 서려 있었으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맹가온을 안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성지원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처량하게 웃음을 지었다. "공주님, 아까 왜 노비가 말을 끝까지 못 하게 하셨습니까? 분명 맹가온이 스스로 넘어진 것인데, 세자 저하께서는 어찌 공주님께 손을 대실 수 있단 말입니까?" 정란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다. 성지원은 그제야 시선을 거두었다. "네 생각엔 세자가 믿을 것 같느냐?" 믿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녀를 더욱 악독하다고 여길 것이며, 그녀를 위해 선처를 빌던 맹가온이 얼마나 연약하고 선량한지를 더욱 돋보이게 할 뿐이었다. 전생에 성지원은 이런 일을 겪어보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맹가온이 부에 들어온 지 3년째 되던 해였다. 당시 맹가온은 이미 놀라운 시재로 경성의 귀족 여인들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심지어 회왕비의 양녀로 입적되었으며, 사업을 시작해 명문가 여인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던 시기였다. 반면 성지원은 그때 이미 몇몇 사건들로 인해 기윤재에게 냉대를 받고 있었다. 그런 시기에 맹가온이 다시 회임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전의 전례가 있었기에, 기윤재는 맹가온이 다시금 질투심 강한 독한 아내의 손에 당할까 두려워 무예를 할 줄 아는 하녀 몇 명을 직접 골라 밤낮으로 지키게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어느 연회에서 피할 수 없이 마주치게 되었다. 성지원은 그때까지만 해도 기윤재를 사랑하고 있었기에 그를 불쾌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먼저 맹가온에게 길을 비켜주었다. 하지만 누가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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