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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부군의 형님: Chapter 91 - Chapter 100

417 Chapters

제91화

왕씨는 오늘 능연각에서 있었던 일을 일일이 고 부인에게 말해주었다.얘기를 들은 고 부인은 크게 분노했다.“뭐라고요? 유소영이 이 일에 영씨 가문까지 끌어들였다고요? 참으로 간정이가 부었군요!”왕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판돈이 클수록 얻어가는 것도 크다고, 유소영이라고 못할 게 뭔가? 선화는 단순해서 속임수에 당해도 모르는 아니야.”“부군은 이 일로 크게 화를 내셨네.”고 부인은 후회막급이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아주 간단하게 사과만 하면 끝날 일이, 영씨 가문까지 끌어들이게 될 줄이야!유소영은 임완희보다도 더 치밀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이 일은 제가 생각이 짧았군요. 오라버니께 죄송하다고 전해주세요.”왕씨가 말했다.“유소영의 수완을 봤을 때, 선화가 세자의 측실이 되어도 서러움만 당할 것 같군.”고 부인은 침묵했다.형수가 그 말을 하지 않아도 영선화의 성격에 집안으로 들이는 건 이제 그녀도 원치 않았다.특히나 오늘 일을 통하여 이렇게 침착하지 못한 아이는 후작부와 어울리지 않는 생각이 들었다.“비록 부부가 되진 못하더라도 후작부는 선화를 아끼고 보살필 것입니다.”왕씨는 억지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물론이지. 영씨 가문과 후작부는 언제나 한가족이니.”그렇게 세자 측실을 들이는 일은 암묵속에서 취소되었다.돌아가는 마차 안.왕씨는 생채기가 난 딸의 목덜미를 안쓰럽게 보듬었다.“너는! 충동적으로 일을 저지르지 말라고 내 그렇게 말했거늘!”“아무리 그래도 장군 부인이고 재상의 딸인데 매를 들기 전에 생각이라는 걸 좀 하고 움직이지 그랬어! 네 아버지에게 또 민폐를 끼칠 생각이냐!”영선화는 최근 이틀 사이의 경험을 떠올리면 억울함뿐이었다.그녀는 어머니의 품에 안겨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왕씨는 부드러운 어투로 딸을 위안했다.“어미도 네가 억울한 걸 알고 있다. 임완희는 이제 다시는 회임을 할 수 없는 몸이 되었으니 벌을 받은 셈인데, 굳이 네가 나설 필요가 있겠어? 너는 세자 오라버니를 좋아한다면서 어찌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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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불임약 사건에 대해서 고준형은 늘 의문을 품고 있었다.갑자기 일어난 사건을 유소영은 어떻게 바로 간파하고 빠져나갈 구멍을 찾았는지였다.유일한 가능성은 그녀가 그 장치에 대하여 잘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그는 호위를 시켜 조사를 하고 그녀가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숨기고 있는지 알아내려 했다. 게다가 그는 늘 본질을 끝까지 따지는 사람이라, 이 사건의 모든 의문점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호위가 자세히 보고했다.“2년 전에 평강방은 아무도 찾지 않는 점포였고 점포에는 점주와 학도 한명뿐이었습니다.”“점주의 이름은 진평강인데 장치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답니다.”“그러나 그 사람이 만든 물건은 아무도 찾지 않았지요. 점포를 유지하기 위해 점주는 유씨 가문에 돈을 빌렸는데 채무가 점점 쌓여가고 진평강은 죽을 마음까지 품게 되었습니다.”“그 진평강을 구한 사람이 유 소저라고 합니다. 어떻게 구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진평강 본인은 원래 과묵한 사람이고 일하는 시종들이 그걸 알 리가 없겠지요.”“진평강의 친지들은 유 소저를 평강방의 은인이라고 했습니다.”고준형은 책상 앞에 앉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책상을 어루만졌다.유씨 가문에서 하마터면 사람을 죽일 뻔했는데 유소영이 나타나 사람을 구했다.배후에 분명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그는 굳은 표정으로 분부했다.“계속 조사하거라. 그리고 아버지께서 10만금을 빚지게 된 일이 유씨 가문의 판 함정이 아닌지도 알아보거라.”호위의 눈빛이 급변했다.세자는 유씨 가문이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후작부와 사돈을 맺은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는 것일까?호위느니 또다른 사건을 떠올렸다.“세자, 난향원에서 사고가 있었습니다. 선화 아씨가 장군 부인을 폭행했어요.”고준형은 담담하지만 싸늘한 어투로 말했다.“난향원 일은 더 이상 알아볼 필요가 없다.”“예.”고준형은 무심하게 책장을 넘기며 물었다.“능연각 쪽은 어찌 되었느냐.”호위가 당황하며 답했다.“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알아보러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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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아씨! 고장훈이 갑자기 사람들을 이끌고 저택으로 침입하여 꼭 아씨를 만나야겠다고 난동을 부린답니다!”깊은 밤, 유소영은 보던 서책을 다 읽고 자려던 참이었다.그녀는 고장훈의 침입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듯,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곳은 그녀의 집이었다.‘남매끼리 참 이상하게 남의 구역에서 난동 부리길 좋아하네.’아민도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하지만 대감님께서 처리하러 가셨습니다. 대감께서는 아씨께 알아서 할 테니 방에서 나오지 말라고 하셨어요!”“알겠다!”유소영은 다시 서책으로 눈길을 돌렸다.앞뜰.유 대감은 호위들을 이끌고 고장훈의 앞을 막았다.“고 장군, 야밤에 남의 저택에 침입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소만?”고장훈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유소영이 선화를 이간질하여 내 부인을 폭행하게 하였다! 이번 일은 당신들 유가네가 책임을 져야 해!”“후작부에 시집을 오기도 전에 이간질부터 하다니! 앞으로는 얼마나 소란을 만들겠어? 세자 부인의 자격도 없는 것이!”유 대감은 화가 나서 냉소를 지었다.“자격은 장군이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은데!”유성천은 예전에 고장훈이 참 사람이 좋고 딸과 잘 어울리는 짝이라 생각했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고장훈은 분노에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유소영을 나오라 하거라! 오늘 내 부인이 당한 것을 배로 돌려주겠다! 아무도 나를 못 막아!”상처입은 임유정을 생각하면 그는 마음이 아팠다.그렇게 마음에 두고 아끼던 사람을 그 지경으로 만들다니!이 모든 것은 유소영의 탓이다!‘이렇게 악랄한 여인은 형님의 부인이 될 자격이 없어!’유 대감은 화가 나서 더 이상 말하기도 귀찮아졌다.“여봐라! 후작부로 가서 세자를 모셔오너라!”고장훈의 안색이 음침하게 변했다.“잘됐구나! 형님께도 당신들 부녀가 어떤 인간들인지 보여주고 말겠어!”유씨 저택의 호위들은 정성을 들여 선발한 자들로 각자 출중한 무공 실력을 갖추었다.특히나 내원을 지키는 이들은 각자가 정예 인원이었다.그들이 막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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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호위가 고장훈의 앞으로 다가섰다.“도련님, 죄송하게 되었습니다.”퍽!주먹이 복부에 내리꽂히자 고장훈은 허리를 굽히고 고통스런 신음을 흘렸다.그 뒤로도 계속 매질이 이어졌다.고장훈은 형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피를 나눈 형제이거늘, 그는 어릴 때부터 형님과 가까워질 수 없었다.어릴 때 그는 무슨 말실수를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그때 형은 사람들 앞에서 너그러운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서는 호위를 시켜 그의 입을 틀어막고 때리게 했다.그때 굵은 등나무가지에 맞아 종아리에서 피가 철철 흐르던 기억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했다. 형은 평소처럼 따뜻한 눈빛이 아닌 싸늘한 눈길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어릴 때부터 그는 형님을 존경하고 형님처럼 대단한 사람이 되고 그를 초월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그러나 무슨 노력을 해도 그는 형님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사람들은 늘 그를 고 세자의 동생이라고만 불렀다.그리하여 형님은 그에게 두렵고 증오스러운 존재였다.이는 그가 마음속에 오래 숨겨둔 비밀이었다.도대체 몇 대를 맞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그는 통증에 계속 서 있기도 힘들 지경이 되었다.그러나 형님에게서 느껴지는 강렬한 압박감에 고장훈은 반항할 용기조차 없었다. 그는 자신이 이제는 일곱 살 어린애가 아니라 공훈을 세운 장군이라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호위가 매질을 멈추었다.고장훈은 고통스럽게 바닥에 주저앉았다.머리 위로 형님의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너는 세 가지 잘못을 하였다.”“옆에 부인을 두고도 한눈을 판 죄, 이는 좋은 습관이 아니야.”“명심하거라, 충용 후작부의 명예는 더럽혀지면 안 된다.”“유씨는 더 이상 네 처가 아니고 앞으로 네 형수가 될 사람이니 그녀를 존중해야 한다.”“그리고 둘째로 너는 황명을 무시하고 거스르려 했다.”“셋째는 네가 멍청하여 사람을 볼 줄 모른다는 점이다. 머리가 제대로 된 사람이면 임유정이 절대 무고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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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부인, 왜 그러시오?”고장훈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분명히 찰나의 순간에 그녀의 얼굴에 음침한 표정이 스치고 지나갔다.‘착각이겠지!’임유정은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고장훈이 화풀이를 해주러 나간 줄 알아서 자신은 선하고 아량이 넓은 사람임을 강조하고자 거짓말을 한 것인데 그걸 이대로 인정해 버릴 줄이야!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유소영이 왜 무고하단 말인가! 고장훈은 한번 나갔다 오더니 무슨 약이라도 먹은 것처럼 반응이 이상했다.‘그냥 멍청한가? 아니면 유소영에게 아직도 정이….’임유정은 온갖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졌다.‘안 돼! 고장훈은 내 거야!’이제 몸도 변변치 않으니 그의 마음을 꼭 붙잡아야 했다. 그러지 않는다면 후작부에서의 나날들이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임유정은 애써 정신을 차리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부군… 배가 너무 아픕니다!”고장훈은 그 말을 듣고 급히 의원을 불렀다.유씨 저택.고장훈이 돌아간 후, 유 대감은 고준형이 혹시 오해라도 할까 봐, 그를 따로 불렀다.내원에서 아민은 방금 있었던 일을 자세히 유소영에게 전달했다.“그 고장훈이 글쎄 대감님 앞에 무릎을 꿇었어요. 참 별일이 다 있지 않나요?”유소영은 덤덤히 되물었다.“너는 어째 일이 더 커지길 바라는 것 같다?”“아씨, 그런 뜻이 아니라! 세자가 대단하다는 걸 말하려던 거였어요.”“세자가 고장훈에게 무슨 말을 했길래 그 고장훈이 무릎까지 꿇었는지 궁금하잖아요.”“얼마나 거만하고 사람을 무시하던 고 장군인가요. 전에는 대감님에게 무릎을 꿇기는 커녕, 제대로 웃어준 적도 없는 사람인걸요.”유소영은 눈살을 찌푸렸다.아마 고준형이 동생을 따끔하게 혼낸 건 사실일 것이다.고준형처럼 온화한 성격이라면 도리를 따져가며 설득했을 것이다.한때 설전으로 삼군 연합군을 물리친 영웅이 아니던가.그러니 이상할 것 하나 없었다.이때,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아씨, 대감님께서 잠드셨는지 여쭙고 계십니다.”유소영은 책을 내려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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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유씨 저택.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유소영은 그림 복구 작업을 하고 있었다.유 대감은 그녀의 주변을 서성이며 우물쭈물거리고 있었다.마침내 복구를 끝낸 그녀가 고개를 들자, 그는 성큼 다가가서 조심스레 물었다.“오늘 화등절인데 외출은 안 할 생각이니?”그는 딸의 괴팍한 성격을 알고 있었다.장사 때문에 필요에 의해서 외출하는 것이 아니면 나머지 시간에는 집에서 약초를 정리하거나 그림이나 서예를 즐기는 것을 좋아했다.그녀가 어렸을 적에는 여가생활이 풍부했으면 해서 거금을 들여 스승을 모시고 그림과 악기, 서예 등을 가르쳤고 기마술과 사격술도 가르쳤다.그녀는 배움이 빨랐지만 흥미가 식는 것도 빨랐다.그래서 유 대감은 지금도 딸이 뭘 좋아하는지 알 수 없었다.그러나 사람은 계속 집에만 있으면 병이 날 수도 있으니 나가서 바깥 공기를 쐬는 것이 필요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세자와의 시간이었다.혼례 전에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서로를 알아가는 것은 절대 나쁜 일이 아니었다.“딸, 내가 향낭까지 너를 대신해 준비했단다.”유소영은 고개도 들지 않고 되물었다.“향낭이요? 벌레를 쫓는 용도로 쓰라고요? 감사해요, 아버지. 손이 더러우니 아민에게 맡기세요.”유 대감은 조급함에 소리를 질렀다.“널 주는 게 아니고 이걸 세자에게 주라는 소리야!”유소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유 대감은 그녀가 알아듣지 못할까 봐 자세히 설명했다.“오늘은 화등절이고 황성에서는 다들 이렇게 한단다.”유소영은 정색해서 답했다.“월성의 관습대로면 오늘은 귀신절이고 외출을 삼가는 게 좋습니다!”유 대감의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이어진 유소영의 말은 그의 가슴을 후벼팠다.“아버지, 우린 월성 사람이니 월성의 관습을 따라야지요. 햇빛을 막지 말고 좀 비켜주세요.”유 대감은 장사꾼으로서 말주변이 막강한 편이지만 딸 앞에서는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었다.아민은 동정 어린 시선으로 대감을 바라보았다.한참이 지난 후에야 유 대감이 한마디 했다.“월성에 이주하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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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그 시각, 고준형 신변의 호위들은 동정 어린 시선으로 유소영을 바라보았다.그들은 세자가 분명히 거절할 것을 예감했기 때문이었다.유씨 가문과 평강방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미 낱낱이 조사했으니, 유 소저가 똑똑한 사람이라면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 진실을 숨기려는 것보다 나았다.하물며 이렇게 어색한 핑계를 대다니.세자는 평소에 공무를 제외하면 화등절에 거리에 나가는 일이 거의 없었다.“좋소.”사내가 부드러운 어투로 답하자, 호위들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그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그렇다면 진평강은 어찌한단 말인가?밖으로 나오자 유소영은 고준형의 마차를 따라오게 했다.고준형은 거절하지 않았다.그리고 목적지를 모르는 상황에서 앞서가는 마차를 따라갔다.한참 후, 마차가 멈추었다.그는 가림막을 열고 커다랗게 있는 영춘루 간판과 앞에서 화려하게 차려입고 사내들을 안으로 이끄는 기녀들을 바라보았다.마차에서 내리니 사내로 변장하고 마차에서 내리는 유소영이 보였다.그녀는 적금색 유광비단 두루마리에 머리끈으로 머리를 간단히 묶고 손에는 부채를 들고 서 있었는데 얼핏 보면 앳된 귀공자처럼 보였다.다만 여인 특유의 요염한 분위기는 감출 수 없었다.고개를 돌린 그녀가 고준형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형님, 안으로 드시지요.”호위가 다급히 다가와서 말렸다.“세자, 대낮에 이런 곳은 좀….”유소영은 그를 기다리지 않고 이미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고준형은 담담히 말했다.“괜찮다.”말을 마친 그는 곧바로 영춘루 안으로 들어갔다.밤보다 이 시간에는 손님이 그리 많지 않았다.두 사람은 모두 준수한 미남형이었기에 적지 않은 여인들의 시선을 받았다.그러나 이미 경험이 많은 기녀들은 유소영이 여인인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고 그녀를 따라온 고준형은 딱 봐도 병색이 짙은 환자처럼 보였기에 점차 관심이 식었다.유소영은 아주 익숙하게 2층 별실로 올라갔다.잠시 후에 포주 어멈이 안으로 들어왔다.어멈은 곧장 고준형에게로 직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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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저 여인들은 살려주십시오.”그녀가 말했다.고준형의 시선은 무심한 듯, 그녀의 얼굴에 머물렀다.그녀는 늘 이렇게 그가 예상하지 못한 선택을 했다.그는 그녀가 평강방은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여 죄를 사하여 달라 사정하러 올 줄 알았다.그러나 그녀는 사정은 하지도 않고 오히려 가장 나쁜 경우의 수를 생각했다.고준형은 시선을 옮겨 아래에서 손님들을 받고 있는 기녀들을 바라보았다.잠시 후, 그가 말했다.“난 이 일을 모른 척 넘어가줄 수 있소. 그러나 10일 안에 판매한 모든 장치들을 회수해야 할 것이오.”유소영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이는 너무 억지스러운 요구였다.평강방을 문 닫으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고준형은 계속해서 말했다.“사람의 마음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게 아니오. 그대는 그대가 판 장치가 꼭 좋은 일에 쓰일 거라는 보장이 없소.”“멀리 내다보면 언젠가 그것들은 저 여인들을 죽일 단두대가 될 것이고 평강방, 나아가서 유씨 가문도 위험해질 수 있소.”“불임약 사건은 마무리되었지만 임유정은 그리 둔한 사람이 아니오. 이성을 되찾으면 어디에서 문제가 생긴 건지 알아차릴 것이오.”말을 마친 그는 유소영을 바라보았다.“임 재상이 어떤 사람인지 그대도 잘 알 것이오.”유소영은 고개를 숙였다.“예, 알겠습니다.”그가 한 말은 모두 평강방을 위한 일이고 일리가 있었다.이 일은 그녀가 생각이 짧았고 임유정의 보복심을 너무 쉽게 생각한데 있었다.재상부가 정말로 단서를 추적하려 한다면 평강방은 처참한 결말을 맞게 될 것이다.이제 금방 황성에서 입지를 가지기 시작한 평강방이 이대로 문을 닫게 된 것은 아쉬울 따름이었다.유소영은 조금이라도 보상을 하고 싶었다.“진평강의 기관술은 아주 정교합니다. 그에게 적당한 갈 곳을 마련하여 재능을 발휘하게 해주실 수는 없습니까?”차를 마시려던 고준형이 멈칫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그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라는 말이오?”당혹스러운 말투 같기도 하고 그녀의 뻔뻔함을 비웃는 것 같기도 했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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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다음 순간, 고준형은 유 대감의 손에 들린 향낭을 받아들었다.“감사합니다.”그의 동작은 지극히 자연스러웠고 조금의 어색함도 없었다.유 대감은 얼굴 가득 웃음을 띠었다.이 사위, 정말이지 백 번 천 번 마음에 들었다. 다만 몸이 그리 강해 보이지 않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훗날 외손자를 볼 수 있을지 그게 조금 걱정이 되었다.유 대감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나는 먼저 들어가 보겠네. 젊은 두 사람끼리 할 말 있으면 천천히 나누시게.”그는 웃으며 돌아서서는 세 걸음마다 한 번씩 뒤를 돌아보았다.그때 유소영이 문득 떠오른 일이 있었다. 그녀는 곧장 고준형앞으로 다가가 제법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세자께 드릴 물건이 하나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그러지.”고준형의 눈빛은 온화했고 인내심이 깊어 보였다.유소영은 아민의 귀에 몇 마디를 낮게 속삭였다.아민은 잠시 놀란 기색을 보였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며 분부대로 안으로 들어갔다.아민이 물건을 가져오는 동안, 유소영은 고준형의 손에 들린 향낭을 바라보았다. 그 역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처해 보였다.그녀는 괜한 오해를 남기고 싶지 않아 차라리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다.“그 향낭은…”“장터에서 산 것이오. 하나에 열 문짜리이고.”고준형이 담담한 태도로 말을 잇자 유소영은 뜻밖이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아시고 계셨나요?”“전에 그 골목을 지날 때 보니, 같은 모양의 향낭이 여기저기 있었소. 게다가 방금 전 그대의 표정을 보니 직접 아는 일도 아닌 듯했고. 아마 유 대감께서 대신 사서 전해준 것이겠군.”마치 남의 일처럼 고준형의 말투는 차분했다.유소영은 그가 말을 마쳤다고 생각하던 찰나, 곧바로 단정한 어투가 들려왔다.“걱정 마시오. 만약 그대가 직접 수놓았다는 걸 알았다면 나는 받지 않았을 테니.”유소영의 눈썹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그가 말한 것은 향낭만이 아니었다.이 사람은 가까워 보이지만 실은 누구보다도 분명한 선이 있었다. 어쩌면 고장훈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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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유소영은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결국 계약서를 그의 손에 건넸다. 고준형은 계약서를 받아 들며 담담히 말했다.“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면 마음이 편해질 수 있도록 내가 서명하는 것도 괜찮소. 그대가 말한 그 계약서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는 내게 중요하지 않으니까.”그는 지금 그녀가 거짓으로 둘러대고 있다고 의심하는 걸까?유소영은 오해받고 싶지 않아 급히 변명하려 했다.“분명히 준비해 두었습니다. 지금 바로 가져올 수 있습…”“내 말은, 그대가 그런 계약서를 굳이 쓸 필요는 없다는 뜻이오.”고준형은 더 이상의 설명 없이 호위에게 붉은 인주를 가져오게 하더니 곧바로 지장을 찍었다. 그 일을 마치고는 뒤돌아 마차에 올랐다.유소영은 굳은 표정으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몸에는 알 수 없는 비밀이 너무도 많아 보였던 것이다.“아씨…”아민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정말 제가 계약서를 잘못 가져온 겁니까?”유소영은 차분하게 고개를 저었다.“네 잘못이 아니다. 내가 제대로 말하지 않은 탓이지.”결과적으로는 오히려 일을 그르친 꼴이 되었다. 비록 고준형이 개의치 않는다 해도 그녀로서는 반드시 성의를 남겨 두어야 했다. 지금은 그가 마음에 둔 여인이 없으니 모든 것에 무심할 수 밖에 없겠지만 사람의 마음은 언제든 변하기 마련이었다.유소영은 방으로 돌아와 원래 준비해 두었던 계약서를 꺼내고는 직접 지장을 찍은 뒤 아민에게 건넸다.“세자께 전해 드리거라.”“예, 아씨!”충용후부.고준형이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영선화가 달려왔다.“세자 오라버니!”밝은 얼굴로 웃는 모습은 마치 당장이라도 품에 안기고 싶어 하는 참새 같았다.고준형은 걸음을 멈추고 언제나처럼 온화하고 평정한 얼굴로 말했다.“또 어머니를 뵈러 왔나 보구나.”영선화는 그의 준수한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이 흔들렸다.“전 계속 기다리고 있었습니다.”그녀는 수줍음이 어린 얼굴로 향낭을 꺼내 조심스레 내밀었다.“세자 오라버니, 제가 직접 만든 거예요. 받아 주세요.”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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