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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부군의 형님: Chapter 111 - Chapter 120

417 Chapters

제111화

임유정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차를 준비해라. 지금 당장 아버지를 뵈어야겠다!” ‘이번에야말로 유씨 가문을 끝장낼 거야!’재상부. 임 재상은 공무를 보러 밖으로 나가 부재중이었다. 임유정은 하는 수 없이 둘째 오라버니인 임걸을 찾았다. “오라버니, 이번에는 인증과 물증이 모두 확실하니, 유씨 가문이 발뺌할 수 없을 겁니다! 적과 내통하는 죄를 지었으니, 구족을 멸해야 합니다! 대혼례가 곧 시작될 테니 어서 입궁해서 폐하께 이 사실을 고하세요!” 임걸 또한 관직에 몸담고 있었기에 입궁하여 폐하를 알현할 자격이 있었다. 하지만 적과 내통하여 나라를 배반한 사건인 만큼 신중해야 했다. 임걸은 증거 서류들을 꼼꼼히 살폈다. 이어 이 일을 조사한 탐지꾼에게 물었다. “확실한 사실인가?” 임유정의 말만 전적으로 믿지는 않는 눈치였다. 탐지꾼이 답했다. “현재 확보된 증거들만 보면 확실히 유씨 가문이 적국과 결탁하여 비싼 값에 군량을 팔아넘긴 정황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임유정이 다그쳤다. “오라버니, 지체할 시간이 없어요!”임걸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아무래도 아버지께 먼저 여쭙는 게 좋겠구나.” 대혼례의 길시(吉時:길한 시각, 또는 길한 때)가 다가오는 것을 본 임유정은 초조한 듯 임걸의 팔을 붙잡았다. “안 됩니다, 오라버니! 아버지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면 늦는단 말입니다! 성 밖으로 나가셔서, 소식이 오가는 데만 해도 꼬박 하루가 걸릴 겁니다. 오라버니, 서둘러야 해요!” 임걸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심을 굳힌 듯 입을 열었다. “좋다, 내 당장 입궁하여 폐하를 뵙겠다!” 어차피 인적과 물적 증거가 다 있으니, 공을 세울 수 있었다. 다만 매사를 아버지께 여쭙고 처리하던 습관 탓에 조금 불안할 뿐이었다.유부. 몸종들이 유소영의 단장을 돕고 있었다. 곁에 있던 희파(喜婆:혼례를 돕는 노련한 여인)가 웃으며 말했다. “세자 부인께서는 참으로 경국지색이십니다!” 이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아민도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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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면사포 아래 유소영의 고운 눈썹이 꿈틀거렸지만, 그녀는 필사적으로 냉정을 유지했다. 하지만 붉은 비단을 쥐고 있던 손에는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유 대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일이오? 혼례를 왜 갑자기 중단시킨다는 말이오?” 관군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오며 정청의 출입구를 봉쇄했다. 우두머리 관리가 엄숙한 표정으로 외쳤다. “대리시(大理寺:죄수를 관장하던 관서)에서 사건을 집행하러 왔습니다!” 하객들은 서로 수군거리며 눈치를 살폈다.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대리시까지 나선단 말인가!’ 오직 임유정만이 배후의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녀는 독기 가득한 눈빛으로 유소영을 노려보았다. ‘천한 것, 고작 장사꾼 출신 주제에 감히 재상부 영애인 나를 누르려 하다니. 흥! 지난번 불임약은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너희 가문을 황성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해주마!’충용 후작과 고 부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이 관리가 대리경(大理卿:대리시의 장관) 이삭인 것을 알아차렸다. 십수 년간 관직에 머물며 강직하고 청렴하기로 이름나 폐하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인물이었다. 그런 이삭이 직접 나섰으니, 어찌 가슴이 철렁하지 않겠는가! 충용 후작이 막 물으려는데, 고준형이 먼저 예를 갖추었다. “이 대인, 무엇을 조사하려 하시는지, 연루된 자가 누구인지 알려줄 수 있겠습니까?” 이삭의 시선이 고준형을 지나 유 대감에게 머물렀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범인을 지목하는 것 같았다. “세자, 유씨 가문이 외적과 내통한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이는 구족을 멸할 대죄입니다!” “뭐라고요?” 고 부인이 눈을 크게 뜨며 외쳤다. 그녀는 유 대감과 유소영을 번갈아 쳐다봤다. ‘이토록 큰 죄명을 가진 채 우리 사돈이 되었다면, 후작부까지 연루될 뻔했구나!’ 다행히 두 사람은 아직 절을 다 마치지 않았다. 유 대감이 즉각 항변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저 유성천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습니다! 양나라에 해가 되는 짓은 결코 한 적이 없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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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면사포가 사라지자, 신부의 얼굴이 사람들 앞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아름다운 눈썹과 붉은 입술, 반짝이는 두 눈동자, 살짝 미소 짓는 그 모습에 넋이 나갔다. 매혹적인 얼굴에 부드러운 친근함에,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그녀에게 쏠렸다.대부분의 하객은 노부인의 생신 연회에서 유소영을 본 적이 있었음에도, 그녀의 자태에 다시 한번 넋을 잃었다. 과연 천하 미인은 양나라에서 난다더니, 빈말이 아니었다. 세자가 그저 은혜를 갚기 위해 유 소저와 혼인한다고 여겼던 사람들은, 어쩌면 사심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여겼다. 고준형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유소영을 주시했다.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객들의 수군거리는 시선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 대인, 외적과 내통한 죄명이 한둘이 아닐 텐데, 유씨 가문이 저질렀다는 죄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그래야 저와 아버지가 기억을 더듬어볼 수 있을 테니까요.” 임유정의 안색이 싸늘해졌다. ‘저것이 지금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적과 내통했다는 증거가 실재하며 조작된 것이 아니거늘. 어떻게 발뺌하는지 지켜보겠다!’이삭이 엄숙하게 말했다. “일 년 전, 양나라와 원나라의 결전이 한창이면서 양측의 군량이 모두 바닥을 보이고 있을 때, 유씨 가문이 몰래 원나라에 군량을 운송하여 폭리를 취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반역의 중죄이지요!” 하객들은 증오로 가득 찬 눈빛으로 유성천을 바라보았다. “장사꾼은 이익만 취한다더니 정말이군!” “나라까지 배신하다니! 유씨 가문은 죽어 마땅하다!” 고장훈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유 대감에게 고성을 질렀다. “정말 그런 짓을 저질렀단 말입니까? 우리 군이 곧바로 군량을 공급받지 못했다면 몰살당했을 겁니다! 수단을 가리지 않고 금전적 이득을 취하다니요! 그 수많은 목숨을 생각하면 당신 목숨 하나로는 부족할 것입니다!” 임유정은 착한 척하며 고장훈을 붙잡았다. “부군,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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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제가 원나라에 군량을 보낸 건 맞으나, 그 안에 섞은 것은…” 유 대감은 그 물건의 이름이 정확히 떠오르지 않는지 민망한 듯 고개를 돌려 유소영에게 귓속말로 물었다. “뭘 섞었다고 했느냐?” 유소영이 우아한 자태로 답했다. “산가화(山茄花:독말풀) 즙입니다.” “그렇지! 산가화 즙! 사람을 몽롱하게 만들어 기운을 잃게 하는 약입니다! 그것을 넣었습니다!” 유 대감이 어깨를 펴며 당당하게 말했다. 임유정이 무의식중에 외쳤다. “그럴 리가 없어요!” 날카로운 그녀의 목소리에 많은 이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임유정은 황급히 온화한 표정으로 횡설수설했다. “참으로 기이하지 않습니까? 산가화 즙이라니요? 원나라 대군이 어찌 그리 어리석겠어요? 게다가 진짜 섞었다는 증거도 없지 않습니까?”이삭은 임유정의 말도 일리가 있어 보였다. 유성천의 말만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증거가 있습니까?” 엄중한 물음에 유 대감이 답했다. “증거는 있습니다다만, 시간이 걸릴 뿐입니다. 그러니 대인께서 폐하께 이 상황을 고해주시고, 제 딸과 사위가 혼례를 마저 치르게 해주십시오. 제 목을 걸고 맹세하건대, 결코 반역 같은 짓은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충용 후작이 즉시 반대했다. “안 됩니다! 명확히 밝혀지기 전까지 후작부는 반역자의 딸을 며느리로 들일 수 없습니다!” 충용 후작은 단호하게 입장을 밝혔고, 고 부인도 옆에서 거들었다. “조사부터 하는 게 좋겠어요.”이때 유소영이 입을 열었다. “이 대인, 이번에 우리 군이 원나라 포로들을 많이 생포했다고 들었습니다. 대군이 개선할 때 원나라 장군 몇 명도 황성으로 압송해 가뒀다가 두 나라가 협상할 때 돌려보낸다지요? 어쩌면 그 포로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진실을 밝히는 가장 빠른 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삭이 엄숙한 눈빛으로 유소영을 훑었다. 기운이 남다른 여인이었다. 유소영은 침착하고 총명했다. 고준형이 예의 바르게 제안했다. “이 대인, 사람을 보내 폐하께 여쭤보심이 어떻습니까? 만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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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폐하의 뜻을 헤아리기 힘든 법이니, 유소영도 오늘 혼례를 계속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폐하께 포로 심문을 청하고 사실이 밝혀지기까지는 적어도 한두 시진은 걸릴 것이었다. 유소영이 아민에게 일렀다. “벙어리를 보내, 누가 폐하께 유씨 가문이 반역을 했다고 고발했는지 알아내라고 해.”벙어리는 유소영의 호위로, 그녀가 필요할 때면 언제든 나타났다.후작부 서원. 노부인은 혼례에 참석하고 싶었으나 다리가 불편한 데다 죄인의 후손이라는 신분 탓에, 친아들로부터 하객들이 다 흩어질 때까지 서원에 머물라는 요구를 받았다.그녀는 아들의 냉정함을 탓하지 않았다. 오늘의 혼례는 지난번 생신 연회와 달리 많은 관리가 하객으로 왔기 때문이다. “큰일 났습니다!” 이씨 어멈이 급히 들어와 정청에서 일어난 일을 낱낱이 전했다. 바퀴가 달린 의자에 앉은 노부인의 얼굴에 분노가 서렸다. “유씨 가문이 반역했을 리가 없다. 모함을 당한 게 분명하다!”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폐하께 여쭙고 있으니 곧 유씨 가문의 무죄가 밝혀질 겁니다. 다만 유 소저가 안타까울 뿐입니다. 혼례가 이 꼴이 되었으니.” 노부인의 얼굴이 굳어졌다.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친정집 사건이 떠올렸다. 그들 역시 반역으로 무고하게 멸문지화를 당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버지가 반역자가 아니라고 확신했다.유씨 가문 또한 누군가에게 모함을 당한 것이 틀림없는 것 같았다.정청. 하객 중 대다수가 남아있었다. 다들 이 사건의 끝이 어찌 될지 궁금한 눈치였다.향이 두어 번 탈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새로운 황명이 도착했다. 이번에는 내관 윤문이 직접 소식을 전하러 왔다. “이 대인, 폐하께서는 이 사건을 매우 중시하고 계십니다. 한 시진 안에 포로들을 심문하여 유씨 가문의 반역 여부를 밝히라 명하셨습니다. 유씨 가문의 무죄가 밝혀지면 혼례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유 소저는 세자 부인으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며, 반대의 경우엔 함께 연좌하여 처벌하라 하셨습니다.” 이삭은 즉시 명을 받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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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정청.모든 이가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엄숙하게 앉아 있었다. 특히 유 대감은 더욱 그러했다. 유소영이 도착하자 이삭은 비로소 사람들 앞에서 상황을 설명했다. “포로들의 진술에 따르면, 유씨 가문이 보낸 군량에는 확실히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것을 먹은 자들은 온몸에 힘이 빠졌고, 군의관을 통해 확인한 결과 산가화 즙에 절인 음식물이 섞여 있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유씨 가문은 적과 내통한 것이 아닙니다!”이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하객들이 술렁였다. “우리가 유씨 가문을 오해했구려!” “유성천은 나라에 공을 세운 사람이군!” “천만다행으로 밝혀졌지, 하마터면 천추의 한이 될 뻔했소!”임유정의 얼굴은 순식간에 잿빛으로 변했다. ‘정말이었단 말이야? 이럴 수가! 산가화 즙이라니, 어떻게 사실일 수가 있어!’ 임유정의 머릿속은 뒤죽박죽이 되어, 두 손을 꽉 쥔 채 남몰래 어금니를 갈았다.옆에 있던 진수도 이 결과에 경악했다. 반역의 증거가 확실한 상황에서 이런 반전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유 대감은 그제야 긴장을 풀고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내 그러지 않았습니까! 적과 내통하는 짓 따위는 절대 하지 않았다고요! 사돈, 이제야 마음이 좀 놓이시지요?” 유 대감이 충용 후작을 보며 웃자, 충용 후작은 억지 미소를 지었다.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고장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유성천이 정말 결백할 줄은 몰랐다. 조금 전 그를 거칠게 비난했던 것은 확실히 과한 처사였다. 잘못을 깨달으면 바로 고치는 성격이었던 그는 즉시 일어나 유 대감에게 예를 갖추었다. “아까 제가…” 고장훈의 변명이 듣고 싶지 않았던 유 대감은 못 들은 척하며 고준형을 돌아보았다. 얼굴에는 인자한 미소가 가득했다. “사위, 이제 사건도 해결되었으니, 소영이와 맞절을 마저 하고 신혼방에 들면 되겠군! 하하!”무시당한 고장훈은 차마 뒷말을 내뱉지 못했다. 답답하고 울화가 치밀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한때 장인어른이었던 그가 혐오스러우면서도, 그가 형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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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고장훈은 어머니가 제발 입을 좀 다물어주길 바랐다. 특히 유 대감의 그 원망 섞인 눈빛과 마주칠 때면 더욱 몸 둘 바를 몰랐다. ‘도와주려던 것뿐인데 어쩌다 일이 이렇게 꼬였단 말인가?’ 이삭이 미간을 찌푸렸다. “본관의 수사 능력을 의심하시는 겁니까?” 고 부인이 황급히 부인했다. “이 대인, 대인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워낙 교활하니 신중해서 나쁠 것 없지요! 하물며 사돈이 될 사이니 확실히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유 대감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삭에게 공손히 물었다. “이 대인, 포로들을 심문하셨으니 다른 사실도 알고 계시겠지요?” 유씨 가문이 원나라에만 군량을 보낸 것이 아니라, 고장훈의 군대에도 군량을 보낸 사실 말이다. 그 군량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삭의 표정이 엄숙해졌다. “그렇습니다.”영선화는 자신의 짐작이 맞았다고 생각하며 기뻐했다. “제 말이 맞죠? 문제가 있다니까요! 이 대인, 대인처럼 청렴하신 분께서 반역자들을 감싸주시면 안 됩니다!” 임유정도 한마디 보탰다. “이 대인, 정말 다른 내막이 있는 것입니까?” 이삭이 답했다. “다른 일들은 유씨 가문의 적과 내통한 혐의와는 무관한 것이기에 굳이 설명하지 않은 겁니다.” 영선화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 대인.” 그러나 곁에 있던 왕씨가 나직이 꾸짖는 바람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입 다물어라. 더는 말하지 마!” 어린 계집애가 나설 자리가 아니었다. 영선화는 억울한 듯 입을 삐죽거렸다.임유정이 재촉하듯 물었다. “유 대감께서 제대로 설명해 주신다면 다들 의문을 품지 않을 겁니다. 이 또한 유 소저를 위한 일 아니겠어요?” 충용 후작도 거들었다. “내 며느리 말대로, 확실히 짚고 넘어가는 게 좋겠습니다.” 고 부인이 냉소했다.“설명하지 못할 구린 구석이라도 있는 것 아닙니까?”유 대감의 시선이 묘하게 고장훈에게 머물렀더니, 곧이어 유소영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일종의 물음이었다. 유소영의 눈빛에는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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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이삭은 유소영의 말을 증명해 주었다. “사실입니다. 유씨 가문은 당시에 두 진영에 군량을 보냈는데, 산가화 즙이 든 군량은 원나라에, 평범한 군량은 우리 진영에, 즉 고 장군에게 보냈습니다. 원나라 사람이 이를 알아채고 가로채려 했으나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원나라의 군량이 먼저 도착했고, 우리 군의 보급은 이틀 정도 늦어졌습니다.”고장훈은 나라를 잃은 사람처럼 넋이 나간 채 유씨 부녀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줄곧 무시하던 사람이, 실은 군량을 보내 전공을 세울 수 있게 도와준 은인이었던 것이다. 영선화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물었다. “두 부녀가 같이 이 사실을 숨긴 것과 대체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지?”고장훈 역시 복잡한 심경으로 소리쳤다. “왜! 왜 말하지 않았소!”유소영은 단호한 눈빛으로 고장훈을 응시했다. “고 장군, 모든 사람이 전공을 탐하고 보상을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녀는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이 일을 밝히지 않은 것은, 원나라의 보복을 불러올까 봐 염려되었기 때문입니다. 공연한 분란을 만들지 않으려 조용히 있었던 것인데, 원나라의 보복은 고사하고, 오늘 적과 내통한 반역자로 몰리는 처지가 먼저 될 줄은 몰랐습니다.” 다른 하객들도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억울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는 것에 동조했기 때문이다.잠시 말을 멈춘 유소영은 다시 고장훈을 바라보았다. 고운 눈에는 자조 섞인 기운이 감돌았다. “그리고 그때 제 부군은 고 장군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사위의 전공을 나누어 갖길 원치 않으셨고, 그저 사위가 승승장구하기만을 바라셨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그토록 원하던 진실입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쟁쟁하게 울려 퍼졌고, 뒤이어 긴 정적이 이어졌다.하객들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혼례 날 사람들 앞에서 전 남편인 아주버님과의 과거 관계를 스스로 언급한 것은 상처를 들춰내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입을 다물었을 수도 있지만, 궁지에 몰린 그녀와 유씨 가문이 스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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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유 소저, 사양 말고 말씀해 보시오.” 유소영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사실 줄곧 이상하게 여긴 것이 있습니다. 아무리 원나라가 보급로를 끊었다고 한들, 마음만 먹는다면 장병들에게 군량을 보낼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을 것입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하는 소리가 아닙니다. 우리 같은 장사꾼도 방법을 생각해 냈는데, 조정에 계신 분들이 어찌 유씨 가문보다 훨씬 뛰어난 방책을 내놓지 못했겠습니까.”고준형은 눈을 살짝 들어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온순하고 정숙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날카로운 칼날이 숨겨져 있었다. 과연, 그녀는 받은 대로 돌려주는 사람이었다. 고준형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번졌다. 유소영의 말은 표적을 향하고 있었다. 하객들 사이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군량 운송이 지체된 것에는 원나라의 방해뿐만 아니라, 양나라 내부의 음모와 계략 때문이기도 하오.” 그곳엔 초왕부의 왕세자이자 성방사(城防使:군사를 배치하여 외적의 침입에 대비하는 장수)인 조담이 서 있었다. 좁은 소매의 관복을 입은 탓에, 탄탄한 체격이 돋보였고, 남다른 기운을 뿜어냈다. 고준형은 조담을 무심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조담은 개의치 않고 유소영을 의미심장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이 대인, 유씨 가문의 억울한 사건이 뜻밖에도 사건 속의 또 다른 사건을 끄집어낸 것 같군.” 이삭은 사안의 엄중함을 깨닫고 숙연해졌다. “폐하께 청하여 군량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겠습니다!”고개를 들던 임유정은 미소를 띤 유소영의 눈과 마주쳤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왜 날 보면서 웃는 거야? 정상이 아니야!’ 임유정은 마음이 요동쳤다. 그녀는 당시 전선으로 가는 군량을 방해하며 뒤에서 공작을 부린 자가 바로 자신의 아버지, 임 승상이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유소영은 이미 알고 있었던 일이었지만, 적당한 때가 오지 않아 여태 함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임유정이 제 발로 기회를 가져다줬다.유소영이 임유정을 쳐다보고 있을 때, 고장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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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유소영은 그저 우스웠다. 고장훈이 사람들 앞에서 시집가고 싶냐고 묻는 멍청한 짓을 할 줄은 몰랐다. 후작부의 체면과 폐하의 하사품인 이 혼인이 고장훈 때문에 우스워졌다! 그녀의 붉은 입술이 막 열리려던 찰나, 곁에 있던 고준형이 먼저 입을 열었다. “유씨 가문의 결백이 밝혀졌거늘, 언제까지 행패를 부릴 셈이냐?” 동생이 갈수록 안하무인으로 구는 꼴이 가관이었다. 고 부인이 이때를 놓치지 않고 임유정을 꾸짖었다. “장훈이가 취한 게 안 보이느냐, 어서 방으로 데려가 쉬게 하라!” 갑자기 자기에게 불똥이 튀어 억울했지만, 사람들 앞에서 내색할 수는 없었던 임유정은 고장훈의 앞을 가로막아 유소영을 보지 못하게 하며 연약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군, 우선 난향원으로 돌아가시지요.”고장훈은 마음이 복잡했다. 누군가 자신과 유소영 사이를 가로막는 것이 이토록 싫었던 적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이는 자신이 사랑하는 부인이자 어릴 적 정인이었다. ‘그럼 유소영은? 폐하께서 내린 혼인이니 그녀가 가기 싫다고 한들 내가 무슨 수로 돕겠는가. 지금 내 행동은 그녀를 해치고 가문을 욕보이는 것밖에 안 된다.’ 정신을 차린 고장훈은 허리를 숙여 예를 표했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형님. 아, 유 소저까지. 내 오늘 술이 과해 실수를 범했습니다. 유씨 가문을 의심했기에 형님에게 시집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유씨 가문의 대의를 몰라뵈어 죄송합니다. 제 잘못입니다.”그의 목소리가 낮게 잠겼다. 유씨 가문과 유소영에 대한 오해를 뒤늦게 사과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여전히 부부였다면 용서를 구하고 다시 시작할 기회라도 있었겠지만, 이제는 불가능했다. 그녀가 형님과 혼인하는 모습을 눈을 뜨고 지켜봐야만 했다.오해가 풀린 뒤 고장훈은 임유정의 부축을 받으며 떠났다. 하객들은 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정청에서는 매파가 새로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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