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이 시집을 갈 때, 규모가 작은 집안의 격식은 열여섯 상자이고 더 나은 집안은 스물네 상자 이상이며, 부귀한 집안, 재상 부 같은 곳은 적어도 육십 상자가 넘어야 했다.과거 세자와의 혼례 때, 재상부가 준비한 혼수는 무려 육십네 상자였다.그런데 지금은 왜 스물네 상자밖에 되지 않는 걸까?숙모들은 서로 눈치만 보며 아무도 먼저 말을 꺼내려 하지 않았다.결국 오기 전에 고 부인이 일러둔 얘기가 있으니, 오늘은 그저 형식적인 자리일 뿐이고 재상부가 뭘 요구하든 다 들어주어야 한다고 했다.그래서 그들은 따지고 싶은 심정을 억눌렀다.재상부를 나온 후에야 그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이게 다 무슨 일이랍니까? 스물네 상자요? 재상부는 참으로 뻔뻔하군요!”“그 유 낭자가 장훈에게 시집을 올 때는 성대한 혼수를 가져왔었는데, 비교를 하니 참으로 볼품이 없군. 장훈이가 이번에 맞이할 재혼 부인은 재상부에서도 그리 귀여움 받는 딸은 아닌 듯하네.”“일단 후작부에 가서 이 일을 알리는 게 먼저일 것 같네요.”후작부, 영향원.“뭐라? 겨우 스물네 상자라고?”충용 후작도 깜짝 놀랐다.“확실하오?”고 부인이 어두운 표정으로 답했다.“제가 나으리를 왜 속이겠습니까? 방금 숙모들께서 왔다 가셨는데, 그분들이 직접 하신 말씀입니다! 재상부에서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어요!”“재혼한 딸이라는 건 모두가 속으로 아는 사실인데, 후작부에서 그 많은 예물을 보냈으니 재상부의 체면은 충분히 살려준 셈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쪽에서는 이런 식으로 답례를 하다니….”고장훈이 자리에 앉으며 어머니의 말을 끊었다.“스물네 상자면 뭐 어떻습니까. 제가 맞이하는 건 유정이라는 사람이지, 그 혼수품이 아닙니다. 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우리 후작부가 잘못한 셈이니, 재상께서 딸을 여전히 후작부에 보내준 것이 이미 관용을 베푼 것이라 할 수 있겠죠!”충용 후작도 그 말에 수긍했다.“장훈이 말이 맞소. 그렇게 따질 필요가 뭐 있겠소? 유정이가 시집와서 귀여운 손자나 낳아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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