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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부군의 형님: Chapter 611 - Chapter 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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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1화

고준형의 얼굴빛은 유난히 차갑고 거리감이 느껴졌다.그는 유소영을 부축해 마차에서 내리게 한 뒤, 조담에게 말했다.“들어가서 이야기하지.”조담은 유소영을 흘끗 보더니, 그녀의 걸음이 더딘 것을 알아차리고 물었다. “유 당주는 왜 저러지? 다친거요?”고준형은 단호하게 말했다.“그렇소. 그러니 먼저 내 부인을 방으로 데려다주어야겠소.”유소영의 조금 떨리는 마음으로 생각했다.그것도…… 다친 것이라면 다친 것이겠지.고준형은 몸을 돌려 호위에게 명했다.“왕세자를 서재로 모셔라.”“예.”서재.얼마 지나지 않아 고준형이 서재로 들어왔다.한동안 보지 못한 사이, 두 사람은 서로의 변화를 알아차렸다.고준형의 눈에 비친 조담은 전보다 한층 더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마치 많은 것을 감추고 있는 듯했고, 예전처럼 쉽게 속내가 드러나지 않았다.조담의 눈에 비친 고준형은 도망자다운 초라함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생기가 더욱 더해진 듯 했다.고준형이 먼저 말을 건넸다.“앉으시오.”조담은 여전히 선 채로 싸늘하게 말했다.“폐하께서 자네를 사면하셨소. 그러나 이는 후의일 뿐, 자네가 무죄라는 뜻은 아니오.”고준형의 말투는 평온했다.“우레와 비, 그리고 이슬이 모두 폐하의 은혜이지.”“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대체 왜 숨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거요? 무슨 생각이요?”조담의 눈빛이 매서워졌다.고준형이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조 대인은 또 무엇을 하려는 거요?”“나는 태자 책봉 대전을 막으려 하오.”조담은 직설적으로 말했다.고준형의 눈빛은 담담했고,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이 일을 초왕께서도 아시오?”“부왕은 육황자를 지지하오. 그러나 나는 동의하지 않으니 부왕께서 아실 필요도 없지.”“조 대인은 나를 끌어들이려는 것이오?”조담은 고준형을 바라보며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그렇소.”“자네도 잘 알고 있겠지. 자네를 유배 보내고, 심지어 하마터면 처형당하게 만든 사람이 바로 육황자라는 것을 말이오.”“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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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2화

세자의 손이 닿은 자리는 무척이나 은밀했다.유소영은 그가 무슨 뜻으로 그러는지 알 수 없어, 조금 불편한 기색으로 상체를 굳혔다.고준형이 천천히 말했다.“그 문제는 부인이 어머니가 되고 나면 아마 답을 알게 될 것이오.”유소영은 곧 세자의 뜻을 알아차리고 말했다.“그러니까…… 멀고 가까운 정으로 따지자면, 폐하께서는 형제인 초왕보다 친아들을 더 아끼신다는 뜻입니까? 그래서 초왕이 육황자를 못마땅하게 여겨도 폐하께 대놓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고요?”고준형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부인은 참 영민하오. 조금만 짚어 줘도 바로 알아듣는군.”유소영은 딱히 우쭐해하지 않았다.“세자께서 이미 귀띔해 주셨으니 저도 당연히 생각할 수 있지요.”“이제 부인이 쓴 편지 이야기를 해 보지.”고준형이 정색하고 말했다.“무슨 문제가 있습니까?”“말이 너무 많소.”유소영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위로의 말을 좀 더 적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고준형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힘이 있었다.“때로는 위로라는 것이 반드시 듣기 좋은 법은 아니오.”“많은 선비들에게는 공통된 병폐가 있소. 스스로를 너무 높이 여긴다는 것이지. 설령 진흙탕에 빠져 누군가 손을 내밀어 구해 주려 한다 해도, 그들은 그 사람이 높은 곳에서 연민하듯 자신을 구해 주는 것이 아니라 무릎을 꿇고 구해 주기를 바라오.”유소영은 입술을 지그시 다물었다. 그녀의 눈빛에 희미한 쓸쓸함이 스쳤다.“혹시 제 출신 때문이기도 합니까?”“진경송은 명문가 출신이니, 아무리 몰락했다 해도 상인의 딸인 제 위로는 받고 싶지 않겠지요.”고준형은 그녀의 뺨을 가볍게 쓸었다.“그것도 이유 중 하나겠지. 하지만 부인 잘못은 아니오. 그저 어떤 이는 구해 줄 만하고, 어떤 이는 그럴 가치가 없을 뿐이오.”유소영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저를 위로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현실이 어떤지는 저도 압니다. 그렇다면 다시 한 통 쓰겠습니다. 위로하는 말은 줄이면 되겠습니까?”고준형이 담담하게 말했다.“줄일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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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3화

유소영이 떠올린 것을 고준형 역시 떠올렸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초왕이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그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석심에게 명했다.“그들을 곧장 서재로 데려가라.”아마 지금쯤이면 왕세자는 이미 약기운에 정신을 잃었을 터였다.서재.조담은 과연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이번에 그가 당한 것은 고준형을 전혀 경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왕부의 호위들은 별다른 문제 없이 그를 데려갔고, 고준형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그들이 떠난 뒤, 온천 산장은 다시 고요를 되찾았다.……초왕부.앞채.초왕은 막 한 손님을 만나고 난 뒤였다. 아들이 데려와졌다는 소식을 듣자, 곧장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이번에는 반드시 단단히 지켜라!”“전하……”“무슨 일이냐?”호위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잠시 머뭇거렸다.“왕세자의 눈이…… 보이지 않는 듯합니다.”초왕의 안색이 순간 변하며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떠올랐다.“보이지 않는 듯하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대체 어찌 된 일이냐? 누가 그 아이를 해친 것이냐?!”호위가 사실대로 아뢰었다.“왕세자께서 온천 산장에 들어가실 때까지만 해도 멀쩡하셨습니다.”“저희는 인원이 적어 경솔히 움직일 수 없었고, 고 세자의 신호를 받은 뒤에야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그러니……”초왕은 곧바로 알아차렸다.“그러니 그 아이의 눈은 고준형이 손을 쓴 것이라는 말이냐?!”호위가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저, 저는 알지 못합니다. 고 세자 쪽 사람들은 그저 왕세자께 몽한약을 조금 썼을 뿐이라고 했습니다.”“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왕세자께서 깨어나신 뒤 눈이……”초왕은 금세 냉정을 되찾았다.그는 고준형이 조담을 해치지는 않을 것이라 믿었다.“먼저 의원을 불러 진찰하게 하라!”다행히 의원이 진찰한 뒤 초왕에게 아뢰었다.“전하, 왕세자께서는 독에 당하신 것입니다. 이 독은 사람을 의식 잃게 할 뿐 아니라 잠시 앞을 보지 못하게 합니다. 안심하십시오. 해독약이 있으며 왕세자의 몸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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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4화

현령은 윗선인 자사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몰래 고장훈을 심문하고 있었다.며칠째 고문을 당한 탓에 고장훈의 몸은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울 지경이었다.감옥 안.고장훈은 두 팔이 높이 매달린 채 고개를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눈꺼풀은 심하게 부어올라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현령은 직접 고문 도구를 들고 악독한 얼굴로 협박했다.“내 손에 들어온 이상, 제대로 털어놓지 않으면 살아서 나갈 생각은 마라! 말해! 육황자가 시킨 것이냐!”고장훈은 핏물 섞인 침을 뱉으며 말했다.“네놈이…… 감히 육황자와…… 맞서려 드느냐.”“육황자는 곧…… 태자가 될 거다. 그러니…… 나를 풀어라……”현령은 음험하게 웃었다.“부귀를 얻으려면 위험도 감수해야 하는 법이지. 이곳은 황성에서 멀리 떨어진 변방이다. 여기서 황성으로 올라가 벼슬을 하고, 태자의 측근 자리까지 차지한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어.”“육황자가 태자가 된다고 해서 내게 떨어지는 게 뭐가 있지? 나한테 무슨 이득이 있느냐는 말이다.”“하지만 지금은 다르지. 고 세자께서 이 본관의 앞길을 열어 주셨으니.”“이제 곧 출세길이 열릴 판인데, 하필 네놈이 그 길 한가운데 버티고 서서 내 일을 망치고 있단 말이다!”“네가 끝까지 입을 다물면 우리가 어쩌지 못할 줄 아느냐? 그날 객잔에서 네 친형제를 죽이려 했고, 육황자까지 입에 올린 것을 우리가 다 듣고 보았다! 너는 절대 빠져나갈 수 없어!”고장훈은 눈앞이 캄캄해졌다.처음에는 이곳 관원쯤은 얼마든지 다룰 수 있으리라 여겼다.하지만 뜻밖에도 그들 역시 속셈이 만만치 않았다.하기야 그들은 육황자에게 줄을 댈 수도 없고, 그에게서 얻을 이득도 없었다. 그러니 차라리 망가뜨려 버리겠다는 심산인 것이다.하지만 형님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형님이 대체 무슨 말을 했기에 저 현령이 이토록 고분고분 말을 듣는단 말인가. 육황자의 심기를 거스를 각오까지 하면서.설마 형님이 이미 다른 뒷배를 찾아낸 건가?고장훈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불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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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5화

“아마…… 그리 아프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유소영이 솔직하게 말했다.고준형은 부드럽게 그녀를 끌어안았다.“그럼 됐소. 일찍 쉬시오.”유소영은 잠시 멍해졌다.잠자리를 가지려던 것 아니었나?왜 갑자기 일찍 쉬라고 하는 거지?설마 제가 잘못 알아들었나?고준형은 그녀의 속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설명했다.“손에 작은 상처가 하나 나도 아물 때까지 기다려야 하오.”“하물며 처음 겪은 뒤라면 불편한 것이 당연하지. 며칠 더 쉬시오. 부인이 또 견디지 못하고 아프다 할까 걱정되니.”유소영은 대꾸할 수 없었다.이걸 다정하다고 해야 하나?어째 몸을 다 회복하면 더 심하게 시달릴 것 같다는 뜻으로 들리는 건 왜일까?“예.”그녀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다음 날.아침 햇살이 안방 안으로 스며들었다.고준형은 이미 깨어 제 품에 안겨 잠든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그 눈빛은 고요하면서도 깊었다.유소영의 검은 머리카락은 그의 팔 위에 흩어져 있었고, 하얀 얼굴에는 은은한 혈색이 돌아 발그레했다.사실 강지영뿐만 아니라, 고준형 자신도 스스로 종종 묻곤 했다. 왜 하필 유소영을 택했는지.어쩌면 어떤 마음은 본래 뚜렷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마치 누군가 생선을 좋아한다고 했을 때 왜 좋아하느냐고 묻는 것과 같이, 그저 입맛에 맞는다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하필 자신이 좋아하는 맛이었고, 또 하필 그 맛이 제 입까지 다가왔을 뿐이었다.남자는 여자보다 쉽게 새로움에 끌리고, 또 쉽게 싫증을 내는 법이다. 그것은 그들 뼛속에 박힌 못난 본성이었다. 그러니 그는 감히 장담할 수 없었다. 자신만은 다른 남자들과 다르다고, 자신만은 특별하다고.훗날 마음이 변할지, 첩을 들이게 될지, 그 역시 알 수 없었다.하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의 마음이 품 안의 여인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다른 사람이 들어설 틈은 없었다.고준형이 고개를 숙여 유소영에게 입을 맞추려던 순간, 갑자기 암기 하나가 날아들었다.그는 재빠르게 손을 뻗어 그것을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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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6화

부군?고준형은 유소영이 자신을 그렇게 부르는 것을 처음 들었다.예전에도 남들 앞에서 그를 그렇게 부른 적은 있었지만, 그때는 그저 형식적인 말일 뿐이었다.지금 이 순간의 부군은 달랐다.진심으로 그를 남편으로 여겨 부른 말이었다.유소영은 그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괜히 마음이 불안해졌다.왜 그러지?혹시 싫은 건가?사실 부군이라는 말은 진작 불렀어야 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예전에는 고장훈을 그렇게 부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는데, 지금 세자를 앞에 두고는 어쩐지 망설여졌다.아마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 앞에서는 사소한 호칭 하나도 조심스러워지는 모양이었다.이제 그녀는 남기로 했고, 두 사람은 이미 잠자리도 가졌다. 앞으로 제대로 살아가려면 자신도 조금은 먼저 다가가야 했다. 언제까지 세자라는 서먹한 호칭만 쓸 수는 없었다.그래야 부부 사이도 조금 더 가까워지고, 오래 이어질 수 있을 테니까.그런데 대체 왜 저런 반응이란 말인가?왜 아직도 아무 말이 없는 거지?유소영은 순간 민망해져 고개조차 들 수 없었다.그때였다.갑자기 몸이 의자에서 번쩍 들렸다.“세자!”유소영은 놀라 외치며 본능적으로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고준형이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방금 뭐라고 불렀소?”유소영은 눈을 내리깔았다.“……부군.”그 순간, 그의 굳어 있던 눈매가 부드럽게 풀렸다.그는 유난히 진지하게 그녀의 부름에 응했다.그리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세자가 들어온 뒤, 아민은 이미 눈치껏 물러나 있었다.방문까지 조용히 닫아 둔 채였다.다만 멀리 가지는 않고 문밖을 지키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아민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곧장 몸을 돌려 달아나듯 자리를 피했다.방 안.유소영은 침상 위에 눌린 채, 몇 번이고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깊은 입맞춤을 받았다.옷자락이 풀리고 남자의 손끝이 살갗에 닿을 때마다 온몸이 가늘게 떨렸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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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세상일은 늘 변하기 마련이다. 특히 사람의 마음은 더더욱 그렇다.그래서 고준형은 함부로 약속하는 일을 가장 싫어했다.특히 남녀 사이의 영원한 맹세 같은 것들.사랑할 때는 누구나 상대를 위해 목숨이라도 내놓을 것처럼 군다. 하지만 마음이 식고 나면 남는 것은 지겨움과 권태뿐이다.그런 이야기는 숱하게 들었고, 직접 본 것도 많았다.여자는 남자가 했던 약속 하나를 붙들고 평생을 버틴다. 하지만 남자는 돌아서면 얼마든지 새 사람을 찾는다.고준형은 자신이 인간의 본성을 뛰어넘어 평생 한 여자만을 지킬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애초에 유소영이 제 마음속으로 들어올 줄도 몰랐으니까.그래서 그는 지킬 수 있는 것만 약속하려 했다.유소영이 평생 첩을 들이지 않겠다는 보장을 원했을 때, 그가 망설였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그는 사람 마음이 얼마나 쉽게 변하는지 잘 알았다.열일곱의 유소영에게 그런 약속을 해 줄 수도 있었다. 그녀의 순진함을 이용해, 기꺼이 자신과 부부의 연을 맺게 만들 수도 있었다.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차라리 잔혹한 현실을 보여 주는 편이 나았다. 자신의 전 재산을 내주고서라도 유소영이 스스로 원해 제 곁에 남게 만들고 싶었다.결과적으로 그는 틀리지 않았다.그는 유소영에게 남자의 맹세가 믿을 만한 것이 아님을 알게 했다.그는 늘 냉정했고, 늘 이성적이었다.그런데 지금은 달랐다.그토록 경멸하던 남자들처럼 그 역시 침상 위에서 여인을 달래기 위해 맑은 정신이었다면 믿지도 않았을 말을 하고 있었다.이상한 것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정말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 같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었다.그는 제 품 안에 단단히 붙잡아 둔 사람에게 깊이 입을 맞추었다.그녀가 첩을 들이지 않겠다는 말을 듣고 기쁨에 가늘게 떨리는 것을 느끼자, 그는 더는 멈추지 않았다……겉으로 보기에는 그가 치밀하게 판을 짜 승리한 것 같았다.하지만 더 깊이 빠져든 쪽은 오히려 그 자신이었다.……한바탕 격정이 지나간 뒤.고준형은 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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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8화

유소영은 정주에 도착했지만 곧장 진씨 가문을 찾아가지는 않았다.그녀는 먼저 자신의 행적을 숨긴 채 은밀히 진씨 가문을 살폈다.알고 보니 진씨 가문은 정주에서 상당한 세력을 지닌 집안이었다. 논밭만 해도 정주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였다.당초 진경송이 대리 시험에 휘말린 것도 그에게 학식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육황자가 진경송을 틀어쥐고, 그를 통해 진씨 가문까지 장악하려 했던 것이다.세자가 말했듯, 진씨 가문은 그동안 육황자를 위해 적잖은 이익을 챙겨 주었다. 그렇다면 진경송은 육황자와 진씨 가문을 잇는 핵심이었다.지금 진씨 가문을 이끄는 사람은 진경송의 아버지, 진서였다.유소영은 은밀히 그를 불러냈다.정주 제일의 사대부 가문을 이끄는 사람답게, 진서는 날마다 처리할 일이 많았다. 처음 정체 모를 초대장을 받았을 때만 해도 그는 상대할 생각이 없었다. 어디서 도움을 청하러 온 먼 친척쯤으로 여겼다.그러나 안에 든 쪽지를 읽는 순간, 그의 얼굴빛이 급변했다.진서는 곧바로 하던 일을 내려놓고 마차를 준비하게 했다.……진씨 가문 근처의 한 찻집.유소영은 찻집 전체를 빌려 두고 이미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녀는 남장을 하고 수염까지 붙였지만, 아무래도 여인의 몸인지라 어딘가 어색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진서처럼 나이와 경험이 있는 사람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그는 보자마자 그녀가 남장한 여인임을 알아차렸다.하지만 상관없었다.그가 신경 쓰는 것은 상대가 누구인지가 아니라, 오늘 나눌 이야기였다.“공자는 어떻게 부르면 되겠소?”유소영은 대답하지 않았다.“진 대인께서는 제가 누구인지 아실 필요 없습니다. 오늘 대인을 모신 것은 아드님의 일 때문입니다.”진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손님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곳곳에 호위만 서 있었다. 그가 싸늘하게 웃었다.“찻집 하나를 통째로 빌리다니, 공자께서 손이 크시군.”유소영은 차분하고 예의 바르게 답했다.“진 대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진씨 가문은 정주에서 근 백 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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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온천 산장.유소영 없이 홀로 남은 고준형에게 산장은 유난히 적막하게 느껴졌다.특히 밤에 잠자리에 들 때면 더했다.예전에는 혼자 잠드는 일이 이토록 쓸쓸한 줄 몰랐다.그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지만 이튿날 이른 아침부터 몸을 일으켰다.제천 대전이 가까워진 터라 아직 손봐야 할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황궁.황제 역시 고준형의 행방을 신경 쓰고 있었다.“어찌 되었느냐. 아직도 찾지 못했느냐?”시위가 아뢰었다.“아직 고 세자의 행방은 묘연합니다. 후작부에서도 사람을 보내 찾고 있으며, 고장훈이 직접 나섰으나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황제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짐의 사면 조서는 각 성에 모두 전달되었느냐?”“예, 폐하.”황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사면 조서가 내려갔다면 고준형도 분명 그 소식을 들었을 터였다. 그런데도 어째서 아직까지 황성으로 돌아오지 않는단 말인가.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황제는 곧바로 시위에게 명했다.“각 성 관아에 전하라. 반드시 고준형을 찾아내!”“예!”육황자부.제천 대전이 가까워질수록 육황자부 안은 들떠 있었다.육황자뿐만 아니라 그의 처첩들까지 모두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특히 육황자 부인은 더했다. 머지않아 태자비가 될 것이고, 훗날에는 황후의 자리까지 바라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강지영은 그들의 들뜬 얼굴을 바라볼수록 혐오감이 치밀었다.육황자가 정말 제 아버지를 죽인 배후라면, 그는 죽어 마땅했다. 그런 자가 어찌 태자가 될 자격이 있단 말인가.하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지금까지도 육황자를 지목할 만한 결정적인 단서를 찾지 못했으니......고준형은 행방이 묘연하고 조담 역시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그녀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강지영은 육황자부에 몸을 숨긴 채,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었다.초왕부.뒤채.조담은 깨어난 뒤에야 자신이 앞을 볼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그리고 고준형이 자신을 배신해 왕부로 돌려보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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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이른 아침부터 육황자는 얼굴에 화색이 가득했다.오늘은 그의 경사스러운 날이었다.궁에서 태자의 공복을 보내왔고, 시종들이 달라붙어 그가 옷을 갈아입는 것을 도왔다.육황자는 거울 속 제 모습을 바라보며 몹시 흡족해했다.광화사.제천 대전의 준비는 이미 모두 끝나 있었다.황제와 백관이 모두 자리에 나왔고, 갑작스러운 일이 생겼다는 이황자만 보이지 않았다.절 밖에는 구경 나온 백성들도 적지 않았다.“이런 성대한 의식은 좀처럼 보기 어렵지.”“그러게 말이야. 제천 대전뿐 아니라 태자 책봉 대전까지 함께 열린다지 않나!”복양 군주는 광화사에서 수행 중이라 오늘의 소란을 알고 있었지만, 구경할 마음은 없었다.그녀는 아직도 황 백부께서 왜 하필 육황자를 태자로 세우려 하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다른 황자들 중 누가 육황자보다 못하단 말인가?……광화사 주전 앞에는 제단이 마련되어 있었다.제단은 황토와 돌로 쌓았고, 오색 돌로 문양을 둘렀다.공산 대사는 곁에서 제례를 주관하며 향에 불을 붙이고 향을 건넸다.제천 의식은 절차가 몹시 번거로웠지만, 황제부터 백관과 시위에 이르기까지 누구 하나 감히 소홀히 하지 않았다.하늘을 공경해야 복을 받을 수 있다고 모두가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황제는 붉은 제복을 걸치고 용관을 쓴 채, 손에 옥판을 들고 절을 올렸다. 그리고 하늘에 비가 때맞춰 내리고 바람이 순조로우며, 오곡이 풍성히 여물기를 빌었다.제천 대전은 하늘에만 비는 의식이 아니었다. 땅에도 제를 올려 토지가 비옥하고 농사가 잘되기를 기원해야 했다.백관들은 황제를 따라 일제히 절을 올렸다.하늘과 땅에 올리는 두 의식이 끝나자 황제는 직접 제물을 바쳤다.좋은 술과 음식, 황금, 온갖 비단과 천까지, 준비된 제물은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황제는 황자들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이황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 순간, 황제의 눈가에 못마땅한 기색이 스쳤다.제천 대전 같은 날에도 늦다니, 참으로 어리석기도 하지.제물을 바친 뒤에는 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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