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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부군의 형님: Kabanata 101 - Kabanata 110

417 Kabanata

제101화

“선화 아씨가 세자에게 향낭을 보냈답니다. 세자를 좋아했을 줄이야!” 아민이 다급하게 유소영에게 이 사실을 고했다. 그러나 유소영은 딱히 놀라지 않은 기색이었다. 그녀는 작은 침상에 앉아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모아 쥐고는, 몸을 살짝 비스듬히 한 채 젖은 머리끝을 닦아내고 있었다. 수수한 침의 너머로 드러난 그녀의 가녀리고 고운 몸매와 달리, 그녀의 눈빛은 가을 이슬처럼 맑고도 차가웠다. 밤새 스며든 한기를 머금은 듯했다. “어쩌면 임유정이 일석이조를 노린 근본적인 이유가 이것일지도 모르겠구나.” 아민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아씨, 선화 아씨가 임유정에게 무슨 위협이 되나요?” 유소영이 설명했다. “임유정은 세자 부인과 훗날 후작부 안주인 자리에 누구보다 관심이 크다. 내게 허리를 조아리며 지내지 못할 테지. 훗날 세자가 세상을 떠나고, 후사가 없는 세자 대신 세자의 아우가 그 자리를 승계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자에게 후사가 없도록 확실히 해두어야 한다. 그러니 나와 영 소저가 눈엣가시처럼 여겨질 터.” 아민은 그제야 깨달았다.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며 공포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아씨께서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불임약을 썼던 것이군요! 만약 아씨께서 그 약을 드시면, 혐의가 짙은 선화 아씨까지 의심을 받을 것이고, 선화 아씨는 세자에게 시집가지 못하게 되었겠네요! 정말 지독한 여자네요! 그런데 아씨, 선화 아씨가 혐의를 벗었으니, 이제 아씨와 함께 세자를 섬기게 될 가능성도 커진 것 아닌가요?” 유소영은 머리의 물기를 닦으며, 개의치 않은 듯 말했다.“그럴지도 모르지.” 이 일에 대해 그녀는 잘 알지도 못했고, 딱히 관심도 없었다. 유소영은 아민에게 물었다. “계약서는 세자의 손에 전달되었느냐?” 아민은 그제야 본론이 생각난 듯 조금 난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씨, 세자께서 여전히 받지 않으셨습니다.” 유소영이 미간을 찌푸렸다. ‘받지 않는다고? 내가 소인배 같은 마음으로 군자의 깊은 뜻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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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고장훈은 오히려 고 부인을 나무랐다. “유정은 지금 몸이 허약하니, 보양을 해야 합니다. 이 일은 어머니께서도 아시는 바인데, 어찌 제가 일러드려야 한단 말입니까?” 고 부인은 기가 막혀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 애가 시키더냐?” “아닙니다. 유정은 어질고 착해서 억울한 일을 당해도 늘 묵묵히 견디기만 합니다.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하인에게 물어보니, 보양할 만한 것이 없어 그렇다고 하더군요.”고 부인은 어금니를 꽉 깨물며 울화통을 억눌렀다. ‘어질고 착해? 임유정이 예전에 이 어미를 어떻게 협박했는지 너는 꿈에도 모를 것이다!’ “불임약에 대해 아직 후부에서 따지지도 않았거늘! 무슨 낯으로 보양식을 찾는단 말이냐?” 고장훈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어머니! 제 부인에 대해 함부로 말씀하지 마십시오! 어찌 어머니께선 형님과 똑같이 유정을 오해하신단 말입니까? 아이를 잃고 몸종에게 배신당해 원통하게 살아가는 사람인데, 기어코 사지로 몰아넣으시려는 겁니까!” 고 부인의 눈에 냉기가 서렸다. “내 무슨 수로 그 아이를 사지로 몰아넣겠느냐? 그래, 지금 네가 콩깍지가 단단히 씌어서 시시비비를 전혀 가리지 못하는 모양인데, 일개 여종인 춘화가 무슨 배짱으로 그런 짓을 저질렀겠느냐! 아무리 바보라도 그 내막을 알 터인데, 오직 너만이 미색에 미혹되어 아무것도 못 보는구나. 내 정말 후회된다, 애초에 너희가 얽히게 두지 말아야 했는데! 저 아이는 결국 네 앞길을 망칠 게다!” 고 부인은 재상의 여식이라는 임유정의 신분 때문에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내칠 수 없었다. 고장훈은 임유정을 감싸기 급급했다. “그렇다 해도 제가 감당할 일입니다! 어머니, 유정의 몸이 우선이니 부디 오해를 거두어 주십시오.” 고 부인이 말을 자르며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나도 사실대로 말하마. 보양하고 싶거든 제 돈으로 사라고 해라! 후부엔 그따위 것에 낭비할 은자가 없다!” 고장훈이 놀란 듯 말했다. “어머니! 어찌 유정에게 지참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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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세자를 조사해. 그가 해결하지 못한 번거로운 일이 있는지 알아내야겠다.”유소영은 고준형이 자신과 혼인하려는 이유가, 분명 자신이 그를 도울 수 있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 거로 추측했다. 전에 그에게 독살 시도와 관련된 일인지 물었으나, 그는 답을 피했다. 그러니 스스로 조사할 수밖에 없었다. 본래 혼인 후에 천천히 알아볼 생각이었으나, 최근 일어난 여러 일들이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대혼례 전에 이 일을 명확히 조사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진실인지 아닌지 판단할 생각이다. 한시라도 빨리 알아내야,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 물론 일이 그렇게 최악으로 치닫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벙어리는 명을 받들고 곧장 밖으로 나갔다. 한편,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고장훈은 드디어 설 신의의 제자를 만났다. 그는 젊은 남자였고 인파 속에 섞이면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평범한 외모를 지녔다. 설 신의처럼 성격이 괴팍할 줄 알았던 제자는 의외로 큰 부탁 없이도 흔쾌히 진료를 수락했다. “불임약 따위는 그리 어려운 난치병이 아닙니다. 스승님께서 나서실 필요도 없지요. 맥을 짚어보고 약 몇 첩만 지어드리면 반년도 채 되지 않아 완쾌될 것입니다!” 고장훈은 몹시 감격하며 서둘러 그를 후작부로 데려갔다. 이 일은 유소영의 정보망을 벗어나지 못했다. 고장훈이 가짜 의원을 집으로 들였다는 소식에, 유소영은 그가 참으로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설 신의의 이름으로 사기를 치는 자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르는 건가? 확인조차 하지 않고 설 신의의 제자라 믿어버리다니, 임유정을 해치면 어쩌려고.’이틀 뒤. 후작부에서 정식으로 유씨 가문에 납폐(納徵: 함 보내기)를 왔다. 유 대감은 이른 아침부터 싱글벙글해서 대문에서 기다렸다. 사위가 될 사람을 보자, 그의 얼굴엔 웃음꽃이 만개했다. 두 집안은 앞채에 모여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누었다. 세자의 함을 수행하러 온 부인들은 지난번 고장훈을 데리고 재상부로 갔던 사람들이었다. 혼수 목록을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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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흰 깃발이다! 저것은 초상을 치를 때 쓰는 물건이 아닌가!’유소영은 손이 문에 끼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 달려들어 문틀을 거머쥐었다.“오라버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냐!” 눈시울이 붉어졌고, 목구멍은 모래를 삼킨 듯 메마르고 아팠다. 불길한 예감은 쇠갈고리처럼 목을 조여왔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문 안쪽에 있던 관리인은 그녀를 다치게 하면서까지 문을 닫을 수도, 그렇다고 문을 열어줄 수도 없어, 그저 고개를 저으며 부인만 했다. “아씨! 걱정하지 마십시오. 대공자께서는 아무 일 없이 잘 계십니다! 제발 소인을 곤란하게 하지 마십시오!” 유소영이 단호하게 외쳤다. “문을 열 거라! 그렇지 않으면 아버지께 직접 가서 묻겠다!” 아민이 기회를 틈타 관리인을 밀쳐버렸다. 관리인이 뒤로 넘어지며 막지 못한 사이 두 사람은 안으로 뛰어들었다. 관리인은 비틀거리며 뒤를 쫓았다. “안 됩니다!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그러나 한발 늦었다. 안뜰은 흰 깃발로 뒤덮여 있었고, 부적까지 붙어 있었다. 이성을 잃은 유소영은 머릿속이 하얘진 채 마구잡이로 방문을 열어젖혔다. 모든 방이 텅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힘없이 주저앉았다. “아씨!” 아민이 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관리인에게 소리쳤다. “말해봐요! 대공자는 대체 어디 계신 거예요! 대공자께서 무사하다면, 당장 설명을 해야 할 거 아니에요. 아씨께서 이상한 생각 하시지 않게!” 하지만 흰 깃발이 저리 걸려 있는데 무슨 오해가 있을 수 있겠는가. 관리인은 입을 굳게 다물고 침묵했다. 하지만 그의 눈가에 고인 눈물이 이미 답을 대신하고 있었다. 유소영은 두 주먹을 꽉 쥐며 간신히 이성을 되찾았다. 그녀는 이상하리만큼 평온한 목소리로 물었다. “언제 일어난 일이냐.”관리인은 고개를 떨군 채 말이 없었다. 유소영의 갈라진 목소리가 들렸다. “말해줘, 아버지께는 비밀로 할 테니. 내 친 오라버니가 아니냐. 그저 언제 떠났는지, 그것이 알고 싶을 뿐이야. 제발.”차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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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그의 시신은 이미 강주 고향 땅에 묻혔기에 유소영은 제사조차 지낼 수 없었다.그녀는 왕불지의 서첩을 챙겨 추엽 산장을 떠났다.돌아오는 마차 안에서 그녀는 내내 침묵을 지켰다. “아씨.” 아민은 혹여 그녀가 나쁜 생각을 할까 봐 화제를 돌렸다. “여태 아무것도 못 드셨잖아요. 마을에서 좀 쉬다가 다시 갈까요?” 유소영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입맛도 없었고 머릿속엔 오라버니와 언니의 모습만이 가득했다. 황성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날이 저물어 있었다. 성문에는 도적을 잡기 위해 검문이 한창이었다. 그녀가 탄 마차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그녀와 아민은 마차에서 내렸다. 그때 훤칠한 키의 남자가 다가왔다. 어스름한 어둠 속에서 그가 가까이 다가왔고, 유소영은 이내 그가 지난번 능연각에서 보았던 왕세자인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의 시선이 너무나 노골적이었던 탓인지, 왕세자도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유 당주, 밤늦게 성으로 돌아오는 건가?” 조담은 차가우면서도 의심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유소영은 즉시 예를 표했다. “왕세자를 뵙습니다.” 조담의 시선이 그녀가 타고 온 마차에 머물렀다. 그는 공무 집행 중이라는 듯 딱딱하게 말했다. “우리는 아는 사이가 아니니, 조 대인이라 부르게.” 그러더니 직접 마차 휘장을 걷어 올리고 구석구석을 살피기 시작했다. 마치 그 좁은 공간에 대도라도 숨어 있을 수 있다는 듯이. 한참 뒤에야 마차에서 나온 그는 유소영 앞으로 다가왔다.군복 위로 드러난 그의 다부진 체격 때문에 그녀가 더욱 왜소해 보였다. 유소영은 공경의 표시로 눈을 내리깔았다. “조 대인, 이제 가도 되겠습니까?” 그녀는 지금 이런 권력자들과 실랑이를 벌일 기운이 전혀 없었다. 조담이 차갑게 비웃었다. “고준형 같은 자에게 시집가려 하다니, 유 당주의 용기가 가상하군.” 유소영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지?’조담은 늘 가식적인 미소를 띠고 있던 그녀의 얼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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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대혼을 앞두고 가장 바쁜 사람은 단연 유 대감이었다.유소영은 가끔 능연각에 들르는 것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집 안에서 보냈다.오라버니의 사망 소식을 이미 알게 된 이상, 아버지처럼 억지로 웃음을 지을 수는 없었다.그저 다른 일에 몰두하며 고통을 돌려놓을 뿐이었다.곰팡이가 슬어 있던 그림들은 그녀의 손을 거치며 대부분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다만 찢기거나 붓자국이 끊긴 것들은 선뜻 손이 가지 않아 그대로 두고 있었다.이날, 자수방에서 혼례복이 도착했다.이 나라의 풍속상, 혼례복은 신부 쪽에서 준비하는 것이 원칙이었다.어떤 집은 규수가 직접 수를 놓고, 어떤 집은 어머니가 미리 장만해 두기도 했다.유소영은 어머니를 일찍 여의었기 때문에 두 번의 출가에 필요한 혼례복은 모두 아버지가 직접 주문해 맞춘 것이었다.아버지는 그녀를 보배처럼 아꼈고, 혼례복 역시 가장 좋은 옷감을 골랐다.기한을 맞추기 위해 재촉하는 것도 적지 않았다.이렇게 일찍 완성된 것을 보니 모든 일이 순조로울 것만 같았다.아민과 몇몇 하녀들이 함께 아씨에게 혼례복을 입혀 보았다.아민은 대공자의 죽음으로 아씨의 마음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사실 그녀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나으리께서는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아씨에게 끝까지 감추시는 걸까?혹시 혼사를 그르칠까 봐 그러신 걸까?혼례복은 몹시도 아름다웠고, 유소영에게 딱 맞았다.그녀가 혼례복을 입는 것은 이번이 두번째였지만, 오라버니의 일을 떠올리고 있던 탓에 아무런 감흥도 느껴지지 않았다.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한 번 힐끗 본 뒤, 그녀는 하녀들에게 옷을 갈아입혀 달라 했다.날짜를 헤아려 보니 남은 날은 앞으로 열흘. 그녀는 세자에게 시집가 세자 부인이 될 예정이었다.어쩌면 다른 일들은 잠시 내려놓고 지금 눈앞의 일에만 집중해야 할지도 모른다.세자 부인이라는 자리를 지키며, 아버지가 바라는 대로 평온하고 무탈한 삶을 살아가는 것…….혼례복을 입어본 뒤, 유소영은 모든 몸종을 물리고 혼자 내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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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벙어리는 방 안으로 들어온 뒤, 군더더기 있는 행동 없이 미리 적어 둔 종이를 곧장 내밀었다.아민이 그것을 받아 유소영에게 건넸다.종이에 적힌 것은 벙어리가 조사해 온 내용이었다.글씨는 삐뚤삐뚤해 썩 보기 좋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또렷하게 알아볼 수는 있었다.유소영은 아무 표정 없이 끝까지 읽었다. 이내 입가를 살짝 끌어올렸는데, 마치 힘없이 지은 쓴웃음 같았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벙어리를 바라보았다.벙어리 역시 그녀를 보고 있었다. 순박한 눈동자 속에는 그녀를 안쓰럽게 여기는 기색이 어렴풋이 담겨 있었다.유소영이 물었다.“세자께서 거두고 계신 그 여인, 어디에 머물고 있느냐?”아민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뭐라고?세자가 다른 여인을 두고 있다고?그렇다면 그건…… 외실이잖아!벙어리는 손짓으로 객잔을 가리키는 듯했다.유소영은 미소를 지었다.“그래, 알겠다.”벙어리가 물러나자, 아민은 더는 참지 못했다.“아씨, 이게 사실입니까? 세자께서도 후작 나으리처럼 밖에 여인을 두고 계신 겁니까? 이건 너무하지 않습니까!”유소영이 담담히 말했다.“아직 확실히 밝혀진 것도 아닌데 어찌 함부로 단정하겠니. 설령 사실이라 해도 그리 과한 일은 아니야. 내일은 별일도 없으니, 그 여인을 한번 만나 보도록 하지.”아민은 어느새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사람을 좀 더 데려갈까요?”유소영은 부드럽게 웃었다.“네가 감히 손찌검이라도 한다면, 그 순간부터는 내 유씨 가문의 몸종이라 하지 마라.”……이튿날.유소영은 벙어리를 따라 한 객잔으로 향했다.그 객잔은 몹시 평범했다. 고준형의 검소한 성향과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유소영은 자신의 지참금이 넉넉한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그렇지 않았다면, 훗날의 삶이 꽤 빠듯했을 터였다.그녀는 객잔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일 층 창가 자리에 앉아 조용히 살폈다.벙어리가 적어 둔 대로라면, 그 여인은 매일 정오에 내려와 식사를 한다고 했다.그러니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정오 무렵, 고양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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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세자의 마차가 맞은편에 세워져 있어요!”아민은 마치 도둑질하다 들킨 사람처럼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이제 큰일이다. 세자께서 아씨가 그 여인을 만나러 온 걸 알면 분명히 노하실 터였다.혹시라도 세자가 혼인을 물리면, 아씨는 어쩌란 말인가?유소영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아민과 달리, 그녀는 고준형이 자신이 이곳에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될까 걱정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동선이 이미 상대에게 훤히 꿰뚫려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그 느낌이 몹시 좋지 않았다.그때, 마차 밖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유 소저, 소인은 세자의 명을 받아 망강루로 모시라는 전갈을 전하러 왔습니다.”아민은 겁에 질린 얼굴로 아씨를 바라보며 입 모양으로 소리 없이 물었다.“가실 건가요?”유소영의 눈빛은 차분했다. 조금의 두려움도 없었다.그녀는 마부에게 말했다.“망강루로 가지.”망강루는 객잔에서 멀지 않았다. 겨우 두 골목 정도 떨어진 거리였다.망강루 별실.유소영이 들어섰을 때, 고준형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그는 탁자 곁에 앉아 있었다. 달빛처럼 희고 푸른 암문 장포를 걸친 그는 눈 덮인 산처럼 고결했고, 소나무처럼 곧았다.문 여는 소리가 났음에도 그는 창밖을 바라볼 뿐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그 소원한 태도는 폭풍우가 몰아치기 전의 고요를 닮아 있었다.유소영은 물러서지 않았다. 늘 그러하듯 미소를 지으며 태연히 안으로 들어갔다.아민이 따라 들어가려 하자, 문밖을 지키던 호위가 길을 막았다.“세자께서 유 소저께 전할 말씀이 있으니, 다른 사람들은 밖에서 기다리시오.”호위의 얼굴은 유난히 냉담했다. 아민은 더욱 불안해져 걱정스러운 눈길로 아씨를 바라보았다.문이 닫히자, 유소영은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아 고준형과 마주했다.상 위에는 음식이 이미 차려져 있었다. 다섯 가지 반찬과 국 한 그릇. 양도 많지 않았다.화려한 진수성찬은 아니고, 그저 소박한 집밥 같은 상차림이었다.하지만 유소영은 입맛이 없었다.고준형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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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마차 안으로 돌아온 유소영은 얼굴을 굳힌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아민이 걱정스레 물었다.“아씨, 세자께서 뭐라고 하셨어요? 해명은 하셨나요? 그 아가씨가 정말 세자의 외실인 거예요?”유소영은 담담히 답했다.“모르겠어. 다만 그 여인을 별원으로 옮길 거라 하더구나.”그 말에, 아민이 애써 붙잡고 있던 희망이 완전히 꺼져 버렸다.“그럼 외실이잖아요! 너무하시네요! 이렇게 중요한 일을 세자께서 모두에게 숨기셨다니! 대체 그 멍청한 아가씨의 뭐가 좋다는 건지…….”아민은 아씨 대신 분통을 터뜨렸다.유소영은 아민에게 숨기지 않았다.“함부로 말하지 마라. 그 아가씨는 멍청한 게 아니야. 머리를 다쳐서 기억을 잃었을 뿐이지. 그래서 아이처럼 보이는 거고. 세자가 내게 치료를 부탁하셨어.”세자가 그녀를 어떻게 둘지는…… 그것이 자신의 세자 부인 자리를 흔들지만 않는다면 유소영은 개의치 않았다.아민의 반응은 격렬했다.“뭐라고요? 아씨, 그럼 왕세자의 말씀이 맞았네요! 세자가 아씨를 이용하고 있는 거잖아요! 병약한 세자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신경 쓸 일이 많은데, 이제는 멍청한 아가씨까지 떠안으라고요?”“아씨는 이제 그 두 사람 전담 의원이네요! 그것도 진료비 한 푼 안 받는 의원이요!”“아니죠, 진료비를 안 받는 정도가 아니라 아씨가 도리어 퍼주고 있잖아요! 나으리께서 준비해 주신 지참금이 전부 후작부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에요! 돈도 쓰고, 힘도 쓰고...... 너무 손해라고요!”유소영은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아씨, 이런 상황에서도 웃음이 나와요? 제 생각엔 아씨는 애초에 그 사람과 혼인하면 안 됐어요!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이래요! 아씨 말씀이 맞네요. 세상에 공짜는 없다더니! 어쩐지 왜 그렇게까지 아씨께 혼인을 청했나 했더니, 결국 아씨의 의술을 노린 거였잖아요…….”유소영은 다시 표정을 가다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이런 생각도 들더구나. 만약 세자가 정말로 그 아가씨를 아내로 맞이하려 했다면 지금의 모든 일이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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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임유정은 크게 기뻐했다. 손에 들고 있던 약마저 전혀 쓰지 않게 느껴질 정도였다.“자세히 말해 보거라!”“부인, 탐지꾼 쪽에서 확인하길, 지난번 평담 전투 때 유씨 가문이 몰래 적군에게 군량을 보냈다고 합니다! 이는 명백히 적과 내통한 반역 행위입니다!”그 말에 임유정은 선뜻 믿기 어려웠다.“증거는 있느냐? 혹시 떠도는 말만 듣고 하는 소리는 아니겠지?”“있습니다. 이미 유씨 가문이 적국의 첩자와 거래한 장부를 확보했습니다. 다만 그 첩자를 붙잡아 증인으로 세우려면 며칠은 더 걸릴 듯합니다.”임유정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유씨 가문이 그토록 어리석게 적국과 손을 잡았을까? 그게 과연 가능할까?그날 밤, 고장훈이 돌아오자 그녀는 넌지시 말을 꺼냈다.고장훈은 잠시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군량 말이오? 그런 일이 있었던 것도 같소. 당시 아군과 적군이 서로 소모전을 벌이고 있었는데, 우리 군의 군량이 도착하기 이틀 전에 적군의 군량이 먼저 도착했소. 그땐 패배를 각오했을 정도였소. 다행히 우리 군이 갈수록 기세를 올리며 뒤집었지만.”임유정은 다시 물었다.“부군, 상인들이 전쟁 중에 적군과 결탁하는 일도 있습니까?”고장훈은 단호하게 말했다.“물론이오. 폭리를 남길 수 있으니까.”“군량뿐 아니라 병기까지도 전장으로 실어 나를 수만 있다면 큰돈을 벌 수 있소. 그런 식으로 기반을 다진 상인도 적지 않소. 다만 그만큼 위험도 크지.”“그래서 나는 그런 상인들이 가장 혐오스럽소. 눈에는 오로지 돈만 있고, 나라와 가문은 안중에도 없으니 말이오.”“그런데 부인은 어찌하여 갑자기 이런 걸 묻는 것이오?”임유정은 그의 어깨에 몸을 기댔다.“부군께서 어떻게 승리를 거두셨는지 궁금했을 뿐입니다. 이렇게 들으니 부군께서는 참으로 용맹하셨군요.”고장훈은 그녀를 끌어안고 한숨을 쉬었다.“말이 나와서 말인데, 그 전투는 장인어른의 도움이 컸소. 그분이 중간에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군량이 그리 빨리 도착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랬다면 승패를 장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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