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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부군의 형님: Kabanata 291 - Kabanata 300

417 Kabanata

제291화

그녀를 발견한 남자의 미간에 맺혀 있던 설산이 녹아내렸고, 온화한 미소가 번졌다. 유소영의 뒤에는 그녀를 직접 배웅하러 나온 조담이 서 있었다. 고준형이 조담에게 가벼운 예를 갖췄다. “조 대인.”조담이 입을 열었다. “세자 부인께서 복양에게 거문고를 가르쳐 주러 오시는 것도, 고 세자께서 흔쾌히 허락해 주신 덕분이오.” 이 말에는 다분히 비꼬는 기색이 섞여 있었다. 옆에 있던 석심조차 알아챌 정도였다. 마치 세자가 부인을 꽉 쥐고 놓아주지 않는 독불장군이라도 되는 양 표현했기 때문이다.고준형은 조담의 말을 넘기고 유소영을 바라보며 당부했다. “부인은 먼저 마차에 오르시오. 조 대인과 공무로 나눌 이야기가 좀 있소.”그는 시종일관 온화하고 차분했으며, 조금의 조급함도 보이지 않았다. 유소영은 별다른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마차에 올라탔다. 아민은 익숙한 듯 자신이 타고 왔던 마차에 따로 올랐다. 세자의 마차는 아민이 함부로 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마차 안. 유소영은 혼자 남게 되자 창가 가림막을 살짝 들춰 밖을 살폈다. 세자와 왕세자가 초왕부 문 한쪽에서 서로 비켜선 채 마주 보고 있었다.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들리지 않았고 입 모양도 보이지 않았지만, 세자가 얼굴에 겸손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있다는 것만은 어렴풋이 보였다. 반면 맞은편의 왕세자는 기분이 좋지 않은 듯 온몸이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었고, 당장이라도 손이 나갈 것 같은 기세였다.대화가 끝나는 것을 본 유소영은 얼른 가림막을 내렸다. 잠시 후 세자가 마차에 올라탔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는 평온한 안색으로 그녀의 맞은편에 자연스럽게 앉았다. “바로 후작부로 돌아가겠소, 아니면 망강루에 들러 무얼 좀 먹겠소?” 유소영은 향설원 주방장의 손맛이 더 마음에 들었다. “후작부로 돌아가요.” 고준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그 뒤로 그는 입을 열지 않았다. 유소영은 그의 온화한 외면 아래 숨겨진 무언의 압박감을 은연중에 느꼈다.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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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세자는 그 말을 끝으로 곧장 침실 안으로 들어갔다. 혼자 남겨진 유소영은 그 자리에 망연자실하게 서서 혼란스러웠다. 그녀는 세자의 의중을 알 수 없었다. ‘허울뿐인 부부가 아니라 진짜 부부의 정을 나눌 생각인가? 국씨 어멈이나 어머님의 눈을 피하기 위한 연극이 아니라, 진짜로?’만약 정말 그렇다면 그녀도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어쨌든 시집을 온 몸이니까.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세자가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진퇴양난에 빠진 유소영은 사실을 확인해야 할지, 말아지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아직 쉬지 않는 거요?” 뒤에서 들려오는 음성이 그녀의 혼란스러운 생각을 깨뜨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세자는 이미 침상 장막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얇은 비단 장막 너머로 남자의 실루엣이 비쳤다. 그는 서두르지 않는 몸짓으로 허리띠를 풀고 겉옷을 벗어 내렸다.유소영은 목구멍에 무언가 걸린 것처럼 숨이 가빠졌다. 이틀 동안 세자는 그녀의 면전에서 옷을 갈아입은 적이 없었다. 늘 그녀가 먼저 침상에 올라 벽을 보고 누우면, 세자가 불을 끄고 나서야 어둠 속에서 옷을 벗고 자리에 누웠었다. 유소영은 멍한 상태였다. 순간, 이성이 그녀에게 속삭였다. ‘우린 부부잖아, 꺼릴 게 뭐가 있어.’ 하지만 그녀는 낯가림이 심하고 부끄러움이 많았다.등불이 꺼지자, 방 안은 즉시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다. 장막 안에서 막 겉옷을 벗으려던 고준형의 동작이 멈췄고, 그의 눈동자도 덩달아 어두워졌다. 그는 입가에 보일 듯 말 듯 한 미소를 띠며 온화하게 말했다. “불을 껐으니 조심해서 걸으시오.”유소영은 어둠 속에서 더듬더듬 침상 장막을 들췄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의 품에 부딪히고 말았다. “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요.” 사과하고는 얼른 옆으로 비키려던 그녀의 귓가로 세자의 맑고 깨끗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사이에 그리 서먹해할 것 없소. 실수로 부딪힌 것뿐만 아니라…”고준형이 갑자기 그녀의 손을 붙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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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유소영은 강지영의 기억 회복을 돕기 위해 침술 치료를 시작했다. 정무를 마친 고준형은 그녀를 데리고 함께 대리경 저택으로 향했다. 이틀간의 요양을 한 덕분에 강지영의 정서는 다소 안정되었고, 당분간 발작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유소영 앞에서 울거나 떼를 쓰지 않고 고분고분 말을 잘 들었다. 병세를 면밀히 살피기 위해 유소영은 매일 이곳을 방문해야 했다.고준형이 말했다. “요 며칠 형부의 공무가 워낙 바빠서…” 유소영이 그의 말을 끊었다. “나랏일이 중요하니 매일 저와 동행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후작부에서 대리경 저택까지는 번화가라 비교적 안전하기도 하고요. 아민과 호위들도 데리고 다니면 됩니다.”고준형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하시오.” 유소영은 미세하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왠지 모르게 요즘은 세자와 함께 있으면 어찌할 바를 몰라 마음이 불편했다. 며칠 밤을 한 침상에서 잔 것 때문에 잡생각이 많아진 것 같았다.*향설원. 두 사람이 함께 식사를 하는 동안 유소영은 침묵을 지켰다. 그때 맞은편에 앉은 이가 입을 열었다. “오늘 밤 야간 심문이 있어, 일이 끝나면 바로 관청에서 묵을 예정이오.” 유소영이 즉시 고개를 들었다. “세자께 무얼 챙겨드려야 할까요?” 부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도리라 생각했다. 예를 들면 갈아입을 옷들을 챙겨주는 것들을.고준형이 담담하게 말했다. “필요 없소. 강 소저 일로 고생이 많은데 일찍 쉬면서 기운 차리시오.” 유소영이 살짝 미소 지었다. “아닙니다, 다 저를 위한 일입니다.”국씨 어멈은 세자가 공무로 외박한다는 소식을 듣고도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유소영의 허리를 안마해 주며 긴장을 풀어주었다. 그 과정에서 음양의 조화에 대한 도리를 끊임없이 읊어대며 유소영에게 명심하라고 당부했다. 국씨 어멈의 손길이 부드러워진 탓인지, 아니면 어젯밤 한숨도 못 잔 탓인지 그녀는 어느새 잠이 들고 말았다.그날 밤, 곁에 아무도 없자 유소영은 비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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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유소영은 문밖에 서 있었다. 안색은 평소처럼 담담했지만, 눈빛은 평소의 미소 띤 모습과는 달리 한없이 처량했다.상처받은 것인가? 그런 것은 아니다.그녀는 군주에게 거문고를 가르칠 뿐, 깊이 교류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하물며 이제 막 계례를 치렀거나 아직 치르지도 않은 어린 소녀들이 하는 말 따위에 마음을 쓸 이유가 없었다.유소영이 군주에게 말했다. “손님이 계시니, 저는 이만 후작부로 돌아가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돌려 떠났다. 아민은 분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저 유소영이 군주의 손에 난 상처를 걱정해 직접 약까지 지어 온 정성이 아까웠다. 아민은 고의로 손을 삐끗해 약병을 바닥에 떨어뜨렸고, 약병은 산산조각이 났다.복양 군주는 멍하니 그 자리에 서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방금 내가 한 말을 세자 부인도 다 들었겠지.’옆에 있던 영애들이 비아냥거렸다. “뭐가 저리 당당합니까! 은혜를 빌미로 보답을 요구해서 겨우 세자에게 시집간 주제에.” “그러게 말입니다! 세자도 진심으로 혼인하고 싶진 않았을 겁니다. 차라리 죽을지언정 장사꾼 딸한테 평생 얽매이고 싶진 않으셨을 겁니다.” “차라리 잘 됐어요. 자기 주제도 모르고 군주에게 들러붙는 일은 없겠네요.”복양 군주는 반박할 말이 수없이 많았지만, 그 말들은 모두 가슴속에 맺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누군가 바닥에 떨어진 약병을 발견하고는 코를 부채질하며 혐오스럽다는 듯 말했다.“냄새 지독한 것 좀 보세요, 대체 뭐예요!” “또 우리한테 팔아먹을 속셈으로 군주에게 먼저 써보라고 가져온 것 아닙니까? 상인 근성은 세자 부인이 돼서도 못 고치나 봅니다.” 그들은 쫑알거리면서 누구 하나 복양 군주의 붉게 부어오른 손가락을 알아차리지도, 걱정하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명도 없었다.*아민이 유소영의 뒤를 바짝 쫓았다. “군주께서 정말 너무하세요!” 유소영이 얕은 미소를 지었다. “틀린 말 한 것도 아닌데 뭐. 나도 듣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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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복양 군주는 유소영의 손을 붙잡은 채, 여느 때와 다름없는 오만한 눈빛을 띠었다. “누가 마음대로 가랍니까! 아직 거문고 연습도 못 했는데!” 복양 군주는 조금 전 상황에 대해 구태여 설명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약병 말인데, 몸종이 어쩜 그리 칠칠치 못한 겁니까? 그걸 깨뜨려서 내 방에 고약한 약초 냄새가 진동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이렇게 뒤쫓아 나온 것 자체가 나름의 호의이자 사과의 표현이었다. 복양 군주의 의도를 알아차린 유소영은 아까 일은 모르는 척 넘어가며 그 영애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방 안. 복양 군주가 유소영의 눈치를 살피며 넌지시 물었다. “아까 세자 부인을 찾으러 나갔을 때 오라버니를 봤습니다. 둘이 무슨 얘기 한 겁니까?” 유소영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온화하게 미소 지었다. “군주의 실력 향상에 관해 물으시며, 엄격하게 가르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군주의 손가락이 부어 오늘은 쉬게 하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정말 제 얘기만 했다고요?” 복양 군주가 유소영을 깊게 쳐다보았다. 그날 오라버니는 분명 유부녀를 좋아하게 된 기색이었다. 평소 남과 교류가 거의 없고 여자는 더더욱 멀리하던 오라버니였다. 그런데 유소영과는 마주칠 때마다 몇 마디라도 나누고 직접 배웅까지 하니, 복양 군주는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소영은 덤덤하게 반응했다.“네. 그 외엔 없었습니다.”옆에 서 있던 아민은 유소영이 중요한 대목을 쏙 빼놓고 말하는 것을 듣고 덩달아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왕세자의 속셈은 누가 봐도 뻔했다. 유소영이 세자에게 시집가지 않았다면 왕세자와 잘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지금은 엄연히 세자 부인이니, 외간 남자와 복잡하게 얽혀서는 안 될 일이었다. 아민은 유소영이 초왕부에서 왕세자에게 시달림을 당할까 봐 몹시 걱정됐다.왕세자는 겉으로는 정의로워 보일지라도 이런 일에 요행을 바랄 수는 없었다. ‘역시 세자께 말씀드려야겠다.’*형부 감옥. 감옥에서는 비명이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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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영향원. 유소영이 도착했을 때, 고준형도 막 도착한 참이었다. 고 부인은 상석에 앉아 줄곧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울분을 꾹 참고 있는 듯한 얼굴이었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그 기운은 더 크게 부풀어 올라 사람을 불안하게 했다.“다들 왔구나. 문 닫아라.” 고 부인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명했다.유소영은 자신과 세자뿐인 상황을 보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또 자식을 보라고 재촉하려는 모양이었다. 세자가 며칠째 후작부로 돌아오지 않고 외박한 것 때문에 고 부인의 불만을 산 것 같았다.유소영은 고준형의 옆자리에 앉았다. 아직 관복 차림인 그의 옷에는 핏방울이 점점이 묻어 있었다. 고준형은 그녀가 들어온 순간부터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으며, 그 모습은 한없이 고요하고 어두워 보였다.문이 닫히자 고 부인은 억눌렀던 분노를 터뜨리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누구 머리에서 나온 것이냐.” 갑작스럽고 뜬금없는 질문에 유소영은 영문을 몰랐다. 그녀는 눈을 들어 고 부인을 보았다가 옆에 앉은 세자를 살폈다. 그녀와 세자가 의문을 표하기도 전에 고 부인의 말이 이어졌다. “약을 먹느라 합방을 할 수 없다고 거짓말한 것, 누구 머리에서 나온 것이냐고 물었다!”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보니 정말 화가 많이 난 듯했다. 유소영은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자기도 모르게 손가락 끝에 힘이 들어갔다. ‘약에 관한 일을… 어머님께서 어떻게 아신 거지?!’ 그녀는 즉시 국씨 어멈을 쳐다보았다.고 부인이 그녀의 시선을 포착했다. “어딜 보는 것이냐? 유소영! 너도 이 일을 진작 알고 있었지!” ‘틀림없다! 설 신의의 제자이니 준형이가 마시는 약이 아이를 갖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것을 진작 알아차렸을 것이다!’ 며느리와 아들이 합세해 자신들을 속인 것으로 생각하니 고 부인은 울화가 치밀었다.고 부인이 막 몰아세우려 할 때, 고준형이 갑자기 일어나, 고 부인에게 정중히 예를 갖췄다. “거짓은 제 입에서 나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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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화

“예.” 고준형이 예를 표했다. 더 이상 반박할 말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눈치였다. 유소영은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세자를 빤히 쳐다보았다. 고 부인이 호통을 쳤다. “무얼 보느냐! 준형이도 이의가 없다는데, 네가 하기 싫다고 할 것이냐?”유소영은 차마 입을 떼기 어려워 겨우 한마디를 쥐어짰다. “저도… 이의 없습니다.”두 사람이 떠난 뒤 고 부인은 짐을 내려놓은 듯 홀가분해졌다. 그녀는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무거운 한숨에 뱉어냈다. “준형이가 우리를 속인 건 차치하더라도,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건 정말 기쁜 소식이구나! 저들을 잘 감시해라. 이번 일만큼은 차질이 생겨선 안 된다.” 국씨 어멈이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예, 마님.”*월하각. 서재. 석심과 아민이 방 밖에서 서로를 마주 보며 서 있었다. 아민이 목소리를 낮춰 따지듯 물었다. “이봐요! 일을 어떻게 하길래 약 찌꺼기 하나 간수 못 한 거예요?” 석심은 아민의 시선을 피하며 바닥만 내려다본 채 작게 중얼거렸다. “누가 알았겠느냐. 누가 약 찌꺼기를 훔쳐 갈 줄 알았겠냐고.” 아민은 한숨을 내쉬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서재를 바라보았다. 문이 닫혀 있어 두 사람이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알 길이 없었다.방 안. “양자를 들이는 건 안 될까요?” 유소영이 물었다. 고준형은 그녀 앞에 서서 평소처럼 차분한 안색으로 답했다. “양자를 들이는 건 내가 남자구실을 못 한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일이오. 이런 상황에서 어머니께서 허락하시겠소?” 유소영이 눈을 내리깔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진작 아이를 들여야 했다는 말이오?” 고준형이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그의 미간에 짙은 기운이 서렸다. “후회할 필요 없소. 설령 부인이 순조롭게 양자를 들였다 해도, 오늘처럼 거짓말이 들통났다면 그 아이는 도로 보내졌을 것이오.”유소영은 고개를 들어 미간을 찌푸린 채 그를 바라보았다. “그럼 우린 이제 어쩌죠?” 고준형의 온화한 시선 속에는 어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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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거울 속에 비친 유소영의 모습은 물 밖으로 갓 나온 요물처럼 비정상적일 정도로 화사하고 아름다웠다. 몸에 걸친 옷이 말도 안 될 정도로 얇은 탓이었다.짙은 붉은색의 옷감은 그녀의 피부를 눈처럼 하얗게 돋보이게 했고, 헐렁하게 열린 앞깃 사이로 원앙이 수놓아진 속적삼과 아찔한 몸매의 곡선이 고스란히 드러났다.촛불이 비치자 얇은 비단 아래로 몸의 형태가 보일 듯 말 듯 어른거렸다.유소영은 이토록 수치스러운 옷을 입어본 적이 없었다.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지 않아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반면 국씨 어멈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워했다. 그녀는 이미 헐렁한 옷깃을 손으로 더 헤쳐서 하얀 살결을 더 많이 드러나게 했다. “경국지색입니다, 잠시 후 세자께서 보시면.” “어멈.” 유소영이 다소 엄한 표정으로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환복해야겠습니다. 전 싫습니다. 세자도 좋아하지 않으실 거예요.”국씨 어멈은 급히 그녀의 손을 가로막았다. “세자 부인! 옷이 아주 예쁩니다. 못 믿겠으면 아민에게 물어보십시오.” 아민은 화살이 자기에게까지 돌아올 줄 몰랐다. 솔직히 처음 봤을 때는 이런 차림을 한 그녀가 낯설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마치 고기를 한 점 먹으면, 한 입 더 먹고 싶어지는 것처럼.아민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려니 나름의 준비가 필요했다. “제 생각에 세자께서는 보통 남자들과 다르셔서 이런 걸 좋아하지 않으실 것 같은데요.”국씨 어멈의 얼굴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세자께서 마님을 속이신 일로 격노하셨습니다. 제가 명을 받들고 온 것도 마님을 안심시켜 드리기 위함이지요. 세자 부인께서 이리 협조하지 않으시면 제가 곤란해지는 건 둘째 치고, 마님께서 계속 염려하실 것입니다. 이것은 도리가 아닙니다. 부부의 속사정까지 제가 감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시겠지요.”뒷말을 다 내뱉지는 않았으나 명백한 위협이었다.유소영은 그 생략된 말이 무엇인지 알았다. 아직 회생할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 일을 거기까지 키우고 싶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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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세자, 세자 부인께서는 이미 준비를 마치셨습니다.” 국씨 어멈이 고준형에게 고개를 숙였다. 고준형은 침상 장막 밖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무겁게 가라앉은 눈빛과는 달리 얼굴은 평온했고, 평소와 다름없는 온화함이 감돌았다. “어멈이 애를 많이 썼구나.”장막 안에서 유소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 애를 썼다는 말속에 불만이 숨겨져 있는 듯했기 때문이다. 국씨 어멈이 아니었다면 약 찌꺼기의 비밀이 탄로 날 일도 없었을 것이다.국씨 어멈은 싱글벙글 웃으며 술 한 잔을 내밀었다. “이것은 나으리께서 아끼시는 인삼주입니다. 마님께서 특별히 사람을 보내 전해 오신 것이니, 어서 드시지요.” 고준형은 담담하게 술잔을 훑었다. 국씨 어멈은 고 부인의 지시를 빌미로 그를 재촉했다. “세자, 시간이 늦었습니다. 어서 이 술을 드시고 일찍 잠자리에 드시지요.” “그래.” 고준형은 술잔을 받아 들고 고개를 살짝 젖혀 단숨에 들이켰다. 그제야 안심한 국씨 어멈은 방을 나가며 문을 닫았다.이제 방 안에는 두 사람뿐이었다. 장막 안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유소영과, 장막 밖에서 평소처럼 침착한 고준형이 있었다. 그가 손을 뻗어 장막을 걷어 올렸다. 기다란 손가락이 구슬 가림막에 닿으며 청아한 소리를 냈으나, 유소영의 귀에는 심장을 때리는 천둥소리처럼 들렸다. “들어오지 마세요…” 유소영이 다급히 막아섰지만, 한발 늦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는 그의 눈에 담긴 경악, 의혹, 낯섦을 분명히 포착했다. 그 눈빛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지만, 오히려 오기를 부리며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치켜들었다. 마치 퇴로 없는 암사자가 영역에 침범한 수사자를 경계하는 것처럼. 음양의 도리에 순응하겠다는 비장함과, 혹시나 하는 저항심이 뒤섞인 모습이었다.다행히 고준형은 곧바로 장막을 내려놓고 뒤로 물러났다. 유소영은 그의 행동에 놀라지 않았다. 그는 본래 예의를 중시하는 군자였기에. 그러나 곧이어 장막 너머로 세자가 옷을 벗는 것이 보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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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방 밖. 국씨 어멈은 창호지에 비친 두 사람의 그림자를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뚫어지게 지켜보았다. 세자의 그림자가 고개를 숙여 세자 부인에게 입을 맞추는 모습이 보였다. 이어서 세자가 부인을 가볍게 안아 들고 장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 직후 방 안의 등불이 꺼졌고, 더는 아무런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국씨 어멈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정도면 일이 성사된 것이다. 하지만 워낙 신중한 성격인 그녀는 자리를 뜨지 않고 문가에 귀를 바짝 댄 채 안쪽의 동정을 세밀하게 살폈다.방 안. 침상 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유소영은 똑바로 누운 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조금 전, 그녀는 세자가 정말로 입을 맞출 줄 알았다. 하지만 입술이 닿기 직전 그의 고개는 옆으로 비껴갔다. 창문에 비친 그림자를 보고서야 그가 상황을 연출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그에 맞춰 묵묵히 협조했다.‘하지만 이렇게 한다고 해서 정말 국씨 어멈을 속일 수 있을까?’ 유소영은 의구심이 들었다.며칠간 겪어본 국씨 어멈은 보통 영악한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시야가 어둠에 적응되자 대략적인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세자가 그녀를 등진 채 머리맡에 앉아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국씨 어멈은… 아직 밖에 있나요?” “그렇소.” 다시 정적이 흘렀다.유소영은 몸에 걸친 겉옷을 한 손으로 여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앞으로의 계획을 물으려던 찰나, 상대방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내가 헤어지고자 한 것은 부인에게 선택권을 주기 위함이었소. 합방도, 진정으로 원치 않는 쪽은 내가 아니라 바로 부인이지.”유소영은 가슴이 철렁했다. ‘이게 무슨 소리야? 합방을 원치 않는 쪽은 분명 세자 본인이면서, 왜 나한테 떠넘기는 거야?’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시집온 이상 저는…” 고준형이 말을 끊었다. “소리를 낼 수 있겠소?”유소영은 멍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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