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 세자 부인께서는 이미 준비를 마치셨습니다.” 국씨 어멈이 고준형에게 고개를 숙였다. 고준형은 침상 장막 밖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무겁게 가라앉은 눈빛과는 달리 얼굴은 평온했고, 평소와 다름없는 온화함이 감돌았다. “어멈이 애를 많이 썼구나.”장막 안에서 유소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 애를 썼다는 말속에 불만이 숨겨져 있는 듯했기 때문이다. 국씨 어멈이 아니었다면 약 찌꺼기의 비밀이 탄로 날 일도 없었을 것이다.국씨 어멈은 싱글벙글 웃으며 술 한 잔을 내밀었다. “이것은 나으리께서 아끼시는 인삼주입니다. 마님께서 특별히 사람을 보내 전해 오신 것이니, 어서 드시지요.” 고준형은 담담하게 술잔을 훑었다. 국씨 어멈은 고 부인의 지시를 빌미로 그를 재촉했다. “세자, 시간이 늦었습니다. 어서 이 술을 드시고 일찍 잠자리에 드시지요.” “그래.” 고준형은 술잔을 받아 들고 고개를 살짝 젖혀 단숨에 들이켰다. 그제야 안심한 국씨 어멈은 방을 나가며 문을 닫았다.이제 방 안에는 두 사람뿐이었다. 장막 안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유소영과, 장막 밖에서 평소처럼 침착한 고준형이 있었다. 그가 손을 뻗어 장막을 걷어 올렸다. 기다란 손가락이 구슬 가림막에 닿으며 청아한 소리를 냈으나, 유소영의 귀에는 심장을 때리는 천둥소리처럼 들렸다. “들어오지 마세요…” 유소영이 다급히 막아섰지만, 한발 늦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는 그의 눈에 담긴 경악, 의혹, 낯섦을 분명히 포착했다. 그 눈빛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지만, 오히려 오기를 부리며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치켜들었다. 마치 퇴로 없는 암사자가 영역에 침범한 수사자를 경계하는 것처럼. 음양의 도리에 순응하겠다는 비장함과, 혹시나 하는 저항심이 뒤섞인 모습이었다.다행히 고준형은 곧바로 장막을 내려놓고 뒤로 물러났다. 유소영은 그의 행동에 놀라지 않았다. 그는 본래 예의를 중시하는 군자였기에. 그러나 곧이어 장막 너머로 세자가 옷을 벗는 것이 보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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