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안, 몽환적인 기운이 짙게 배어나는 가운데 은은한 향기가 맴돌았다.침상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휘장 너머로 간헐적인 낮은 흐느낌이 흘러나왔다.한참이 지나서야 그 움직임이 서서히 잦아들었고, 훤칠한 체구의 그림자 하나가 휘장 밖으로 걸어 나왔다.긴 겉옷을 걸친 고준형의 이마에는 옅은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그는 탁자로 다가가 물 한 잔을 따랐다. 먼저 두어 모금 목을 축인 뒤, 다시 휘장 안으로 들어가 기운 없이 늘어진 가녀린 여인을 부축해 물을 먹여 주었다.유소영은 허겁지겁 물을 들이키다가 하마터면 사레가 들릴 뻔했다.이불을 꽁꽁 싸맨 그녀는 칠흑 같은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리고 있었고, 입술은 연지를 바르지 않았음에도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온몸에서 금방이라도 물방울이 뚝뚝 떨어질 듯 농염하고 아리따운 자태가 극에 달해 있었으나, 눈빛만은 초점이 흐려져 있었다.그 모습을 본 고준형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그렇게 많은 말을 쏟아냈으니 목이 마를 만도 했다.물을 다 먹인 고준형이 의미심장한 투로 물었다. “더 필요하오?”유소영은 텅 빈 찻잔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사내는 침상 머리맡에 찻잔을 내려놓더니, 다시 그녀의 몸을 짓눌렀다.그녀가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이걸 원한 게 아니에요…… 아닙니다!”또 얼마나 지났을까, 폭풍 같던 정사가 잦아들 무렵엔 어느덧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유소영은 노곤하고 졸린 기색으로 이미 지쳐 잠들어 있었다.고준형은 침상 옆에 앉아 옷을 주워 입고는 평소의 그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 되돌아갔다.단지 수려한 그 얼굴에 한껏 만족한 듯한 나른함이 감돌았고, 눈꼬리가 옅게 붉어져 있을 뿐이었다.그는 긴 손가락으로 유소영의 얼굴을 쓸어내리다가, 참지 못하고 살짝 꼬집었다.그 모습이 너무도 여리고 매혹적이라, 손끝이 닿기만 해도 녹아내릴 듯 보드라웠다.깊은 잠에 빠진 유소영이 미간을 찌푸리자, 고준형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눈가에 다정함이 가득 번졌다.“안고 가서 씻겨 주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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