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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부군의 형님: Chapter 281 - Chapter 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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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1화

유소영의 호흡은 얕고 느려졌다. 한 침상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기에, 옆에 누운 사람이 아민이라고 생각하면 아무렇지 않은 줄 알았다.하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이렇게 커다란 사내가 옆에 누워있는데, 도저히 무시할 수도, 다른 사람으로 상상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온몸이 뻣뻣하게 굳은 그녀는 남자를 등지고 옆으로 누워 옴짝달싹하지 않았다.잠든 척이라도 해야 이 어색함이 가실 것 같았다. 하지만 옆에서 들리는 작은 기척에 그녀의 심장은 덜컥 내려앉았고 간이 콩알만 해졌다. 세자의 인품을 못 믿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본능적으로 긴장하는 것이다.‘만약에… 본능을 참지 못한다면?’ 자기에게 닥친 상황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던 다짐들은 모두 탁상공론이 되어버렸다. 세자와 일을 치르기 위해서는, 아직 준비할 시간이 더 필요했다. 예전 영운관에서 함께 지낼 때도 이토록 초조하지 않았다.한 자세를 너무 오래 유지한 탓에 유소영은 반쪽 어깨가 저리고 아팠다. 참다못한 그녀는 자는 척 슬그머니 몸을 돌려 똑바로 누웠다. 천장을 바라보며 눕자, 그제야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잠은 오지 않았다. ‘나만 예민하고 의심이 많은 건가? 세자는 어쩜 저렇게 깊이 잠드신 거지?’긴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오직 그녀뿐이었다. 유소영은 소리 없이 한숨을 내뱉었다.*다음 날. 방 안으로 햇살이 비칠 때쯤, 유소영은 졸음이 가득한 눈을 비비며 깨어났다. 옆을 보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휙! 갑자기 휘장이 걷히더니 국씨 어멈의 엄한 얼굴로 나타났다. “세자 부인, 세자께서는 동트기도 전에 형부 관서로 가셨는데, 어찌 세자의 의복을 챙기지도 않고, 세면 수발도 들지 않으셨습니까?”가문의 규율에 따라 부인은 부군보다 일찍 일어나 외출 준비를 도와야 했다.그동안 세자와 떨어져 지냈던 유소영은 이런 습관이 없었다. 국씨 어멈도 그 사실을 알기에 호되게 꾸짖지는 않고 그저 주의만 준 것이다.“내일부터는 좀 더 일찍 일어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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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오후, 팔음아사. 상서 부인이 직접 유소영을 맞이하며 곁에 앉혔다. “세자 부인, 초대장을 급하게 보낸 것은 다름이 아니라 황제의 생신 연회에서 연주할 곡을 준비 중인데, 거문고에 문제가 생겨서요. 지난번 세자 부인이 가져왔던 그 악기가 아주 적합할 것 같습니다.” 유소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팔음아사에서 필요하시다면 내일 당장 사람을 시켜 보내드리겠습니다.” 상서 부인이 미소 지었다. “번거롭게 해서 송구합니다.”자리에 있던 류아연이 힐끗 보더니 난데없이 콧방귀를 뀌며 비웃었다. 팔음아사의 부인들이 연주곡을 준비하느라 바빴지만, 유소영은 참여하지 않았기에 더 머물 이유가 없었다. 그녀가 낙연실을 나서자마자 뒤에서 누군가 불렀다. 뒤를 돌아보니 류아연이었다. 그녀는 요염한 자태로, 특히 여인들의 부러움을 사는 풍만한 몸매를 뽐내며 귀비선을 천천히 흔들고 있었다. “세자 부인, 나를 사모라고 불렀던 정을 생각해서 충고하는데, 그 거문고는 빌려주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유소영은 내부에 문제가 있음을 직감하고 정중히 물었다. “사모님, 가르침을 주십시오.” 류아연은 그 호칭이 마음에 들었는지 부채로 입술을 가리며 웃었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지만, 악필은 붓만 탓하는 법입니다.” 류아연은 이 말만 남기고 허리를 흔들며 가버렸다. 유소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즉시 아민에게 알아보라고 시켰다.얼마 지나지 않아 아민이 돌아왔다. “아씨, 아씨의 거문고를 빌려 가려는 사람은 박 낭중의 부인이랍니다. 그런데 거문고 실력이 형편없기로 유명하대요. 연회에서 실수할 것 같으니, 악기 탓을 하려는 모양입니다!” 유소영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랬구나.’아민은 이해가 가지 않는 얼굴로 물었다. “그 부인께서는 실력이 안 되면 다른 사람으로 바꾸면 될 것을, 왜 이리 번거롭게 구는 걸까요?”유소영이 설명했다. “낭중은 대인이 아니라 관직명이란다. 오 품에 불과하지만, 폐하를 곁에서 모시는 시종관으로 폐하의 안전을 책임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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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어린아이 같았던 복양 군주는 호불호가 분명했다. 유소영이 거문고로 “장생선” 한 곡을 다 연주하자, 그녀는 즉시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유소영의 실력을 직접 마주하고 나서야, 복양 군주는 그녀가 실력자임을 믿게 되었고, 또한 팔음아사의 사람들처럼 무조건 비위를 맞추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진실을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내심 기뻐했다.“세자 부인의 안목이 이토록 높을 줄이야, 그 거문고를 제게 빌려줄 수 있겠습니까?”유소영이 미소를 지었다. “물론입니다. 돌아가는 대로 사람을 시켜 왕부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아민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낭중 부인보다 먼저 군주에게 거문고를 빌려주게 됐기 때문이다. 늘 핑계만 대던 낭중 부인에 비하면 복양 군주가 훨씬 나았다.복양 군주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빌려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해보시지요.” 유소영이 부드럽게 대답했다. “아닙니다. 세자와 왕세자께서는 동문수학한 사이이니, 군주께서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제가 돕는 것이 당연합니다.” 복양 군주는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평소 그녀에게 잘 보이려는 사람이 많았기에 무언가를 받는 것이 익숙했다. 또한, 고 세자와 그녀의 오라버니가 실제로 각별한 사이인 것도 사실이다. 예전 강씨 가문의 사건만 아니었더라면…“세자를 뵙습니다.” 몸종들의 인사 소리에 정자 안 두 사람의 대화가 끊겼다. 유소영이 고개를 돌렸고, 정자 밖에 서 있는 고준형과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빛은 봄바람처럼 따스했다. 그녀가 놀라서 물었다. “세자?” ‘어째서 팔음아사에 계시지?’ 고준형이 말했다. “지나가는 길에 부인을 데리러 왔소.” 유소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군요.”그러자 복양 군주가 다급히 유소영의 팔을 붙잡았다. “잠깐만요! 이왕 도와주는 김 끝까지 도와주세요. 세자 부인이 거문고를 가르쳐주면 안 되겠습니까?”전혀 예상치 못한 요청이었다.복양 군주의 눈빛이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고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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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대리경 저택. 곁채에서 유소영이 정신을 차린 강지영의 맥을 짚으며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침상 곁에 서 있던 몸종 부용의 얼굴에는 기쁨과 걱정이 교차했다. “세자 부인, 저희 아씨는 좀 어떠세요?”유소영은 차분한 표정으로 답했다. “깨어났으니 됐다. 남은 건 체내의 남은 독기를 제거하는 일뿐이니, 매일 제때 약을 복용하기만 하면 된다.” 부용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크게 안도했다. “다행이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세자 부인!”강지영은 기운이 없는지 초점 없는 눈으로 유소영을 바라보았다. “준형 오라버니는요? 너무 무서워요… 집에 가고 싶어요.” 머리에 입은 중상에 이번 독약의 영향까지 더해져 기억이 더욱 혼란스러워진 강지영은 자신에게 돌아갈 집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낯선 환경에서 자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정서가 불안해진 그녀는 쉽게 흥분했다. “아! 집에 가겠다! 보내줘, 집에 보내달란 말이다!”부용은 강지영이 또다시 발작하며 미쳐버릴까 봐 겁에 질렸다. “세자 부인, 이건…” 유소영은 단호하게 침을 놓았다. 그 침들은 강지영을 위해 미리 준비한 것으로, 마음을 진정시키는 약물이 발라져 있었다. 몇 차례 침을 놓자, 강지영은 금세 진정되었다.부용은 흥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세자 부인, 아씨는 괜찮은 건가요?” 유소영은 평온하게 침을 거두며 부용에게 지시했다. “먼저 가서 약을 달이거라. 여기는 나와 아민이 지키고 있겠다.” 부용이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강지영은 기력이 없는 와중에도 유소영의 손을 붙잡고 애원했다. “집에 가고 싶어요, 집에 가고 싶어요.” 유소영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강 태부 배후의 인물이 누구든, 그가 대리 시험 부정 사건에 가담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녀가 강지영을 구하는 것은 오직 사건의 진실을 조사해 어둠 속에 숨은 주모자를 끌어내기 위해서였다.*밖에서 기다리던 고준형은 유소영이 나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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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고준형의 이야기를 들은 후에야 유소영은 내막을 알게 되었다. 강지영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장부를 넘겨준다는 핑계를 대고 암살을 시도했던 것이다. 하지만 암살은 실패했고, 그녀 자신도 상처를 입어 기억을 잃고 말았다. 장부 역시 고준형의 손에 들어오지 못했다.“그럼, 강 소저에게도 장부가 없었나요?” 유소영이 걱정스레 물었다. “당시 몸수색은 안 해보셨고요?” 고준형이 무거운 목소리로 답했다. “장부를 어딘가에 숨겨두었을 것이오. 이제 그녀가 모든 것을 기억해 내야만 장부의 행방을 알 수 있소.”유소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당시 강지영의 선택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강지영은 세자가 아버지가 살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을 짓밟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세자가 배후의 인물과 한패이며 아버지를 함정에 빠뜨린 뒤 입막음을 하려 한다고 의심했을 것이고, 설령 장부를 넘겨 아버지의 결백을 밝힌다 한들 그녀의 아버지는 이미 죽은 사람이었고, 진실이 밝혀진들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강지영은 세자가 목숨으로 죄를 갚길 바랐을 것이다.과거의 일에 대해 고준형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마차 안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오늘 밤…” “강 소저가…” 두 사람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가, 동시에 말을 멈췄다. 고준형이 부드럽게 말했다. “부인이 먼저 말하시오.”“강 소저가 당시에 그 장부를 보았을지 생각 중이었어요. 만약 보았다면, 누가 강 태부 배후의 주모자인지 진작 알고 있지 않았을까요?” 고준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가능성이 있지.” 유소영은 조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생겼다. “주모자에게 복수하는 게 먼저였을 텐데, 어찌하여 공을 들여 세자를 암살하려 했을까요? 강 소저가 장부를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정말 장부를 손에 넣었다면 호기심을 억누르고 들춰보지 않을 수가 있었을까요?”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진범이 누구인지 궁금해서라도 당장 확인했을 것인데.’고준형은 그녀의 숨은 뜻을 알아차렸다.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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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향설원.아민은 방 안에서 유소영과 민심자가 나누는 대화를 누군가 들을까 봐 경계하며 문밖을 지키고 있었다.방 안에서는 민심자가 목소리를 낮추고 있었지만, 그 속에 담긴 지독한 이기심과 강압적인 태도는 숨길 수 없었다. “내 아버지는 유씨 가문 때문에 돌아가셨다. 그런데 그냥 이렇게 입을 씻겠다고? 유소영, 너희 집사람들은 다 이렇게 양심이 없는 것이냐?”유소영이 되물었다. “원하는 게 뭡니까?” “간단하다. 나와 경쟁해서는 안 된다. 아들을 낳아서도 안 되고! 그리고 유씨 가문의 재산, 절반은 내게 내놓아야 할 것이다!”민심자는 이런 요구를 하면서도 전혀 과하게 여기지 않았다. 모두 자기가 당연히 받아야 할 몫이라 여겼다. 방금 목욕을 마친 유소영은 머리카락이 반쯤 마른 상태였다. 젖은 검은 머리카락은 그녀의 붉은 입술과 묘하게 어우러져, 물에서 막 나온 요녀처럼 사람을 매혹하는 분위기를 풍겼다. 그녀가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띠었다.“부인, 제가 잘못 들은 건 아니죠? 원하는 게… 너무 많지 않나요?” 민심자가 음산하게 그녀를 노려보았다. “시치미 떼지 마. 나랑 끝까지 해보겠다는 것이냐!”유소영은 시선을 돌리며 차분히 말을 이었다. “부인께서 말하는 경쟁이라는 거, 마땅히 제 몫인 것들이에요. 예를 들어 이 후작부의 미래 안주인 자리 같은 것 말이죠. 전 그걸 부인에게 양보하겠다고 말한 적 없어요. 아이 역시 부인만 낳으라는 법은 없죠.” 유소영이 잠시 멈췄다가 덧붙였다. “하지만 지금 당장 아이를 가질 계획이 없다는 건 사실이에요.”민심자의 얼굴에 분노가 서렸다. 유소영이 말을 계속했다. “그리고 당시의 일은 제가 조사 중입니다. 만약 부인 말이 사실이라면, 저희는 민 대인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그가 못다 이룬 유지를 받들 거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유씨 가문이 부인의 무리한 요구를 다 들어주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녀는 더욱 직설적으로 말했다.“솔직히 말씀드리죠. 만약 저희가 돈으로 그 은혜를 갚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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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유소영은 호흡이 살짝 가빠졌다. “말하지 않아도 될까요?” “후작부의 명예와 이익을 해치는 일이 아니라면, 내게 알리지 않아도 좋소.” 고준형은 그녀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마치 그녀의 속을 꿰뚫어 보는 눈빛이었다. 유소영이 미간을 찌푸렸다. ‘제발 그런 눈으로 심문하지 말아 줄래요? 내가 무슨 형부의 죄수도 아니고.’ 고준형은 더 이상 캐묻지 않고 몸을 돌리며 당부했다. “머리 잘 말리시오. 감기 걸리지 않게.”*난향원.고장훈은 비로소 무거운 짐을 벗은 듯했다. 드디어 돈을 빌려 영씨 가문과 혼례 날짜를 십이월 초닷새로 확정 지었다. 임유정은 겉으로는 그를 위해 기뻐하는 척했지만, 속마음은 복잡 미묘했다. 그녀는 고장훈에게 술을 한 잔 따르며 진수가 자기 대신 고장훈과 잠자리를 갖게 하려 했다. 하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던 고장훈은 그녀가 건네는 술을 거절했다. “오늘 밤은 서재에서 자겠소.” “부군!” 임유정이 급히 일어났지만, 그를 붙잡지는 못했다. 그녀의 눈동자에 독기 어린 원망이 서렸다. 그녀는 몸을 돌려 진수의 머리에 뺨을 후려쳤다. “쓸모없는 것! 나무토막처럼 멍하니 서 있기만 하고, 장군을 모시고 환심이라도 사야지!” 현재 후작부 내에서 그녀의 입지는 위태로웠고, 임 재상은 군량미 사건으로 위기에 처해 이번 고비를 넘길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진수는 손톱만큼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부인, 노여움을 푸십시오. 무능한 제 탓입니다!” 진수는 매를 맞고도 묵묵히 견딜 뿐 불평하지 않았다.서재.고장훈은 다가오는 혼례 날짜를 가늠하며 속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그는 과거의 자신을 원망했다. ‘내가 그렇게 욕심을 부리지만 않았어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 하지만 않았어도, 소영이와 헤어지고 형님에게 시집가는 일은 없었을 텐데. 소영이가 처음부터 좋아했던 사람은 나, 고장훈인데.자신이 그녀를 매번 실망하게 했기 때문에 그녀가 떠난 것이었다. 지금 그는 염원하던 어린 시절의 정인을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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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이미… 봤다고? 이걸 어떻게 받아쳐야 한단 말인가! 설마 이 화제를 이어가며 내용에 대해 토론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유소영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고준형이 직설적으로 말했다. “예전에 형부에 있을 때 그런 서적을 파는 점포들을 꽤 많이 단속했었소. 음양의 조화를 가르치는 도리야 나무랄 데 없으나, 지나치면 저속한 법이지. 그래서 국씨 어멈이 준 책자들도 먼저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한 뒤에 부인에게 보내게 한 것이오. 그러니 안심하고 봐도 되오.”유소영은 입만 벙긋거렸다. ‘이 사람이 지금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는 거야?’ “전… 볼 생각 없어요.” 유소영이 뻣뻣하게 해명했다. 고준형은 그녀가 부끄러워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칠정육욕은 인간의 본성이오. 대를 잇는 것 또한 이 도리가 필요한 법이고…” “졸립니다!”유소영은 참다못해 말을 끊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그 뒤로 고준형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그의 눈동자는 더욱 깊어졌고, 그는 몸을 돌려 유소영을 등진 채 옆으로 누웠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잠은 오지 않았다. 어젯밤에는 잠을 못 자도 잡념은 없었으나, 오늘 밤은…다음 날, 형부 관서. 고준형은 진한 차를 연거푸 마셨으나 졸음이 가시지 않았다. 석심이 걱정하며 물었다. “세자, 괜찮으십니까?” “괜찮다. 차 한 주전자 더 우려 오거라. 찻잎은 많이 넣고.”“예.” 고준형은 또 밤을 지새웠지만, 유소영은 아주 잘 잤다. 아마 어젯밤에 머리까지 싸매고 잔 덕분인 듯했다. 오늘은 팔음아사에 가는 날이라 그녀는 일찍부터 서둘렀다.아사 안. 상서 부인이 유소영의 거문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유소영은 미안한 기색으로 답했다. “공교롭게도 제 거문고를… 어제 복양 군주께서 마음에 들어 하셔서 초왕부로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럼 저는 어떡하죠?” 거문고가 필요했던 낭중 부인이 즉시 불만을 터뜨렸다. “세자 부인, 어제 분명히 빌려주시기로 약속하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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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후작부로 돌아가는 길, 마차 뒤편에 앉은 석심은 왠지 모를 한기를 느꼈다. 그는 세자가 세자 부인 일로 기분이 좋지 않다고 여겼다.‘세자께서 세자 부인의 안위가 걱정되어 직접 데리러 오셨는데, 부인께서는 정작 아무렇지 않게 초왕부 사람들을 따라가 버렸으니, 누구라도 기분이 좋지 않지. 하지만 세자 부인의 잘못도 아닌걸. 세자께서 데리러 오실 줄 꿈에도 모르셨을 테니까.’석심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갑자기 길가에서 한 여인이 튀어나왔다. 깜짝 놀란 석심이 즉시 마차를 멈추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눈을 어디에다 두고 다니는 거야!” 가까이서 보니 마차를 가로막은 것은 어떤 부인이었다. 그녀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처절하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세자! 고 세자! 우리 대감은 억울합니다! 제발 자비를 베풀어 그이를 놓아주십시오! 형부의 혹독한 고문은 거짓 자백을 받아내려는 것 아닙니까! 우리 대감은 청렴한 관리라 군량미를 탐낼 분이 아닙니다. 절대 그럴 리 없단 말입니다!”석심이 고삐를 꽉 쥐고 세자께 처리를 여쭈려던 찰나, 마차 안에서 거역할 수 없는 청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후작부로 돌아가자.” “예!” 석심은 마차를 몰아 그 부인을 비켜 지나가자, 그 여인은 즉시 뒤에서 일어나 쫓아왔다. “세자!”마차 안의 고준형의 눈빛은 차가웠다. 연민이나 동정심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요 며칠 형부에 잡혀 온 이들 중 처음부터 억울하다고 하지 않은 이는 없었다.청렴한지 아닌지는 입으로 증명하는 것이 아니다.*초왕부. 복양 군주는 몸종에게 다과를 준비시키고 유소영과 대화를 나누었다. “부왕과 모비께서 혼처를 알아보려 하시는데, 전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에게 시집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폐하의 생신 연회에서 폐하를 기쁘게 해드리고, 제 혼사는 제가 직접 결정할 수 있게 허락해달라고 청할 것입니다.” ㅕ유소영은 그녀에게 이런 목적이 있을 줄은 몰랐다. “마음에 둔 남자가 있으신가요?” 유소영의 물음에 복양 군주가 의미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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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초왕부. 유소영의 몸은 이곳에 있었으나 마음은 강지영에게 가 있었다. 언제쯤 그녀가 기억을 되찾아 강 태부 배후의 인물을 밝혀낼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다. 현재로서는 임 재상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였지만, 워낙 신중한 인물이라 형부에서도 손을 쓰지 못하는 것 같았다.징! 복양 군주의 거문고 소리가 갑자기 멎었다. 그녀는 유소영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거문고는 참 좋은데, 연주는 잘되지 않네요!” 어린 군주는 좌절한 듯 눈을 내리깔았다. “장생선” 같은 곡은 그녀에게 확실히 너무 어려웠다. 게다가 남은 시간도 촉박해 완벽히 배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유소영은 악보를 훑어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군주께서 저를 믿어주신다면, 이 곡을 완성하실 수 있도록 제가 돕겠습니다.” 복양 군주는 그녀의 호언장담에 처음에는 못 믿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소영 거문고 연주를 잘하는 것과 남을 가르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도는 해볼 일이었다. 이미 스승을 세 명이나 내쫓아 더 부를 사람도 없었고, 유소영에게 그런 능력이 있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그때 몸종이 식함을 들고 들어왔다. “군주, 세자 부인. 왕세자께서 다과를 보내셨습니다.” 복양 군주의 눈이 반짝였다. “이건 천하제일 다과점의 다과잖아! 오라버니가 웬일로 친절을 다 베푸는 거지?” 몸종이 답했다. “왕세자께서 군주의 거문고 연습이 고될까 염려하시어, 일과 휴식을 적절히 병행하라고 특별히 당부하셨습니다.” 복양 군주가 입을 삐죽였다. “알았어, 알았어! 잔소리만 하는구나.”유소영은 그 다과를 보자 내심 군주가 부러웠다. 군주에게는 그녀를 아껴주는 오라버니가 있지만, 그녀의 오라버니는 더 이상…한 시진 후. 유소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작별을 고했다.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 내일 다시 올게요.” 가르침을 받는 것에 재미를 붙인 복양 군주는 보기 드물게 유소영을 마당 밖까지 배웅해 주었다.마당을 나선 뒤 아민이 걱정스레 입을 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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