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형이 차를 따르며 입을 열었다. “의심을 하지는 않았소?”조담은 그가 건넨 찻잔을 받아 들었다.“아마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오. 대리경 저택에 경비가 삼엄하다 핑계를 댔으니, 오늘 밤 자시에 다시 잠입해 데리고 나올 참이오.”말을 마친 그가 유소영에게 시선을 돌렸다.“세자 부인은 어찌 이곳에 계시오?”유소영이 차분히 설명했다. “강 소저가 이제 막 기억을 되찾았습니다. 뇌의 어혈이 완전히 풀리지 않아 혹시라도 무슨 변고라도 생길까 염려되어 왔지요. 조 대인, 혹 강 소저에게 장부를 어디에 숨겼는지 물어보셨습니까?”“물어보았소.”조담은 찻잔을 내려놓더니 고준형을 깊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지영이가 말하길, 두 사람이 처음 밀회를 즐겼던 장소라 하더군.”유소영은 다소 의아한 기색으로 고준형을 돌아보았다.고준형은 시종일관 태연했다.“난 강 소저와 선을 넘는 짓 따위 한 적 없으니, 조 대인은 날 떠보려 하지 마시오.”조담의 입꼬리가 살짝 비틀렸다. 명백한 실망의 기색이었다.“설령 진짜 밀회는 아니었다 해도, 두 사람은…….”“조 대인, 본론만 말씀하시지요.”유소영이 참지 못하고 말을 끊었다.세자와 강 소저 사이에 개인적인 감정이 없었다지만, 설사 있었다 한들 그들의 과거지사나 애틋한 감정 따위는 알 바 아니었다. 관심도 없거니와 듣고 싶지도 않았다.오로지 장부의 행방을 빨리 알아내고 그 장부에 연루된 자들, 특히 강회산의 배후에 있는 주모자가 누구인지 밝혀내고 싶을 뿐이었다.조담과 고준형이 동시에 그녀를 쳐다보았다. 방금 말을 끊은 것이 무례했다는 듯한 눈빛이었다.이내 조담이 화제를 돌렸다.“음, 그럼 본론을 이야기하지.”“지영의 말로는 장부를 외조부 댁에 숨겼다고 하오.”고준형은 유소영의 찻잔에 차를 채워주며 입을 열었다.“주씨 가문 말이오? 일전에 사람을 보낸 적이 있는데 장부는 찾지 못했소.”“주씨 가문에 밀실이 하나 있다더군.”조담이 다시 유소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이 모비의 생신이라 급히 돌아가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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