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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부군의 형님: Chapter 401 - Chapter 410

413 Chapters

제401화

황궁.황제의 표정이 서늘하게 굳어 있었다.“고작 이것 하나만 믿고 예부 전체를 조사하겠다는 것이냐?”예부는 과거 시험을 관장하는 곳이다.과거 시험에서 부정행위가 발생한다면, 예부 또한 그 책임을 피할 수 없을 터였다.그러나 황제는 믿고 싶지 않았다. 거듭 신신당부했음에도 불구하고, 감히 위험을 무릅쓰고 과거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자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게다가 군량 횡령 사건이 막 마무리된 시점이라 조정의 문무백관들도 아직 안정을 찾지 못한 상태였다.자칫하면 민심이 동요하고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을까 저어되었다.더욱이 고준형이 올린 증거는 아직 결정적이지 않았다.그렇다고 조사를 하지 않고 덮어두자니...... 만약 사실이라면 그 또한 큰일이었다.황제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준형에게 명했다.“이 일은 드러내 놓고 조사할 만한 것이 아니야.”“각지의 향시가 코앞인데 이번 일로 파장이 일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클 것이야.”“자네가 먼저 은밀히 조사하게. 적어도 더 확실한 증거를 가져와야 의심가는 관원들에 대해 형부에서 정식으로 수사에 착수하도록 할 수 있어.”그것은 대국적인 차원에서의 판단이었다.고준형이 공손히 허리를 숙여 예를 표했다.“예, 명심하겠습니다.”탁자 위에 놓인 책론을 바라보는 황제의 눈에 날카로운 빛이 서렸다.“그 당시 이 사건의 죄인은 어디에 있느냐? 잡아들여서 심문해라.”고준형이 답했다. “그자는 이미 죽었습니다.”황제의 표정이 무심해졌다.“죽었다니...... 그럼 죽은 자는 말이 없겠구나.”“고준형, 자네가 이 사건을 다시 조사하려는 것이 자네의 은사인 강회산 때문인가?”설마 조담처럼 강회산이 결백하며 누명을 썼다고 믿는 것인가?고준형이 공손하게 대답했다.“신은 그저 제 본분을 다할 뿐입니다.”황제는 흡족한 눈빛을 보냈다. “좋다! 짐은 자네를 믿고 맡기겠네.”어전 서재 밖.고준형이 밖으로 나오자마자 이황자와 마주쳤다.“고 대인.”이황자가 먼저 아는 체를 하며 걱정스런 얼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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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화

강지영은 조담의 별원을 빠져나왔다.그녀는 이제 깨달았다. 고준형이든 조담이든 그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다는 사실을......그들에게 의지해서야 아버지의 억울함을 언제쯤 풀 수 있겠는가?육황자가 자신에게 푹 빠져 있다면, 이를 이용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그리하여 강지영은 제 발로 육황자부를 찾아갔다.살아 있는 강지영을 마주한 육황자는 몹시 놀란 기색이었다.“죽지 않았어? 정말로 죽지 않았단 말이냐?”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다가와 강지영의 얼굴을 만지려 했다.강지영은 차가운 얼굴로 뒤로 물러섰다.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그녀의 모습은 오히려 더욱 애가 타게 만들었다.육황자가 음산하게 웃었다.“지영아, 네가 죽지 않았다니! 정말 다행이구나.”강지영의 안색은 초췌했으나, 빼어난 미모는 가려지지 않았다.그녀는 공손히 예를 갖추었다.“소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으나 황자 전하께 폐를 끼쳤음을 알기에 이리 사죄드리러 왔습니다.”육황자는 그 일을 떠올리자 울화가 치밀었다.그는 음울한 눈빛으로 강지영을 노려보았다.“그래, 마땅히 사죄해야지!”“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근신해야 했는지 아느냐! 말해 보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강지영의 표정은 평온했다.“전하, 제가 전하의 입장이라면 이런 사소한 일에 연연하지 않을 것입니다…….”육황자는 참지 못하고 말을 끊었다.“사소한 일? 그럼 무엇이 큰 일이란 말이냐! 너와 내가 첫날밤을 치르는 것이야말로 큰 일이 아니더냐?”그는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강지영은 다시금 몸을 피하며 굳건한 표정으로 맞섰다.“이황자 전하께서 형부상서직을 맡게 될 것이라 들었습니다. 하오나 전하께서는 여태 아무런 공적도 없으시지요. 진정 평생토록 남에게 짓눌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사실 생각입니까?”육황자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오늘 여기엔 대체 무슨 꿍꿍이로 온 게냐! 감히 나를 가르치려 들다니!”강지영은 망설임 없이 허리띠를 풀었다. 옷자락이 스르르 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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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3화

고준형이 입궁했다 돌아와 관서에 들어서니, 조담이 마치 문을 지키는 호위처럼 복도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지영이에게 일이 생겼소.”조담은 강지영의 서신을 그에게 건넸다. “직접 보시오.”고준형은 빠르게 훑어보았으나, 얼굴에는 아무런 동요도 일지 않았다.“그녀의 선택이오.”“서신에도 쓰여 있지 않나, 찾지 말라고.”조담의 안색이 차갑게 가라앉았다.“그래서? 그냥 방관하자는 거요? 잘못된 선택을 하는 걸 지켜만 보면서 육황자에게……”고준형의 반응은 덤덤했다.“우린 그녀의 가족이 아니니 그녀의 일에 간섭할 자격이 없소. 게다가 그녀는 아무런 계획도 없는 여인이 아니잖소.”말을 마친 그는 서신을 조담에게 돌려주고는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조담은 몸을 돌려 그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자네가 몰아붙인 거요! 분명 은사의 사건을 조사하고 있으면서, 어찌 그녀에게 똑바로 말해주지 않은 거요! 일말의 희망이라도 주어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게 했다면 육황자에게 의지하지 않았을 게 아닌가!”“어째서 만나려 하지 않는 거요? 자네가 고개만 숙이면 그녀가 용서할 거란 걸 뻔히 알면서, 도대체 왜……”고준형의 어조는 담담했다.“잘 알기에 만날 수 없는 거요.”사람은 절망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 발버둥 치고, 남은 생을 그 지푸라기에 기탁하게 되는 법이다.그는 강지영에게 그런 착각과 희망을 줄 수 없었다.남녀 사이의 정이란 끊으려 해도 끊어지지 않고 정리하려 해도 헝클어지는 법이니, 그는 더 이상 얽히고설키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애초에 그에게는 강지영에 대한 책임이 없었다.조담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서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는 고준형을 바라보았다.방 안.유소영은 두 사람의 대화를 모두 듣고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그 일에 관심이 없었다.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그 화리서 생각뿐이었다.세자는 정말 자신과 조담을 이어주려는 것인가?그리고 오라버니의 사건은 어찌 되었을까.“아직 돌아가지 않았소?”고준형은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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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화

형부.석심은 세자가 딴생각에 잠겨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세자, 강 소저가 걱정되십니까?”그는 세자를 오랫동안 모셔 왔기에 나으리나 마님보다도 세자의 성정을 더 잘 알고 있었다.세자는 겉으로는 강 소저의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도 매번 도움의 손길을 내밀곤 했다.어쨌든 은사의 유족이니 세자가 죽게 내버려 둘 리 없었다.그러나 강 소저도 참 딱했다. 제 발로 그물에 걸려들어 세자와 조 대인 양쪽 모두를 골치 아프게 만들다니.고준형은 부인하지 않았다.자신의 능력 범위 안에서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마땅히 도울 것이다.그러나 강지영은 지금 집착에 사로잡혀 있어 그로서도 되돌릴 방법이 없었다.그가 나선다면 오히려 역효과만 날 뿐이었다.어쨌든 강지영이 육황자를 찾아간 것은 은사의 사건 때문이니, 그녀는 자신이 방해한다고 여길 것이다.게다가 그가 아는 강지영은 결코 연약한 꽃이 아니었다.과연 한 시진 뒤, 파견했던 호위가 돌아와 보고했다.“세자, 강 소저는 무사합니다. 몸종 신분으로 육황자부에 머물게 되었습니다.”고준형은 고개를 돌려 석심에게 지시했다.“사람을 붙여 목숨에 지장이 없도록 해라.”“예!”……후작부.월하각.저녁 수라상 앞에서 유소영은 거의 젓가락을 들지 않았다.고준형이 물었다.“입에 맞지 않소?”유소영이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세자께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고준형도 따라 수저를 내려놓았다.“물어보시오.”“오늘 조 대인께서 제게 말씀하시길, 세자께서 저와 그분을 이어주겠다며 화리서까지 써주셨다고 하더군요.”말하는 동안 유소영은 식탁 맞은편의 남자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표정 변화를 살폈다.고준형의 미간에 서늘한 기색이 스쳤으나, 그건 아주 찰나였다.그는 온화하게 웃었다.“그 일 때문에 식사를 못 하는 게요?”유소영이 눈썹을 찌푸렸다.“해명하지 않으실 겁니까? 어찌 그런 생각을 하셨습니까? 터무니없는 일 아닙니까?”특히나 지금 저토록 태연한 모습을 보니, 그가 이 일을 대수롭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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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화

고준형은 스스로 일을 타당하게 처리했다고 여겼다.그저 거짓으로 돕는 척하여 조담이 스스로 물러나게 하고, 감히 유소영에게 다시는 집적거리지 못하게 만든 것이었다.그러나 유소영은 여전히 불만인 듯했다.무엇이 불만인 걸까?숨긴 것 때문인가?“이번 일에 악의는 없었소.”그가 힘주어 해명했다.유소영은 희미하게 미소 지었으나, 원망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압니다.”“안다면 어찌 이리 멋대로 거처를 옮기려 하는 거요?”유소영은 겉보기엔 온화하고 어질어 보였으나, 내뱉는 말마다 모질고 단호했다.“지내기가 불편해서요.”“애초에 얼떨결에 들어오게 된 것이니까요.”“이 월하각, 아니 유경원의 모든 것이 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물론 세자의 취향은 존중합니다. 이곳은 환경도 그윽하고 아주 우아하지요. 하나 모든 것이 세자의 취향에 맞춰져 있을 뿐, 제 취향은 전무하니 제게는 그저 잠시 머무는 객잔일 뿐입니다.”고준형은 그녀의 말을 받아 담담하게 말했다.“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바꾸면 되지 않소?”유소영의 눈빛은 평온했다.“제가 어찌 감히 세자의 생각을 억지로 바꾸겠습니까. 바꾼다 한들, 저는 향설원의 배치나 장식을 바꿀 것입니다. 그러니 세자를 방해하지 않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녀가 몸을 굽혀 예를 표하고 물러나려 했다.고준형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막아섰다.“그게 진짜 이유가 아니란 건 알고 있소. 할 말이 있다면 털어놓으시오.”그의 시선이 유소영의 얼굴에 머물렀다. 작은 실마리라도 찾아내려는 듯했다.그러나 이상하게도 아무것도 읽어낼 수 없었다.그녀는 기이할 정도로 침착하게 되물었다.“세자께선 정말 모든 것을 계산하실 수 있습니까?”고준형은 그녀가 왜 그렇게 묻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화리서에 관한 일이라면, 내 장담컨대 변고는 없을 것이오만……”“그럼 제 마음은요?”유소영이 그의 말을 끊었다. “세자께선 제 마음까지 계산하셨습니까?”고준형이 그녀의 눈을 응시했다.“부인이 무엇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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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화

“세자…… 세자?” 석심이 조심스레 들어왔다. “부인께서 향설원으로 돌아가셨습니다.”대체 무슨 일이지?아까까진 괜찮지 않았던가?고준형은 정신을 차리고 탁자 위의 반찬을 바라보았다.“치워라.”석심이 눈치를 보며 물었다. “마님께서 아시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이는 세자에게 마님을 핑계 삼아 부인을 다시 모셔오라는 귀띔이었다.고준형은 그저 말했다.“부인이 원하는 대로 하게 두거라.”……향설원.심씨 어멈이 극구 만류했다.“세자 부인, 세자는 성품도 좋으시고 부인께서도 그러신데, 무슨 일이 있으시면 터놓고 말씀하시면 되지 굳이 각방을 쓰실 필요가 있습니까?”유소영은 충동적인 것도, 억지를 부리는 것도 아니었다.화리서 사건으로 그녀는 똑똑히 알게 되었다. 세자의 마음속에서 자신은 언제든 계략을 위해 버려질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왕세자가 정말 계약서에 서명했다면 어찌 되었을지, 그는 생각조차 안 해본 걸까…….세자에게 시집오면 다를 줄 알았건만, 여전히 마음대로 처분당하는 처지일 줄이야.본래 아이를 낳아 세자 부인 자리를 굳건히 할 생각이었다.허나 지금은 자신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마치 갈림길에 선 듯, 한 번 잘못 선택하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게 될 것만 같았다.“심씨 어멈, 먼저 나가보세요. 피곤하네요.”“예, 세자 부인.” 심씨 어멈은 더 말하기 곤란하여 잠시 물러났다.나가기 전, 그녀는 아민에게 눈짓을 보내 계속 설득하라고 했다.아민은 문과 창문을 닫으며 걱정스레 물었다.“아씨, 세자와 무슨 일이…….”“아무 일도 아니야.”유소영의 말투는 침착했다.그날 밤, 향설원에서 잠든 그녀는 유난히 편안했다.유소영은 날이 밝도록 푹 잤으나, 고준형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회주의 제방 건설 공사에는 아직 충용 후작이 있어야 했다.그가 며칠 돌아온 것은 집안일을 처리하기 위해서였다.임근은 이미 재기불능이 되었으니, 두 집안의 관계를 신속히 끊어내야 했다.유일하게 골치 아픈 것이 바로 임유정이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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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7화

임유정은 유소영이 마련해 준 별원으로 소씨 부인을 찾아갔다.소씨 부인은 이미 임 재상에게 변고가 닥친 것을 알고 있었기에 몸은 몹시 야위었고, 안색은 누렇게 떠 있었다.임유정을 보자, 그녀는 예전처럼 원망하는 기색 없이 오로지 딸에게 의지하려는 모습뿐이었다.그녀가 딸의 손을 끌어당겨 잡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유정아, 임씨 가문이 망했는데 후작부에서 너를 어쩌지 않더냐?”임유정은 덤덤한 기색이었다.“전 괜찮아요. 그리고 이미 임씨 가문과는 연을 끊었잖아요.”“횡령 자금 일은 다행히 제가 대의를 위해 혈육의 정을 끊어낸 덕분에 연루되지 않았고, 오히려 폐하께 상도 받았어요.”“지금은 후작부에서도 함부로 저를 내치지 못해요.”소씨 부인은 그제야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됐다! 정말 다행이야! 그럼 난 앞으로…… 난 앞으로 어디서 지내니? 여긴 네 저택이 아니지?”소씨 부인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토록 고즈넉하고 호화로운 별원이라면 정말 이곳에 눌러앉아 노후를 보내고 싶었다.임유정은 잡힌 손을 슬그머니 빼냈다.“저도 몰라요. 폐하께서 차일피일 임씨 가문에 대한 처분을 미루고 계시니, 그 뜻이 어떠할지 아무도 모르거든요. 어머니도 연루되실 수 있어요.”소씨 부인은 덜컥 겁이 나 어쩔 줄을 몰랐다.“그럼 네가 폐하께 가서 청해 보면 안 되겠니? 넌 상도 받았고, 공도 세운 셈이잖니? 폐하께서 그 정상을 참작해서라도 나를 놓아주시지 않겠어?”“지금 입궁해서 폐하를 뵐 생각이에요. 하지만 결과가 어떨지는 모르겠어요.”소씨 부인은 딸을 와락 껴안았다. “그래, 내 착한 딸. 천만다행히도 내겐 네가 있구나.”임유정은 황제를 직접 알현하지는 못했다.하지만 그녀의 간청은 황문을 통해 황제에게 전해졌다.황제가 엄숙히 명했다.“임유정은 보호하도록 하라. 첫째는 대의를 위해 친족을 고발한 그 마음을 가상히 여겨 상을 내리는 것이고, 둘째는 고준형과 후작부의 체면을 봐서다. 어찌 되었든 후작부의 며느리가 아니냐. 허나 그 소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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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화

고준형은 문밖으로 걸음을 옮기다 우산을 받쳐 든 유소영이 그곳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빗줄기가 우산 위로 쏟아지며 살을 타고 주룩주룩 흘러내리고 있었다.바닥에는 임유정이 무릎을 꿇은 채, 한 손으로 유소영의 치맛자락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마치 혼자 죽기는 억울하여 남이라도 끌고 들어가려는 물귀신 같은 형상이었다.고준형은 미간을 찌푸리며 발걸음을 재촉했다.임유정이 먼저 세자를 발견하고는 눈을 번뜩였다.“세…….”유소영도 고개를 돌려 다가오는 이를 바라보았다.그녀의 표정은 침착했으나, 우산 자루를 쥔 손에는 지그시 힘이 들어갔다.고준형이 치맛자락을 붙든 손을 내려다보며 명했다. “그 손 놓아라.”임유정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떼었다. 아주 순종적인 태도였다.그녀는 세자가 밖으로 나온 것이 자신을 도와주려는 의도라 여겼다. 그러나 다음 순간, 세자는 우산을 석심에게 넘기더니 유소영을 번쩍 안아 올리는 것이 아닌가.임유정은 경악하여 넋을 잃었다.유소영 또한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다행히 손에 쥔 우산만은 놓치지 않았다.그녀는 놀란 눈으로 고개를 들어 고준형을 쳐다보았다.사내는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그녀를 안은 채 대문 안으로 성큼 들어섰고, 동시에 석심에게 명을 내렸다.“둘째 부인을 난향원으로 돌려보내라.”“예!”아민은 우산을 받쳐 든 채 세자와 아씨의 뒤를 종종걸음으로 쫓았다.향설원 문 옆에는 심씨 어멈이 벌써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세자가 세자 부인을 안고 다가오는 모습에 심씨 어멈이 얼른 거들려 했다.그러나 그는 그녀를 그대로 스쳐 지나 곧장 옆에 있는 월하각으로 들어갔다.심씨 어멈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다가오는 아민을 덥석 붙잡았다.“너는 따라가지 말고 주방으로 가게. 사람 시켜 뜨거운 물 좀 데우고, 한기를 쫓을 생강차도 두 그릇 끓여 오라고 하고!”“……아, 예!” 아민은 잠시 망설였으나, 심씨 어멈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어차피 아씨께서 세자와 함께 계시는 것이니 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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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화

고준형은 문제가 생기면 즉시 해결하는 사람이었다.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그는 오랫동안 생각했다.“내가 모든 것을 계산했냐고 물었소? 그렇소.”“첫째, 우리는 폐하께서 내려주신 혼처요. 내가 전공을 세워 청한 혼인이니, 쉽게 화리를 논할 수 없소.”“둘째, 부인의 손에는 이미 계약서가 들려 있지 않소? 내가 부인과 절대 화리하지 않겠다는 약조를 이미 서명했으니 말이오."“그러니 나는 애초에 화리할 생각이 없었소. 그저 왕세자가 더는 부인에게 집착하지 않게 하려는 방편이었을 뿐이오.”유소영은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으나, 그 웃음이 눈가까지 닿지는 않았다.“알겠습니다.”고준형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꽤나 차분했다.“부인이 무엇을 마음에 걸려 하는지 알고 있소.”“내가 너무 확신에 차 있다고 생각하겠지. 만약 왕세자가 정말로 계약서에 서명했다면 어쩔 셈이었냐고 말이오.”“이제 명확히 설명해 주겠소…….”유소영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방금 하신 말씀이 세자의 해명입니까?”고준형의 시선이 그녀의 입술에 머물렀다. 눈빛이 점점 깊어졌다.유소영은 마치 보이지 않는 힘에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주변의 공기마저 희박해지는 것 같았다.이윽고 남자의 그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다 말한 것이 아니오."“본래는 부인이 알게 하고 싶지 않았소."“허나 이토록 신경을 쓰니, 말해 줄 수밖에 없겠군."“내 계획대로라면 왕세자가 서명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소."“만약 그가 서명했다면…….”유소영은 그의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티 나지 않게 옆으로 몸을 옮겼다.“서명했다면…… 또 어찌 됩니까?” 그녀가 물었다.고준형은 즉답하지 않았다.그는 더없이 온화해 보이는 얼굴로 깨끗한 면포를 집어 들어 유소영의 머리카락을 닦아 주었다.부드럽게 물기를 닦아 내며 그가 다정하게 말했다.“그럼 나는 그것들을 들고 폐하를 뵙고, 왕세자가 내 부인을 탐했다는 죄증으로 삼았을 것이오. 폐하께서는 이 일을 무마하기 위해 왕세자를 변방으로 보내셨을 테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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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0화

문밖, 처마 위.석심은 부인이 우산을 쓰고 황급히 떠나는 모습을 보며 의아해했다.또 무슨 일이지?아직 두 분이 화해하지 못한 건가?방 안.고준형은 유소영이 두고 간 깨끗한 옷을 바라보며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는 억지로 붙잡지 않았다.그저 잠시 머물다 옷을 갈아입고 저택을 나섰을 뿐이었다.향설원.심씨 어멈은 유소영이 홀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세자 부인, 어찌……."유소영이 물었다. "더운물 있나요?""있지요, 있고말고요! 목욕하시게요? 어찌 월하각에 계시지 않고요? 그쪽은 세자께서 다 일러두셨을 텐데요."심씨 어멈은 유달리 걱정이 많았다.아민은 아씨의 안색이 좋지 않음을 눈치챘다.그녀는 얼른 우산을 받아 들고 아씨를 모시고 방으로 들어갔다."아씨, 괜찮으세요?"시선은 저도 모르게 붉은 입술로 향했다.유소영은 긴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잠시 혼자 있고 싶네."지금 그녀는 마음이 심란했다.마치 깨끗한 연못인 줄 알고 발을 들였는데, 알고 보니 흙탕물에 빠진 것만 같았다.더할 나위 없이 검디검은!게다가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깊었다.그녀는 그런 알 수 없는 것들에 불안을 느꼈다.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남편은 단순하고 순수한 사람이기를 바랐다.그래야 함께 사는 게 너무 피곤하지 않을 테니까. 그렇지 않으면 늘 상대방 말의 속뜻과 평온한 겉모습 아래 감춰진 위기를 헤아려야 하니 말이다.난향원.임유정은 온몸이 흠뻑 젖어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방에 들어서니, 고장훈은 세상 모르고 쿨쿨 자고 있었다. 업어가도 모를 지경이었다.임유정은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임씨 가문에 이렇게 큰일이 터지고 친정어머니까지 잡혀갔는데, 남편이란 사람은 잠이 오다니?정말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구나!사내란, 역시 잡은 물고기에는 먹이를 주지 않는 법이다.하지만 그렇다고 화를 낼 수는 없었다.지금 그녀의 처지는 사면초가였다.더 이상 남편의 비위를 거슬러선 안 되었다…….오늘 밤비는 꽤 오래 내렸다.마치 임씨 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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