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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부군의 형님: Chapter 391 - Chapter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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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1화

대리시 옥사.유소영은 유 대감을 면회하러 왔다.“며칠 뒤면 오라버니의 대리 시험 사건에 관한 죄증이 타지에서 도착할 것입니다.”“강회산이 직접 관여한 일이라 그 배후에 어떤 세력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유 대감은 딸의 기색이 예전과 다름을 눈치챘다.근심이 더 늘어난 듯했다.“아가, 요새 무슨 골치 아픈 일이라도 있느냐? 정 힘들면 호진이를 불러들여 함께 장사를 돌보게 하거라.”유소영은 고개를 저었다.“그 아이가 장사에 발을 들이면 평생 고개를 들지 못하고 살 거예요.”그녀는 황급히 말을 고쳤다. “상인을 낮잡아 보는 게 아닙니다. 다만 세상의 인식이 가혹하니까요. 아버지께서 그토록 고생하시며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리셨는데, 저는…….”유 대감이 웃으며 딸의 말을 가로막았다.“구구절절 설명할 것 없다. 네가 내 딸인데, 내가 네 마음을 모르겠느냐?”유소영이 안심시키듯 말했다.“유씨 가문의 사업은 걱정 마세요. 제가 있는 한,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겁니다.”유 대감이 농담하듯 덧붙였다.“장사에만 너무 매달리지 말고, 어서 세자와 아이를 갖는 게 더 중한 일이다. 내가 삼 년 뒤에 이곳에서 나가면 외손자부터 안아봐야지 않겠느냐!”유소영은 별말 없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유 대감은 딸이 딴생각에 잠긴 것을 보고 여전히 세자를 원망하고 있다고 여겼다.“내 일은 자업자득이다. 세자는 공정하게 처리했을 뿐이야.”유소영은 고개를 숙였다.“압니다.”그러나 마음 한구석이 흔들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지난밤 온천 산장에서 세자가 했던 말,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해주겠다는 그 말에 마음이 동한 탓이었다.정말 아이를 낳고 평생 후작부의 좁디좁은 내원에 갇혀 살아야 한다면 조금은 억울할 것 같았다.예전에는 상인의 딸로서 가장 좋은 출세가 상향혼이라 여겼다. 혼인을 통해 탄탄대로를 걷고, 천한 신분을 벗어나는 것만이 살길이라 믿었다.그러나 숱한 일을 겪고 소위 명문가라는 자들의 민낯을 보게 되면서 그 생각은 점차 바뀌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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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화

유소영은 속죄금이 대체 무엇인지 정말로 알지 못했다.복양 군주가 답답하다는 듯 유소영의 등을 떠밀었다.“아이고! 밖에는 오가는 사람이 많아 남들 눈에 띄면 좋지 않아요.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해요!”아민은 혹여나 아씨가 해코지라도 당할까 봐 그녀의 뒤를 바짝 쫓았다.유소영은 방 안으로 들어서고도 자리에 앉지 않은 채 문 옆에 서 있었다.조담은 그녀에게 속죄금의 의미를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설명을 다 들은 유소영의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았다.민간에서 돈을 걷어 탐관오리들의 죄를 씻어주다니?고준형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그는 누구보다 공정하고 법에 따라 처결해야 한다고 여기던 사람이 아니었던가!조담이 중립을 지키며 한마디 했다.“나는 그가 왜 그리했는지는 이해하오. 조정의 안정을 위해서겠지. 만약 그 많은 관원을 한꺼번에 처형한다면…….”복양 군주가 분을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전 동의 못 해요!”“횡령을 저지른 자들은 마땅히 벌을 받아야죠.”“지금 이렇게 하는 건 죗값을 민간에 떠넘기는 꼴이잖아요. 돈을 가장 많이 내는 건 분명 상인들일 테고, 세자 부인 댁 같은 곳이겠죠. 이게 무슨 억울한 돈 낭비예요! 자기들은 횡령해서 호의호식해 놓고, 왜 백성이 그 대가를 치러야 하냐고요?”유소영은 침묵을 지켰다.그러나 조담은 알 수 있었다. 그녀 또한 고준형의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그렇지 않았다면 고준형을 두둔했을 테니까.조담이 말을 이었다.“강 소저도 이 일을 알게 되어 난리가 났소. 혹여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걱정되더군. 그러니 고준형이 대체 무슨 생각인지 세자 부인이 좀 알아봐 주면 좋겠소. 그래야 내가 강 소저에게 해명이라도 해 줄 수 있을 테니.”“그대도 알다시피 그 아이는 이런 충격을 감당하기 힘들어하니 말이오.”유소영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노력해 보겠습니다.”입장 바꿔 그녀였더라도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다.예전 강회산은 횡령으로 처형당했는데, 이제 와서 다른 이들은 횡령을 저지르고도 살길이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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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아씨? 아씨!”아민이 유소영의 눈앞에 손을 흔들어 보였다. “왜 그러세요?”유소영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아무것도 아니야.”너무 예민한 탓일게 분명했다.고장훈이 낙마한 건...... 그래, 사고일 거다......…….고장훈이 후작부로 이송되어 왔을 때였다.두 병사가 들것에 그를 싣고 들어왔고, 그 뒤를 군의관이 따르고 있었다.난향원에는 임씨 집안의 식충이들이 득실거리고 있었기에, 고 부인은 고장훈을 우선 영향원으로 옮겨 치료하게 했다.들것에 실려 온 고장훈은 인사불성인 상태였고, 얼굴이며 옷가지는 온통 피투성이였다.한쪽 팔은 부목을 대어 고정해 둔 상태였다.보기만 해도 끔찍한 몰골이었다!그 모습을 본 고 부인은 현기증이 온 듯 휘청거렸다.기겁한 임유정이 그에게 달려들었다.“부군! 부군, 이게 웬일입니까! 정신 좀 차려 보세요!”고 부인은 행여 임유정이 경거망동하여 아들의 상처를 덧나게 할까 봐 급히 국씨 어멈에게 명령했다.“둘째 부인을 떼어 놓게!”불쌍한 장훈이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꼬!고 부인은 서둘러 군의관에게 물었다.“의원, 내 아들의 상태가 어떻소?”군의관은 굳은 표정으로 사실대로 고했다.“고 장군께서 낙마하신 직후 말발굽에 밟히시는 바람에 팔이 그 자리에서 부러졌습니다…….”“뭐라고! 팔이…… 팔이 부러졌다고?!!” 고 부인은 사색이 되었다.군의관이 황급히 덧붙였다. “다행히 제때 처치하여 뼈는 맞췄습니다. 다만 오장육부를 다쳐 내상이 생겼을까 그게 걱정입니다. 하여 이 장군께서 제게 후작부까지 동행하여 고 장군께 큰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 뒤 복귀하라 명하셨습니다.”고 부인은 그제야 조금 진정했으나 여전히 횡설수설했다.“그래, 그래. 내 아들…… 우리 아들을 좀 부탁하네!”군의관은 들것을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갔다.방 밖에서 불안에 떨던 임유정이 고 부인의 손을 부여잡았다.“어머님, 어머님! 부군께선 괜찮으시겠지요? 별일 없으신 거겠지요?”고 부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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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저녁이 되자 고준형이 돌아왔다.그는 곧장 영향원으로 향했다.고 부인은 의자에 앉아 터질 듯한 불만을 애써 억누르고 있었다.“어째서 이제야 오는 게냐! 장훈이가 어떤 꼴을 당했는지 알기나 하는 거냐……”고준형은 관복도 갈아입지 못한 상태였고, 얼굴에는 피로가 역력했다.고 부인의 눈에는 그런 건 보이지 않았다. 오직 다친 막내아들과 무심해 보이는 큰아들뿐이었다.“어머니, 형부의 공무가 많아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었습니다.”고준형이 공손하게 답했다.고 부인이 분을 참지 못하고 탁자를 내리쳤다.“네 친동생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 있단 말이냐?! 장훈이가 얼마나 크게 다쳤는지 보지도 못했지! 게다가 임씨 집안 사람들이 얼마나 악담을 퍼부어 댔는지…… 준형아, 넌 세자다. 네 아버지가 안 계시니 네가 이 후작부의 가장이나 다름없거늘, 어찌 이런 일을 모른 척할 수 있느냐?”“임씨 집안사람들이 네 동생의 처소를 차지하고 몸을 추스를 곳조차 없게 만드는 걸 그냥 보고만 있을 셈이냐!”고 부인은 그가 나서서 해결하도록 종용하고 있었다.고준형의 표정은 동요 없이 잔잔했다.“어머니, 우선 장훈이부터 보고 오겠습니다.”고 부인이 맥없이 손을 저었다.“그래, 얼른 가 보거라!”방 안.임유정은 고장훈의 곁을 지키고 있다가 세자가 들어오자 황급히 일어나 예를 갖췄다.고장훈이 고개를 돌려 형님을 쏘아보았다.“부인, 먼저 나가 있으시오. 형님과 할 말이 있소.”임유정은 별다른 의심 없이 먼저 물러갔다.고준형은 침상 발치에 서서 온화하면서도 걱정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아프냐.”고장훈은 핏발 선 눈으로 힘겹게 고개를 쳐들며 억눌린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형님입니까! 형님이 꾸민 짓입니까!”고준형은 평온한 눈빛으로 그를 응시했다.“네 눈에는 이 형님이 그런 사람으로 보이느냐?”고장훈이 허탈한 듯 웃음을 터뜨렸다.“어릴 때부터 늘 그러지 않으셨습니까? 제가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형님은…….”고준형이 낮은 목소리로 말을 잘랐다.“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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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화

고준형은 아예 자리에 앉아 그녀에게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부인이 장공주 저택에 갇혀 있던 그날, 장공주가 내게 임근을 넘기라고 요구했으나 나는 거절했소.”“그러자 그날 밤, 장공주는 입궁하여 폐하께 속죄금 문제를 제안했지.”“또한 폐하께는 그 모든 것이 내 생각이라고 거짓을 고했소.”유소영은 순간 짙은 안갯속에 갇힌 기분이 들었다. 한 꺼풀 벗겨내니, 그 안에 또 다른 겹들이 수없이 쌓여 있는 듯했다.도무지 빠져나갈 수가 없구나!그녀는 하나씩 물었다.“장공주께서는 임근을 데려가서 무엇을 하시려던 겁니까?”고준형의 눈빛은 평온했다.“지난 막북 전쟁 때, 장공주의 부마도 그곳에 있었소. 허나 군량이 제때 도착하지 않아 적군에게 포위당해 전사하고 말았지. 그래서 장공주는 군량 횡령에 대해 뼈에 사무치도록 증오하고 있소. 이번에 장공주가 내게 은근히 뜻을 비춘 건, 내가 뒷배가 되어 임근을 빼돌리게 해달라는 것이었소.”“법도에 어긋나는 일이니 나는 당연히 승낙할 수 없었소.”유소영은 그제야 그 이면에 그런 사연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장공주는 사적인 원한을 갚으려 했던 것이다.임근이 법대로 처벌받는 것만으로는 분이 풀리지 않는다고 여긴 게 분명했다.세자가 장공주의 청을 거절하자 장공주가 보복에 나선 것이었다.“속죄금 문제로 조정이 시끄러운데, 세자께서는 여전히 사실을 밝히지 않으실 작정인가요?”고준형이 웃었다.“부인은 장공주가 어찌하여 나를 모함하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하시오?”유소영은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세자께서 감히 장공주의 심기를 거스르지 못할 것이라 확신해서입니까?”고준형이 차근차근 이끌어주듯 되물었다. “그것 말고는 또 없겠소?”유소영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녀는 이해관계의 실타래를 어느 정도 풀어낼 수 있었다.“속죄금 방책은 사실상 폐하의 난제를 해결해 드린 셈이니, 폐하의 뜻에 부합하는 것이지요.”“장공주께서 그 방책을 내놓으시며 세자의 생각이라 하신 건, 겉으로 보기엔 공을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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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화

유소영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결국 다른 일은 숨기기로 했다.그녀가 되물었다. “세자께서 어찌 그리 물으십니까? 설마 왕세자가 제게 해 줄 말이 더 있다는 말씀이신지요?”고준형의 눈빛에 온화하고 부드러운 기색이 감돌았다.“강 소저에 관한 일은 내가 직접 왕세자와 담판을 짓겠소.”“당분간은 저택 밖 출입을 삼가는 게 좋겠소.”“속죄금 문제로 부인을 곤란하게 할 자들이 있을까 염려되니 말이오.”유소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낮에만 해도 속죄금 일 때문에 세자를 원망했었다.그러나 그의 해명을 듣고 나니 마음이 놓였다.하지만 세자와 왕세자 사이에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왕세자는 거듭하여 세자를 경계하라고 하는 것일까?유소영으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서재.고준형이 석심에게 명했다.“장군이 낙마한 사건에 대해 샅샅이 조사해라.”“예!”석심이 손을 모으며 명을 받들었다.이어 고준형이 다시 입을 열었다.“오늘부터 부인을 은밀히 호위할 사람을 붙여라.”석심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아민에게 듣기로는 부인 곁에 이미 호위가 있다고 합니다. 노부인께서 붙여 주신 정예 호위라고 하던데요.”고준형의 눈빛은 더없이 평온했으나, 그 깊은 곳에는 거센 파도가 숨죽이고 있는 듯했다.겉보기엔 안전해 보이나 실상은 위기가 도사리고 있는 법이다.“부인이 누구를 만나는지,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매일 보고하도록.”석심은 깜짝 놀랐다.이건 호위가 아니라 감시가 아닌가!세자께서 대체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으신 걸까?초왕부.조담이 마당에서 무공을 연마하고 있었다. 턱선을 타고 흐른 땀방울이 바닥을 적셨다.호위가 다가와 알렸다.“왕세자, 고 대인께서 뵙기를 청합니다.”조담은 쥐고 있던 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들라 해라.”달빛 아래 드러난 고준형의 자태는 여유롭고 침착했다.조담은 수건으로 땀을 훔치며 고준형을 곁눈질로 훑었다.“내게 무슨 볼일이오?”“속죄금에 얽힌 전말이 어떠한지 남들은 몰라도 조 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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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유소영이 밀어내려던 손이 무색하게, 상대는 잠자리 날개처럼 가볍게 스치기만 할 뿐 미련 없이 물러났다.그녀의 호흡이 미세하게 흐트러졌다.“세자?”그가 몸을 숙여 바짝 다가오자, 그녀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놀랐소?”유소영은 두 손을 그의 가슴팍에 올렸다. 겉보기엔 친밀해 보였으나, 실상은 지극히 방어적인 자세였다.그녀가 나직이 말했다.“꿈결이라…… 조금 놀랐습니다. 세자께선 일을 마치신 겁니까?”고준형이 몸을 일으켜 앉았다.그는 그녀를 등진 채 침상 옆에 걸터앉았다.“초왕부에 다녀왔소.”유소영의 마음이 조금 어지러워졌다.이전에 사실대로 말하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린 탓이었다.“아, 강 소저의 일 때문에요?”고준형은 오랫동안 침묵했다.“부인의 일 때문이오.”유소영의 숨이 잦아들었다.“저요? 무슨 일 말씀이십니까?”“만약 기회가 있다면 후작부의 세자 부인보다, 부인은…….”유소영은 어렴풋이 무언가를 감지했다.그녀는 즉시 말을 끊었다.“세자! 예전에는 확실히 더 높은 곳으로 가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나 온천 산장에서 그날 밤, 세자께서 제게 해주신 많은 말씀을 저는 다 새겨들었습니다.”“후작부든 다른 명문가든, 사실 다 똑같은 저택이고 고인 물일 뿐이지요.”“제 본심을 따르자면, 사실 저는…….”그녀는 후작부를 떠나 자신의 인생을 살고 싶었다.그러나 지금은 그 말을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다.첫째는 오라버니의 사건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고, 둘째는 폐하께서 내리신 혼인이니 어찌 말 한마디로 떠날 수 있겠는가?유소영은 눈을 내리깔았다.“사실 삶을 다시 살고 싶었습니다.”“허나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니 지금이 최선이라 여깁니다. 다른 선택은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특히 초왕부를 선택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했다.고준형은 그 말을 듣고는 그저 물었다.“여전히 후작부에 남아 아들을 낳고 싶은 게요?”유소영은 응당 그렇다고 답해야 했다.그러나 그녀는 망설였다.“그 일은…… 그리 급할 것도 없지요. 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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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고장훈의 두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그래요, 분명 형님이 그 사람을 꼬드긴 겁니다.”“제가 출정 나갔던 그 이 년 동안, 형님은 진작부터 제 아내를 눈독 들이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일부러 죽은 척하며 유소영에게 침을 맞게 하고, 살을 맞대고...... 형님이 유혹한 거라고요......”고준형의 안색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망상도 정도껏 해라.”고장훈이 실소를 터뜨렸다.자신은 이토록 비참한 몰골인데, 형님은 붉은 관복을 입고 눈이 시리도록 근사한 모습이었다.“형님이 그 얼굴로 여기저기 홀리고 다닌 거 아닙니까?”고준형은 냉담한 표정이었다.“몸이 망가졌지, 머리가 망가진 건 아니지 않으냐.”고장훈은 확신했다.“분명 제가 모르는 내막이 있을 겁니다. 전에는...... 전에는 유소영이 딴마음을 품었다고 생각했어요.”“하지만 이제 와서 아무리 생각해도 원래 저를 그렇게나 좋아했던 여인이...... 분명 규방에 혼자 있어 외로울 때 누군가 틈을 타 꼬드긴 게 틀림없습니다......”고준형은 더 이상 해명하고 싶지 않았다.지금의 고장훈에게는 무슨 말을 해도 들리지 않을 테니까.그는 고장훈을 방에 홀로 남겨둔 채 그대로 나가버렸다.방 밖.고 부인은 이 모든 대화를 듣고 있었다.그녀는 고준형을 불러세우며 타일렀다.“장훈이가 기분이 안 좋아서 저러는 거니 마음에 담아두지 말거라. 나중에 내가 잘 타이르마.”고준형은 고 부인에게 예를 갖추었다.“소자, 물러가겠습니다.”고 부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준형이 멀어지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방 안으로 들어갔다.“장훈아! 너 바보가 된 거냐, 아니면 미친 게냐! 형님한테 그게 무슨 헛소리야!”꼬드기긴 누가 꼬드겼다고?준형이가 뭐가 아쉬워서 남을 꼬드기겠느냐?꼬드겼어도 유씨가 준형이를 꼬드겼겠지!고장훈은 지금 누구를 봐도 고깝기만 하여, 아예 눈을 감고 자는 척했다.고 부인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업보다! 업보야!”“이게 대체 무슨 꼴이란 말이냐!”……형부.관서 안.고준형이 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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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화

“꺼져! 꺼지란 말이야!”고장훈은 태어나 이런 치욕을 당해본 적이 없었다.제 몸 위에 올라타 있는 여인은 그도 아는 얼굴이었다. 바로 임유정의 이복 여동생이었다.대체 어찌 영향원에 들어와 감히 침상까지 기어오른 것인가!월하각.유소영은 깊이 잠들어 있었으나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옆에 누워 있던 세자가 그녀를 다독이며 부드럽게 말했다. “부인은 더 주무시오. 내가 나가서 살펴보겠소.”그가 그리 말했으나, 유소영은 쏟아지는 잠을 억지로 떨치며 몸을 일으켰다.밖에서 심씨 어멈이 고했다.“세자, 세자 부인! 영향원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임 부인이 장군님께 책임을 지고 임씨 가문의 다섯째 소저를 맞이하라 핍박하고 있습니다!”유소영은 임씨 일가의 뻔뻔함에 탄복하여 입을 다물지 못했다.영향원에 도착해서야 두 사람의 살이 닿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정청 안.임유정은 분을 참지 못해 다섯째 소저의 뺨을 올려붙였다. 평소의 온화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천한 것! 천한 것 같으니라고! 이런 추잡한 짓을 저지르고도 감히 후작부 문지방을 넘으려 해? 당장 꺼져! 너희 모두 썩 꺼지란 말이다!”진작 알았어야 했다. 단순히 몸을 의탁하러 온 게 아니라, 애초부터 딴 마음을 품고 있었다는 것을!저를 골탕 먹이려고 장훈을 유혹하게 하다니…….가증스럽기 짝이 없었다!임 부인은 임유정이 발광하는 꼴을 보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그녀는 충용 후작 부부에게 압박을 가했다.“우리 다섯째는 티 없이 맑은 아이입니다. 오늘 고장훈에게 몸을 뺏겼으니, 그가 책임을 지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고장훈은 한쪽 다리를 전 채, 누군가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정청으로 들어왔다.그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항변했다.“내가 한 짓이 아닙니다! 저 여자가 스스로…… 스스로 그리한 것입니다! 난 저 여자와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정말입니다, 그저 저 여자가 내 옷을 벗겼을 뿐이라고요!”그는 유소영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마치 유소영만 믿어준다면 된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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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고준형보다 먼저 거절한 이는 고 부인이었다.“안 된다! 장훈이 너는 계속 영향원에 머물거라. 내가 사람을 시켜 방을 하나 더 치우라 하마.”“영향원의 호위들이 유경원 호위들만큼 성심을 다합니까? 그들이 태만하지 않았더라면 제가…….”고장훈은 모진 굴욕이라도 당한 듯 처참한 표정을 지었다. 붉어진 눈시울로 유소영을 애처롭게 바라보았다.유소영은 너무 졸려 그를 쳐다볼 겨를조차 없었다.고준형이 어른들께 하직 인사를 올렸다.“일도 해결되었으니 저와 소영이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두 사람이 자리를 뜨자 고장훈이 냉큼 뒤를 따르려 했다.“형님, 형수님!”고 부인은 기가 막혔다.“너희들은 어서 둘째를 부축해 가서 쉬게 하거라!”장훈이 저 녀석이 정말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유소영 때문에 저러는 걸 남들이 모를까 봐 알리기라도 하려는 건가!…….영향원 밖.유소영이 대뜸 물었다.“작은 아주버님은 머리를 다치기라도 한 겁니까?”고준형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럴지도 모르지.”“제 오라버니 사건의 죄증은 언제 도착합니까?”“내일이나 모레쯤일 거요. 도착하는 대로 알려 주겠소.”“고맙습니다, 세자.”고준형이 문득 걸음을 멈추고 정색하며 물었다.“나를 타인처럼 대하는 것이오?”유소영은 즉시 부인했다.“아닙니다. 저는 그저…… 세자께서 해 주신 일에 감사할 따름입니다.”“딱히 부인을 위해 한 일은 없는 듯하오. 부인이 아니었더라도 이 사건은 조사했을 테니 내게 고마워할 필요 없소.”고준형은 꽤나 진지했다.유소영은 졸음이 쏟아져 에둘러 말할 기운도 없었다.“이미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지 않습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들으세요.”그녀가 앞만 보고 걸어가려는데 누군가 팔을 붙잡았다.고개를 들어 보니 세자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나직이 감탄했다. “오늘 밤은 달빛이 참 곱군.”유소영은 제 눈이 잘못된 건가 의심했다.그렇지 않고서야 왜 달이 안 보인단 말인가?“부인, 술 한잔하겠소?”고준형이 진지하게 물었다.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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