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형은 온화한 눈빛으로 눈앞의 사람을 바라보았다.돌고 돌아 듣게 된 대답이 이런 것일 줄은 정말이지 예상치 못했다.“부인은 후작부를 떠나고 싶은 게요, 아니면 나를 떠나고 싶은 게요?”유소영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얼핏 듣기에는 참으로 기이한 질문이었다.그녀가 대답했다. “둘은 다르지 않습니다.”고준형의 목소리는 차분했다.“확실히 별반 다를 게 없지.”“그럼 하나 묻겠소. 후작부를 떠난 뒤에도 왕세자가 여전히 끈질기게 군다면, 그를 받아줄 생각이오?”유소영은 미간을 찌푸렸다.어찌하여 또 왕세자 이야기로 돌아가는 것인가?조담에게는 그런 마음이 없다고 분명히 말하지 않았던가?“그럴 일은 없습니다.”고준형의 깊은 눈매 속으로 그의 본심이 자취를 감추었다.“이미 결심이 섰다면 그 뜻을 따라주겠소.”유소영은 일이 이토록 수월하게 풀릴 줄은 몰랐다.특히나 화리는 황제가 내린 혼인과 얽혀 있는 문제였다. 그녀는 세자가 망설이거나 곤란해할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그를 향해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자.”고준형의 표정은 평온하여 어떠한 이상도 찾아볼 수 없었다.“유씨 가문의 사건이 종결되면 그때 떠날 수 있도록 조치하겠소. 허나 그전까지는 세자 부인으로서의 본분과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오.”유소영은 순순히 따르는 기색이었다.“예, 명심하겠습니다.”고준형에게 솔직하게 선택을 털어놓고 나니, 유소영은 짐을 던 듯 홀가분해졌다.그 후, 고준형 또한 향설원을 나섰다.공문서를 안고 뒤따르던 석심은 월하각에 돌아와서야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다.세자의 몸에서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는 저 살기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그날 이후 사흘 동안, 유소영은 세자를 보지 못했다.덕분에 그녀는 한결 편안하게 지냈다.아씨의 선택을 알게 된 아민은 몰래 대리시로 향했다.그녀는 유 대감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유 대감은 크게 놀랐다.“소영이가 정말 그리 결정했단 말이냐? 진정 후작부를 떠나겠다고?”그럴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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