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구공주에게 공손히 대답했다.“겉으로 보자면 세자께서는 제게 남편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고 계십니다. 저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그러나 마음을 논하자면,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아니었다면 저와 세자는 부부의 연이 닿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그녀의 이 말은 고준형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었다.구공주 역시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그렇군요, 그게 바로 그분이죠.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혼인했더라도 마땅한 예우는 갖추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의 마음에 들어가지 못했으니, 유씨 당신도 괴롭겠군요.”유소영을 바라보는 구공주의 눈빛에 동정심이 서렸다.유소영은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마음이든 뭐든, 그녀는 애초에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오라버니의 사건이 해결되면 후작부를 떠나기로 결심했으니까.진정으로 고통스러운 건 구공주 자신인 듯했다.황제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공주로서 원하는 건 뭐든 얻을 수 있었지만, 정작 원하는 정인은 얻지 못했으니 말이다.보아하니 공주든 평민이든 누구나 근심 걱정은 있는 모양이다.유소영이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구공주는 웃음 띤 얼굴에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할 수만 있다면 차라리 상인의 딸이 되고 싶어요. 하지만 하늘은 짓궂기도 하지요. 제가 원하지 않는 건 억지로 쥐여주고, 정작 제가 원하는 건 남에게 주어버리니 말이에요.”그 말을 들은 유소영은 속으로 동의할 수 없었다.그건 그저 배부르고 등 따뜻한 권력자의 투정일 뿐, 곧이곧대로 들을 말은 아니었다.상인의 딸이 겪는 불공평과 멸시를 공주인 그녀가 어찌 알겠는가?모든 부귀영화를 버리고 남자 하나를 얻겠다니, 바보나 할 선택이다.적어도 유소영, 자신이라면 절대 그런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다.“공주 전하, 신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더 있다가는 구공주가 점점 더 터무니없는 소리를 할 것 같았다.……후작부.유소영이 막 저택으로 돌아왔을 때, 한 몸종이 다가와 그녀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세자 부인!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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