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Bab 191 - Bab 200

340 Bab

제191화

영안후는 역시 계산이 빨랐다.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 금세 알아차렸다.물론 위명의 조언이 없었다면, 그 역시 한때 송정희와 같은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기에 이렇게 빨리 결단을 내리지는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송정희는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금영이 영안후부의 적녀라는 신분 덕분에 태자와 혼약을 맺었다고 여겼다. 그러니 배명월이 억울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금영의 출신은 중요하지 않았다. 선대 영안후가 받아 온 그 약조는 영안후부가 아니라 금영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영안후가 차갑게 경고했다."앞으로 다시는 그런 망언을 입에 올리지 마시오."그러자 송정희가 따졌다."명월이가 제게 자초지종을 다 말했습니다. 명월이는 처음부터 금영이와 태자비 자리를 두고 다툴 생각이 없었단 말입니다. 그저 측비라도 되어 태자 전하 곁에 있고 싶었답니다. 그런데 그것도 안 된다고 하실 겁니까? 대인께서는 명월에게 조금도 미안한 마음이 없으신 겁니까?"배명월이 낮게 흐느꼈다."아버지, 어머니, 다 제 잘못입니다. 저 때문에 다투지 마세요. 내일 당장 머리를 밀고 비구니가 되겠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로 두 분을 곤란하게 하지 않겠습니다. 언니가 저 때문에 이런 수고를 할 일도 없게 하겠습니다."이 말은 금영이 황제까지 끌어들여 자신을 곤란하게 만들었다는 뜻을 에둘러 드러낸 것이었다.하지만 영안후는 애초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정확히는,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여겼다. 황제가 어떤 인물인데 겨우 보잘것없는 여인에게 휘둘릴 리가 없었다.그러나 배명월이 눈이 충혈될 만큼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조금 누그러질 수밖에 없었다.영안후는 분노를 가라앉히고 엄숙하게 말했다."내가 안 된다고 한 것이 아니오. 폐하께서 허락하지 않으신단 말이오."황제가 배명월을 좋게 보았다면, 애초에 그녀를 잘 단속하라는 명을 내릴 리 없었다.영안후가 미간을 좁히며 말을 이었다."더구나 아무리 태자 전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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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황제는 자꾸만 눈물을 머금은 채 조부를 그리워하던 금영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쩌면 금영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의 처지가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도 몰랐다.'이 아이도 참 쉽지 않겠어.'본래 황제는 금영이 집으로 돌아가 며칠쯤 쉬게 해줄 생각이었다.하지만 오늘 일을 보고 나니 마음이 달라졌다. 이대로 금영을 영안후부로 돌려보냈다가는, 배명월이 궁에서 쫓겨난 일 때문에 분명 구박을 받게 될 터였다. 금영에게 영안후부는 더 이상 마음 놓고 기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그렇다면 차라리 황궁에 머물게 하는 편이 나았다. 어차피 금영은 머지않아 황실로 시집오게 될 몸이었으니 말이다.*금영은 바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른 채 깊이 잠들어 있었다.반면 배명월의 사정은 달랐다. 배명월은 궁에서 쫓기듯 내쳐진 것도 모자라 영안후에게 호된 꾸지람까지 들었으니, 밤새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튿날 소식을 듣고 찾아온 배경천이 마주한 배명월의 두 눈은 이미 금붕어처럼 퉁퉁 부어 있었다. 자초지종을 전해 들은 배경천은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지금 금영이 궁에 있지 않았다면, 당장이라도 달려가 배명월의 억울함을 따지며 소란을 피웠을 기세였다.서 황후는 전날 밤 태자가 황제에게 꾸지람을 듣고 근신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서 황후는 한편으로는 아들이 안쓰러웠고, 다른 한편으로는 배명월을 어리석다 여기며 속으로 혀를 찼다. 사실 서 황후는 이미 마음속으로 배명월을 미래의 태자비로 점찍어 두고 있었다. 그런데 제 분수를 이기지 못하고 성급히 태자를 유혹하려 든 것도 모자라, 끝내 황제에게까지 들키고 말았다.물론 서 황후는 금영에게 딱히 화가 나지는 않았다. 이미 안중에도 없는 아이에게 노여움을 쏟을 가치조차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작 서 황후를 분노하게 만든 것은 따로 있었다. 황제가 그 깊은 밤에 어찌하여 선화전까지 갔느냐는 점이었다. 십중팔구, 또 그 요영지 때문일 것이다.봉의궁.황제가 찾아왔다는 내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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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황제는 눈앞의 서 황후를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이 일은 황후에게 맡기길 잘했구려."지금의 태후 역시 서씨 가문 사람이었다.서 황후는 본래 서 태후의 조카로, 서 태후가 직접 골라 입궁시킨 인물이니 두 사람의 인연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서 황후가 부드럽게 답했다."염려 마세요, 폐하. 신첩이 반드시 빈틈없이 준비해 태후마마를 기쁘게 해드리겠습니다."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밖에서 환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폐하, 황후마마. 배금영 아가씨께서 뵙기를 청하고 있사옵니다."서 황후가 살짝 미간을 좁혔다."분명 선화전에 사람을 보내 오늘은 문안 인사 오지 않아도 된다고 전하지 않았느냐?"의아함과 짜증이 동시에 서린 목소리였다. 서 황후는 금영이 소녕전으로 거처를 옮긴 일을 아직 모르는 듯했다.그때 황제가 금영을 대신해 말했다."짐이 어젯밤 사람을 시켜 금영을 소녕전에 머물게 했네."그 말을 들은 서 황후는 곧장 기색을 누그러뜨렸다."그런 일이... 폐하께서 먼저 금영을 챙겨주시니, 신첩도 마음이 놓이는군요."마치 제 사람을 아껴준 것에 안도하는 듯한 태도였다. 황제는 그런 서 황후를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서 황후는 이 일을 두고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이번에도 선대 영안후의 체면을 보아 금영을 챙겨준 것이라 여겼다. 소녕전은 본래 공주가 머물던 처소였으나, 미래의 태자비를 그만큼 아낀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었기에 크게 문제 삼을 일은 아니었다."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밖에서 기다리게 하지 말고 안으로 들이거라.""예."환옥은 곧바로 밖으로 나가 금영에게 들어오라는 손짓을 보냈다."폐하와 황후마마께서 안으로 들라 하십니다."금영은 예를 갖추어 안으로 들어섰다. 오늘 금영의 차림은 평소와 달랐다. 붉은 여우 망토는 눈에 띄게 아름다웠지만, 요즘 자주 걸친 탓에 손질이 필요했다. 그래서 오늘은 본래 즐겨 입던 흰 여우 털 망토를 걸쳤다. 거기에 면사까지 흰빛으로 맞추고 있으니, 온몸이 새하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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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황제는 은은한 경고가 담긴 눈빛으로 서 황후를 바라보았다.그러자 서 황후는 어색하게 웃으며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폐하, 요즘 태후마마 생신 연회 준비로 일손이 몹시 부족합니다. 마침 금영이가 궁에 머무르고 있으니, 이번 기회에 제 곁에 두고 조금 거들게 하면 어떻겠습니까?"서 황후와 황제는 둘 다 젊다고 할 수는 없었으나, 그렇다고 기력이 쇠할 나이도 아니었다. 마음만 먹으면 공주 하나쯤 더 볼 수도 있었다.하지만 황제는 서 황후의 체면을 생각해 봉의궁에 들를 때는 있어도, 오래전부터 잠자리를 함께하지는 않았다.그러니 황제가 선화전을 드나들며 정체 모를 여인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이 서 황후에게는 더없이 거슬릴 수밖에 없었다.애초에 황제가 여색에 약한 군주였다면, 여인 하나쯤 더 늘어나는 일이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황제는 서 황후는 물론 다른 후궁들까지 좀처럼 찾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번 일은 서 황후로서도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서 황후의 말을 들은 황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지금 금영에게 황후를 도와 연회 준비를 하게한다면, 황실이 금영을 인정하고 있다는 뜻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셈이었다. 그 점만으로도 금영에게 나쁠 것은 없었다.게다가 금영이 이 일로 분주하게 지내다 보면, 답답한 마음도 조금은 가실 터였다.어떤 면으로 보나 금영에게 손해 될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황제는 곧장 결정을 내리지 않고 먼저 금영의 뜻부터 물었다."금영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금영이 다소곳이 답했다."신녀는 우둔하여 이 일을 감당하기에 부족한 듯하옵니다."서 황후는 잠시 미간을 모았다가, 이내 다시 웃음을 띠며 말했다."금영아, 그리 걱정하지 말거라. 내가 설마 너에게 번거롭고 어려운 일을 맡기겠느냐? 그저 내 곁에서 조금 손을 보태 달라는 것뿐인데, 그것도 어렵겠느냐?"말이 이쯤 나온 이상, 금영이 더 사양하는 것은 도리어 무례해 보일 수 있었다.금영이 예를 갖추어 말했다."황후마마께서 이토록 말씀하시니, 신녀도 받들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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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금영은 선화전 근처까지 이르렀을 때였다.문 안쪽에서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흘러나왔다."들었어요? 배금영이랑 배명월이 붙었다는 거? 아니, 그런데 배금영이 글쎄 자기 동생을 궁 밖으로 내쫓았대요. 정말 너무 하지 않아요? 같은 자매끼리 품을 줄도 모르고, 정말 독한 것 같아요."낯설지 않은 목소리였다. 음흉하게 비꼬는 이 말투, 금영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이건 분명 요영지였다.곧이어 누군가가 놀란 목소리로 대꾸했다."에이, 설마요."그러자 요영지가 바로 맞받아쳤다."설마는, 무슨 설마. 배금영 사정이야 다들 잘 알잖아요. 억지로 태자비 자리를 붙들고 있자니, 얼마나 속이 찔리겠어요. 그런데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배명월을 쫓아낼 기회를 얻었으니, 놓칠 리가 있나요?"요영지가 더 신이 나 말을 이었다."역시 배금영, 정말 보통내기가 아니라니까요?"이 자리에 모인 귀녀들 가운데 태자비 자리를 탐내지 않는 이는 몇 되지 않았다.영안후부가 한때 이름 높은 가문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선대 영안후가 세상을 떠난 뒤로는, 그 집안에서 이렇다 할 인물이 나오지 않았다.반면 이 자리에 모인 귀녀들 가운데에는 아버지가 조정의 실권을 쥔 이도 있었고, 병권을 손에 쥔 무가의 여식도 있었으며, 대대로 명망을 쌓아 온 명문의 규수도 있었다.그러니 배경만 놓고 보면, 영안후부가 그들보다 나을 것도 없었다.그런데도 태자비 자리를 영안후부에 내주어야 한다는 사실이 못마땅했다.하물며 금영은 적녀조차 아니었다. 그렇다고 배명월이라면 납득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배명월은 적녀라는 이름만 걸쳤을 뿐, 보고 배운 것 없이 자란 시골 계집에 지나지 않았다. 애초에 그들과 견줄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결국 이들이 못마땅하게 여긴 것은 금영 한 사람만이 아니었다. 배명월은 물론, 영안후부 그 자체를 업신여기고 있었던 것이다.그러니 그런 말을 늘어놓은 것도 배명월을 두둔하려는 뜻은 아니었다. 자매가 서로 다투는 꼴을 핑계 삼아, 영안후부를 한꺼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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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화

금영은 주변을 쓱 훑어본 뒤 차갑게 말했다."제가 오늘 왜 이 자리에 온 줄 아십니까? 황후마마께서 오늘부터 매일 한 시진씩 저를 곁에 두고, 태후마마의 생신 준비를 함께하라 하셨습니다."담담한 말투였지만, 그 안에는 타고난 기품과 쉽게 범할 수 없는 위엄이 서려 있었다. 그 기세에 누구 하나 쉽사리 반박하지 못했다. 그러나 입을 다물었을 뿐, 마음까지 꺾인 것은 아니었다.고작 서녀가 운 좋게 태자비 자리를 차지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정말 자신들이 올려다봐야 할 사람처럼 구는 모습이 못마땅하기 그지없었다.귀녀들은 슬쩍 고개를 들어 유진설을 바라봤다. 지금 상황에서 대신 나서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건 그녀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진설은 코웃음 한 번 치더니, 그대로 밖으로 향했다. 금영은 물론 다른 사람들도 전혀 안중에도 없는 태도였다.그렇게 유진설이 금영의 곁을 지나치려던 찰나였다. 금영이 자신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녀는 적잖이 당혹스러웠다.‘날 보고 웃다니, 이 여자가 왜 이러지? 무슨 속셈이지?’하지만 그것도 잠시, 금영은 다시 고개를 돌려 요영지를 바라보며 싸늘하게 말했다."그쪽도 끝까지 일러바칠 용기가 없다면, 앞으로는 얌전히 구는 게 좋을 겁니다. 제 인내심은 생각보다 깊지 않으니까요. 다음번에는 오늘처럼 식은 차가 아니라, 펄펄 끓는 물이 얼굴에 쏟아질 수도 있다는 것, 명심하세요."요영지는 속이 들끓을 만큼 분했지만, 더는 금영과 맞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결국 씩씩대면서도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제야 금영은 시선을 거두고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황후마마께서 저희 모두 함께 태후마마의 생신을 어떻게 축하해 드릴지 의논하라 하셨습니다. 의견이 있다면 말해 보세요."금영은 서 황후를 내세워 불만이 흘러나올 틈을 미리 막아 두었다.귀녀들은 서 황후가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기에, 그녀 역시 자신들처럼 금영을 못마땅하게 여긴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그만큼 서 황후의 뜻이 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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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위명은 의아했다. 예전의 황제라면 여인들 사이에 다툼이 벌어졌다는 말만 들어도 못마땅해했을 터였다. 그런데 오늘은 오히려 기분이 좋아 보였다. 실제로도 황제의 입가에는 미소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황제는 금영이 어제 자신이 했던 말을 마음에 새겼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는 스스로 자신을 지킬 줄도 알게 된 것이다. 그는 금영이 먼저 시비를 걸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금영은 지나치다 싶을 만큼 일찍 철이 든 아이였다. 이제는 그가 나서지 않아도 제 힘으로 해내고 있는 모습이 무척 흡족했다.*금영이 한차례 기강을 잡고 나자, 그녀를 대하는 귀녀들의 태도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수군거리던 시선도 한결 잠잠해졌고, 괜한 트집을 잡으려 드는 기색 또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적어도 겉으로는 더 이상 맞서려 드는 이는 없었다.금영은 그날 하루 의규를 배우고 춤을 익히느라 몹시 분주했지만, 별다른 탈 없이 순조롭게 시간을 보냈다.그리고 해 질 무렵, 지친 몸을 이끌고 소녕전으로 돌아왔을 때였다. 막 방 안으로 들어선 금영의 눈에 탁자 위에 수북이 쌓인 물건들이 들어왔다. 비단이며 보석이며, 하나같이 귀하고 화려한 것들뿐이었다."이건 뭐지?"금영이 의아한 듯 묻자, 해수도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 역시 하루 종일 금영과 함께 선화전에 있었으니 사정을 알 리 없었다. 그러다 제 나름의 짐작을 내놓았다."태자 전하께서 보내신 거 아닐까요? 역시 전하께서는 아가씨를 무척 아끼시나 봐요."해수는 그렇게 말했지만, 금영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태자의 입장에서 금영은 배명월을 궁에서 내쫓은 장본인이었다. 게다가 그 일로 자신까지 근신하게 되었으니, 금영을 좋게 볼 리 없었다.그 순간 금영의 머릿속에 차갑고 위엄 있는 황제의 얼굴이 떠올랐다.'설마, 그분일까?'다행히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다. 금영이 돌아온 것을 본 어린 내관 하나가 안으로 들어와 사정을 알렸다."이 물건들은 모두 손복안 태감께서 직접 가져오신 것으로, 황제 폐하의 하사품이옵니다.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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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금영은 내키지 않았지만 자리에 앉았다.곧 서 황후 곁의 조씨가 웃으며 말했다."황후마마께서도 마침 수라를 드시려던 참이었는데, 때맞춰 잘 오셨습니다."뒤이어 다른 궁녀도 걱정스러운 얼굴로 거들었다."요즘 황후마마께서 태자 전하 일로 근심이 크셔서, 거의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드셨습니다."서 황후는 곧장 얼굴을 굳히며 궁녀를 꾸짖었다."괜한 소리 하지 말거라. 태자가 잘못을 저질러 금영에게 상처를 줬으니, 응당 받아야 할 벌이다. 괜한 말을 꺼내 금영을 불편하게 하지 말거라."겉보기에는 금영을 배려하는 말처럼 들렸다.하지만 금영은 그 몇 마디만으로도 오늘 이 자리에 불린 이유를 알아차렸다. 자신에게 미안함을 느끼게 해, 태자를 대신해 황제에게 말하게 하려는 것이었다.그러나 금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못 알아들은 척 담담히 입을 열었다."다 제가 부족한 탓입니다. 괜히 태자 전하께 폐를 끼친 것도 모자라, 황후마마까지 근심하게 만들었습니다.""그게 어찌 네 잘못이겠느냐? 잘못이 있다면 네 동생이 더 크지...."서 황후는 말끝을 흐리더니,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허나 소한은 태자이지 않으냐? 근신이 길어지면 또 무슨 말이 돌지.... 그러면 그 아이의 위신도 떨어질 터인데...."그러더니 마침내 금영을 바라보며 본심을 드러냈다."아무리 자업자득이라 한들, 너는 장차 태자비가 될 몸이 아니냐? 태자와 함께 기쁨을 누리는 것도 좋지만, 좋지 않은 때 또한 함께 견뎌야 할 것이다. 그러니 근신이 길어지면, 너에게도 결코 좋은 일이라 할 수 없겠지. 금영아... 너도 무언가 해야 하지 않겠느냐?"황후는 미소를 띤 채 금영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에둘러 말을 꺼내는 듯하더니, 이제는 아예 대놓고 요구하고 있었다.고작 반달 남짓한 근신이건만, 황후는 그것조차 견디지 못한 채 당장 태자를 풀어 주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듯했다.금영은 아직 서 황후와 정면으로 부딪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말이 여기까지 나온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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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금영이 온 것을 본 위명이 황제에게 아뢰었다."폐하, 배금영 아가씨께서 오셨습니다."그러자 한참 뒤, 안쪽에서 짧은 대답이 들려왔다."들라 하라."금영이 안으로 들어가자 해수는 문밖 한쪽 귀퉁이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정면을 바라보는 순간, 마주 선 위명과 눈이 딱 맞았다.위명 역시 해수를 기억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만났던 때가 워낙 강렬했기 때문이다.반면 해수는 이 상황이 조금 난처했다. 그날 밤 찾아온 사람이 위명이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손을 깨물고 급소까지 걷어차는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위명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그는 황제 곁의 사람이라고는 좀처럼 믿기 어려운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험악한 얼굴에 우람한 덩치까지, 어딜 봐도 산적 두목에 가까운 험악한 인상이었다. 굳이 해수가 아니었더라도, 누구라도 그리 반응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한편 황제는 막 바깥에서 돌아왔는지, 손복안의 시중을 받으며 겉옷을 벗는 참이었다. 그런데 금영이 왔다는 소식을 듣자, 황제는 가볍게 손을 들어 손복안에게 물러가라는 뜻을 보였다.곧이어 금영이 황제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얇은 옷차림의 금영은 탕기를 두 손으로 받쳐 든 채, 다소곳이 허락을 기다렸다.황제는 탕기를 보는 순간, 그것이 서 황후가 보낸 것임을 단번에 알아차렸다.탕기가 품은 온기는 아직 남아 있었지만, 그것을 받쳐 든 채 현청전까지 온 금영의 손은 찬바람에 얼어 붉게 물들어 있었다. 황제의 시선이 그 가냘픈 손등에 머물렀다가, 이내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사실 이런 일은 옆에 있던 해수가 대신 들어도 됐다. 하지만 금영은 봉의궁을 나서는 순간부터 굳이 그 탕기를 제 손으로 받쳐 들었다. 바로 이 순간, 황제의 연민을 끌어내기 위해서였다.황제가 차갑게 말했다."내려놓아라."금영이 탕기를 내려놓으며 말했다."폐하, 이 인삼탕은 황후마마께서 직접 신녀에게 전해드리라 하신 것이옵니다."굳이 입에 올리지 않아도, 황제는 이미 사정을 짐작하고 있었다.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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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그래서... 주제넘은 줄 알지만, 태자 전하를 위해 청을 올릴 수밖에 없었사옵니다."금영은 그렇게 말하며 눈가에 옅게 물기를 머금었다.젖은 목소리를 듣는 순간, 황제는 지난밤 등월루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리던 금영의 모습을 떠올렸다.참 이상한 일이었다. 황제는 본디 여인의 눈물을 질색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금영이 이런 모습을 보이자, 치밀던 분노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그제야 황제는 금영이 봉의궁에서 왔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렸다.황후가 직접 나섰다면, 아무리 내키지 않아도 금영으로서는 태자를 위해 청을 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자신이 금영을 오해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제가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일어나거라."금영은 몸을 일으키며 소매 끝을 살짝 끌어내렸다.찬바람에 얼어 붉어진 손등을 감추려는 듯한 몸짓이었다. 그 모습을 본 황제의 눈빛도 한층 더 누그러졌다.바로 그때, 금영의 배에서 예상치 못한 꼬르륵 소리가 울렸다.금영은 난처한 기색으로 황제를 바라보았다."무례를 범해 송구합니다, 폐하."황제가 미간을 좁혔다."봉의궁에서 온 것 아니더냐? 거기서 밥도 먹이지 않고 너를 이리 보냈느냐?"금영은 눈을 내리깔았다. 봉의궁에 들어섰을 때, 서 황후는 분명 함께 식사하자고 말을 하긴 했었다. 하지만 자리에 앉기 무섭게 탕약을 내밀며 현청전으로 보냈다.그래도 금영은 굳이 서 황후를 탓하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인삼탕이 식을까 염려되어, 서둘러 폐하께 가져다드려야겠다는 마음이 앞섰사옵니다."황제는 미간을 좁힌 채 바깥을 향해 지시를 내렸다."수라를 들이거라.""예, 폐하."말이 떨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손복안이 어린 내관과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 두 사람의 손에는 식함 두 개가 들려 있었다.황제는 본래 조용한 것을 좋아했고, 식사 자리에서도 번거로운 격식을 즐기지 않았다.잠시 뒤 식함 안의 음식들이 차례로 상 위에 올랐다.황제가 다시 말했다."그릇과 젓가락을 한 벌 더 들여오거라.""예,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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