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영은 선화전 근처까지 이르렀을 때였다.문 안쪽에서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흘러나왔다."들었어요? 배금영이랑 배명월이 붙었다는 거? 아니, 그런데 배금영이 글쎄 자기 동생을 궁 밖으로 내쫓았대요. 정말 너무 하지 않아요? 같은 자매끼리 품을 줄도 모르고, 정말 독한 것 같아요."낯설지 않은 목소리였다. 음흉하게 비꼬는 이 말투, 금영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이건 분명 요영지였다.곧이어 누군가가 놀란 목소리로 대꾸했다."에이, 설마요."그러자 요영지가 바로 맞받아쳤다."설마는, 무슨 설마. 배금영 사정이야 다들 잘 알잖아요. 억지로 태자비 자리를 붙들고 있자니, 얼마나 속이 찔리겠어요. 그런데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배명월을 쫓아낼 기회를 얻었으니, 놓칠 리가 있나요?"요영지가 더 신이 나 말을 이었다."역시 배금영, 정말 보통내기가 아니라니까요?"이 자리에 모인 귀녀들 가운데 태자비 자리를 탐내지 않는 이는 몇 되지 않았다.영안후부가 한때 이름 높은 가문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선대 영안후가 세상을 떠난 뒤로는, 그 집안에서 이렇다 할 인물이 나오지 않았다.반면 이 자리에 모인 귀녀들 가운데에는 아버지가 조정의 실권을 쥔 이도 있었고, 병권을 손에 쥔 무가의 여식도 있었으며, 대대로 명망을 쌓아 온 명문의 규수도 있었다.그러니 배경만 놓고 보면, 영안후부가 그들보다 나을 것도 없었다.그런데도 태자비 자리를 영안후부에 내주어야 한다는 사실이 못마땅했다.하물며 금영은 적녀조차 아니었다. 그렇다고 배명월이라면 납득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배명월은 적녀라는 이름만 걸쳤을 뿐, 보고 배운 것 없이 자란 시골 계집에 지나지 않았다. 애초에 그들과 견줄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결국 이들이 못마땅하게 여긴 것은 금영 한 사람만이 아니었다. 배명월은 물론, 영안후부 그 자체를 업신여기고 있었던 것이다.그러니 그런 말을 늘어놓은 것도 배명월을 두둔하려는 뜻은 아니었다. 자매가 서로 다투는 꼴을 핑계 삼아, 영안후부를 한꺼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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