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Chapter 211 - Chapter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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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화

그 말을 들은 금영은 살짝 굳었다.'품행이 고결할 테니, 믿는다라....'예전의 금영이었다면, 그런 평을 들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의 금영은 결코 품행이 고결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황제의 총애를 얻기 위해 지금까지 여러 차례 그를 속였다. 영지라는 이름을 내세워 그를 만난 순간부터, 그 앞에 내보인 모든 것은 거짓일 뿐이었다.언젠가 황제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때도 과연 자신을 품행이 고결한 사람이라 여길 수 있을지 궁금했다.금영은 긴 속눈썹을 가볍게 떨었다. 그러나 곧 평정을 되찾고 다시 황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폐하의 신뢰에 감사드립니다."황제는 앞에 앉은 금영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마치 속내를 털어놓듯 말했다."세상을 살다 보면, 티 없는 깨끗함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는 걸 짐도 잘 안다. 온갖 계략과 계산이 뒤따르는 환경에서, 뜻을 이루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아가고 싶을 때도 올 것이다."거기까지 말한 황제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하지만 짐은 너만큼은 훗날 황실의 사람이 된 뒤에도, 지금의 마음만은 잃지 않기를 바란다. 물론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짐이 지켜 줄 테니, 너무 두려워하지 말거라."금영은 황제의 말뜻을 곧바로 알아차렸다.황제는 그녀가 훗날 황실의 정치에 휘말려들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비겁한 수단에 기대지 않고, 맑은 시냇물처럼 끝내 흐려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그는 진심이었다. 금영은 그의 말 속에서 황실의 웃어른으로서 베푸는 관심 이상의 무언가를 느꼈다. 하지만 차마 바로 긍정하지는 못했다.'참 좋은 말이지만... 너무 늦었어요.'황제에게 다가가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그녀의 모든 행동에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금영은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진짜 자신의 모습을 그에게 보여 준 적이 없었다.그녀는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황제의 여인이 되어야만 했다.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더 높고 또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했다. 그리고 그 끝에 있는 자리는 황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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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금영이 거의 포기할 즈음이었다.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황제가 먼저 입을 열었다."금영아."갑자기 이름을 불린 금영은 놀라 황제를 올려다보았다."예, 폐하."황제가 다시 말을 이었다."조금 전, 널 믿어 주어 고맙다고 했지? 그렇다면 짐이 무엇을 의심하고 있는지도 짐작하고 있겠구나."금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황제는 분명 금영은 믿는다고 했지만, 서 황후까지 믿는다고 하진 않았다. 그 말은 곧 황제 역시 서 황후의 계략을 알아차렸다는 뜻이었다. 그가 다시 물었다."네가 보기에는, 황후는 어떤 사람 같으냐?"금영은 신중히 말을 골랐다."온화하시고 현명한 분이라 생각합니다. 황후로서도 더없이 완벽하신 분이시지요."금영은 황제 앞에서 서 황후의 흉을 볼 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하지만 이 대답은 황제가 바라던 답이 아닌 듯했다.그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다시 말했다."그래... 그래서 더 안타까운 것이다. 그런 사람조차 한순간 그릇된 마음을 품으면,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를 수 있으니 말이다."황제의 눈빛에서 실망을 읽어낸 금영은 다시 조용히 입을 열었다."폐하께서도 조금 전,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근심이 없을 수는 없다고 하셨지요. 황후마마께서도 마찬가지이실 것입니다. 성현이 아닌 이상 어찌 허물이 없겠습니까? 황후마마도 결국 사람이니, 한순간 그릇된 마음을 품으셨다 하더라도 부디 이번만은 너그러이 헤아려 주십시오."금영은 끝까지 서 황후의 흉을 보지 않았다. 오히려 나서서 변호했다. 두 걸음을 내딛기 위해 한 걸음 물러서는 것처럼, 당장의 환심보다 더 먼 앞날을 위한 포석을 한 것이다.황제의 시선이 금영에게 머물렀다. 그녀가 이렇게 반응하리라는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듯했다.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곧 태후마마의 생신 연회가 열린다."이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었다. 금영은 그 말만으로도 황제의 뜻을 알아차렸다.오늘 이황자와 요영지의 일이 서 황후의 손에서 비롯되었음을 거의 확신하고 있었지만, 결국 태후의 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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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금영은 놀란 눈으로 황제를 바라봤다. 마음속에는 의문이 걷잡을 수 없이 피어올랐다.황제는 이미 서 황후가 이황자를 겨냥해 계략을 꾸몄다는 사실을 짐작하고 있었다. 태후마마의 체면을 생각해 서 황후를 벌하지 않는 것까지는 그렇다 쳐도, 이황자를 옭아맬 이 혼사만큼은 거두는 것이 맞았다.'도대체 요영지를 왜 이황자비로 들이려 하시는 걸까?'바로 그때, 문밖에서 손복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현비마마께서 폐하를 알현하고 싶다 청하고 계십니다."금영은 곧바로 현비가 찾아온 이유를 알아차렸다.아마 이황자의 일을 전해 듣고, 황제의 뜻을 돌리려 온 것일 터였다.금영은 즉시 몸을 일으켜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그 기색을 먼저 눈치챈 황제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더니, 다시 자리에 앉혔다.금영은 순간 당황했다.'왜 붙잡는 거지?'그때 황제가 차갑게 말했다."물러가라 전해라."그제야 금영은 황제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현비를 만나 줄 생각이 없는 것이다. 더 나아가, 어째서 자신을 붙잡아 두었는지도 알 것 같았다.금영 역시 이황자가 사고를 친 자리에 함께 있었던 만큼, 공연한 의심을 살 수도 있었다. 아니, 어쩌면 현비의 입장에서는 금영이 서 황후와 손잡고 일부러 이황자를 함정에 빠뜨렸다고 여길 수도 있었다.그러니 황제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도 결국은 금영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금영은 고마움을 담아 황제를 바라봤다.바로 그때, 밖에서 맑고도 또렷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폐하, 신첩도 소종이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이렇게 직접 죄를 청하러 왔습니다."금영은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했다. 입으로는 죄를 청한다 하지만, 실상은 황제가 뜻을 거두기만 바라고 온 것이 분명했다.금영은 슬며시 황제의 안색을 살폈다. 하지만 그는 눈빛만 한층 깊어졌을 뿐, 표정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역시 황제는 쉽사리 속내를 짐작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폐하께서 신첩을 만나 주시지 않는다면, 나오실 때까지 이곳에서 무릎을 꿇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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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현비는 그제야 제 실언을 깨달았다."폐...."그녀는 다급히 수습하려 했지만, 황제가 중간에서 말을 끊어 버렸다."짐이 끝까지 캐묻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면, 더는 이 일을 입에 올리지 말고 돌아가 반성하거라."현비는 그 말에 무언가 깨달았는지, 더는 이황자 문제로 매달라지 않고 풀죽은 목소리로 말했다."신첩이 잘못했습니다...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결국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난옥헌 안으로 한 발자국도 들이지 못했다. 금영은 다시 한 번 황제를 바라봤다.황제의 눈빛은 아까보다도 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그가 금영을 바라보며 말했다."방금 나눴던 얘기, 모두 들었을 것이다. 말해 보거라, 무슨 생각이 들었느냐?"금영은 눈을 내리깔았다. 사실 그녀는 진작 황제가 왜 요영지를 이황자비로 삼으려 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조금 전 현비의 입에서 나온 말로 인해 더 명확해졌다.최근 들어 이황자가 태자 자리를 노리며 은밀히 조정의 신하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황제는 젊은 시절 황위 다툼을 겪어 본 사람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아들들에게 또 그러한 조짐이 보이고 있으니, 달가울 리 없었다.아마 이황자의 움직임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황제를 거슬리게 하고 있었던 듯했다. 그러나 오늘 혼사는 단순히 홧김에 내린 것이 아니었다. 이번 일을 핑계 삼아, 아예 뿌리조차 자라지 못하게 만들려는 황제의 계획이었다.이황자가 그동안 어떻게 세력을 모아왔던, 요영지가 정비로 내려진 순간, 다른 사람들도 황제에게 그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게 될 터였다. 그러니 아무리 어리석은 자라도 이황자와 한패가 되려고 하진 않을 것이다.무엇보다 이황자는 세력을 만들 때 가장 큰 패로서 자신의 혼사를 걸었을 것이다. 거사를 성공하게 되면 그들의 딸과 혼례를 올리겠다고 말이다. 어쩌면 진작 정비와 측비 자리까지 정해놨을지도 몰랐다.그런데 이번 일로 모든 계산이 틀어지고 말았다. 본래 이황자가 정비로 맞아들이려 했던 가문도 더는 그를 도울 이유가 없어졌다. 마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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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황제의 자리에 있다 보면, 수많은 아첨과 추켜세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금영처럼 그의 마음속을 꿰뚫어 보는 사람은 정말 드물었다.황제는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금영을 바라봤다."참으로 영리하구나."금영과 같이 영민한 여인을 태자비로 맞이할 수 있다는 건, 이 나라의 큰 복이었다.전에는 선대 영안후를 생각해 그녀를 돌봤지만, 이제는 달랐다. 황제는 점점 진심으로 금영을 아끼게 되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그녀를 지켜주고 싶어졌다.금영이 나직이 대답했다."과찬이시옵니다, 폐하."황제는 옅게 웃음을 머금은 채 찻잔을 들어 올렸다.그 움직임을 본 금영은 깨달았다. 이만큼 머물렀으면 충분했다. 이제 자신도 물러갈 때였다.금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갖추었다."신녀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황제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금영이 난옥헌을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갑자기 손복안이 다급히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금영 아가씨,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금영은 걸음을 멈춘 채 손복안을 바라봤다."이거 가져가십시오."금영의 시선이 그가 내민 물건에 머물렀다. 등불에 비친 그것은 분명 손난로였다."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태감."금영이 손난로를 받아들이며 인사를 건넸다.하지만 손복안은 어떠한 설명도 없이 그저 인사를 건넸다."그럼 조심히 가십시오, 아가씨."손난로를 품에 안자, 몸에 밴 냉기가 서서히 가시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금영은 소녕전으로 돌아오는 내내 따뜻함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방 안으로 들어선 금영은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손난로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그 순간, 이상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처음 건네받았을 때는 눈보라가 거세 자세히 들여다볼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밝은 불빛 아래에서 보니, 용 두 마리가 수놓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게다가 그 위에 박힌 동주까지, 금영은 이것이 보통 손난로와는 견줄 수도 없는 귀한 물건임을 깨달았다.법도와 격식을 무엇보다 중히 여기는 황궁 안에서, 이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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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환옥은 빈 전각에서 벌어진 일을 서 황후에게 알리고 있었다.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서 황후의 표정은 무척 평온했다. 심지어 입가엔 옅은 미소까지 맺혀 있었다. 하지만 끝까지 모든 상황을 듣게 되자,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뭐라고? 요영지를 이황자와 혼인시킨다고?"환옥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현비마마의 경춘궁까지 정식 교지가 내려갔습니다."정식 교지가 내려갔다는 건, 황제가 절대로 이 뜻을 굽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공표하는 것이기도 했다.서 황후 또한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모르지 않았다."그렇다면 폐하께서 정말로 요영지를 이황자에게 내리시기로 마음을 굳히신 모양이구나!"상황이 이렇게 되자, 서 황후는 더욱 고심하기 시작했다. 이건 전혀 그녀가 바라던 방향이 아니었다.그녀가 원했던 건 황제가 두 사람의 추문을 알고 크게 분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끝내 죽음까진 아니어도 요영지에게 다시는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정도로 큰 수치를 주는 것이었다. 덩달아 이황자도 함께 중벌에 처해지길 바랐다.그러면 자연스레 현비도 연좌죄를 피하지 못할 터였다.그런데 황제가 생각지도 못한 혼인 교지를 내렸다. 이건 서 황후의 입장에선 상당히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옆에 있던 궁녀 조씨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마마, 비록 폐하께서 왜 이런 결정을 내리셨는지는 알 수 없으나... 출신이 미천한 요영지가 이황자비로 내려진다면, 오히려 태자 전하껜 큰 이득이 아니옵니까? 체면도 제대로 세울 수 없는 여인을 정비로 두게 되었으니, 앞으로 이황자가 다시 태자 전하의 자리를 노리긴 어려울 테니 말입니다."서 황후가 낮게 답했다."당장은 그렇게 볼 수 있지만, 나는 어딘가 석연치 않구나."그러더니 굳은 얼굴로 다시 말을 이었다."더구나 폐하께선 절대로 자신이 한 번 품었던 여인을 아들에게 내려주실 분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결정을 내리셨다라... 어쩌면 내가 사람을 잘못 짚었을 수도 있겠구나.""잘못 짚으셨다뇨?"궁녀 조씨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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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황제는 손복안의 물음에 답하지 않은 채, 마저 옷시중을 받았다. 그런 다음, 이미 차려져 있는 수라상 앞에 앉아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수저 하나 더 가지고 오거라."그 말을 들은 손복안은 작게 미소를 지었다."그럼 금영 아가씨께 들라 이르겠습니다."그러더니 곧바로 밖에 나가 금영을 맞이했다."안으로 들라 하십니다."금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현청전 안으로 들어섰다.실내에 발을 들이자,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검은 옷을 입고 있는 황제였다. 그는 상 앞에 단정히 앉아, 늘 그렇듯 차갑고도 고요한 눈빛으로 금영을 바라보고 있었다.금영은 곧바로 예를 올렸다."폐하를 뵙습니다.""되었다."막 잠에서 깨어난 직후여서 그런지, 목소리가 살짝 잠겨 있었다.금영은 몸을 일으키며 다시 그를 바라봤다.그러자 황제가 다시 입을 열었다."추운 날씨엔 밖에 돌아다니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 이른 아침부터 현청전엔 무슨 일로 온 것이냐?"무심한 듯한 말투였으나, 시선은 금영에게 고정되어 있었다.그녀는 있는 사실대로 답했다."폐하께 감사 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그러고는 두 손으로 공손히 용 그림이 수놓인 손난로를 받쳐 들었다."폐하께서 배려해준 덕분에 아주 따뜻했습니다. 이건 돌려드리겠습니다."하지만 황제는 손난로를 받아들이지 않고 바라볼 뿐이었다. 금영은 그의 덤덤한 표정을 보고, 속으로 확신했다. 역시나 예상대로 그가 손복안을 시켜 손난로를 보낸 것이 맞았다.황제가 나직이 웃었다."돌려준다고?"그는 제법 기분이 좋은 듯한 얼굴로 금영을 바라봤다.그러자 금영이 조심스레 답했다."폐하의 물건을 신녀가 어찌 감히 사사로이 지니고 있을 수가 있겠습니까."아무리 황실의 하사품이라 해도, 용무늬가 수놓인 물건을 내리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물며 이것은 황제가 직접 쓰는 손난로였다. 황제가 손수 내렸기에 잠시 보관하는 것쯤은 가능하겠지만, 말없이 계속 지니고 있는 것은 법도에 어긋나는 일이었다.황제가 말했다."이미 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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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낯이 두껍지 못하구나.'황제가 거절의 의사를 밝힌 것도 아닌데, 벌써 서운한 표정이었다.금영이 고개를 들어 맑은 눈으로 황제를 똑바로 바라봤다."그럼... 허락해주시는 겁니까?"황제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금영이 얼른 말했다."감사합니다, 폐하!"금영은 감사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듯했다. 하지만 어쩐지 황제는 그 말이 썩 진심으로 들리지 않았다.그녀가 까치발을 들고 책을 집으려는 것을 본 황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대신 책을 꺼내 손에 쥐여 주었다."이거면 되겠느냐?"금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면사 아래로 웃음꽃이 피었다.황제는 직접 그 얼굴을 볼 순 없었지만, 금영이 얼마나 들뜨고 기뻐하고 있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이게 이렇게까지 기뻐할 일인가?'잠시 의문이 들었지만, 곧 다시 입을 열었다."앞으로 이곳에 원하는 책이 있다면 얼마든지 빌려가도 된다."이렇게 말하면 금영이 더 기뻐할 것 같았다. 그리고 역시나 금영은 한층 더 표정이 밝아졌다. 그 모습을 보며 황제는 알 수 없는 만족감을 느꼈다. 무언가를 대단한 것을 성공시켰을 때 느끼는 뿌듯함과 비슷한 감정이었다.역시 영안후부보다는 자신이 데리고 있길 잘했다고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금영은 책을 얻은 뒤, 물러갈 준비를 했다. 그리고 어차피 황제도 곧 조정에 나갈 시간이었다.그가 없는 현청전에 혼자 남는 건, 자연스럽지 않았고 무엇보다 소득이 없었다.금영은 책을 품에 안은 채, 황제에게 허리를 숙이며 작별을 고했다.해수는 그 모습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분명 금영은 황제에게 손난로를 돌려주러 간다고 했는데, 책까지 한 권 얻어서 나왔으니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이때, 막 소녕전으로 출발하려던 순간, 갑자기 환옥이 나타났다.금영을 발견한 환옥이 공손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금영 아가씨, 이곳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금영은 걸음을 멈췄다. 하지만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환옥을 뚫어져라 쳐다봤다.그제야 환옥은 자신이 태도가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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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서 황후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그녀는 찬찬히 금영을 뜯어보기 시작했다.금영의 눈빛에 가득 담긴 건 분명 호기심이었다. 정말 아무것도 몰라 순수하게 궁금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서 황후는 그제야 자신이 헛다리를 짚었음을 알아차리고, 서둘러 그럴듯한 말을 지어냈다."너도 곧 태자와 혼례를 치르게 될 텐데, 가감 없이 말하겠다. 나는 모두를 품어주고 싶지만, 현비는 내 아래에 머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러니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분란을 막고, 태자를 지키기 위해선 현비와 이황자의 동태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금영은 그 말을 듣고 얼른 입을 열었다."역시 황후마마께선 훌륭한 어머니이십니다."회귀 전에도 서 황후는 태자를 위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금영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아들을 위해 이토록까지 할 수 있는 어머니는 많지 않았다. 그러니 적어도 태자에게만큼은 훌륭한 어머니인 셈이었다.금영은 회귀 전 제 손으로 생을 끊던 때를 떠올렸다. 그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서 황후는 결국 다른 이를 시켜서라도 그녀를 없앴을 것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 마지막 체면이나마 붙들려는 그녀의 필사적인 몸부림이었다.서 황후가 말을 돌리며 다시 캐묻기 시작했다."되었다. 요영지 이야기는 이쯤 하자꾸나. 그런데 요즘 폐하께서 선화전에 두 번이나 가셨다지?"금영은 결코 어리석지 않았다. 서 황후가 아무리 말을 돌려도, 그 속에 숨은 뜻을 모를 리 없었다.서 황후는 황제가 정말 그 영지라는 여인을 만나기 위해 선화전에 들렀던 것인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그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황제가 찾는 여인이 요영지일 거라 거의 확신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황제가 요영지를 이황자에게 내리면서, 이상한 점을 알아차린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상황이 제 손아귀를 완전히 벗어나기 전에, 어떻게든 금영에게 정보를 캐내려는 것 같았다.금영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폐하께서 선화전에 두 차례 들르신 것은 사실이옵니다. 하지만 신녀가 보기에는 별다른 이상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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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물론 말뿐인 약속이었다. 그 책은 반드시 끝까지 정독해야 했다. 서 황후는 죽었다 깨도 알 수 없는 사실, 그 책은 평범한 산천지가 아니었다. 황제의 친필 주석이 빼곡히 담긴, 아주 중요한 것이었다. 그를 파악하기 위해선 반드시 읽어야 했다.*"아가씨, 안 피곤하십니까? 하루 종일 의규를 배우고, 춤 연습까지 하셨는데, 방에 돌아와서 또 서책이라니... 과거 시험을 치르는 사람도 이렇게까진 하지 않겠습니다."해수가 안쓰러움과 답답함이 담긴 목소리로 말하며, 무언가를 탁자 위로 올려놓았다.금영이 고개를 들어보니, 연근으로 만든 요리였다. 금영은 물었다."누가 가져온 것이냐?"해수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당연히 음식을 내오는 내관이 가져왔지요. 그건 왜 물으세요?"그 말을 들은 금영은 자기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난 뭘 기대했던 거지?'전에 황제와 함께 저녁을 먹었을 때, 연근은 그녀가 유독 잘 먹었던 음식이었다. 그래서 순간 어쩌면 황제가 보내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니다."금영이 그렇게 대답한 순간이었다. 밖에서 누군가가 찾아왔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의아했다. 궁 안에서 자신을 찾아올 만한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금영은 우선 해수를 밖으로 내보냈다. 그런데 다시 돌아온 해수의 손에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아까 아가씨께서도 무언가 기대하시는 눈치이지 않으셨습니까? 자, 보십시오. 드디어 선물이 왔습니다."해수가 웃으며 말했다.금영의 시선이 해수의 손 위로 향했다. 그 위에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손난로 하나가 놓여 있었다.해수는 감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틀림없이 태자 전하께서 보내신 것이옵니다. 겨울만 되면 아가씨께서 손발이 차가워지시는 걸 알고 이리 챙겨 주신 게 분명합니다."금영은 담담히 말했다."돌려보내거라. 나는 받지 않을 것이다."그 말을 들은 해수는 순간 얼어붙었다."아가씨... 도대체 왜요...?"금영이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이제는 필요 없으니까. 나에겐 더 좋은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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