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시선이 먼저 닿은 것은 문가에 흐트러진 상태로 놓여 있는 붉은 치마 자락이었다.그리고 그 시선은 천천히, 더는 숨을 곳도 없이 드러난 두 남녀에게로 옮겨갔다.이황자는 처음에는 허둥댔다. 하지만 눈보라를 뒤집어쓴 채 황제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비로소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경악한 얼굴로 황제를 바라봤다."부, 부황...?"이내 지금 자신이 어떤 꼴로 들킨 것인지 깨달은 이황자는, 품에 파묻혀 있던 요영지를 급히 밀어내고 무릎을 꿇었다."부, 부황. 제, 제발 제 말 좀 들어주십시오. 저는 정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오늘 상사원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기마술을 익혔습니다. 그런데 날이 너무 추워 술을 조금 마셨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이곳이었습니다...."황제는 누구보다 예법과 규율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었다. 그런 황궁 안에서 정체도 분명치 않은 여인과 뒤엉켜 있는 모습을 들킨 이상, 아무리 둘러대 보아도 빠져나갈 구실은 없어 보였다.이황자의 옷차림은 몹시 흐트러져 있었다. 무릎을 꿇은 채인데도 가슴팍이 훤히 드러날 정도였다. 게다가 허리띠조차 반쯤 풀려 있어 방금 전까지의 낯뜨거운 정황을 숨길 길이 없었다.황제는 곁에 금영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는 곧 몸을 돌려 금영의 시선을 가린 뒤, 두 사람에게 등을 보인 채 차갑게 말했다."옷이나 똑바로 입고 다시 해명하거라."황제는 이곳에서 두 사람이 옷을 추스르기를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금영이 신경 쓰였다. 그는 금영에게 눈짓을 보냈고, 그녀는 곧장 그 뜻을 알아차리고 황제와 함께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내려가는 길, 금영은 황제를 가볍게 부축하려는 듯 손을 내밀었다."폐하, 조심하십시오."그렇게 두 사람은 전각 밖을 나갔고, 금영은 황제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폐하... 괜찮으십니까?"황제는 그 물음에 바로 답하지 않고 되물었다."너는 어쩌다가 이곳에 오게 된 것이냐?"금영이 나직이 답했다."감히 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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