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Bab 231 - Bab 240

340 Bab

제231화

"명월의 일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태자 전하가 누구의 정혼자였든, 아직 출가도 하지 않은 명월이가 사사로이 그분과 만남을 가졌다는 건, 충분히 아버지께 꾸지람을 들을 만했습니다. 그런데 왜 제가 명월이를 해치려 했다고 말씀하십니까?"그런 다음, 금영은 다시 영안후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아버지, 제 출신이 보잘것없는 서녀라 사람들 앞에서 내세울 처지가 못 된다는 것은 잘 압니다. 그러니 당연히 부인께서도 제가 달갑지 않을 것이고, 이런 오해도 하게 된 것이겠지요."그러더니 눈가를 붉히며 말을 이었다."차라리 입궁하여 폐하께 아뢰겠습니다. 저는 태자비 자리에 어울리지 않으니, 명월이를 대신 태자 전하와 혼인을 맺어 달라고 말입니다."그 말을 들은 송정희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정녕 그렇게 하겠단 말이냐?"만약 금영이 처음부터 제 분수를 알고 이렇게 나서줬다면, 송정희도 이토록 힘들게 그녀를 내쫓으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 역시도 직접 기른 딸과 원수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니까 말이다."정말 그렇게만 해준다면, 내 당장 훌륭한 혼처를 알아보겠다. 나도 널 박대하고 싶지 않으니 말이다."송정희가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자애로운 어미의 행세를 했다."그럼 당장 입궐하도록 하겠습니다...."그렇게 금영이 이 말과 함께 몸을 돌리려던 순간이었다."멈추거라!"영안후가 엄하게 호통쳤다. 그러자 송정희가 의아하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왜 그러십니까, 대인?"영안후는 이마에 핏대가 선 채 송정희를 바라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뺨을 내리쳤다. 송정희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아 황망하게 그를 바라봤다."지금 저를 때리신 겁니까?""그래, 때렸소. 어찌 이리도 사리 분간 못하시오?"영안후가 화를 삭이지 못한 채 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안 그래도 그동안 저 둘이 도대체 뭘 믿고 이리도 날뛰는 것인지 늘 궁금했는데, 오늘이야 비로소 알겠소. 다 그대가 키운 배짱이구려! 부인이 아이들을 이토록 버릇없이 키우지 않았다면,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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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언니, 저 때문에 화 많이 나셨죠? 다시는 언니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일이 없도록 사라질게요."배명월은 그렇게 말하며 당장 밖으로 뛰쳐나갈 듯 몸을 움직였다.그러자 배경천이 옆에서 그녀를 붙들었다."명월아!"그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꼭 나가야 한다면, 그건 네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나가야지!"그런데 이때, 몸을 일으킨 배명월이 휘청하더니 그대로 그의 품에 쓰러졌다. 금영은 그 모습을 보며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순간 시골이 아닌, 광대 집단에서 생활한 것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로 능숙한 연기였다."명월아, 왜 이러는 것이냐?"송정희가 다급히 달려와 배명월을 살폈고, 배경천은 곧바로 그녀를 안아 올리며 밖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거기 누구 없느냐! 당장 의원을 불러오거라!"이곳은 배명월의 거처이기는 했으나, 지금은 영안후와 금영까지 와 있었다. 배경천은 배명월을 지키려면 우선 이 자리에서 벗어나, 그 누구도 함부로 손댈 수 없는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판단했다.배경천이 소란을 피우며 배명월을 안아 밖으로 나가던 순간, 툭하고 무언가가 그 품에서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배명월의 손이었다. 영안후는 그 모습을 보고 놀란 눈으로 한참을 그들이 멀어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금영아... 보다시피 나도 충분히 벌을 내리려 했지만, 이렇게 되었다."영안후가 금영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말했다.금영이 담담하게 답했다."명월이가 걱정되신다면, 가보셔도 됩니다."그러고는 한마디 보탰다."물론 폐하께도 말을 잘 해둘 테니,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영안후는 속내를 들킨 듯, 얼굴이 조금 굳어졌다."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다."그러더니 헛기침을 하고 말을 다시 골라 입을 열었다."하지만 네가 폐하의 마음에 들었다니, 아비로서 기쁘지 않을 수가 없구나."그 말을 들은 금영은 입가를 옅게 휘였다. 역시나 자신의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황제가 중간에서 무언가 일러둔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영안후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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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맹운산이 찾아왔다면, 보러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는 금영에게 상당히 소중한 벗이었다. 그는 몇 차례 곤란했을 텐데도,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그녀를 도와준 사람이기도 했다. 그러니 금영에겐 은인 같은 존재였다.그런데 해수가 무언가 말하려는지 입을 달싹거리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보다 빨리 금영이 말했다."넌 일단 여길 지키고 있거라. 누가 날 찾으면, 몸이 좋지 않아 쉬고 있다고 알리고."해수가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그래도 꼭 아가씨를 봐야겠다고 고집부리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해요?"금영은 짧게 해수를 안심시켰다."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 다들 배명월에게 가 있을 테니, 날 신경 쓰기나 하겠어?"영안후는 오늘 그녀를 위하는 척 다른 사람들 앞에서 편을 들어주긴 했지만, 결국 그것도 황제의 입김이 닿았기 때문에 취한 행동이었다. 즉, 금영은 영원히 그의 마음속에 우선순위를 차지할 일은 없을 터였다.잠시 뒤, 금영은 안성당 뒤쪽 개구멍에 도착했다. 그러자 역시나 짙은 붉은색 옷을 입은 맹운산이 담장 옆 큰 나무 옆에 기댄 채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바람이 스치자 그의 상투에 묶인 붉은 비단 띠가 함께 흔들렸다. 어른이 되었어도 얼굴에 남은 소년다운 기색만은 여전했다.이윽고 맹운산도 그녀를 발견했다. 금영 또한 오늘도 그와 비슷한 빛깔의 붉은 털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맹운산은 입꼬리를 슬쩍 올리더니 다짜고짜 위쪽 나뭇가지에 매달렸다. 그러고는 금영이 미처 대비할 틈도 주지 않은 채 손목을 붙잡아 그대로 위로 끌어올렸다.몸이 허공으로 들리는 순간 금영은 숨을 삼켰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담장 위에 올라와 있었고, 맹운산은 이미 그 너머로 가볍게 내려선 뒤였다.금영은 담장 위에 걸터앉은 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 순간 다시 바람이 불어 면사가 옆으로 흩날렸고,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다.그 모습을 본 맹운산은 잠시 넋을 잃었지만, 이내 장난스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나한테 운산 오라버니라고 불러봐.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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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늘 밝고 시원시원하던 맹운산의 얼굴에 시무룩한 기색이 어렸다. 금영의 반응에 낙심한 것이 분명한 표정이었다. 금영은 맹운산이 평소에도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마음이 고스란히 얼굴에 드러났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대하기는 편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지레 짐작하며 애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금영에게 맹운산은 더없이 소중한 벗이었다.그녀가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안된다고 했어?"그러자 맹운산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엇? 그럼 가겠다는 거지?"금영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알겠어. 그런데 어디로 갈 거야?"맹운산의 목소리엔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네... 네가 원하는 곳이라면, 난 어디든 괜찮아."그러자 금영이 말했다."오늘 네 생일이라며, 그럼 너 하고 싶은 대로 해야지."맹운산이 눈빛을 빛내며 그녀를 바라봤다."내가 원하는 대로 해준다고? 그럼 당장 가자!"그러더니 활기찬 목소리로 곧바로 앞장서기 시작했다.금영은 맹운산을 따라 모퉁이 옆에 세워져 있는 마차에 올라탔다.맹운산의 시종 맹동은 주인과 나이 차이가 크지 않았으나, 충성심만큼은 아주 확고했다. 하지만 제 주인이 다짜고짜 붉은 망토를 두른 여인을 데리고 오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누가 봐도 그 여인은 영안후부의 큰 아가씨였다. 심지어 정문으로 들어간 것도 아닌데, 이렇게 나타나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금영은 머지않아 태자비가 될 몸이었다. 아무리 맹운산이라도 이런 식으로 굴어도 되는 것인지 걱정스러웠다. 만약 이 모습을 누군가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정말 오싹한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맹동이 차마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한 채 맹운산을 바라봤다."공자님...."맹운산은 맹동을 한 번 찌릿하게 노려보는 것으로 조용히 하라는 뜻을 전했다. 맹동은 서둘러 입을 다물었다. 그제야 맹운산은 금영을 도와주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금영은 그 손을 보고 옅게 웃더니, 스스로 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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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아무런 계산도 없이 누군가에게 이토록 잘해주다니, 맹운산은 참으로 보기 드문 사람이었다.그러자 그가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어릴 적 피를 나누며 한 맹세, 기억 안 나? 이제 곧 태자비가 되니까 의리 따위는 저버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금영은 어릴 적부터 소설책을 무척 좋아했었다. 특히 책 속 인물들이 피를 나누어 의를 맺는 장면을 볼 때면, 맹운산과도 꼭 그런 사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그래서 그를 졸라 비슷한 흉내를 내며 의를 맺은 적도 있었다.옛날 생각이 스치자 금영의 표정도 차츰 밝아졌다. 비록 부모의 진심 어린 사랑을 받지는 못했으나,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도 분명 행복하고 기쁜 날들이 많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내 가족들에게 배신당해 처절하게 무너졌던 순간이 뇌리를 스치자, 다시 마음이 울적해졌다.그런 속도 모른 채 맹운산은 계속 금영에게 말을 걸었다.“정말 그런 거면 나 진짜 실망이야. 높은 자리에 오른다고 이 불쌍하고 가난한 벗을 외면하려 들다니. 아무리 사람 마음이 간사하다지만, 이건 너무하네.”금영은 제멋대로 떠드는 맹운산을 보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순식간에 그녀는 부귀를 탐하다 의리까지 저버린 나쁜 사람이 되어 있었다. 더구나 태자비가 된다 한들, 맹운산은 여전히 장군부의 핏줄이었다. 그런 자가 스스로를 불쌍하고 가난하다고 말하다니, 다른 사람이 들었다면 분명 한마디 했을 것이다. 거기에 대놓고 사람 마음이 간사하다고까지 하니, 금영은 그저 기가 막힐 뿐이었다.그녀가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한 마디를 했더니, 아주 열마디를 쏟아붙이네."살짝 짜증이 묻어 있는 말투였다."그렇게 생각한다면, 너야말로 날 벗으로 여기지 않는 거겠지!"금영이 정말 화가 난 것 같자, 맹운산은 서둘러 달래기 시작했다."알았어, 알았어. 좀 농담한 거 가지고, 뭘 또 진심으로 화내고 그래?"예전에도 늘 이런 식이었다.맹운산은 걸핏하면 금영을 놀렸고, 그녀는 번번이 그 말에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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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그리고 무엇보다 금영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물러서려고 해도, 배명월과 서 황후 같은 자들이 순순히 그녀를 놓아줄 리도 없었다. 금영은 두 번 다시 그들에게 목숨을 빼앗길 수는 없었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겨우 마차가 멈춰섰다.맹운산은 옆에 놓인 면사를 금영에게 건넸다. 그는 금영이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쉽사리 드러내길 원치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마차 안에서만큼은 본 모습을 드러낸 채 있어주었으니, 그 사실만으로도 맹운산은 내심 기분이 좋았다.금영은 면사를 고쳐 쓴 뒤, 마차를 내렸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는데, 회귀 전에 와본 적 있던 곳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곳은 금광사(金光寺), 절이었다.곧이어 머지않은 곳에 마차 여러 대가 세워져 있는 것이, 불공을 드리러 온 사람들이 제법 있는 듯했다.금영이 맹운산을 바라보며 물었다."바람 쐬러 오자더니, 금광사? 네 생일을 저 안에서 보내자고?"맹운산이 웃었다."누가 금광사 안에 들어간대?""그럼...."금영이 그를 바라보자, 맹운산은 아무런 말도 없이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또 한참이 흘렀고, 거의 산을 반쯤 올랐을 때, 작은 길 하나가 나타났다. 금광사는 산꼭대기에 있었으니, 확실히 목적지는 다른 곳인 듯했다. 곧이어 월로사(月老祠), 인연을 관장하는 월하노인을 모시는 사당 간판이 보이기 시작했다."월로사라고?"맹운산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금영은 금광사 인근에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참으로 절묘한 위치였다. 본래는 인연이 이어지길 바라며 향을 올리는 곳이겠지만, 드러내놓고 만나기 어려운 젊은 남녀가 금광사에 간다는 구실로 자연스레 마주칠 수도 있었다. 연인들의 밀회 장소로도 더없이 알맞아 보였다. 금영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향 냄새가 가득한 사당 안쪽을 쳐다봤다.그때 먼저 안으로 들어간 맹운산이 뒤돌아보았다. 금영이 문 앞에 선 채, 마치 발이 묶인 사람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금영아, 왜 안 들어와?"금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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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금영이 안으로 들어서자 맹운산도 재빨리 뒤를 따랐다.“금영아, 잠깐만.”말을 내뱉고 나서야 맹운산은 아차 싶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침 몇몇 사람들이 그들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이런 곳에서 함부로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자칫 두 사람의 정체를 알아보는 이라도 생긴다면, 어떤 구설에 오를지 알 수 없었다.그는 태자가 못마땅했지만, 금영이 이 혼인을 얼마나 간절히 바라 왔는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응원해 주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제 손으로 망치고 싶지는 않았다.사당 안으로 들어서자, 붉은 도포를 걸친 도사 하나가 붉은 비단 띠를 내밀며 입을 열었다.“천 리 밖의 인연도 붉은 실 하나로 이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붉은 비단이 그 운명의 실을 대신해 줄 것이니, 마음에 두신 분의 이름을 적으시면 하늘의 보우를 입어 좋은 연을 이루게 되실 겁니다.”도사는 금영의 옷차림만 보고도 그녀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자고로 가진 것이 많은 이들일수록 씀씀이도 후한 법이었다. 그는 눈빛을 반짝이며 상서로운 말들을 줄줄이 늘어놓았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맹운산이 옆에서 슬쩍 물었다."꼭 이름을 적어야 합니까?"맹운산을 힐끗 바라본 도사는 곧 그의 뜻을 알아차렸다.귀한 집안일수록 사정이 복잡하고, 남에게 드러낼 수 없는 일도 많은 법이었다. 그러니 이들 역시 무슨 연유가 있어 상대의 이름을 함부로 적지 못하는 듯했다.붉은 비단에 이름을 적는 것만으로 정말 혼인까지 이를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도리어 화가 되어 돌아올 수도 있었다.도사가 웃으며 얼른 말을 정정했다.“정성만 있다면 겉치레가 무슨 대수겠습니까? 아명이나 애칭을 적으셔도 괜찮습니다."방금 금영이 향을 올릴 때 향전에 놓아둔 은자만 해도 술 몇 병은 넉넉히 살 수 있었다. 그러니 원하는 대로 적게 두는 편이 나았다.맹운산은 도사의 말에 고맙다고 인사를 한 뒤, 자신 또한 품에서 제법 큰 금덩이 하나를 꺼내 향전에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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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맹운산은 그 말을 듣고도 아무렇지 않은 듯, 붉은 비단을 꽁꽁 말며 뻔뻔하게 대꾸했다."나처럼 훤칠하고 잘난 사내가 좋아한다는데, 그 아가씨에겐 영광이지."금영은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자화자찬이 몸에 밴 공작새 같은 사내와 굳이 더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금영은 금가루가 묻은 붓을 집어 들고는 글자를 적기 시작했다. 그녀는 첫 글자로 '소'자를 적었다. 하지만 옆에서 느껴지는 맹운산의 시선에 잠시 멈칫했다. 금영은 그를 잠시 흘겨본 뒤, 랑이라는 글자를 이어서 적었다.'소랑?'맹운산은 그 두 글자를 보더니,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넌 그 사람한테 참 지극성이구나. 듣기로는, 그쪽은 이미 다른 이를 마음에 품고 있다던데."정곡을 찌르는 한마디였다. 하지만 막상 말을 꺼내고 나서야 맹운산도 아차 싶었는지, 곧 후회하는 기색을 내비쳤다.“아니, 너무 상심하진 마. 내가 잘못 들었을 수도 있잖아. 그래도 어릴 적부터 너와 쌓은 정이 있으니, 네 생각을 아주 안 하지는 않을 거야.”하지만 그의 짐작과 달리 금영은 그 말에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이 ‘소’ 자는 태자가 아니라 황제를 가리키는 글자였기 때문이다.금영은 속으로 혀를 차며, 맹운산을 한심하게 봤다. 어쩐지 그는 어릴 적보다 입이 더 가벼워진 듯했다.하지만 좀 전에 도사와 나눈 대화는 그녀에게 나름 도움이 되었다. 황제의 이름을 있는 그대로 쓰는 건 확실히 문제의 여지가 많았다.물론 세상에 같은 이름쯤이야 얼마든지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대량의 황제와 같은 이름을 그대로 쓰는 건 불가능했다. 설령 예전에 같은 한자를 쓰던 이가 있었다 해도, 소혁이 황제의 자리에 오른 뒤에는 바꾸지 않을 수 없었을 터였다. 황제와 이름이 같다는 것은, 스스로 죽음을 청하는 일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영은 혁 대신 랑을 쓸 수밖에 없었다.금영이 아무 대꾸도 하지 않자, 맹운산은 한발 물러섰다.“미안해. 나도 일부러 그런 말을 한 건 아니야.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지 마.”맹운산은 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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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반대편에는 영지와 난풍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난풍은 선대 영안후가 맹운산에게 붙여 준 아명이었다. 하지만 아직 관례를 치르지 않은 탓에, 맹운산은 그 이름을 남에게 한 번도 밝힌 적이 없었다. 그리고 영지가 누구를 가리키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맹운산은 바람에 흔들리는 비단을 올려다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제 것이 금영의 것보다 더 높이 걸렸으니, 분명 효험도 더 클 것이라고 말이다.금영은 맹운산이 비단을 묶으며 그런 생각을 하는 줄도 모르고, 그저 걱정스러운 눈으로 올려다볼 뿐이었다.잠시 뒤, 맹운산이 나무 위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흩날리는 눈발 사이로 붉은 비단 머리끈이 함께 어우러지자, 절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오죽했으면 월로사에 들른 몇몇 귀녀들마저 한동안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다 끝내 참지 못한 한 여인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공자님, 실례가 아니라면 성함을 여쭈어도 될까요?”그 여인은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이루어질 수 없는 인연을 붙들고 있기보다는, 차라리 새로운 사람을 찾아 나서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맹운산이 가볍게 웃으며 시원스러운 목소리로 답했다.“제 이름은 굳이 아실 것 없습니다. 제 마음에는 이미 임자가 있거든요.”“혹시… 저분인가요?”여인이 한쪽에 서 있는 금영을 가리키며 물었다.금영은 면사를 쓰고 있었지만, 누가 보아도 귀한 집 여식임을 한눈에 알 수 있을 만큼 기품이 흘렀다.그러자 맹운산이 금영을 힐끗 바라보며 태연하게 말했다.“그건 오해하셨습니다. 제가 머리에 구멍 난 것도 아닌데, 하필 저렇게 재미없고 답답한 여인을 마음에 두었겠습니까?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천진하고 밝으며, 웃는 모습이 참 예쁜 여인입니다.”금영은 말없이 맹운산을 노려보았다. 오늘 벌써 몇 번째인지, 툭하면 다른 사람과 그녀를 비교하며 불편하게 만들었다.그러자 맹운산에게 다가왔던 여인이 상심한 얼굴을 했다.이토록 빼어난 여인도 그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면, 자신은 더 가능성이 없어 보였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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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그가 황제의 자리에 오른 뒤 내디딘 걸음은 지금껏 단 한 번도 그릇된 적이 없었다.황제는 태생보다 능력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었다. 문벌이 높지 않더라도 재주만 있으면 아끼지 않고 등용했고, 공을 세운 신하들에게는 마땅한 상을 내려 공과를 분명히 했다.그는 참으로 훌륭한 군주였다. 하지만 위명은 가끔 그의 옛 모습이 떠오르곤 했다. 황제에게도 한때는 패기와 혈기가 넘치던 시절이 있었다.군주가 된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 자리가 짊어져야 할 무게 또한 결코 가볍지 않았다.그래서 위명은 이따금 생각했다. 누군가 황제의 고단함을 알아주고, 바쁜 나날 속에서도 잠시나마 마음을 놓고 웃을 수 있게 해 준다면 참 좋겠다고 말이다.그런데 생각이 채 가시기도 전에, 매서운 바람을 탄 붉은 비단 띠 하나가 날아와 그의 얼굴에 철썩 감겼다. 위명은 인상을 찌푸리며 얼른 그것을 떼어내려 했지만, 황제가 뒤돌아보며 그에게 물었다."무슨 일이냐?"위명이 못마땅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보아하니, 저쪽 월로사 쪽에서 걸어둔 비단 띠인 듯합니다. 매듭을 제대로 묶지 않아 여기까지 날아온 것 같습니다."그렇게 말한 뒤, 위명은 자기도 모르게 힐끗 비단 띠에 적힌 글자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그의 눈이 크게 뜨였다. 너무도 낯익은 이름이었다. 수일째 그를 괴롭혀 온 원흉이 바로 거기 적혀 있었던 것이다. 위명은 이 이름 때문에 벌써 여러 차례 봉록이 깎였고, 황제에게도 몇 번이나 꾸지람을 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스스로가 점점 무능하게 느껴지던 차였다."폐... 폐하...?"위명은 무척 당황했다. 그토록 찾아 헤맬 때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더니, 이런 뜻밖의 상황에서 단서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지금 이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물론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었다. 그리 드문 이름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위명은 어쩐지 이 사실을 꼭 황제에게 알려야 할 것만 같았다. 그는 두 손으로 비단을 받쳐 든 뒤, 조심스럽게 황제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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