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잠긴 금영은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비록 입궁한 이후로 구중궁궐의 암투가 절대 순탄치 않으리란 것은 짐작했으나, 이토록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마주하니, 형언할 수 없는 피로감이 밀려왔다. 그녀는 마음속의 잡념들을 깨끗이 털어버리고, 아침 수라를 들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영비마마, 황후마마께서 처소로 오라 명하셨사옵니다.” 해수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금영을 바라보며 나직이 물었다. “마마?” “의복을 갈아입겠노라 고하거라.” 금영이 무심하게 대꾸하자, 해수가 밖으로 나가 환옥에게 고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영비마마께서 지금 단장을 마치고 의복을 갈아입으시는 중입니다.” 금영은 진작에 단장을 마치고 의복도 갈아입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거짓을 고한 것은, 아침 수라를 들기 위해서였다. 자신과 뱃속의 아이가 굶어가면서 서 황후를 만날 필요는 없었다. 금영은 자리에 앉아 여유롭게 아침 수라를 마치고 손수건으로 입가를 깨끗이 닦아낸 후 비로소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걸어 나갔다. 금영은 서 황후와 엮이고 싶지 않았으나, 상대는 일국의 황후였다. 금영은 한동안 서 황후에게 문안 인사를 올리지 않았다. 사냥터에 도착하고 얼마 안 지나, 서 황후는 연금되었다. 얼마 안 지나 연금이 풀리긴 했으나, 이번에는 금영이 태기를 안정시킨다는 핑계로 황제가 매일 그녀의 곁을 지켰으니 서 황후는 감히 금영에게 문안을 오라 명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 금영도 건강을 찾았으니 더는 피해 갈 수 없는 노릇이었다.얼마 뒤, 금영은 사냥터에 마련된 서 황후의 처소인 춘휘당에 당도했다. 금영은 진홍빛 저고리를 살짝 치켜들고 해수의 부축을 받으며 안으로 발을 디뎠다.“신첩, 황후마마를 뵙사옵니다.” 금영은 미소를 띠며 예를 올렸다. 예전이었다면 서 황후는 가식적으로라도 사양하는 체하며 금영에게 예를 거두고 일어나라 했겠지만, 이번에는 금영이 무릎을 꿇었음에도 서 황후는 일으켜 세울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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