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Bab 631 - Bab 640

710 Bab

제631화

깊은 밤은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벌레 울음소리와 새소리가 선명하게 귓가를 때렸다. 한참 동안 기다렸으나 곁에 누운 황제에게선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고, 그녀는 황제가 이 질문에 답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 지레짐작했다. 하기야, 먼저 황제를 기만한 것도 그녀였고, 그녀의 장단에 맞춰준 황제에게 왜 맞춰준 것이냐고 따지는 것도 말이 되지 않았다.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이불 속으로 몸을 더 깊숙이 웅크렸다. 더는 답을 기다리지 않고 그대로 잠을 청하려던 찰나, 황제의 가라앉은 음성이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다. “너를 오냐오냐 받아줄 생각 따위는 없었다.” 금영은 순간 멍해졌다. ‘받아줄 생각이 없었다니? 그렇다면 방금 전의 행동을 후회한다는 뜻인가?’ 순간 금영은 질문을 한 것을 후회했다. 그저 과분한 은혜를 입었으면 속으로 기뻐하고 말 것을, 대체 무엇 때문에 구태여 입 밖으로 내어 화를 자초하는 것 같았다. 황제는 멈추지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짐은 그저 온 천하에 알리고 싶었을 뿐이다. 과거가 어찌 되었든, 지금의 너는 오직 짐의 사람이라는 것을. 그러니 감히 품어서는 안 될 불경한 마음을 거두라 경고한 것이다. 태자의 시선이 줄곧 네게 머물러 있더구나. 짐은 장님이 아니다.”황제의 냉랭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발목을 삔 척 가장하여 황제의 총애를 독차지함으로써 서 황후와 현비의 염장을 질렀다고 자만하고 있었다. 하지만 황제의 생각은 달랐다. 그녀가 짠 판을 교묘히 이용하여, 태자에게 경고를 날린 것이었다. 금영은 할 말을 잃었다. 스스로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영악한 여우라 여겼거늘, 뜻밖에도 황제는 그녀보다 한 수 위였다. 말이 없어진 금영의 등에 넓고 따스한 손이 닿았고, 황제는 이내 억센 힘으로 금영을 품에 완전히 가둬 버렸다. 어둠 때문에 그의 표정을 제대로 읽을 수 없었으나, 그가 매섭게 자신을 꿰뚫고 있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이윽고, 황제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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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2화

황제가 이를 갈며 외쳤다. “배금영!”황제의 위압감이 침상 전체를 흉험하게 휘감았다. 금영은 눈을 깜빡이다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방금 한 말들은 모두 신첩이 지어낸 것이옵니다.”따지고 보면 지어낸 것은 아니었다. 태자가 끈질기게 매달린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으니. 하지만 이런 식의 불장난은 도가 지나치면 화를 자초하는 법이다. 황제의 심기를 건드려 적당히 염장을 지르는 것까지는 용인될 수 있겠으나, 진정으로 태자와 몰래 정을 통하고 있다 오해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제 발등을 찍는 것이다.금영은 서둘러 덧붙였다. “오늘 태자비와 태자전하께서 함께 오셨는데, 태자비가 신첩에게 오만방자하게 굴어 태자전하께서 호통치시며 태자비에게 으름장을 놓으셨을 뿐, 그 이상의 대화는 없었사옵니다.” 금영의 발칙한 도발에 이성을 잃을 뻔했던 황제는 그녀의 솔직한 고백에 분노가 조금은 가라앉았다. 그는 옭아맸던 손을 거칠게 풀고, 침상 위에 바로 누웠다.진실을 고했음에도 황제가 자신을 본체만체하자, 묘한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방금 전의 도발이 도가 지나쳤던 것일까? 아니면 폐하께서 내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일까? 진정 내 무덤을 판 것인가?’황제의 곁으로 몸을 붙인 금영은 손을 뻗어 그의 허리를 감싸안고 머리를 그의 어깨에 다정하게 기대며 속삭였다. “폐하, 신첩에게 화가 나신 것이옵니까?”황제가 차갑게 웃었다. “아니다.”황제도 그 자리에 태자비가 있는 이상, 태자가 금영에게 선 넘는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 여겼다. 그는 태자비가 한발 늦게 도착한 사실을 알지 못했고, 태자가 금영에게 감히 입에 담아서는 안 될 말을 이미 털어놓은 것을 알지 못했다. 황제는 그저 금영이 자신을 농락하는 듯한 말에 화가 난 것이다. ‘화가 안 나긴 무슨, 이렇게 화가 나셨으면서!’하지만 황제는 격노한 상황에서도 그녀에게 죗값을 묻지 않고 애써 자제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금영은 내심 마음이 놓였다.황제의 성정을 어찌 누그러뜨려야 할지 고심하던 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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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3화

황제가 한껏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먼저 말을 건넸다.“놀란 것이냐?”금영도 정신을 차리고 나직이 말했다. “아니옵니다. 신첩이 잘못했사옵니다. 이런 일을 농으로 삼지 말아야 했는데.”그 말에 황제가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그저 농일 뿐이더냐?”금영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혹 폐하께서 내가 태자와 한방에 있었던 일을 아는 것일까?’조금 전 황제가 했던 말이 떠오른 금영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정말 황제가 그 일을 알게 된다면, 후과는 그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할 터였다. ‘아니, 만일 폐하께서 그 일을 알았다면, 지금 이런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이에 금영이 말했다. “농이 아니면, 정말이기라도 하겠사옵니다?”황제가 금영을 아래에 단단히 가두는 바람에 그의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몸에 닿으며 열기가 오르게 했다. 이윽고, 황제가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일은 없었을 수 있으나, 네 입으로 짐은 나이가 많다고 하지 않았느냐.”금영은 설명을 다 했음에도 황제가 계속 노여워하는 까닭을 알게 되었다. 그의 나이가 많다고 한 것 때문에 그런 것이다. 금영이 웃음을 터뜨리자, 황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그는 벌을 주듯 금영의 입술에 무겁게 입을 맞췄다. “감히 웃는단 말이지!”금영의 웃음소리가 깊은 어둠과 함께 흩어지다가 가느다란 흐느낌으로 변했다.그녀의 몸선 을 타고 아래로 내려간 황제의 손은 그녀를 괴롭혔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귓가에 몇 번이고 들렸다. “짐이 정말 늙었느냐?”금영은 흐느끼며 말할 수밖에 없었다. “늙지 않으셨사옵니다. 폐하께서는 조금도 늙지 않으셨사옵니다.”황제의 손길에 몸이 녹초가 된 금영은 이불 속에 몸을 완전히 감싼 채, 그를 노려보았다. ‘폐하께서는 대체 어디서 이런 수단을 배웠단 말인가!’온몸이 붉게 달아오른 금영은 더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남녀가 정을 나누는 것에 오직 거사를 치르는 것만 포함된 줄 알았다. 그런데 황제는 그녀가 알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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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4화

금영이 말했다. “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우리를 함정에 빠뜨린 것이다.”태자의 반응으로 볼 때 모르는 척하는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아둔한 그가 그런 계략을 세웠을 리 없었다. “하오면… 현비마마일까요?”해수가 놀라서 물었다. “틀림없을 겁니다. 만약 마마와 태자전하께서 은밀히 만난다는 소문이 난다면 현비마마께서 가장 큰 이득을 보니까요!”해수의 말에 금영이 고개를 저었다. “현비가 가장 의심스럽긴 하나,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단순한 일은 아닌 것 같구나.”*한편, 환옥이 무거운 마음으로 서 황후에게 보고했다. “폐하께서 어제 영비마마의 처소에서 묵으셨습니다.”화장대 앞에 앉아 조씨가 화장을 해주길 기다리던 서 황후의 안색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딱히 놀라는 기색은 없었다.거울 속 서 황후는 핏기 없이 푸르스름한 안색을 가리기 위해 분을 한 겹 더 덧발랐다. 안색이 나빠진 것뿐만 아니라, 몇 살은 더 늙어버린 것 같아 신경이 씌였다.연신 자기 얼굴을 훑어보던 서 황후는 짜증이 밀려왔다. 금영이 입궁한 뒤로 자주 밤잠을 설친 서 황후였다. 안색이 좋을 리가 없었다.환옥이 말을 이었다. “폐하께서 어젯밤, 목욕물을 데우라 하셨습니다.”금영과 황제의 은밀한 침소 사정이야 남들이 알 길은 없었다. 하지만 한밤중에 목욕물을 청했다는 사실만큼은 숨길 수 없었다. 게다가 황제는 밤늦게 물을 데우라 한 것을 굳이 숨기려 하지도 않았다. 황제가 어디서 묵고, 몇 시에 물을 청했는지는 낱낱이 기록되어야 하는 법이었다.게다가, 태자가 금영을 구하려다 팔 한쪽을 잃을 뻔한 뒤로 자식을 잘 가르쳤다는 명목으로 황제는 서 황후의 연금을 풀어주었고, 위로의 뜻으로 내명부 중권까지 다시 서 황후에게 돌려주었다.금영도 이것에 별다른 불만이 없었다. 사건의 진상이 어떻든 태자가 그녀를 구한 것이 맞기에. 황제가 서 황후와 태자에게 하사품을 내리는 것은 이치에 맞았다. 오히려 상을 내리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내명부의 일은 애초에 황후에게 보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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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5화

서 황후가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그들 모두 장기판 위의 말뿐이다!”서 황후는 사람들을 모두 따돌리고, 태자에게 몰래 서신을 보내 배금영이 어디 있는지 알려주었다. 누가 상상이나 하겠는가. 서 황후가 자식까지 속여가며 이런 짓을 저지를 줄은.자식을 잃을 각오가 없으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는 법이다! 만약 오늘 유인한 것이 태자가 아닌 맹운산 같은 다른 사람이었다면, 서 황후는 자기 혐의를 완벽히 씻어내지 못했을 것이다.물론 이 모든 일은 서 황후의 통제 범위에 있었다. 현비가 그 현장을 덮치는 일 따위는 애초에 일어나지 않을 터였다! 서 황후는 진작에 사람을 시켜 부근을 지키게 했고, 이 일을 목격할 이는 없었다. 배명월이 그곳에 올 수 있었던 것도 서 황후의 계략이다. 일이 통제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배명월이 그녀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까 봐 노심초사할 필요도 없었다. 서 황후는 이미 밖에 사람들을 배치해 감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목적은 오직 배금영과 현비를 대립하게 만드는 것이었다!환옥이 옆에서 아첨 섞인 말로 맞장구를 쳤다. “황후마마께선 참으로 지혜로우십니다.”서 황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현비와 배금영이 감히 평화롭게 지낼 궁리해? 꿈도 야무지지! 이황자도 영원히 태자 자리를 위협하지 못하게 대판으로 싸워야 할 텐데! 그래야 헛수고가 안 되지.”서 황후가 한창 말을 하던 중, 누군가 들어왔다. “황후마마, 태자비께서 뵙기를 청합니다.”이 소식을 들은 서 황후는 마음이 통쾌했다.“안으로 들여라.”안으로 들어온 배명월은 황후에게 예를 올렸다. “황후마마를 뵈옵니다.”입꼬리를 살짝 올린 서 황후가 입을 열었다. “내 곁으로 가까이 오너라.”배명월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서 황후 곁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서 황후와 한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서 멈춰 섰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서 황후는 배명월의 그런 모습을 보고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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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6화

배명월은 순종적인 태도로 명을 받들었다. “예, 앞으로는 전적으로 황후마마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순종적으로 답하긴 했으나, 배명월의 눈빛에는 서늘한 한기가 스쳐 지나갔다.*금영은 서 황후가 이 음모를 꾸몄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서 황후의 예상대로 현비에게 칼날을 겨누지는 않았다. 황궁에는 그녀의 적이 한둘이 아니었다. 아직 기반이 불안정한 시점에서 무턱대고 사람들과 공공연히 맞서고 싶지는 않았다.무엇이나 차근차근 해나가야 하는 법이다. 적을 상대할 때도 한 명씩 상대해야 한다. 그녀가 후궁이 된 이상, 다른 비빈들의 시기를 받는 것은 그리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전생에도 현생에도 서 황후는 금영이 입궁하기도 전부터 이유 없이 싫어했다. 금영은 자신의 적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다. 해수는 금영에게 지난밤의 일들을 고한 뒤, 금영의 단장을 도왔다. 단장을 마친 후에는 서둘러 금영의 아침 수라를 챙기러 나갔다. 홀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팽이처럼 돌아치는 해수를 바라보며, 금영은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해수가 밥상을 내오자, 금영은 노리개 몇 점을 꺼내 건넸다. 해수가 영문도 모르고 어리둥절해했다. “이 노리개들은 다 정리해서 넣은 것인데, 어찌 다시 꺼내셨습니까?”금영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것들은 너에게 하사하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해수는 깜짝 놀라 당황한 눈빛으로 금영을 바라보았다. “마마, 노비가 무슨 죽을죄라도 지은 것입니까?” 해수의 반응에 금영은 실소했다. 전에 그녀의 하사품을 받은 연아와 채아의 최후를 목격한 해수는 겁에 질린 듯했다. “안심하고 받거라. 너는 누군가의 미움을 받을 짓을 안 했으니, 내 너에게 하사품을 내린다고 하여 곤란하게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금영이 말을 이었다. “황궁의 물건이라는 표식이 없는 것들로 엄선했으니 잘 챙겨두거라. 훗날 혼인할 때, 혼수품으로 쓰면 꽤 넉넉할 것이다.” 그 말을 들은 해수가 서둘러 말했다. “노비는 어디에도 가지 않고, 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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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7화

생각에 잠긴 금영은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비록 입궁한 이후로 구중궁궐의 암투가 절대 순탄치 않으리란 것은 짐작했으나, 이토록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마주하니, 형언할 수 없는 피로감이 밀려왔다. 그녀는 마음속의 잡념들을 깨끗이 털어버리고, 아침 수라를 들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영비마마, 황후마마께서 처소로 오라 명하셨사옵니다.” 해수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금영을 바라보며 나직이 물었다. “마마?” “의복을 갈아입겠노라 고하거라.” 금영이 무심하게 대꾸하자, 해수가 밖으로 나가 환옥에게 고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영비마마께서 지금 단장을 마치고 의복을 갈아입으시는 중입니다.” 금영은 진작에 단장을 마치고 의복도 갈아입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거짓을 고한 것은, 아침 수라를 들기 위해서였다. 자신과 뱃속의 아이가 굶어가면서 서 황후를 만날 필요는 없었다. 금영은 자리에 앉아 여유롭게 아침 수라를 마치고 손수건으로 입가를 깨끗이 닦아낸 후 비로소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걸어 나갔다. 금영은 서 황후와 엮이고 싶지 않았으나, 상대는 일국의 황후였다. 금영은 한동안 서 황후에게 문안 인사를 올리지 않았다. 사냥터에 도착하고 얼마 안 지나, 서 황후는 연금되었다. 얼마 안 지나 연금이 풀리긴 했으나, 이번에는 금영이 태기를 안정시킨다는 핑계로 황제가 매일 그녀의 곁을 지켰으니 서 황후는 감히 금영에게 문안을 오라 명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 금영도 건강을 찾았으니 더는 피해 갈 수 없는 노릇이었다.얼마 뒤, 금영은 사냥터에 마련된 서 황후의 처소인 춘휘당에 당도했다. 금영은 진홍빛 저고리를 살짝 치켜들고 해수의 부축을 받으며 안으로 발을 디뎠다.“신첩, 황후마마를 뵙사옵니다.” 금영은 미소를 띠며 예를 올렸다. 예전이었다면 서 황후는 가식적으로라도 사양하는 체하며 금영에게 예를 거두고 일어나라 했겠지만, 이번에는 금영이 무릎을 꿇었음에도 서 황후는 일으켜 세울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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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8화

“황후마마께서는 태자전하는 벌하지 않으시면서, 도리어 신첩을 벌하시겠다는 말씀이옵니까?” 배명월이 금영을 매섭게 노려보며 비웃음을 터뜨렸다. “배금영, 감히 어디서 거짓을 고하려 들어? 네가 의도적으로 유혹하지 않았다면, 태자전하께서 어찌 너를 만나러 가셨겠느냐?” 금영이 콧방귀를 뀌었다. “신첩은 태자전하를 유혹한 적이 단연코 없다고 말씀드렸사옵니다. 지난밤도 본궁이 태자전하를 청한 적이 없사옵니다!”말을 마친 금영은 서 황후의 안색을 유심히 살폈다. 서 황후가 가소롭다는 듯 비웃었다. “네가 아니라면, 다른 누군가가 고의로 태자를 네게로 보냈다는 말이냐?” 금영이 차갑게 맞받아쳤다. “음험하고 표독한 늙은 독사가 신첩을 모해하려 한 것일 수도 있겠지요. 제가 어찌 알겠사옵니까?” 금영의 말을 들은 서 황후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음험하고 악독하다는 말도 모자라, 그녀를 늙은 독사라 칭한 것이다.금영은 잠시 망설이더니 한마디 덧붙였다. “방금 신첩이 실언을 하였사옵니다. 황후마마께서는 절대 오해하지 마시옵소서. 신첩은 결코 황후마마께서 늙으셨다고 한 것이 아니옵니다. 그저 뒤에서 신첩과 태자전하를 함정에 빠뜨리려 한 자를 욕하려던 것뿐이옵니다.” 서 황후가 금영을 매섭게 쏘아보며 서늘하게 명했다. “사건의 진상이 어찌 되었든, 네가 사사로이 태자를 만난 것은 궁중의 법도를 위배한 중죄이다! 여봐라! 매를 들어라!” 이쯤 되니 금영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했다. 서 황후는 그저 적당한 구실을 만들어 금영을 곤란하게 만들 작정이었다. 게다가 금영이 이 일을 감히 황제에게 알리지 못할 것이라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조씨가 험악한 기색으로 다가오는 것을 본 금영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얌전하게 무릎을 꿇고 있던 금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씨의 안색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영비마마, 어찌 황후마마를 이토록 안중에 두지 않으시는 것이옵니까?” 서 황후가 위압적인 목소리로 다그쳤다. “막 입궁한 것을 봐서 잘못을 해도 질책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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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9화

금영과 세차게 부딪친 사람은 본능적으로 그녀를 밀쳐내려다가 이내 멈칫하더니, 다시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듯 붙잡아 지탱해 주었다. “금영아?”태자의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목소리가 금영의 귓가를 때렸다. 금영 역시 순간 멍해졌다. ‘누구? 태자전하? 폐하가 아니란 말인가!’ 금영은 황급히 고개를 들어 상대의 얼굴을 확인했다. 과연 구름 문양이 수놓아진 비단옷을 입은 태자가 앞에 서 있었다. 사실 금영은 뒤로 쓰러지는 시늉을 한 것이기에, 설령 아무도 받쳐주지 않았다 한들 정말로 바닥에 나뒹굴 생각은 없었다. 그녀가 이런 연극을 벌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사실 바깥에서 발소리가 들리면서, 문을 지키던 내관들이 무릎을 꿇는 소리에 금영은 내관들의 인사를 받으면서 황후의 처소로 거침없이 올 수 있는 것은 황제뿐이라고 지레짐작했다.황제의 앞에서 뺨 한 대를 맞은 후, 서 황후를 구렁텅이로 밀어 넣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앞에 나타난 사람은 태자 소한이었다.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은 금영은 흥미를 잃고 손목을 비틀어 그에게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태자는 끈질기게 그녀의 손을 잡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금영을 바라보았다.“도대체 어찌 된 일이냐?” 금영이 대답하기도 전에, 소한의 시선이 조씨에게 닿았다. 금영의 뺨을 때리려 손을 허공에 치켜들었던 조씨는 손을 내리지도 못한 채 굳어버렸다. 조씨가 황급히 서 황후에게 변명했다. “황후마마, 영비마마의 얼굴에 손도 대지 못했습니다….”조씨의 손이 다가가기도 전에 금영이 알아서 날아가 버렸으니,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조씨가 무공이라도 펼쳐 금영을 날린 줄로 알 것이다. 금영이 태자를 쏘아보며 냉랭하게 경고했다. “태자전하, 부디 자중하시옵소서!” “전하께서 계속 이토록 무례하게 본궁의 손목을 붙잡고 계신다면, 본궁은 지금 당장 폐하를 찾아가 전말을 고하고 시비를 가릴 것이옵니다! 감히 후궁을 범하려 한 대죄로 전하를 처벌케 할 것이니 그리 아시옵소서!”금영의 말에 태자는 허둥지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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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0화

“정녕 저 요망한 것 때문에 본궁과 등지겠다는 것이냐?”서 황후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서 황후의 가차 없는 폭언에 태자는 순간 흠칫 놀라며, 낯선 사람을 보듯 서 황후를 바라보았다. 그의 기억 속 서 황후는 늘 온화하고 현숙한 자태를 잃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오늘 금영을 향해 천박한 욕설을 내뱉는 모습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태자의 충격 어린 시선을 마주한 서 황후도 자신의 언사가 거칠었다는 것을 깨닫고 애써 숨을 고르며 안색을 누그러뜨렸다. “내 너의 방자한 처신에 그만 이성을 잃고 말았다!” “본궁이 영비를 책망한 것은 결코 명월의 고발 때문이 아니다. 지난밤에 얼마나 위험했는지 정녕 모르는 것이냐? 만약 네가 영비와 은밀히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사람들 귀에 들어가면… 태자의 지위가 온전했을 것 같으냐?” 서 황후가 안색을 굳히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태자가 차갑게 맞받아쳤다. “오해이옵니다! 금영이가 먼저 저를 만나려 한 적은 없사옵니다. 필시 현비마마와 이황자가 뒤에서 음모를 꾸민 것이 분명하옵니다!” 서 황후는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큰 깨달음을 얻은 표정을 지었다. “네 말을 듣고 보니 과연 일리가 있구나. 본궁이 영비를 오해한 모양이다. 현비는 참으로 영악한 계책을 꾸몄구나!” 금영은 속으로 비웃음을 날렸다. 말을 빙빙 돌렸지만, 결국 서 황후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은 이 음모의 배후가 현비라는 확답이었다. 금영 애초에 짐작했었다. 하지만 서 황후가 지난밤 벌인 연극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침부터 자신을 불러 매질까지 하려는 모습에 금영은 이상함을 눈치챘다. 누군가 함정을 파놓고 그녀가 함정에 빠지길 기다리는 느낌을 받았다.금영은 태자를 넌지시 바라보며, 의구심을 지우지 못했다. ‘설마 자기 자식까지 속이면서 이 연극을 벌인 건가?’금영은 이쯤에서 소란이 일단락될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태자가 서 황후를 똑바로 응시하며 한마디를 더 얹었다. “비록 이번 일은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하나, 금영이가 억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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