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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1화

현비가 다가와 서 황후를 바라보더니, 한마디를 툭 던졌다. “황후마마께서는 참으로 자비로운 심성을 지니셨사옵니다.”마침, 멀지 않은 곳에 서서 흙먼지로 뒤덮인 의복을 거칠게 털어내던 여비가 그 소리를 전해 듣고는 차갑게 맞받아쳤다. “가증스러우시군요!"현비와 서 황후의 시선이 일제히 여비에게 향했다. 조씨가 불편한 어조로 끼어들었다. “어찌 감히 황후마마께 그런 상스러운 표현을 하실 수 있단 말이옵니까!”여비는 조씨의 문책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차갑게 대꾸했다. “내가 언제 황후마마를 언급했더냐? 몸종이 지레 겁을 먹고 제 상전의 일인 양 덤벼드는 것이로구나?”기가 찼던 서 황후의 관자놀이가 파르르 떨렸다. 금영이 입궁하기 전만 해도, 여비는 온 세상에 원한이라도 맺힌 것처럼 굴긴 했지만, 이토록 지위의 높고 낮음도 모르고 안하무인으로 날뛰지는 않았었다. 금영이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필시 시기심에 눈이 멀어 실성한 듯했다.여비가 한마디 덧붙였다. “배금영에게 무슨 일이 생기길 손꼽아 기다리는 이가 본궁 하나만은 아니겠지요?”서 황후는 여비의 말에 도리어 조씨에게 나직이 타일렀다. “조 상궁도 그만하거라. 품에서 자식을 잃은 어미가 옛 기억에 심사가 뒤틀린 모양이니, 본궁이 저 불쌍한 처지와 사사건건 시비를 가릴 필요는 없다.” 서 황후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을 이었다. “다만 여비, 영비의 복중에 자라는 핏줄은 엄연히 폐하의 핏줄이네. 본궁은 중궁으로서 영비와 그 아이가 평안하기만을 염원할 뿐이니, 그런 불경한 추측을 함부로 입에 담지 말게.” “이번만큼은 본궁이 아량을 베풀어 넘어가 주겠으나, 조심해야 할 걸세. 만약 폐하의 귀로 이런 상스러운 불경이 흘러 들어가게 된다면, 폐하께서도 더는 봐주시지 않을 것이니!” 서 황후가 싸늘한 안색으로 경고를 날렸다.조씨가 안타까운 눈빛으로 서 황후를 바라보며 탄식했다.“황후마마께서는 성정이 지나치게 어질고 유순하신 것이 탈이옵니다!”한편, 황제를 선두로 한 일행은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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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2화

마차 내부의 물건은 이미 부서지고 뒤엉켜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만약 그 안에 사람이 고스란히 갇혀 있었다면, 목숨은 건졌을지언정 온몸이 다쳤을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몰라도 회임한 여인이 버티기엔 큰 타격일 것이다.“영비, 영비마마께서 사라지셨사옵니까?” 깜짝 놀란 위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비마마께서 마차가 요동치는 와중에 밖으로 튕겨 나가신 것은 아니 옵니까? 저 바닥으로 굴러떨어진 마부처럼 말입니다!” 위명이 자기도 모르게 불길한 소리를 내뱉었다.황제의 서늘한 눈빛이 위명의 얼굴에 내리꽂혔고, 위명은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황제의 시선을 피했다. 황제는 굳은 얼굴로 사람들을 둘러보더니 명했다. “수색하라! 샅샅이 수색하라!”*한편, 서 황후를 비롯한 후궁들은 황제의 소식만 기다리고 있었다.현비가 불안한 듯 입을 열었다. “황후마마, 영비에게 무슨 변고라도 생긴 것은 아니겠지요?”서 황후는 다시 염주를 굴려 대며 대꾸했다. “그럴 리가 있겠는가. 영비는 타고나길 운이 좋은 사람이니, 필시 아무런 화도 입지 않았을 것이니라.”말은 그리하면서도 서 황후의 안색은 수심에 가득 찼다. 때마침 조씨가 깔개를 가져왔고, 서 황후는 사람들 앞에서 무릎을 꿇더니 금영을 위한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하늘이시여, 부디 영비 뱃속의 아이를 잘 보살펴주시옵소서!”다른 이들도 하나둘씩 바닥에 무릎을 꿇기 시작했지만, 여비만큼은 무표정한 얼굴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기류를 풍겼다.얼마 지나지 않아, 여비도 슬그머니 무릎을 꿇었다.그렇게 한참이 흘렀고, 마침내 황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위명이 친히 금영이 탔던 마차를 몰고 합류했다. 서 황후는 황급히 황제에게 다가갔다. “폐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영비는 어디 있사옵니까? 무사한 것이옵니까?” 서 황후가 말을 이었다. “신첩이 경황이 없어 체통 없이 굴었사옵니다. 영비의 안위가 너무도 염려되는 바람에 무례를 범했사옵니다. 폐하께서도 아시다시피, 신첩은 영비가 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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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3화

정신이 없었던 황제는 유진설을 쳐다볼 겨를조차 없었다. 도리어 그 광경을 목격한 위명이 경악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해수입니다!” 해수와 금영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해수는 유진설의 부축받는 금영의 뒤를 받쳐주며 금영이 마차에서 내리는 것을 도왔다. 금영보다 해수를 먼저 포착한 위명의 외침에 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려 그쪽을 주시했다. 금영이 온전하게 마차 곁에 서 있는 것을 발견한 황제의 몸이 굳어버렸다. 한참 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던 황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금영아.”잃어버렸던 희망을 다시 찾은 황제는 이 모든 것이 환상일까 봐 차마 움직일 수 없었다.금영을 발견한 서 황후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배명월이 참지 못하고 쏘아붙였다. “어찌하여 그 마차에서 내리는 것이옵니까?” 금영은 배명월을 힐끗 쳐다보더니 담담하게 대꾸했다. “어찌 그리 묻는 것이냐? 본궁이 유 낭자의 마차에 함께 하면 안 되는 것이냐?” 여비가 불길한 소리를 할 때부터 금영은 마차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 사람을 시켜 샅샅이 조사하게 했지만, 아무 문제도 발견하지 못하였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고, 구태여 그 찜찜한 마차를 타고 싶지 않았던 금영은 다른 마차를 탈 심산이었으나 서 황후가 그녀를 마차에 태우지 못해 안달복달하는 모습에 이상함을 감지하고 마차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졌다. 하여 출발할 때 마부에게 천천히 가라고 명한 뒤, 유진설의 마차가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남들 몰래 그 마차로 갈아탔다. 마차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진작에 인지하고 있었던 마부도 말이 놀라서 날뛸 때, 먼저 마차에서 뛰어내렸지만, 안타깝게도 바닥에 굴러떨어지는 과정에서 크게 부딪히면서 혼절해 버렸다. 만일 마부가 멀쩡히 깨어 있었다면, 황제도 금영의 행방을 찾아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배명월이 말을 이었다. “이리 무사하시면서 어찌하여 황후마마께서 크게 염려하시어 후궁 비빈들과 함께 기도를 올릴 때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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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4화

거기까지 말한 황제가 고개를 돌려 서 황후와 배명월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어찌 영비를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 것인가? 영비가 미쳐 날뛰는 마차에 갇혀있길 바랐던 것은 아니겠지?”서 황후가 정신을 차리고는 황급히 변명했다. “폐하, 오해이옵니다. 신첩은 그저 영비가 무사하다는 사실에 너무나 기뻐 미처 반응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영비와 뱃속의 아이가 무사한 것을 보니 신첩도 시름이 놓이옵니다. 영비를 위해 기도를 올린 보람이 있사옵니다!” 서 황후가 말을 이었다.금영은 서 황후를 냉랭한 눈길로 주시하며 속으로 혀를 찼다. ‘기다렸다는 듯이 말하는구나.' 어떻게든 자기 공으로 돌리려는 서 황후의 모습은 참으로 뻔뻔했다. ‘기도를 올렸다고? 보나 마나 마차에서 굴러떨어져 죽길 바라는 마음으로 저주했을 테지.’자기 눈앞에 있는 금영을 바라보며 안심하기 바빴던 황제는 현덕스러운 척 연극을 하는 서 황후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황제가 차가운 어조로 명했다. “영비가 무사하니 지체 없이 각자의 마차로 돌아가라. 속히 궁으로 돌아갈 것이다!”때마침 손복안이 눈치 빠르게 정갈한 마차 한 대를 끌고 왔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황제는 천자의 위엄 따위를 개의치 않은 듯, 손을 뻗어 금영을 안아 들더니 마차로 향했다.이 광경을 목격한 서 황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예전에는 황제가 그녀를 가까이하지 않았을지언정, 최소한의 체면만큼은 지켜주었다. 그러나 근래 들어서는 점점 그녀를 안중에 두지 않는 듯 행동했다. 사람들 앞에서 금영을 편애하는 것은, 천하에 대고 황제가 황후라는 존재를 안중에 두지 않고 있음을 알려주는 꼴이었다!배명월은 여전히 서 황후를 부축한 채 서 있었다. 하지만 황후가 붙잡고 있는 팔에서는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전해졌다. 넓은 소맷자락 아래로 호갑투를 착용한 서 황후가 배명월의 팔을 무자비하게 움켜쥐었던 것이다. 배명월은 고통으로 안색이 하얗게 질린 채, 낮게 신음했다. “황후마마.”배명월의 신음을 전해 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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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5화

조금 전 금영의 행방을 찾을 수 없어, 얼마나 애가 탔는지는 오직 그만이 알고 있었다. 금영은 영문도 모른다는 듯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황제의 안색을 살폈다. “폐하?” 황제는 금영을 힐끗 쳐다보더니 은근한 한기를 머금은 어조로 말했다. “짐이 잠에 들었다는 그 허무맹랑한 소리를 곧이곧대로 믿었다고 여기는 게냐?”금영은 황제의 말에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황제가 이토록 분노한 이유를 그녀가 모를 리 없었다. 더구나 금영은 조금 전 해명에 허점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밖에 그 큰 사달이 났는데, 그녀와 유진설 그리고 해수가 마차 안에서 잠만 잤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방금 전의 허접한 대답은 서 황후를 속여 넘기기는커녕 서 황후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그녀가 일부러 마차 안에 숨어 사태를 관망하며 서 황후의 연극을 지켜보았다는 물증이 없었기에 넘어갔을 것이다.금영도 황제의 분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황제가 애가 타게 그녀를 찾는 동안, 그녀는 마차 안에서 태연하게 구경이나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만인지상의 황제가 남에게 농락을 당해본 적은 없었을 것이니, 이토록 분노하는 것도 당연한 노릇이었다.하지만 황제는 그녀가 자신을 속이고 있음을 뻔히 알면서도, 서 황후의 추궁 앞에서 기꺼이 방패막이가 되어주었다. 금영은 분노를 뿜어내는 황제를 바라보며 묘한 달콤함을 느꼈다. 하지만 금영은 자기 과오를 시인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일부러 사람들 피를 말리는 장난질을 좀 쳤다고 자백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녀는 잘못을 시인하는 대신, 두 눈 가득 처연한 눈물을 머금은 채 입술을 살포시 깨물며, 그저 애처로운 눈빛으로 황제를 응시했다.금영의 애처로운 모습에 황제는 화가 치밀어오르면서도 가슴이 미어졌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그의 감정을 쥐고 흔들었다. 마치 고요한 심연 속에 시도 때도 없이 거대한 바위를 던져 넣듯, 좀처럼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게 했다.금영이 두 눈을 살짝 깜빡이자, 가득 고여있던 눈물이 이내 실이 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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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6화

취옥은 배명월의 팔에 생긴 상흔을 목격하자마자, 숨을 들이켰다. “태자비마마, 이 상처는….” 배명월은 자기 팔뚝을 싸늘하게 내려다보더니, 두 눈에 독기가 번득였다.다만 그것이 배금영을 향한 것인지, 아니면 서 황후를 향한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자기 자신을 향한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한편, 위명은 조금 전 발생한 사달의 경위를 일차적으로 규명했다. 그의 목소리가 마차 밖에서 울려 퍼졌다. “폐하, 문제의 말 두 마리는 독초를 섭취한 것으로 추정되옵니다. 초기에는 어떤 이상 징후도 보이지 않으나, 장시간 걸음을 옮기다 보면 점차 광포하게 변하는데, 마침 저 야생마가 돌진해오며 말을 놀라게 하여 미쳐 날뛴 것으로 사료되옵니다.”금영은 그 소리를 전해 듣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독초라니? 때마침? 천하에 이토록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기막힌 우연이 존재한다고?’ 게다가 그 모든 화근이 오직 자신만을 정밀하게 겨냥하고 있었다. 황제의 얼굴이 차갑게 식었다. “철저히 조사하라!” 말로는 조사하라고 했으나, 단박에 잡아낼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큰 사달을 겪었던 황제는 더는 길에서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싶지 않았다. 하여 길을 재촉했고, 중간에 지체된 시간까지 상쇄하여 전체 대열은 다행히 해가 저물기 전에 도성 안으로 입성할 수 있었다.대열이 궁문에 도달하여 각자 가마로 갈아타기 위해 하차했을 때였다. 금영은 문득 이틀 전 사냥터에서 포착했던 낯익은 인물 발견했다. 대총관 이전에게 아첨을 떨며 서 황후에게 연줄을 대려 안달이 나 있던 궁비가 회궁하는 대열에 끼어있었다.현청전으로 가 정무를 살펴야 했던 황제는 금영을 먼저 소녕전으로 보냈다. 소녕전에 당도하자마자 해수가 물었다. “마마, 조금 전 유심히 살피셨던 그 궁비 말입니다. 노비가 알아보니 이름은 우심이며, 평소에는 요강을 씻는 등 허드렛일을 도맡아 했다고 합니다. 황후마마의 눈에 들어 신분을 바꿔 보려는 욕심에 그토록 필사적으로 매달린 모양입니다.”“이 태감에게 바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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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7화

황제가 자리에 앉아 차를 음미하고 나서야 태후가 입을 열었다. “폐하께서 영비에게 내릴 봉호를 새로이 초안해 두었다지요?”태후의 말에 방 안을 예리하게 훑은 황제가 이내 되물었다. “황후가 다녀갔습니까?”태후가 말을 이었다. “이토록 중차대한 일은 황후가 굳이 고할 필요도 없습니다.” “폐하께서 이리 처사하시면, 황후도 상처받을 것입니다.” 태후의 어조에는 은근한 책망의 기류가 섞여 있었다.황제가 맞받아쳤다. “짐이 금영에게 어떤 봉호를 내리든 황후와 상관이 없습니다. 황후는 엄연히 일국의 국모이니, 사사로운 감정에 휘말려서도 안 될 노릇입니다. 그저 황후로서 마땅히 해야 할 책무에만 전념하면 그만입니다.” 거기까지 말을 마친 황제는 태후를 응시하며 덧붙였다. “태후마마께서 평소 황후를 극진히 아끼고 가여워하시는 줄은 잘 알고 있으나, 이번 건만큼은… 이미 뜻을 확고히 굳혔습니다.” 황제는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작별을 고하고 물러갔다.내실에서 걸어 나온 서 황후는 태후가 입을 열기도 전에 먼저 말했다. “영비가 대체 폐하께 무슨 짓을 했기에 저러시는 것일까요!” 태후는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그러나 곁을 지키던 손 상궁이 대뜸 한마디를 툭 던졌다. “하오나 노비의 얄팍한 안목으로는, 폐하께서 택하신 그 봉호가 참으로 절묘하다고 생각하옵니다.” 서 황후의 안색이 순식간에 험악하게 굳어졌으나, 명색이 태후의 사람이었기에 애써 분노를 삼켰다. 이윽고 손 상궁이 나직하게 무어라 속삭이자, 서 황후의 안색이 어둡게 가라앉는 듯하더니, 이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마침내 금영의 탄일 당일이 되었다. 이른 아침, 황제는 정무를 보기 위해 나섰고, 서 황후는 청하지도 않았는데 소녕전으로 행차했다. 금영은 제 눈앞에 나타난 서 황후를 바라보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그러나 서 황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이 네 탄일이라 하여, 본궁이 특별히 선물을 전하고자 이리 걸음을 하였느니라.” 금영은 서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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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8화

공 상궁은 그 말을 전해 듣자마자, 즉시 답했다. “이곳 궁에서는 궁비들은 물론이요, 미인들의 성씨와 명부까지 샅샅이 꿰뚫고 있사오나, 그런 이름을 들어본 적은 없사옵니다.”금영은 공 상궁의 말에 서 황후가 일부러 허무맹랑한 소리를 한 것이라고 믿었다. 바로 그때, 공 상궁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 “하오나 머리에 불현듯 스치는 이름이 하나 있기는 하옵니다. 과거 명문가인 육가의 소저 아명이 원이었사옵니다.”“육가라니?”공 상궁이 말을 이었다. “그것은 폐하께서 아직 태자로 계실 적의 일화이옵니다. 당시 폐하께서는 육가의 소저와 혼약을 맺으셨사오나, 선황의 천추연이 성대히 거행되던 날, 우연히 폐하와 지금의 황후마마께서 합궁하시는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사옵니다.” 공 상궁은 잠시 말을 멈추고 주위를 살폈다. “그 불미스러운 사달이 벌어진 직후 소저가 먼저 파혼을 청하였고, 폐하께서는 지금의 황후마마와 새로이 국혼을 약조하시게 되었사옵니다.”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면 금영도 믿지 않았겠지만, 공 상궁의 입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자, 금영의 가슴은 걷잡을 수 없이 가라앉았다. 황제가 많은 봉호를 제쳐두고, 하필이면 그 귀중한 글자를 골라 그녀에게 하사한 연유가 그 일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영이 공 상궁을 바라보며 물었다. “본궁이 그 여인과 많이 닮았느냐?”공 상궁이 답했다. “용모를 따진다면 닮은 구석은 없사옵니다. 하오나 성정을 논하자면, 과거의 육 소저나 지금의 마마나 한결같이 법도를 중시하고 규범을 칼같이 지키는 올바른 여인들이시지요.” 사실 명문 세가에서 귀하게 양육된 영애들의 몸가짐과 성품이란, 결국 도토리 키 재기처럼 비슷하게 다듬어지기 마련이었다. 다만 금영은 겉보기에는 누구보다 단아하지만, 속에는 생기발랄하고 거침없는 면모를 품고 있었다. 이 역시 영안후의 슬하에서 자라면서 형성된 것이다. 유진설처럼 대놓고 거침없는 여인은, 실로 가물에 콩 나듯 극히 드물었다.금영이 나직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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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9화

금영은 탄일 선물을 무척이나 고대했었다. 황제가 자신을 위해 고른 그 봉호가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금영은 눈앞에 놓인 명황색 비단 두루마리를 바라보면서도 심드렁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진심을 많이 주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진작에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졌을 것이다. 그렇다고 한들, 저 명황색 성지를 바라보는 마음이 도무지 기쁘지 않았다.“이 성지를 받아들인다면, 너는 곧 짐의 원비가 되느니라.” 황제는 온화한 눈빛으로 눈앞의 여인을 바라보며 현재 금영에게 베풀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을 선사하고 싶을 뿐이었다. 금영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 억울함을 참아내기로 했다. 어차피 누구도 그녀가 이 봉호를 하사받게 된 내막을 알 리 없었고, 대외적으로는 그저 빛나는 봉호에 불과 했기 때문이다. 성지를 받아 들기 위해 손을 뻗은 순간, 그녀의 손이 부르르 떨렸고, 금영은 자기도 모르게 손을 거두고 말았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황제를 응시하며 물었다. “폐하, 신첩이 여태껏 단 한 번도 폐하께 여쭈어보지 못했사온데, 어찌하여 신첩에게 이 봉호를 하사하시려는 것이옵니까?” 그녀는 내심 확인받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그 질문을 던지고 나니, 가슴이 거칠게 요동치기 시작했다.황제의 입에서 듣고 싶지 않은 대답이 흘러나올까 봐 몹시도 두려웠다.황제가 실소를 터뜨렸다. “무슨 거창한 이유가 더 있겠느냐? 네가 짐의 마음속에 그만큼 있기 때문이지.” 이것은 그가 처음으로, 진심으로 한 여인을 후궁의 반열에 맞아들이고자 한 것이다.그 답을 전해 들은 금영의 눈이 미미하게 빛났다. 황제의 말에는 깊은 애정이 담겨있었지만, 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다. 속 시원하게 모든 패를 까발리고, 육 소저에 관한 이야기를 묻고 싶었다.하지만 만약 진정으로 진실을 대면하게 되었을 때, 더는 지금처럼 그와 화목하게 지낼 수 없을 것 같았다. 만약 그와 완전히 척을 지게 되면, 그것이야말로 서 황후가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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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0화

금영은 황제가 순순히 자기 의견을 다 받아들여 주자, 내심 묘한 의구심이 들었다. ‘혹 내가 과잉 반응을 보인 것인가?’하지만 진실이 어찌 되었든,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황제가 미소를 지었다. “원비가 싫다고 하니, 훗날 네가 무사히 순산한 뒤에 짐이 이보다 훨씬 더 좋은 것을 너에게 주마.” ‘귀비든, 황귀비든, 너를 만족시킬 자리는 얼마든지 있다.’ 구태여 뒷말을 늘어놓지 않았지만, 그 속에 담긴 황제의 뜻은 명확했다. “다만 탄일 선물은 아깝게 되었구나.”황제의 시선이 명황색 비단 두루마리를 힐끗 스쳐 지나가며 아쉬운 기색을 내비쳤다.금영이 얼른 말했다. “신첩이 미천하여 폐하의 성의를 허망하게 저버렸사오니 무어라 사죄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사옵니다.”황제는 한없이 넓은 아량으로 그녀를 포용했다. “너의 탄일 선물이, 너의 마음이 짐의 뜻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다. 짐은 그저 네가 기쁘길 바랄 뿐이니라.”생기발랄하던 금영이 입궁하면서 부쩍 규범에 얽매여 사는 듯한 모습이 황제는 신경 쓰였다. 적어도 자신과 단둘이 있을 때만큼은 법도를 내려놓고 편안해지길 바랐다. 황제는 손을 뻗어 품에서 금비녀를 꺼냈다. “탄인 선물을 하나 더 준비하여서 천만다행이구나.”황제는 금비녀를 금영의 부드러운 머리칼 사이에 꽂아주며 미소를 머금었다. “너의 미모에 금비녀가 더해지니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구나.”조금 전까지만 심사가 뒤틀렸던 금영이었지만, 자신에게 정성을 다하는 황제의 애정만큼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만약 다른 비빈이었다면, 어떤 명분을 들이댄들 감히 황제의 성지를 거부하지 못했을 것이다. 찰나의 순간, 금영의 뇌리에는 황제의 마음속에 누가 있든, 어떤 과거를 숨기고 있든, 이미 지난 일이었고 어찌 되었든 자신에게만 잘해준다면 상관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의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진실은 생각보다 중요한 것이 아니었고,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적당히 눈을 감고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더 이로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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