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황후는 황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폐하, 무슨 일이시옵니까?”황제의 입에서 나온 말에 서 황후의 미소는 오래 가지 않았다. “금영이 입궁한 지도 제법 시일이 흘렀으니, 걸맞은 봉호를 내릴까 하오.”금영의 ‘영(寧)’은 정식 봉호가 아니라, 그저 편하게 부르기 위해 본명인 배금영에서 글자 하나를 따온 것에 불과했다. 황제의 총애를 받는 후궁은 대개 따로 봉호를 받기 마련이었다. 현비, 숙비, 여비처럼 이름 외에 별도로 책봉되는 봉호가 그러했다.서 황후는 황제가 참으로 오랜만에 찾아온 이유가 금영 때문인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안색이 굳은 서 황후는 감정을 억누르며 태연한 척 대꾸했다. “이리 사소한 일이라면 폐하께서 친히 결단하시면 될 터인데, 어찌 신첩에게까지 오셔서….”황제는 미소를 지을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황제의 침묵에 서 황후의 마음속에 문득 불길한 예감이 스쳐 지나갔다. 고작 후궁의 봉호 하나를 정하는 일로 황제가 이리 직접 걸음을 한 거로 보아, 그 봉호가 결코 평범하지 않을 터였다.서 황후는 참지 못하고 넌지시 물었다. “폐하께서는 어떤 봉호를 내릴 작정이옵니까?” 황제의 대답이 떨어지기도 전에, 서 황후가 먼저 말을 가로챘다. “금영은 본래 성품이 온화하고 평온한 구석이 있으니, 정비(靜妃)는 어떠하옵니까?”황제가 거절했다. “체통에 맞지 않네. 그 아이는 본래 성정이 활달하니, 고요할 정(靜)자를 쓰면 도리어 그 틀에 갇혀 지내게 될 것일세.”서 황후는 그다지 놀라지 않은 기색으로 다시 의견을 냈다. “금영의 용모가 단정하고 수려하니, 단비(端妃)라 칭하면 좋을 듯하옵니다.”단(端)자는 후궁의 봉호 중에서도 현비의 현(賢)자에 절대 뒤지지 않는 귀한 글자였다. 서 황후는 내심 금영에게 품계가 낮은 후궁이 쓸 법한 격 낮은 봉호를 내리고 싶었으나, 황제가 이렇게 찾아온 이상 어설픈 봉호로는 만족하지 않을 것임을 직감하고 한 걸음 양보해 제안한 것이다.황제는 서 황후를 응시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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