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Chapter 621 - Chapter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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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1화

금영은 배경원과 심연희를 보낸 후에도 한참 동안 밖을 거닐었다. 몸에 피로가 느껴지기 시작하고 나서야 비로소 처소로 발걸음을 옮겼다.황제는 공무를 보러 갔는지 아직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금영은 간단히 수라를 들고 낮잠을 청했다.한숨 자고 천천히 눈을 떴을 때, 하루 종일 보이지 않던 황제가 어느새 돌아와 있었다. 사방은 이미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고, 방 안에는 촛불이 은은하게 타오르고 있었다.침상을 등진 거로 보아 상소문을 검토하고 있는 듯했다. 그의 크고 건장한 체구가 탁자 위의 촛불을 가로막고 있어, 침상 위로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 고요하고 캄캄한 어둠 속에 금영은 오롯이 갇혀 있었다.금영은 황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수만 가지 생각에 잠겼다. 입궁한 이후 황제는 금영에게 한없이 다정했다. 황제로서 보여줄 수 있는 체통과 품계, 그리고 세심한 배려까지 무엇 하나 부족함 없이 쏟아부어 주었다.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녀와 황제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이 가로막혀 서로의 진심을 온전히 느끼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금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자기 또한 진심이 아니면서 감히 황제의 진심을 바라고 있었다. 이득이든 독이든 이미 입궁이라는 주사위는 던져졌고, 낙장불입이다.진심을 구걸할 것이 아니라면, 쓸데없는 감상에 젖어 있을 여유 따위는 없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황제의 마음을 단단히 붙들어 매야만 했다.금영은 고양이처럼 소리 없이 황제의 등 뒤로 살금살금 다가가 두 손을 뻗어 황제의 두 눈을 부드럽게 가렸다.상소문을 검토하던 황제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붓끝에 맺혀 있던 먹물이 상소문 위로 툭 떨어지며 검은 얼룩을 남겼다. 황제는 들고 있던 붓을 내려놓고, 눈을 가린 금영의 하얀 손 위에 자기 손을 겹쳐 올렸다.그가 먼저 입을 열기 전에, 금영이 먼저 선수 쳤다. “폐하, 제가 누구인지 맞혀보시옵소서.”은은한 숨결과 함께,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교태롭고 요염한 목소리가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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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2화

황제는 금영이 천진난만한 척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것을 빤히 알면서도, 그녀의 요염함에 황제의 가슴 속 불꽃이 또다시 일렁였다. “짐의 몸에 불을 질렀으면 책임을 져야 할 것 아니냐.”그의 음성 속에 황제만이 가질 수 있는 위엄이 서려 있었다.오늘 황제를 완전히 손아귀에 넣고 흔들 생각이었던 금영은 막상 일이 눈앞에 닥치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녀는 다시 그 불꽃을 끄고 싶었다.게다가 복중에 자그마한 생명을 잉태하고 있었다. 비록 태의가 석 달만 지나면 부부의 정을 맺는 것에 지장이 없다고는 했으나, 그녀는 며칠 전에 태기가 놀란 것을 핑계 삼아 대대적인 연기를 펼쳤다. 그러니 아무리 욕망에 휩싸인 황제라 할지라도, 결코 그녀의 몸을 함부로 범하지는 못할 터였다. 그렇다면 이 불을 끌 방법은 오직 단 하나뿐이었다.금영은 고민 끝에 천천히 손을 뻗어 황제의 허리춤을 조심스레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손끝이 그의 몸에 닿은 순간, 금영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황급히 손을 거두어들였다.금영은 황제의 환심을 사기 위한 처세술에는 능했으나, 이토록 노골적으로 유혹하는 일에는 낯설었다.하지만 금영의 이런 망설임은 도리어 황제의 마음을 한층 더 타들어 가게 만들었다. 인내심이 바닥난 황제는 끝내 자제력을 잃고, 머뭇거리는 금영의 두 손을 제 손으로 낚아채듯 거칠게 옭아맸다.천하를 호령하는 황제가 고작 후궁의 손에 놀아나는 꼴이 되었다.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은 더욱 깊어질 터이나, 이 달콤한 샘물을 들이켜는 것을 멈출 수는 없었다.뜨거운 폭풍우가 휩쓸고 지나간 후, 황제의 가슴속에 타오르던 불길이 겨우 한풀 꺾였다. 그는 품 안에 안긴 금영을 내려다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으름장을 놓았다. “다시는 짐을 유혹하려 들지 말거라! 그렇지 않으면 짐이….”금영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지 않으면, 폐하께서는 어찌하실 작정이시옵니까?”황제의 안색이 싸늘하게 굳었다. ‘어찌할 수 있을까? 품에 안겨 요염하게 웃는 이 요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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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3화

금영은 황제의 의중을 빤히 알면서도, 일부러 물었다. 이 엄청난 봉호를 전해 듣는 순간, 서 황후의 그 오만방자한 얼굴이 얼마나 일그러졌을지 한눈에 보였다. 원이라는 봉호를 어떻게 해석하든 서 황후가 아닌 후궁에게 하사하는 것은 그야말로 황후의 체면이 깎이는 일이었다. 서 황후가 분노와 수치심에 밤잠을 설쳤을 것으라고 생각하자, 금영의 마음속에서 희열이 끓어올랐다.금영은 자기 봉호가 무엇이든 그리 개의치 않았다. 그 봉호가 서 황후의 심장에 칼날을 꽂고 그녀를 고통 속에 몰아넣을 수만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마음에 들었다!황제가 금영을 흘낏 쳐다보았다. “황후의 심기가 무척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구나.”금영은 순간 자기 속내를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냈음을 직감했다. 금영이 무어라 입을 열기도 전에, 황제가 말을 이었다.“짐이 이미 황후에게 통보하였으니, 너는 굳이 신경 쓸 필요 없다. 황궁으로 돌아가는 즉시, 정식으로 교지를 내릴 것이다.” 황제가 덧붙였다. 물론 이곳에서 교지를 내리는 것이 불가한 것은 아니었으나, 이토록 중대한 책봉은 황궁 안에서 거행해야만 황제의 진심이 돋보이고 웅장해 보일 것이기에.그날 밤, 금영은 전생의 그 비참한 악몽들을 모조리 잊고, 참으로 오랜만에 달콤한 고요 속에 잠을 청했다.이튿날 오후, 날이 서서히 어둑어둑해질 무렵, 광활한 초원 위로 거대한 횃불이 타오르기 시작하며, 밤을 지새울 성대한 야간 연회의 시작을 알렸다. 이 춘산 사냥터까지 굳이 온 것은 향락을 즐기기 위함이었으니, 매일 연회가 열리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황제가 금영의 태기를 보존한답시고 며칠 동안 휴식을 취하면서 예전에 계획했던 한 차례의 연회를 제외하고는 모두 취소되었었다. 그러니 오늘의 연회는 참으로 오랜만에 열리는 경사스러운 연회였다.금영은 큰 병을 털고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명색이 영비였기에 참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장 먼저 자리에 도착한 금영의 뒤로 서 황후가 안빈과 다른 후궁을 이끌고 걸어왔다.금영을 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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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4화

성난 걸음으로 앞으로 가던 서 황후는 뒤에 있던 태자에게 차가운 음성으로 으름장을 놓았다. “멍하니 서서 무엇하냐! 어서 따르지 않고!”태자는 서 황후의 뒤를 따르면서도 눈길만큼은 금영의 등 뒤에 머물러 있었다. 금영은 차가운 눈길로 서 황후와 태자의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담담하게 지켜보았다.마침, 다가온 황제는 금영이 황후와 태자를 바라보는 시선에 순간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서둘러 금영의 손을 잡아 자기 팔에 얹더니, 친히 그녀를 자리까지 데려다주었다.때마침 술잔을 손에 쥐고 있던 태자의 시선으로 두 사람이 들어왔고, 술잔을 쥔 태자의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술잔 속의 맑은 액체가 흔들렸다. 금영이 표범에게 습격당했던 그날 밤부터 태자는 밤마다 금영의 꿈을 꾸었다. 마음 깊은 곳에 억눌려 있던 그 지독한 연정은, 그날 사건 이후로 무섭게 싹트고 있었다.금영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이가 또 한 명 있었으니, 바로 맹운산이었다. 음울한 태자와 달리 맹운산은 평온하게 앉아 금영을 지켜볼 뿐이다. 연회가 시작된 지 오래지 않아, 금영은 피로감이 느껴졌다.회임한 이후로 그녀는 늘 기혈이 부족했다. 초저녁만 되면 유독 잠을 이기지 못하고 노곤노곤해졌다. 잠시 지켜보던 금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연회장을 빠져나갔다.연회장을 빠져나가는 금영의 등 뒤 모습을 바라보던 서 황후는 입술을 씰룩거리더니, 슬그머니 조씨에게 눈짓을 보냈다. 조씨는 서 황후의 속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숙인 채 슬그머니 뒤편으로 사라졌다.밖으로 나온 금영은 장막이 처져있는 곳에서 휴식을 취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밖에서 희미한 발소리가 들려왔다.해수가 미간을 찌푸리며, 침상 가에 기대어 앉아 눈을 붙이고 있던 금영을 흘낏 쳐다보고는 즉시 밖으로 걸어 나가, 소란을 잠재우려 했다.얼마 후, 휘장이 걷히며 누군가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금영은 밖으로 나갔던 해수가 돌아온 줄로 알고 말했다.“차를 내오거라.”금영의 손에 찻잔 하나가 건네졌고, 손을 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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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5화

금영은 지체할 시간이 없음을 직감하고 다급히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태자가 손을 뻗어 금영의 손목을 낚아챘고, 두 사람의 살결이 닿는 순간, 그는 전신에 억누를 수 없는 뜨거운 열기가 소용돌이치는 것을 느꼈다. 안색이 붉게 달아오른 그의 두 눈은 이미 이성을 잃은 듯 몽롱해져 있었다. “나를 이곳에 부른 것은, 분명 너도 나를 여전히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이겠지?”금영은 굳은 얼굴로 태자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싸늘하게 비웃었다. “본궁은 전하를 이곳으로 청한 적이 없사옵니다! 어찌 이토록 얄팍한 함정에 빠질 수 있단 말입니까! 게다가 여태 눈치채지 못하시다니, 신첩은 결단코 전하를 이 내밀한 대장으로 청한 적이 없사옵니다! 어찌 이리도 얄팍한 함정에 빠지고도 눈치채지 못하는 겁니까!” 만약 서 황후가 빼어난 지략과 냉철한 이성을 지니지 않았더라면, 태자는 진작에 현비와 이황자에게 짓밟혔을 것이다.태자는 금영의 서늘한 호통에 순간적으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네가… 나를 이곳으로 부른 것이 진정 아니란 말이냐?”금영이 비웃듯 말했다. “그 근거 없는 자신감은 무엇이옵니까? 본궁이 만남을 청했을 것이라고 착각하시다니, 가당치도 않사옵니다!” 금영은 말을 마치자마자,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살고 싶으시거든, 본궁을 막아서지 마시옵소서!”그녀는 단 한 순간도 어리석은 태자와 한 공간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만에 하나, 제왕의 눈을 피해 태자와 독대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라도 하면… 그 파장이 어찌 될지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지금 태자는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그와 한 공간에 머물다가는 그가 어떤 무도한 짓을 저지를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비록 그녀도 태자가 황제의 눈 밖에 나길 바라긴 했으나, 작금의 사태는 명백히 누군가 한 번에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는 음모였다. 금영은 결단코 그 배후의 손에 놀아나고 싶지 않았다.하오나 금영이 안에서 빠져나가기도 전에,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금영은 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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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6화

배명월이 비릿한 웃음을 터뜨렸다.“본궁? 배금영, 너를 지켜줄 폐하도 안 계시는데 어디 감히 봉호 따위를 들먹이는 거냐? 내 오늘 절대 길을 열어주지 않을 것이다. 네가 감히 어찌할 수 있느냐?”“어디 한번 천하가 떠나가도록 악다구니를 써보거라! 어서 사람들을 불러 모아, 황제의 지극한 총애를 받는 영비마마께서 어떻게 태자전하를 유혹해 간통을 저질렀는지 보게 하란 말이다!” 배명월이 분노에 온몸을 떨며 표독스럽게 비웃었다.금영은 배명월의 그 광기 어린 얼굴을 바라보며, 문득 머릿속에 기발한 책략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번 음모는 배명월이 계획한 것은 아니었으나, 배명월 역시 누군가의 손에 놀아나고 있음은 분명했다. 영비와 태자의 무도한 간통을 태자비가 우연히 목격하여 공론화시킨다면 그야말로 파국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파국의 배후에 현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작금의 사태를 찬찬히 뜯어보며, 현비의 혐의가 가장 짙었다. 여비는 현재 연금 중인 신세였고, 설령 여비가 금영을 해치고 싶어도 굳이 태자까지 끌어들일 필요는 없었다. 여비의 슬하에는 황자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영은 배명월를 본체만체하며, 태자를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태자전하께서 태자비 단속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아니면 전하께서도 이 일을 밖에 알리고 싶으신 겁니까?”태자는 힘든 몸으로 금영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걱정하지 말거라, 내가 해결하겠다.”이어 그는 한 발 앞으로 나아가 배명월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해에 불과한 일이니 먼저 길을 내어주거라.”조금 전 금영이 만남을 청하지 않았다고 호언장담했던 모습에 태자도 불안감이 생겼다. 지금 들이닥친 사람이 배명월이었기에 망정이지, 이후에 다른 사람까지 들이닥친다면 큰일이었다.만일 배명월이 이상한 말이나 행동만 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다른 사람이 들이닥친다 한들, 태자비와 함께 영비에게 문안을 전하러 왔노라 둘러댄다면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태자가 금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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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7화

태자는 배명월의 오만방자함에 미간을 찌푸리며 해명했다. “명백히 함정에 빠진 것인데! 명월아, 자중하거라. 지금은 소란을 피울 때가 아니다. 먼저 영비마마께서 밖으로 나가실 수 있도록 길을 열어드리거라.” “우리는 돌아가서 이야기를 하자꾸나.”소한이 덧붙였다.하지만 배명월의 가슴에는 이미 금영에 관한 증오심이 도사리고 있었기에, 태자의 충고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배명월은 태자비의 자리에 오르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을 줄 알았다. 영안후부의 고귀한 여식도, 태자비라는 존귀한 신분도 그리고 태자의 연모까지 모두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전부 부질없는 신기루에 불과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녀를 비웃으며, 태자비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겼다. 배금영을 짓밟기는커녕, 태자의 마음까지 배금영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배명월은 여전히 금영의 앞길을 막아선 채, 싸늘하게 말했다. “돌아가서 이야기를 왜 하옵니까! 지금 하면 되지 않습니까!”금영의 인내심도 바닥났다. “본궁은 두 사람과 할 이야기 없습니다. 태자비가 비킬 생각이 없다면 어쩔 수 없지. 바깥사람들을 부르지 못하겠다고 하니, 본궁이 직접 부르는 수밖에!”금영이 싸늘하게 말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어떻게든 일을 덮으려 했던 금영이었다. 하지만 배명월은 금영의 일을 크게 키우고 싶지 않아 하는 마음을 약점 삼아 꽉 쥐고 금영을 좌지우지한다면 판을 깨면 그만이었다. 배명월이 황제 앞에서 감히 그녀와 태자를 내통한 죄로 고발할 수 있을지도 두고 봐야 했다. 금영은 배명월이 그러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배명월은 태자비라는 신분을 무엇보다 중히 여겼기 때문이다.금영이 이토록 앞뒤 재지 않을 줄 몰랐던 태자는 안색이 싹 변했고, 배명월도 흠칫 놀란 듯했다. 태자가 배명월의 앞까지 다가와, 그녀를 옆으로 거칠게 밀쳐냈다. 배명월은 끝내 아무 소리를 지르지 못했고, 그저 두 눈으로 금영이 밖으로 걸어 나가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금영이 막 휘장을 걷고 밖으로 발을 디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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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8화

“그 시절에는 폐하께서도 본궁에게 이토록 세심하고 다정하셨지요.” 서 황후는 이 말을 꺼내며 금영을 슬쩍 쳐다보았다.하지만 금영은 서 황후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늘 참과 거짓을 교묘히 섞어 말하는 서 황후의 말을 다 믿을 수 없었다. 황제가 그간의 정을 생각하여 서 황후의 체면을 깎아내리지 못할 것이라 굳게 믿고 부풀려서 이야기하여 그녀를 자극하려는 수작일 수도 있었다. 황제와 서 황후의 금실이 진정 돈독했다면 금영을 곁에 둘 연유도 없었을 것이다. 설령 그 말이 진실이고 왕년에 두 사람의 정이 참으로 깊었다 한들, 지금 황제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것은 금영이었다. 가슴이 미어질 사람은 서 황후였다. 금영은 서 황후의 말에 상처를 입기는커녕 오히려 가슴 한구석에서 형언할 수 없는 통쾌함이 치밀어 올랐다!금영은 남녀 간의 정에서 먼저 진심을 주는 쪽이 패자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 그녀는 진심이 아닌 오직 지위와 권세, 그리고 복수만을 도모할 생각이다. 그렇기에 남들이 들으면 속이 뒤집힐 법한 말에도, 그녀는 묘한 쾌감이 들었다.금영은 황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폐하, 신첩은 황후마마의 어린 시절을 한 번도 뵌 적이 없사옵니다. 황후마마의 말씀을 듣고 보니 내심 호기심이 생기옵니다. 황후마마께서는 어린 시절에 절세미인이셨겠지요?”겉으로는 호기심 많은 영비가 서 황후의 젊은 시절 미모를 칭송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서 황후는 그 말의 속뜻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금영은 지금 그녀에게 늙고 추해졌다고 은근히 비꼬는 것이다. 서 황후의 얼굴이 서서히 굳었다. 굳이 과거를 들추고 싶지 않았던 황제가 말을 돌렸다. “쉬고 싶다고 하지 않았느냐? 짐이 데려다주마.”“마마!”그때 해수가 사색이 된 얼굴로 다급히 달려왔다. 황제가 눈썹을 찌푸린 것을 발견한 금영이 나직이 다그쳤다. “폐하와 황후마마께서 계신 자리다. 어찌 이리 경망스럽게 구는 것이냐!”금영은 자신과 태자의 간통을 계획한 사람이 해수에게 해를 가하지 않을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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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9화

금영은 황제의 품에 안긴 채로, 처소로 돌아왔다. 금영을 침상에 내려놓는 와중에도, 황제의 허리를 안은 금영의 손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황제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대체 언제까지 안고 있을 셈이냐?” 금영이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영원히 안고 있을 수만 있다면 참으로 좋겠사옵니다.” 그 말에 그의 목소리에 얕은 웃음기가 배어났다. “어리광은 그만 부리거라. 외포를 벗고 나면, 그때 다시 제대로 안아줄 터이니.” 금영은 그제야 손을 풀고 침상에 앉아 황제가 의복을 갈아입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는 금실로 오조룡을 수놓은 검은색 외포를 벗어던지고, 평상복 차림으로 금영의 곁으로 다가왔다. 금영은 침상에 앉아 맑고 영롱한 눈동자로 그를 응시하고 있었지만, 마음이 다른 데로 간 사람처럼 그리 흥미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 “어디 말해보거라. 어찌하여 발목을 삔 척 가장한 것이냐?” 황제가 금영을 내려다보며 부드러운 어조로 말하려 애를 썼지만, 오랜 세월 황제로 군림해 온 위압적인 기운은 감출 수 없었다. 그 말에 금영의 심장이 살짝 떨렸다. 황제는 조금 전 그녀가 고의로 발목을 삔 척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서 황후와 현비가 보는 앞에서 기꺼이 그녀의 장단에 맞추어준 것이다. 금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깃털처럼 검은 속눈썹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고개를 들어 올린 그녀의 맑은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있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뚝뚝 흘릴 것만 같은 가련한 모습에 황제가 한층 더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짐이 너를 책망한 것도 아닌데, 어찌 우는 것이냐?” 금영이 오기를 부리며 말했다. “아니옵니다! 신첩은 결단코 울지 않았사옵니다!” 고집을 부리며 애써 강한 척하는 그녀의 모습에, 황제는 몸을 굽혀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 한 방울을 닦아주었다. “알았으니 그만 울어라. 억울한 일이라도 있다면 과인에게 고하거라. 과인이 네 뒤를 봐주겠노라!” 그가 말을 이었다. “혹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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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0화

황제는 손을 뻗어 금영을 일으켜 세우며, 애틋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널 어쩌면 좋겠느냐!” “짐이 법도만을 따지는 가문의 규수를 원했다면, 어찌 수년 동안 간택을 하지 않았겠느냐?” 황제는 말을 마치며 금영을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탄탄한 가슴팍에서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지만, 그는 오히려 호탕하게 웃었다. “허나 오늘 네가 과거의 일을 시샘하는 모습을 보니, 짐의 마음이 더없이 흡족하구나.” 매사에 얌전하게 굴며 대범한 척 가식을 떠는 영안후부의 장녀보다, 차라리 이처럼 생기발랄하게 제 감정을 드러내는 그녀가 훨씬 마음에 들었다. 그녀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그가 황궁으로 데려왔으니 평생 정성껏 보살피는 것이 마땅했다. 금영이 웅얼거리듯 반박했다. “시샘하지 않았사옵니다.” 황제는 부드러운 어조로 그녀를 달래주었다. “네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금영이 다시 말했다. “폐하께서는 법도를 중히 여기는 규수를 원치 않는다고 하셨으나, 신첩도 그런 가문에서 자란 규수이옵니다. 설마 폐하께서는 이제 신첩이 싫증 나신 것이옵니까?” 황제는 금영이 이토록 당돌한 질문을 던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무리 천하를 호령하는 황제라 할지라도, 이처럼 막무가내인 투정 앞에서는 어쩔 줄 몰라 멍해졌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황제가 입을 열었다. “네가 어떤 사람이든, 어떤 신분이든, 짐은 너를 연모한다.” 진심 어린 황제의 말에 금영의 가슴도 흔들렸다. 황제가 진지해지면 진지해질수록, 금영은 도리어 이 모든 상황이 현실성 없게 느껴졌다. 황제의 마음속에 진정 자신이 그토록 중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말을 마친 황제는 금영을 힐끗 바라보더니, 이내 말을 덧붙였다. “하온데 어떤 규수가 너처럼 이토록 요염하고 사랑스럽게 군단 말이냐?” 금영은 방금 전의 잡념을 털어내고 황제를 바라보며 장난기가 발동하여 은근하게 물었다. “폐하께서 말씀해 보시옵소서. 신첩이 더 아름답사옵니까, 아니면 황후마마께서 더 아름답사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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