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주문춘귀: Bab 511 - Bab 520

553 Bab

제511화

이제 마차 밖에서 점점 또렷해져 오는 소란한 소리를 들으며 계연수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그제야 알 것 같았다.저 깊은 궁궐 속 삶은, 끝내 자신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그녀는 문득 떠올랐다. 예전에 사가의 안채에 머물 때에도 겉으로는 최선을 다했지만 진정으로 기뻤던 적은 없었다는 사실이.그녀가 바라던 것은 늘 달랐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자유로운 삶.예법에 얽매일 필요도, 사람들 앞에서 늘 단정하고 온화한 모습만을 지킬 필요도, 그 좁은 울타리 안에서 규범에 스스로를 가둘 필요도 없는 삶.휘안현으로 떠나기 전, 그녀는 수없이 상상했었다.작은 화방을 열고, 서점을 함께 운영하며 살아가는 나날들을.문벌도, 집안의 이해관계도 없이 오직 자신과 어머니, 단둘이서.그러면 더 이상 마음을 닳게 할 일도 없을 터였다. 하지만 동시에 알고 있었다. 세상사에는 언제나 득과 실이 함께 따른다는 것을.스스로 문을 열고 살아가는 여인의 길은 생각보다 훨씬 험하고 위험하다는 것도.그래서 그녀는 더 평탄하고 무난한 길을 택했다. 심서준이 그녀에게 한 자락의 안정을 내어주었으니까.*계연수는 마차의 발을 살짝 들어 올려 밖을 내다보았다.거리에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잠시 바라보고 있던 그때 앞쪽에서 갑자기 소란이 일었다.무슨 일인지 채 알아차리기도 전에 문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부인, 마차를 꼭 붙잡으십시오!”말이 끝나기도 전에 거칠게 울리는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계연수가 본 것은 앞쪽 골목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수십 필의 말들이었다.미친 듯이 거리를 가로지르며 곧장 이쪽을 향해 돌진해 오고 있었다.그녀는 황급히 발을 내려놓고 마차 안쪽 벽을 붙잡았다.그러나 그 순간 마차가 거칠게 요동쳤다.바깥에서는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비명 소리, 그리고 “사람이 밟혔다!”는 외침이 뒤섞여 울렸다.마차 안은 순식간에 뒤집힌 듯 어지러워졌다.끊임없이 울리는 말발굽 소리가 귀를 때렸고 눈앞은 어둡게 흔들렸다.그리고 코를 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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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화

다른 한편에서, 심서준은 황제에게서 물러나오자마자 사건이 터졌다는 소식을 들었다.순간, 그의 얼굴빛이 확연히 변했다.서둘러 궁 밖으로 향했고, 문제의 거리로 들어서자 말발굽에 짓밟혀 형체가 망가진 마차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곧 부하가 달려와 보고했다.“광마처럼 날뛴 말들의 정체는 확인되었습니다. 그 거리 마구간의 말들입니다. 마부의 말로는, 평소에는 아무 문제도 없었는데, 오늘 오후 갑자기 일곱, 여덟 명이 한꺼번에 말을 고르러 왔다고 합니다. 그 직후, 마구간의 말들이 모두 미쳐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또한 확인했는데, 울타리도 누군가 고의로 전부 열어놓은 상태였습니다. 그 때문에 말들이 거리로 뛰쳐나온 것입니다. 오늘 사망자는 없으나, 짓밟혀 다친 자는 적지 않습니다. 마구간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도찰원 대옥으로 압송되어 심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심서준은 난장판이 된 거리를 한참 내려다보았다.천천히 숨을 들이켠 뒤, 곧장 마구간으로 향했다.직접 확인을 마친 뒤, 다시 말을 타고 심부로 향했다.오늘 계연수가 거리에서 변을 당했다는 사실은 문하조차 감히 집안에 알리지 못한 상태였다.부인이 납치되었다는 소식이 퍼진다면 그 파장은 상상하기 어려웠다.무엇보다 후작부 부인의 명예가 걸린 일이었다.*심서준이 돌아오자마자 문하는 이미 다리에 힘이 풀린 채 그 앞에 무너져 앉았다.그대로 무릎을 꿇고 몸을 떨며 오후에 있었던 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그 광마들은 너무 갑작스러웠습니다. 수행하던 호위 여덟 명 모두 무예가 뛰어난 자들이었지만, 수십 필의 말이 미친 듯이 짓밟아 오는 것을 막아낼 수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얼굴을 가린 자들이 몇 명 섞여 있었습니다. 그들이 말들 틈에 숨어 있다가, 혼란 틈을 타 약가루를 뿌렸습니다. 그 약은 연골산이었습니다. 호위들은 마차를 지키느라 정신이 없었고, 주변에는 도망치는 사람들로 가득해, 그 안에 도둑들이 섞여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결국 전부 약에 당한 것입니다. 그중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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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3화

문하가 말을 마치고는, 문득 떠올랐다는 듯 덧붙였다.“소인이 보니, 그자들 손에 문신이 있었습니다.”심서준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칫했다.앞서 부하의 보고에서도, 마구간 사람들이 오늘 온 자들의 손에 문신이 있었다고 했었다.그의 얼굴빛이 한층 더 차갑게 식었다.계연수가 오늘 막 궁을 나서자마자 이런 치밀한 함정이 펼쳐졌다는 건 누군가 그녀의 출궁을 미리 알고 있었거나, 혹은 궁문 근처에서 줄곧 지켜보고 있었다는 뜻이었다.그녀가 궁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자는, 심부 아니면 궁중 사람들뿐이었다.심서준은 깊이 미간을 찌푸렸다.이미 해가 저물어 가는 시각이었다. 그는 곧장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병마사에 전갈을 보내어 사람을 풀고, 도찰원의 아전들을 동원해 각 성문을 봉쇄하게 했다.수색과 심문을 병행하라는 명이었다. 그리고 곧장 도찰원으로 향했다.*한편,계연수가 다시 의식을 조금 되찾았을 때, 눈을 뜨자마자 시야에 들어온 것은 흔들리며 타오르는 불빛이었다.몸은 여전히 힘이 풀려 있었다.조심스레 움직여 보니, 완전히 마비된 것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제대로 힘을 쓸 수는 없었다.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끝내 지탱할 힘이 부족했다.그때, 희미하게 사람의 그림자가 다가왔다.계연수는 시야가 흐릿해 상대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낮고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오라버니...”고준안은 그 목소리를 듣자 발걸음을 멈칫했다가 급히 다가왔다.몇 걸음 만에 그녀 곁에 이르러, 약을 든 채 자리에 앉으며 다급히 불렀다.“연수야…”계연수는 눈이 무겁고, 몸도 풀린 채였다.시선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자신이 어디 있는지 확인하려 했지만 앞을 가로막은 고준안의 모습에 시야가 막혔다.그녀는 간신히 힘을 끌어모아 물었다.“여긴… 어딥니까...?”고준안은 조심스럽게 약을 한 숟갈 떠 그녀 입가에 가져다 댔다.낮게 눌러 말하는 목소리였다.“성 밖 교외에 있는 집이다. 걱정하지 말거라. 더는 아무 일 없을 거다. 우선 해독부터 해야 한다.”계연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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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4화

방 안의 촛불은 희미하게 흔들렸고, 계연수는 고준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기억 속의 그처럼 온화한 낯빛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녀의 가슴을 서서히 식게 만들었다. 어린 시절의 정은 이미 빛이 바래, 사람은 그대로인데 마음만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그녀는 다시 한 번 고준안의 손에 들린 약을 바라보았다. 온몸은 여전히 힘이 빠져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저 약에 독이 들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말을 건네진 않았겠지.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하며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이대로 계속 몸에 힘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저 남의 손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고준안은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숟가락으로 약을 떠, 조심스럽게 계연수의 입에 떠먹였다.약은 쓰디썼다. 계연수는 어려서부터 몸이 비교적 건강해 약을 먹을 일이 많지 않았기에, 지금의 그 쓴맛은 더욱 견디기 힘들었다. 그러나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을 생각하며 끝내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삼켜냈다.약을 막 삼키자마자 몸이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마에는 어느새 잔땀이 맺혔고, 낯선 반응에 놀란 계연수는 두려움 어린 눈으로 고준안을 바라보았다.고준안은 흰 수건을 꺼내 그녀의 이마를 조심스레 닦아주며 낮게 말했다.“연수야, 겁내지 말거라. 해독제라서 이런 반응이 있는 것이다. 조금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그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거짓을 말하는 사람의 눈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 역시 반 그릇을 함께 마셨다.계연수는 마음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불안을 억누르며 급히 물었다.“지금… 몇 시입니까?”고준안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사실대로 답했다.“자시가 지났다. 널 데리고 성을 나왔고, 지금은 수현 경계다.”그 말을 듣는 순간, 계연수의 몸은 다시금 싸늘하게 식어갔다.대낮 거리에서 납치되어 성 밖으로 끌려 나왔다. 이 사실이 퍼진다면, 설령 심서준이 그녀를 감싸주려 해도, 앞으로 심가에서의 입지는 험난해질 것이고 사람들의 입을 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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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5화

고준안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계연수가 방금 내놓은 말들, 그 역시 이미 여러 번 되새겨 본 것들이었다.그는 그녀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앞날 따위는 버릴 수 있었다. 본래는 그녀를 데리고 동쪽으로 갈 생각이었다. 동현, 심서준의 손이 닿지 않는 그곳으로.곁에 계연수만 있다면, 그걸로 그의 인생은 다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 믿었다.어릴 적부터 어머니는 늘 가문의 책임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짐은 너무나도 무거웠다. 관직에 발을 들이고 나서야 그는 알게 되었다. 미천한 출신으로 위로 올라가려는 일은 하늘에 오르는 것만큼이나 어려워, 명문가 자제들이 내뱉는 한마디 말조차 당해낼 수 없다는 것을.처음 그가 필사적으로 휘안현으로 가려 했을 때, 그의 바람은 그저 주부(主簿) 자리 하나면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작은 자리 하나를 위해서조차 그는 온갖 인맥을 돌며 아첨하고, 윗사람의 눈치를 보며, 은전을 쏟아부어야 했다. 그들의 태도는 늘 미적지근했고, 돈을 줘도 끝이 없는 밑 빠진 독 같았다. 그럼에도 그는 감사한 얼굴로 더 고개를 숙이고, 더 비위를 맞춰야 했다.이부시랑조차 그를 제대로 쳐다보지 않았다. 아버지가 좌천된 사실을 알고는 노골적으로 경멸과 조롱을 던졌고, 그는 그 앞에서 체면을 접어두고 술잔을 들며 웃어야 했다. 선비의 기개 따위는 아무 의미도 없었다. 고작 정7품 이부 주사 하나가 사람을 진흙탕 속으로 짓밟을 수 있는 세상이었다.그러다 어느 순간, 그들의 태도는 돌변했다. 은근히 그를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그 이유를 떠보아 알아낸 순간, 심서준의 말 한마디가 그의 휘안현 현령 자리를 결정지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였다.그 진실을 깨달은 순간, 그는 모욕감에 짓눌렸다.그가 그렇게 성실히 노력하고 위아래로 뛰어다니며 줄을 대도 누군가는 단 한마디 말로 그의 앞날을 정해버렸다.그리고 그 앞날이라는 것조차 권세 있는 자가 그를 멀리 내쫓기 위해 던져준 시혜에 불과했다.어쩌면 그는 평생 심서준의 견제 속에 휘안현에 묶여, 다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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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6화

고준안은 계연수의 말을 듣고도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다.사실, 그가 그 ‘큰 인물’과 얽히게 된 것도 우연이 겹친 결과였다.어느 날,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계연수가 거처를 옮겼다. 그 뒤로 며칠 동안 그는 그 집 밖을 맴돌며 그녀를 만나고자 했지만, 번번이 허탕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그 집 밖에서 수상한 기척을 느꼈다. 누군가가 은밀히 서성이며 안을 엿보고 있었다.이상함을 느낀 그는 마음을 놓지 못하고 그 뒤를 밟았다.처음에는 그저 누가 계연수의 행적을 쫓고 있는지 알아보려는 생각뿐이었다. 혹여 사가 쪽 사람이라면 그 자리에서 꾸짖고, 돌아가 어머니께 더는 그들과 엮이지 말라 말씀드릴 생각이었다.하지만 반쯤 따라갔을 무렵, 그는 도리어 붙잡혀버렸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그들에게 끌려가, 그 모든 일의 배후에 있는 인물을 만나게 되었다.그제야 그는 알게 되었다. 그들이 계연수에게 손을 대려는 이유는, 단지 그녀가 혼인하지 못하게 만들기 위함이라는 것을.그것은 기묘하게도 그가 마음속 깊이 바라던 바와 같았다.하지만 결국 계연수는 예정대로 심서준과 혼인을 치렀다. 그는 그 배후 인물의 수하를 찾아가 이유를 물었고, 그제야 알게 되었다. 심서준이 그녀를 너무나 철저히 보호하고 있어 손을 쓸 수 없었다는 사실을.그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심서준 같은 인물의 혼사였다. 그가 마음먹은 일을, 누가 감히 쉽게 방해할 수 있겠는가.처음부터 큰 기대를 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 역시 실망을 느꼈다.그러나 동시에 알게 되었다. 그들이 여전히 계연수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그 ‘큰 인물’은 따로 그를 불러 물었다. 계연수를 데리고 떠날 생각이 있느냐고.그 순간, 그는 마치 무엇에 홀린 듯, 아무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게다가 심서준 주위에는 그를 원망하는 이들이 너무도 많았다. 과연 그가 평생토록 계연수를 지켜낼 수 있을까.이번에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만약 자신이 없었다면, 계연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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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7화

“제 부군은 반드시 저를 찾으러 올 거예요. 그분은 본래 도찰원에 계신 분이에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건을 맡아 처리해 오셨는데요. 성문마다 분명 사람을 풀어 지키게 했을 거예요. 우리가 이렇게 쉽게 빠져나갈 수는 없어요. 오라버니께서 생각해낼 수 있는 탈출 방법이라면, 제 부군도 분명 생각해낼 수 있을 겁니다. 사촌 오라버니, 지금 돌아가면 아직 늦지 않았어요. 오라버니께서 저를 납치한 배후가 누구인지 말씀해 주시기만 하면, 제 부군께서 오라버니를 지켜주실 거예요.”*고준안은 말없이 계연수의 이야기를 들었다.힘없이 가라앉은 목소리였지만 그녀가 입을 열 때마다 반복되는 ‘부군’이라는 말 속에서, 그는 그녀의 다급함을 또렷이 느낄 수 있었다.그는 본래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그는 계연수의 마음만큼은 외면할 수 없었다.도주할 길은 이미 마련되어 있었다. 그 ‘사람’이 모든 준비를 끝내 두었고, 수로를 따라가면 아무 문제 없이 동현으로 빠져나갈 수 있었으니까.이제 그가 신경 쓰는 것은 오직 그녀의 마음뿐이었다.문득, 그는 후회가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해독제를 주지 말았어야 했을까.그러나 주지 않을 수도 없었다.힘겹게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는 계연수의 눈. 간절한 목소리,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자신을 향한 걱정.“사촌 오라버니… 저를 믿어주세요. 아직 돌아갈 수 있어요. 이렇게 끝까지 밀어붙였다가, 나중에 우리가 붙잡히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보셨어요? 저는 명성을 잃고, 오라버니는 고씨 가문까지 끌어들여 화를 입게 돼요. 그게 정말 오라버니께서 원하는 겁니까? 설령 동현까지 가게 된다 해도… 어머니와 제 부군을 떠나서는, 저는 살 수 없어요.”*‘저는 살 수 없어요.’그 말 한마디가 고준안의 온몸을 떨리게 했다.무릎 위에 놓인 그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는 갑자기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거의 도망치듯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봄밤의 공기는 희미하게 차가웠다.인적 하나 없는 허름한 집 밖, 음산한 바람이 잇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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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화

허름한 방 안으로 들어섰을 때, 계연수는 침상 아래에 쓰러져 있었다. 몸에는 여전히 화려하고 값비싼 비단옷을 걸치고 있었고, 머리에도 금비녀와 옥 장식이 그대로였지만, 그 곱고 아름다운 얼굴은 지금 처참하게 일그러진 채 힘겹게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몸은 잔뜩 웅크러져 있었는데, 마치 진흙바닥 위에 흩뿌려진 달빛처럼 연약하고 위태로웠다.고준안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설령 정말로 계연수를 데리고 떠난다 한들, 이 떠돌이 같은 삶이 과연 그녀를 위한 것이겠는가.그녀는 원래, 부귀와 안락 속에서 살아야 할 사람이었다.결국 자신이 마음속의 집착에 사로잡혀 있었을 뿐이었다.고준안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곧 성큼성큼 다가가 계연수 앞에 반쯤 무릎을 꿇고 앉아 쉰 목소리로 말했다.“해독제 약효가 이렇게 빨리 돌 리가 없다.”그는 계연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연수야, 내가 널 돌려보내 주마. 네 부군 곁으로.”말을 마친 고준안은 입술을 꾹 다문 채, 바닥에 쓰러져 있던 계연수를 조심스럽게 안아 올려 다시 침상 위에 눕혔다.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그는 다행이라 여겼다.계연수가 해를 입을 뻔한 순간을 자신이 마주친 것, 그리고 최소한 그녀를 구해냈다는 사실을.그는 심서준을 원망하는 자들의 손에 그녀가 넘어갈 뻔한 것을 막아주었다.하지만 계연수는 이미 몸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있었다.숨은 가빠지고, 온몸에는 힘이 빠졌으며, 시야마저 흐릿하게 번져갔다. 고준안에게 몸을 맡긴 채 침상 위에 놓인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남은 힘을 짜내듯 그의 소매를 힘없이 붙잡았다.“사촌 오라버니... 이건 해독제가 아니라 춘약 같아요…”그 약은 분명 계연수에게 이상한 반응을 일으키고 있었다.온몸이 달아오르고, 아랫배에서부터 알 수 없는 열기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녀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하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여전히 고준안을 믿고 있었다.어릴 적부터 가장 자신을 아껴주던 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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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화

“같이 방법을 찾아보자. 지금 함부로 움직였다간 일이 커질 수도 있다.”고준안은 입술을 꽉 다문 채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마차의 휘장을 내려버렸다.“연수야, 걱정하지 말거라.”그 말을 남기고는 더 지체하지 않고 마차 앞자리로 올라타, 고삐를 잡고 곧장 경성 방향으로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깊은 밤이었다.하늘은 어둡고 별빛마저 드문드문 흩어져 있었으며 고요한 밤기운 속에서 마차가 내는 작은 소리조차 유난히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고준안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고, 손은 이미 떨리고 있었다.그는 시선을 앞길에 박아넣은 채, 단 한 점의 이상 징후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채 한 식경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그의 손동작이 문득 멎었다.정적에 잠긴 밤공기 속에서, 아주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그는 즉시 마차에서 뛰어내렸다. 곧장 뒤쪽으로 돌아가 계연수를 끌어안아 마차에서 내려놓고는, 비틀거리며 그녀를 안은 채 앞쪽 논둑을 향해 달려갔다.논둑 한켠에 계연수를 내려놓고 나서야, 고준안은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몸에 지니고 있던 재물을 모두 꺼내 그녀의 손에 쥐여주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기다리지 말거라. 해가 뜨면 근처 농가 사람들이 밭으로 나올 것이다. 그때 널 발견하면 이 돈을 주고 심서준 후작님을 찾아가게 해달라고 해.”계연수는 그의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는 무릎을 꿇은 채, 그녀의 앞에 있었다.따뜻한 액체가 손등 위로 떨어졌다. 고준안의 말이 이어질수록, 공기 속에 피비린내가 점점 짙어졌다.깊은 어둠 속에서 계연수는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그가 이상하다는 것만큼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며 물었다.“그 사람들이 온 겁니까? 오라버니는 또 어디로 가려는 겁니까?”고준안은 대답하지 않았다.그저 계연수의 손을 꽉 쥔 채, 떨림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입안은 이미 피로 가득했고, 눈가도 젖어 있었다.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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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0화

그 한 발길질은 무척이나 거셌다.손에 닭 한 마리도 제대로 묶지 못할 정도로 힘없는 서생인 고준안은 그 일격에 거의 반 장(丈) 가까이 튕겨 나가듯 밀려났다.위오는 바닥에 쓰러진 고준안을 내려다보며, 다른 이들에게 한 장쯤 물러서 있으라 손짓했다. 그러고는 말에서 내려 고준안 앞으로 다가와 쪼그려 앉았다. 한 손으로 그의 옷깃을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는 그의 뺨을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어째서 굳이 경성으로 돌아가려 한 거지? 네가 스스로 받아들인 일이다. 한 줄에 묶인 메뚜기 신세인데, 아직도 돌아갈 길이 있다고 생각하나? 널 보내서 우리가 심서준 쪽 사람들한테 보복당하라는 거냐?”고준안은 차갑게 그를 노려보며, 발길질당해 답답하게 조여드는 가슴을 움켜쥔 채 몇 번 기침을 했다.“당신이 준 해독제... 대체 뭐였습니까?”위오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비웃듯 바라봤다.“왜, 아직도 몰랐나? 그건 네게 주는 극락약이었지. 그렇게도 그 미인을 탐내더니, 일부러 네 앞에 갖다 바쳐준 건데, 아직도 못 즐겨봤나?”그 말을 듣는 순간, 고준안은 모든 걸 깨달았다.그는 이를 악물고 위오를 노려봤다. 눈빛에는 서늘한 살기가 어렸다.“처음부터 해독제를 줄 생각 따위 없었군요. 저로 하여금 그녀의 정절을 짓밟게 만든 뒤, 모든 죄를 저한테 뒤집어씌워 대신 죽게 만들 작정이었습니까. 애초에… 저를 살려둘 생각도 없었던 거죠?”위오는 잠시 놀란 기색을 보였다. 고준안이 이렇게까지 빠르게 상황을 꿰뚫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역시 글 읽는 놈답게 머리는 제법 돌아간다 싶었다.그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느긋하게 웃었다.“이렇게 머리가 잘 돌아가는데, 왜 하나는 생각 못 했지? 네가 이만큼이나 알고 있는데, 우리가 널 살려둘 리가 있겠나? 그런데 이상하단 말이지. 왜 굳이 돌아가려 했을까?”그는 목소리를 낮췄다.“심서준 후작의 수단… 누가 끝까지 무사하다고 장담할 수 있겠나. 네가 이렇게 굼뜨게 굴면서, 네 그 사촌 여동생이랑 정에 취해 있을 때, 심서준은 이미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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