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연수는 손보경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속내를 끝내 분명히 헤아리지는 못했다.다만 손보경은 늘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찾아와, 가벼운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다 오래 머무르지 않고 물러났다. 거리 또한 적절히 지키며, 때로는 함께 자수를 놓고 그 솜씨를 논하기도 했다.계연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손보경은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데 능했고, 타인과 가까워지는 법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규방의 이야기와 자수, 여인들 사이의 은근한 속내를 나누며,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혀 놓았다.사실 손보경의 마음속에도 계연수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뜻이 없지 않았다.어찌 되었든 계연수는 심서준의 부인이었고, 그 사실은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와 가까이 지내면, 넉넉하고 도량 있는 평판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황후와 심가의 호의 또한 얻을 수 있었다.이미 마음속에는 혼인할 상대도 정해 두고 있었다.지금 조정에서 가장 기세가 뜨거운 가문은 단연 심가였고, 심서준의 백부 쪽 집안 또한 번성한 명문으로 서로 깊이 얽혀 있었다. 그 집안 가운데서도 예부주사로 재직 중인 심한율이 눈에 들어왔다. 나이 스물하나, 삼 년 전 과거에 급제한 인재로 재능이 뛰어났으며, 종가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적손이었다. 또한 몸가짐이 단정해 첩도 두지 않았고, 아직 정해진 혼약도 없었다. 경성 안에서 따져 보아도 꽤 만족스러운 인물이었다.이러한 까닭에, 손보경은 그간 정종현에게 몇 차례 편지를 보내, 절대 계연수에게 손을 대지 말라 당부해 두었다.며칠 함께 지내는 사이, 손보경은 이미 계연수를 어느 정도 꿰뚫어 보았다. 그 정교한 공필화 솜씨를 본 뒤로는, 그녀의 재능과 성품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계연수는 여느 귀족 규수들처럼 속셈이 깊지 않았고, 심서준이 날마다 찾아오는 모습을 보아하니, 분명 마음 깊이 아끼는 존재였다. 이런 사람에게 손을 댄다면, 결국 스스로 화를 자초하는 길일 뿐이었다.이제 그녀는 완전히 마음을 접었다.처음의 그 억울함도 사라지고,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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