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그 여자가 바로 계연수일 터였다.어제 거리에서 벌어졌던 일을 떠올리며 곰곰이 되짚어 보니, 문득 마음 한구석이 미묘하게 흔들렸다.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옆의 작은 탁자 위에 내려놓고, 다시 장 어멈을 바라보았다.“지금 당장 가서 나 소실을 모셔 오너라. 꼭 서둘러야 한다.”장 어멈이 물러나자, 백씨는 시녀들을 모두 물리치고 곁에 두는 큰 시녀인 은향을 불러들여 시중을 들게 했다.그녀는 침상 위에 몸을 눕히고, 은향에게 이마를 감싸는 두건을 가져와 씌우게 한 뒤, 물수건을 적셔 얼굴의 분을 닦아내게 했다. 이어 노파에게 명해 자신의 장롱 속에 넣어둔 영정환을 꺼내오게 했다.그 영정환은 귀한 약재들로 만든 최상품 보약으로, 평소 백씨조차 아껴 먹을 정도였다.녹각교와 숙지황, 해마, 황련 따위를 넣어 만든 약이었는데, 그중 황련이 들어가 있어 몹시 쓰고 약 냄새 또한 진했다. 그래서 백씨는 늘 대감이 오지 않는 밤에만 몰래 복용하곤 했다.그녀는 영정환을 반으로 쪼개 한 입 베어 물고, 남은 것은 잘게 으깨어 곁의 시녀에게 향로 속에 뿌리게 했다.순식간에 방 안 가득 짙은 약 냄새가 번졌다.이윽고 머리를 괴고 은빛 베개에 기대어 앉아, 일부러 안색이 쇠약한 듯한 기색을 만들어냈다.은향은 백씨의 이런 일련의 행동을 보고 병을 가장하려는 것임을 알아차리고는, 눈치 좋게 밖으로 나가 분부를 내렸다.백씨가 병이 나 쉬고 있으니, 모두 소리를 낮추고 조용히 하라는 것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나 소실이 부드러운 걸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백씨의 시선이 그녀를 훑었다.복숭아빛 금사가 섞인 운금 비단 옷, 몸과 머리를 장식한 값비싼 비녀와 장신구들.겉으로는 공손함을 갖추고 있었지만, 온몸에서 풍기는 기색과 윤기 도는 얼굴은 그녀가 얼마나 편안하게 살고 있으며 또 얼마나 총애를 받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나 소실은 백씨가 시집온 지 삼 년째 되던 해에 들어온 첩이었다.그녀의 아버지가 대감에게 바친 여인이었고, 타고난 미색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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